할머니가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도 그 좋은 것이 퍼지게 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시면서.
페이지 : 97

 

1. 또 울고 말았어.

오랜만에 펑펑 울었다. 슬픈 소설은 정말 싫은데, 이 책은 용서해줘야겠다. 주인공 '작은 나무'의 삶에 흠뻑 빠져 있는 동안, 나는 체로키 인디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작가 '포리스트 카터'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원래 책 제목은 <작은 나무의 가르침> 정도가 될테지만, 출판사에서 작명했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제목도 훌륭하고 생각한다.

 

2. I love you = I kin ye = I see you = 당신을 사랑해

	할머니의 이름은 보니 비(bonnie Bee), '예쁜 벌'이었다. 어느 늦은 밤, 할아버지가 "I kin ye, Bonnie Bee" 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나는 할아버지가 "I love you" 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그랬던 것이다.   또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다가 "Do ye kin me, Wales?" 라고 물으실 때가 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I kin ye" 라고 대답하신다. 이해한다는 뜻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계셨다. 그래서 두 분은 서로 사랑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세월이 흐를수록 이해는 더 깊어진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보시기에 그것은 유한한 인간이 생각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들 너머에 이쓴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두 분은 그것을 'kin'이라고 불렀다.
페이지 : 67~68

이 장면은 영화 <아바타>의 " I see you" 를 생각나게 한다. <아바타>의 나비족이 인디언을 본따 만든 것이었으니,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이 영화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해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같고, 바라보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같다는 것은 진정으로 낭만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그 말을 듣고 나는 모든 사람을 잘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밤톨만한 영혼을 갖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영혼의 마음이 자꾸자꾸 커지고 튼튼해지면, 결국에는 지나온 모든 전생의 삶들이 보이고 더 이상 육신의 죽음을 겪지 않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후략)
페이지 : 102~103

이 책을 읽는 동안 조카를 돌봤는데 마치 작은 나무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삼촌으로서 조카의 영혼을 살찌우는 데 도움이 되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루소는 에밀에서 아이들에게 읽혀야 하는 책은 단 한 권, 바로 <로빈슨크루소>라고 했다.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홀로 설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루소는 이 책도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인디언들의 철학과 삶을 엿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가족과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날 펑펑 울린 책.

 

	"그게 이치라는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두어야 하고."   여기까지 말한 할아버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 그러니 사람들은 그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페이지 : 25

영혼, 인디언, 체로키, 포리스트카터, 조경숙

 

1.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내가 너의 치즈를 옮겼어.

이 책의 제목을 원문대로 번역하면 <내가 너의 치즈를 옮겼어> 정도 될 것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대한 반항적인 뉘앙스가 느껴진다. 미국 출판계에서는 신선한 충동질 정도 될 수 있었겠다. 마치 '스타워즈 에피소드 5'에서 '아임 유어 파더', 즉 '내가 니 애비다' 정도의 신선함이 일어났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이 미로의 세상은 인간의 세상과는 달라요. 미로 밖의 세상은 우리와 달리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인간들의 세상은 설계된 것이지요. 그 설계는 통제하는 사람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선택된 것이더군요.   그 사람들이 우리 미로를 만든 이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들을 만들고, 우리에게 보상과 처벌을 내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치즈를 유독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런 짓을 꾸몄던 겁니다. 또 우리가 미로 속의 쥐들이기 때문에 이런 짓을 함부로 한 거죠. 미로 속 세상에 사는 쥐에게는 그저 치즈가 전부거든요.
페이지 : 67

이 책의 내용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은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그 책에서 간과한 점들을 깨닫게 해주니까. 그러나 그 책을 읽지 못한 독자가 읽는다면?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의 한글 제목은 원문 그대로 <내가 너의 치즈를 옮겼어>가 되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이 두 책이 연결된다는 걸 알 수 있을테니까. 두 책은 지은이도 다르고, 출판사도 다르다. 이 두 책이 서가에 꽂힐 때 이 둘을 연결해주는 것은 제목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한글 제목은 마치 이 책 홀로 설수 있다는 듯 <치즈는 어디에?>라고 지어졌지만, 책의 내용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없이는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후속으로 요즘 흔히 우리가 쓰는 말로 한다면 '시즌 2'인 셈입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치즈를 향해 움직이라고 말하고 있다면,(후략)
페이지 :  130

 

2. 스포일러가 될까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책 같은데 괜히 스포일러가 될까봐 핵심 인용은 삼가하겠다. 행복에 대한 논의와, 여론에 대한 이야기, 미로에 대한 개념과, 집중의 위대함, 규칙과 제약을 무시하는 것의 중요성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만 언급해둔다.

 

 

3. 번역은?

사실, 가장 좋은 번역은 투명한 번역일 것이다. 번역자의 개성 보다는 책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번역. <카네기 스피치 앤 커뮤니케이션> 에서 카네기가 말한 것처럼, 좋은 연설자는 유리창과 같아서, 연설자는 존재감이 사라지고 연설하는 내용만이 청중들의 뇌리에 남게 된다는 이야기.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번역은 미숙하다. 그러나 글에 집중 못할 정도는 아니다. 김영철이라는 개그맨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체적으로 <갈매기의 꿈>과 닮았다. 그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려져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스타워즈가 생각난 것은 왜일까? 하하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행복에 대한 즐거운 상상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치즈, 디팩맬호트라, 김영철, 행복, 자기계발

	생각하는 재미에 한 번 빠져들면 거기서 빠져 나오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너무나 재미있기 때문이다.
페이지 : 193

 

깊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깊이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서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더 근본적인 것은 생각할 거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잘한다고 했다. 생각도 많이 해본 사람이 잘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나 생각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 없는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고문이다. 머릿속에 많은 것들을 담아 두어야 깊이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것을 소모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언제까지 직관에만 의존하며 살아갈 것인가.

 

	어린 아이들을 보면 호기심 덩어리다. 뭐가 그리 궁금한 것이 많은지 '왜?'를 달고 산다. 귀찮을 정도로 질문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질문이 사라진다. 아마 그 순간은 대부분 학교를 다니고부터일 것이다. 학교 교육을 받는 순간부터 질문이 사라진다. 질문 대신 '암기'가 자리 잡는다. 그 왕성하던 호기심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호기심을 한순간에 없애는 면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은 정말 훌륭한 시스템이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 학교 부적응 문제도 지적 호기심을 없애듯이 한 번에 없애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페이지 : 202

 

호기심. 궁금한 것을 찾아서 해결하는 능력. 공부란 원래 이런 것일게다. 그러나, 집단 교육 체제인 학교에서 궁금한 것을 즉각즉각 해결하는 것은 친구들에게 눈치보이는 짓이다. 수업이 끊기는 건 물론이거니와. 자칫하면 진도를 다 끝내지 못해 쉬는 시간까지도 수업을 해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의 침묵은 암묵적인 규칙이다. 이 규칙이 학생들의 호기심을 없애는 주 원인이다. 이걸 해결하려면 질문 중심의 수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방법은 하나다. 학급의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동양의 점성술에는 서열이 있다. 레벨의 높고 낮음이 있다는 말이다.   사주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수상만 못하며, 수상이 아무리 좋다 하여도 관상만 못하며, 관상이 아무리 좋다 하여도 심상만 못하다.
페이지 : 70

점성술일 뿐이지만, 틀린 말 갖지는 않다. 심상의 중요성은 서른 살 넘어가면 알 수 있다.

 

괜찮은 책이다. 철학은 선생님보다 힘이 쎄다와 비슷하다. 쉬워서 그런지 그것보다 임팩트는 약하다. 아이들의 고민을 철학적으로 상담해주는 느낌. 수업 시간에 한 꼭지씩 생각하며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부모님들도 읽어보길 바란다. 자식을 철학에게 뺏기면 곤란하지 않을까?

 

철학, 엄마, 행복한나무, 박기복, 정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