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감추어 둔 내면의 반영일 때가 많다." 사람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차가운 피부>(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에 나온 위의 말은 그래서 타당하다. 사람은 자기 안의 눈으로 풍경을 보고, 자기 안의 시선으로 사람을 본다. 자기 안의 시선으로 책을 대하고, 뉴스를 대하고, 공연을 본다. 사람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항상 자기 중심이 되어 본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이고, 내 안에 없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페이지 : 198~199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다. 저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상이 기가막힌(!) 청소년들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란 더욱 어렵다.

 

이 책은 자기 찾기, 관계, 학교, 가치관을 화두로 하여 총 12단원으로 나누어 논한다. 각 단원 앞부분은 필자가 경험한 청소년 고민 상담을 예로 들어 풀어나가고 뒷부분은 이에 대한 필자의 고찰이 펼쳐진다.

 

	자신에게 명령하지 못한 사람은, 남의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다. -니체-
페이지 : 53

첫째 마당 '자기 찾기'에서는 진짜 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꿈을 미래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실천하며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를 즐기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인드라는 인도의 수많은 신 가운데 하나로 '제석천'이라고도 불린다. 제석천의 궁전에는 무수한 구슬로 만든 그물이 걸려져 있는데, 이 그물이 바로 '인드라망'이다. 그물에 있는 투명 구슬은 온 우주가 다 투영된다. 그리고 구슬과 구슬은 서로 다른 구슬을 비춘다.
페이지 : 99

둘째 마당 '관계'에서는 타인의 말을 경청함으로써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연애도 공부만큼 중요하니 지금부터 열심히 연애 경험을 쌓아 이성 보는 눈을 쌓고,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신중하게 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필자의 의견에 동감한다. 하지만 착한 사람에 대한 부정적 발언과 청소년 문제를 선생님 탓으로만 돌리는 부분은 좀 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화자도 학생들에게 착하게(!) 상담해주는 선생님의 모습 아니겠는가. 학생 독자의 입맛에 맞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내가 지닌 두려움은 상대방을 강하게 한다.
페이지 : 117

셋째 마당 '학교'에서는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얾매이지 말아야 하고, 경쟁보다는 협동을 배우려 노력하며, 힘없는 자를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역시 필자의 의견에 동감한다. 이의 없음이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중립은 없어." "무슨 말이죠?" "하워드 진이라는 사람이 쓴 책의 제목이야. 무서운 속도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기차에 타고 있다는 것은 이미 특정 목표와 방향을 받아들였다는 뜻이기 때문에 달리는 기차 위에서 중립적인 체 하는 것은 위선이며 거짓이라는 거지." "알 것 같기는 하지만 조금 어렵네요." "강자와 약자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중립은 누구 편일까?" "중립이죠. 누구 편도 안 드는 거잖아요." "그럴까?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하는 상황에서 중립은 누구 편일까?" 기혁이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히틀러 편이죠." "맞아. 강자와 약자가 대립할 때 중립이라는 것은 강자를 지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강자와 약자의 대립을 그대로 두고 보면 결국 강자가 이기기 때문이지. 그래서 중립은 없는 거야."
페이지 : 166~167

 

넷째 마당 '가치관'에서는 중립을 지키는 것은 비겁한 일이니 이웃의 고통에 눈감지 말라고, 재미와 가치를 위해 행복하게 살라고 하며 자신의 생각과 소유물에 얽매여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고 조언한다. 역시나 동감한다. 박수 짝짝짝!

 

여기까지 정리하고 보니, 이 책은 도덕책 같다.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 보다는 정답이 어느정도 있는 것들을 설명하는 기분이다. 아마도 독자층이 청소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른들이 읽기에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청소년들에게 이런 화제는 새롭게 와닿는 생각해볼 문제들인 것이다.

 

학생들의 고민을 예로 들어 대화하듯 설명한 것이 맘에 든다. 우선 이해가 쉽다.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 했으면 좋겠다. 이번 방과후 독서논술 시간에 교재로 활용해보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전달하고픈 어른들에게 추천한다. 청소년들에게도 당연히 추천한다.

철학, 선생님, 박기복, 행복한나무, 교실밖

	인간의 의식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의 인생뿐이다.
페이지 : 68

 

이지성 작가의 책은 이것으로 3권째 읽는 것인데,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반복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한 내용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랄까,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그런데 그게 묘하게 끌린다. 문장력이나 구성력은 부족해 보이는데 성공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꿈 꾸는 게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면 조리 없이 계속 강조하는 것일까. 공자님 말씀대로 달변만이 능사는 아니다. 눌변도 때에 따라서는 진실하게 다가온다. 가끔씩 약장수 약팔듯이 말하는 부분이 거슬리긴 하지만 이해는 된다.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만 좋다면 이렇게 글솜씨가 부족해도 작가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

 

2권의 내용은 1권의 보충설명이다. '꿈꾸는 다락방'에서 꿈만 꾸면 다 해결될 것처럼 얘기했다면, '꿈꾸는 다락방2'에서는 열정과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리해본다.

 

1. 꿈은 망상이 아니다.

	자신의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강물에서는 꿈을 가져야만 삶을 확실하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을 실현하려면 아주 강력한 자기 암시가 필요하다. R=VD 기법으로 꿈을 이룬 사람들은 성공에 대한 암시를 매우 강하게 한다. 여기에서 꿈은 헛된 망상이 아니라 나의 강점을 살려 나를 계발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중략) 내가 말하는 '꿈'은 망상이 아니다. 꿈은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다.
페이지 : 22~24

 망상과 꿈을 구별하라는 이야기. 자신이 진짜 원하는 꿈을 찾으라는 얘기도 나온다. 미하엘 엔데의 <마법 학교> 내용이 생각난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로 기억한다. 스스로가 진짜로 원하는 소원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2. 꿈을 불신하지 말고 믿어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만일 믿음이 한 겨자씨만큼만 있으면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기라 하여도 옮길 것이요, 또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 (마태복음 17:20)
페이지 : 55

믿음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실현 불가능한 꿈도 믿음으로써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꿈이 진정 간절해야만 믿게 될 것 같다. 나는 과연 간절한 꿈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체크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믿음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불신하지 않는 태도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믿음을 지켜가기 힘들어질 때, 불신을 합리화시키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불신하지 말 것. 믿음보다 선행되어야 할 자세라고 생각된다.

 

3. 노력하라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원리를 알려준다. 1권에서 알려줬더라면 더 좋았으련만.

	불가능한 조건을 딛고서 크게 성공한 1,500여 명의 파일을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이들이 꿈->노력->확신->성공의 네 단계를 거쳤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로부터 뽑아낸 성공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바람처럼 찾아온 바람을 확고하게 붙들어서 꿈으로 전환했다. 2)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엄청난 노력을 지속적으로 했다. 3) 노력하는 동안 마음의 에너지가 변하는 것을 체험했다.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집합무의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면서 나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4) 무한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가게 된 마음의 에너지가 성공을 불러들였다.   (중략)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위에서 말하는 '노력'이 단순한 물리적 노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어제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뜻이다.
페이지 : 72~74

노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력하기 전에 꿈부터 가져야 한다는 얘기. 열심히 일만 하면 의미 없고 꿈을 가진 후에 일하자. 라는 얘기다. 에디슨과 조지 뮬러의 이야기가 결정적이다. 먼저 에디슨 이야기.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에디슨은 99%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 말을 하지 않았다. 1%의 영감이 없으면 99%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의미로 했다. 이에는 에디슨의 그 다음 말인 "영감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 무조건 노력만 하는 사람은 쓸데없이 에너지만 낭비하는 꼴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를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영감은 VD다.
페이지 : 95

 역시나 명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영감 99% 노력'이라는 에디슨의 말은 누구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할만한 함정을 가졌다. 노력에 앞서 영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조지 뮬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여, 여기서 성공의 비밀 두 가지를 알려주겠다. 첫째, 있는 힘을 다해 일하되 당신의 일을 의지하지 마라. 둘째,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구하며 있는 힘을 다해 기도하되 동시에 근면과 성실과 인내로 일하라.   이 두 가지 길을 명심하기 바란다. 기도하라. 그리고 일하라. 일하라. 그리고 기도하라. 그리고 다시 기도하고 또 일하라. 평생 이 과정을 반복하라. 그러면 반드시 풍성한 복을 얻을 것이다. 열매를 많이 거두든 적게 거두든, 이렇게 기도하고 일하면 반드시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받을 것이다."
페이지 : 243

꿈을 꾸는 일로는 기독교만한 종교가 없을 것이다. 매일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기도하는데 당해낼 수가 있겠나. 내가 하나님이래도 기도 많이 하는 사람 소원을 들어줄 것 같다.

 

정리하는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부분을 재인용해본다. 2006년 11월 도쿄대 특강 때 했던 말이라고 한다.

	"꿈만 있고 실천력이 없으면 백일몽이다. 꿈 없이 일만 벌이는 것은 악몽이다."
페이지 : 77

 

3. 타이거 우즈의 VD

타이거 우즈가 여섯 살때부터 반복적으로 들었다는 내용이다.

	나는 놀라운 가능성이 있다. 나는 확고한 결단력이 있다. 나는 장애물을 만나면 환하게 미소 짓는다. 나는 어떤 어려움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견뎌나간다. 나는 언제나 목표에 집중한다. 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전심전력을 다한다. 나는 태산조차도 움직일 수 있는 의지가 있다. 나의 결심은 강력하다. 나는 나의 결심을 이루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페이지 : 200

그의 아버지가 매일 들려주었다고 한다. 역시 가정 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 현관문에다 붙여 놔야지.

 

3. 정리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꿈을 갖되 꿈을 의심하지 말 것. 꿈을 찾았으면 노력하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심하지 말고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믿을 것.

 

4. 앞으로의 과제

사람들에게 간절한 꿈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꿈의 중요성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간절한 꿈을 갖게 하는 방법을 찾아 봐야겠다.

	"이미 이룬 꿈은 꿈이 아닙니다. 새로운 꿈을 꾸세요. 당신이 진정한 꿈의 사람이라면."
페이지 : 190

꿈, 다락방, 성공, 이지성, 국일미디어

게임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게임 문화의 성장만큼 게임의 학문적 연구가 뒷받침 되어 주지 않았기에 학문적으로 논의해보자. 라는 의도로 씌여진 책이다. 문화부터 접근시켰다.

 

마니아 문화에 우호적이지 않은 한국에서 게임은 주류 문화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온게임넷과 엠비씨 게임의 발전상황을 살펴본다면 게임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내 관심사는 게임의 문화적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코드 분석에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몰입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을 게임에 접목시켰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 경험의 특징으로 분명한 목표 의식, 피드백 효과, 집중력, 자신감을 들고 있다. "체스, 테니스, 포커와 같은 게임을 할 때 몰입하기 쉬운 이유는 목표와 규칙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기 때문" (45쪽)이다. 또한 몰입 활동은 작업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되는지를 말해주기 때문에, 체스를 둘 때, 등산을 할 때, 노래를 부를 때 자신의 활동이 어느 순간에 있고,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곧바로 알 수 있다(46쪽). 즉 몰입에 따른 발전의 상태에 관한 피드백이 곧바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목표가 명확하고 활동 결과가 바로 나타나면 몰입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정신을 체계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집중하게 되면 한 시간이 일 분처럼 흘러가고 자신의 일에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을 정당화하게 된다(48쪽). 또한 몰입의 경험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49쪽). 칙센트미하이는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몰입 경험은 배움으로 이끄는 힘, 새로운 수준의 과제와 실력으로 올라가게 만드는 힘이라고 말한다(49쪽). 몰입은 즐거운 학습과 향상된 능력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라 할 수 있는데, 결국 이런 에너지의 원천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에 있다.   [쪽 수는 미하이 칙섹트미하이, <몰입의 즐거움>, 해냄, 2010. 의 쪽수.]
페이지 : 75

<몰입의 즐거움>을 읽어본다 해놓고 미루고 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정리해주고 있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몰입의 특징은 목표 의식, 피드백 효과, 집중력, 자신감이라고 했다. 피드백 효과가 의외라고 생각되는데 각성이 이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각성이 일어나면 몰입이 깨질 수 있다고 교육학에서 배운 기억이 난다. 피드백은 진행 순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첨가된 요소이기에 몰입중에는 '진행 순서 인지'로, 몰입후에 '피드백 효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몰입의 즐거움>을 읽으면 피드백이 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겠지.

 

2. 반복

반복은 모든 게임의 기본이다.

	반복은 게임의 정수다. 게임은 게임 자체 외에는 어떤 것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우연의 세계에서 시간은 영원한 과도기, 흘러가는 현재의 영원한 반복 - 합리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모순이고, 이율배반 - 이다. -하비 퍼거슨   [거다리스, <도박>, 꿈엔들, 2006, 18쪽]   대부분의 도박자는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하지 않는다. 또한 정신분석학에서 주장하듯이, 지고 싶은 피학적인 욕망으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도박자의 의도가 이 두 극단 사이의 어느 한 지점에서 발견되는 것도 아니다. 도박자는 일반적으로 승패의 가능성 그 자체에는 무관심하다. 도박자의 목표는 단순히 게임의 흥분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된 관심사는 무한히 게임을 계속하는 것이다. 스패니어의 표현대로 '이기든 지든 스릴을 느끼는 것이다.'   [거다리스, 앞의 책 288~299쪽]
페이지 : 79~81

 

사실 게임은 반복이다. 그냥 반복이 아니라 상승의 반복이다. 무언가 계속 변화하면서 반복된다. 그 재미에서 몰입이 나오고 중독이 나오는 것 같다. 저자는 반복의 미학에 중점을 두어 설명하고 있다. 거다리스에 이어 들뢰즈의 반복 법칙도 언급한다.

	반복의 의미 생성에 관해서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에서 철학적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 들뢰즈는 책머리에서 반복은 일반성과 구별되어야 하며, 법칙에 반한다고 말한다. 행동이자 관점으로서 반복은 교환 불가능하고, 대체 불가능한 독특성과 관계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반복이 유사성과 등가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게이머가 닌텐도로 <동물의 숲>을 반복적으로 할 때,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왜 같은 것을 매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들뢰즈가 생각하는 반복은 "유사한 것도, 등가적인 것도 갖지 않는 어떤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것과 관계하면서 행동한다(26쪽)". 바둑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에게 바둑은 50년 이상 매일 즐겨도 유사하거나 등가적인 게 아니다. 바둑은 게임의 법칙에 따라 즐기지만, 법칙의 유사한 형식과 내용에 반한다(29쪽). 왜냐하면 반복은 행동을 통해서 법칙의 등가성을 넘어서려 하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반복이 법칙을 반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상승하는 것으로 아이러니다. 아이러니는 규칙을 전도시키고 의미를 전복시킨다. 다른 하나는 하강하는 것으로 유머다. 유머는 귀결들을 이끌어내는 기술이자 계류의 기술, 즉 사건이나 의미들을 지연시키고 묶어두는 기술이다. 들뢰즈는 반복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반복은 해학과 반어에 속하는 사태이다. 반복은 본성상 위반이고 예외이다. 반복은 언제나 법칙에 종속된 특수자들에 반하여 어떤 독특성을 드러내며, 법칙을 만드는 일반성들에 반하여 항상 어떤 보편자를 드러낸다.   [질 들뢰즈, <차이와 반복>, 민음사, 2004, 25~29쪽, 34쪽.]
페이지 : 82~83

 

사실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건 바로 이 대목 때문이다. 반복에는 아이러니와 유머가 있어야 한다는 것. 코미디 프로그램이 이점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역시나 <차이와 반복>이라는 책을 보고 싶어졌다.

 

3. 포틀래치

재미있는 인류학적 사례가 등장한다.

	미 대륙 알래스카와 영국령 콜롬비아 등지에서 살던 인디언들 사이에는 선물 교환 축제인 '포틀래치'가 있다. '신이 주신 술잔'이라는 뜻의 포틀래치는 "광적일 정도로 유별나게 낭비하고 무절제한 소비를 해대는 잔치"로서 그 목적은 "경쟁 상대보다 더 많은 재산을 포기하거나 재산을 파괴하는 데에 있다"(110~111쪽). 벤쿠버 섬 원주민 콰키우틀족의 추장들은 포틀래치를 열어서 자신이 추장으로서 권위와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입증한다. (중략) 이런 포틀래치에 관해 일부 인류학자들은 위신을 얻기 위한 비정상적인 충동으로 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정상적인 것을 위한 반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페이지 : 130~131

지금으로 치면 기부문화의 원조 아니었을까. 권위 있는 사람들이 나누어주는 행위를 통해 권위와 능력을 과시하는 축제였다는데 좀 과격할 정도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정상적인 것을 위한 반대 행위. 필자는 이것이 게임 문화와 같다고 말한다.

 

	게이머는 시간을 소비함으로써 경험치나 아이템 같은 상징적 자산을 얻는데, 이런 증여 역시 원시 부족의 선물 교환 체계에서 그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페이지 : 133

 

포틀래치에서 추장이 재산을 포기하고 상징적 자산인 '권위'를 얻는 것처럼, 게이머들도 자신들의 시간을 포기하고 상징적 자산인 경험치나 아이템을 얻는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추장은 재산을 포기해도 다시 얻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을테지만, 현대인은 게임에 시간을 버리면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할런지.

 

4. 나오는 말

게임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하지만 따뜻한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인류 사회에서 게임만을 위한 게임이 주류 문화로 자리 잡기는 힘들 것같다.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게임이 나와주어야 주류 문화로 입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몰입, 반복, 포틀리치, 이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