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强迫) - 안 걸려 보면 모르는 무서운 정신질환

무언가에 꽂힐 때가 있다. 상황과 맥락이 무시되고 오직 그것에만 사로잡히게 되는 때가 있다.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사로잡히는 생각과 감정의 덫. 강박이다. 강박이란, '무엇에 눌리거나 쫓겨 심하게 압박을 느끼거나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끊임없이 사로잡힘'이라고 한다. 안 걸려 본 사람은 모른다. 이것이 얼마나 심한 스트레스인지를.

 

	"응, 알아. 접수처에서 들었어. 강박신경증리라면서. 폐쇄? 고소? 아니면 도효(스모를 하는 씨름판)?"   "......도효?" 세이지가 턱을 쓰윽 쳐든다. "뭡니까. 도효라는 건."   "시합 도중에 도효로 뛰어 올라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비지땀을 흘린다면서 스포츠지 스모 담당 기자가 얼마 전에 찾아 왔었거든, 하하하."
페이지 : 16

 이 책은 슬럼프에 빠진 환자들이 이라부 박사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치료 된다는 이야기다. 그 슬럼프가 보통 강박신경증이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이라부 박사를 중심으로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된다.

 

2010년 서울대 도서 대출 1위 이유는?

서울대에서 이 책이 대출 1위를 했었다고 한다. 이 책이 '정상에 선 사람들이 스트레스로 인한 강박증으로 고민한다'는 설정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겠다. 서울대 학생들도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이라부 박사의 돈키호테식 치료가 그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는지 알고 싶다.

 

<공중 그네>와 <골목에서 찾아낸 행동경제학> 비교

이 책을 <골목에서 찾아낸 행동경제학>과 비교 안할 수가 없겠다. 5편의 단편, 옴니버스식 구조, 사건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골목에서 찾아낸 행동경제학>을 경제학판 <공중 그네>라고 소개하지 않았던가.

 

<공중 그네>가 드라마로 적절하다면, <골목에서 찾아낸 행동경제학>은 영화로 적절하겠다. 전자가 자극적이지 않고 평이한 구성으로 가족 단위의 시청자를 타겟으로 하기 좋은 반면, 후자는 소재가 자극적이어서, 가족 단위를 타겟으로 하기엔 부적절하다.

 

갈등의 첨예함으로 따진다면 <골목에서 찾아낸 행동경제학>이 한 수 위겠다. 예를 들면, <공중 그네>는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인물들이 갖는 갈등이기 때문에 갈등에서 패배하더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골목에서 찾아낸 행동경제학>의 인물들은 밑바닥 인생들이기에 갈등에서 패배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에리가 휴가를 내자고 제안했다.   "당장 이번 주말에라도 우리 셋이 하와이나 갈까? 히로스케 태어난 뒤로 여행간 적 한 번도 없잖아. 니바 씨에게 물어보니까 일주일 정도는 쉬어도 괜찮대."   에리가 싱크대에서 그릇을 헹구며 말했다. 밝은 목소리였다.   "말이 되는 소릴 해. 공연 중인데 어떻게 우리만 쉬겠다는 거야."   "사람도 늘어났고, 앞으로는 공연 중에도 교대로 휴가를 쓸 수 있대. 주임인 당신이 제일 먼저 쉬면 젊은 사람들도 쉬기 편할 거 아냐."   "그런 말이 있었군. 어쨌든 지금은 쉬고 싶지 않아."
페이지 : 104~105

 

개인적으로는 <골목에서 찾아낸 행동경제학>이 더 재미있건만, 판매량은 <공중 그네>가 더 많아 보인다. 원인을 분석해 본다면 책 제목에서 찾아 볼 수 있겠다. 경제학 하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을까?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제목으로 바뀐다면 더 잘 팔릴 것이다. <공중 그네>가 '일상에서 찾아낸 신경정신병학'이라고 제목을 정했다면 많이 안 팔렸을 것이다. 

 

강박신경증으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휴식을 취하기 싫다면, 저지르고 보라!'는 이라부의 엽기 치료가 대리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강박, 공중그네, 오쿠다히데오, 소설, 이영미

	이 책에서 나는 그러한 '가치의 제도화'가 반드시 물질적 오염, 사회적 양극화, 심리적 무능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페이지 : 24

 

일리히는 학교가 가치를 제도화하는 사회를 만드는 온상이라고 이야기 한다. 온 사회가 학교화 되어 있다는 것. 이는 빈부의 격차를 벌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강제적인 학교화는 필연적으로 사회를 양극화한다.
페이지 : 38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빈부의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 할수록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왜? 그 노력들이 모두 학교 안에서 이루어질테니까! 학교 때문에 빈부의 격차가 생기는 것인데, 학교 안에서 빈부의 격차를 좁히려니 답이 없다는 얘기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빈곤한 가정일수록, 학교 교육의 피해자 일수록 학교 제도에 더욱 의존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보편적 교육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신념은, 학교가 극소수 사람들에게만 봉사한 나라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나라들에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페이지 : 34

  

	이처럼 자아로부터 제도로 책임이 전가되면, 특히 그것이 강제로 받아들여지면 사회는 반드시 후퇴하게 된다. 따라서 출신학교에 대한 반항자는, 자신의 개인적인 가르침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주어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용기로 발전하는 대신, 출신학교 교사로 '만들어지는'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새로운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낳을 가능성을 준다. (중략)   가르침을 받는 데 중독된 사람은 강제적 수업에 몰두하여 자신의 안정을 추구한다.
페이지 : 89~90

 

이 이외에도 다양한 주장이 있는데 모두 굉장한 설득력이 있다. 제대로 읽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 없는 사회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비판점이 보인다. 너무 급진적이고 이상적이다. 마치 플라톤이 이상국가를 꿈꾸는 것 같다. 게다가, 현재의 사회는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이 학교 밖에서 지식을 얻기가 매우 쉬워졌다는 점에서 일리히 시대 보다 진보한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를 대체하지 못한 것처럼, 학교 없는 사회도 학교 중심 사회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수정자본주의와 같은 다양한 노력으로 그 명맥을 유지해 간 것처럼, 학교 중심 사회도 역시 다양한 노력을 통해 그 명맥을 유지해 갈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제도권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 안에서, 국가 제도 안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생각의 틀 하나가 벗겨지면서 새로운 시야가 밝아지는 것 같다. 제도권의 문제점이 보이면 개선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이 아쉽다. 안 읽힌다. 단어 하나하나를 살리겠다는 번역자의 의지가 엿보이지만, 그게 전부다. 직관적으로 읽히는 친절한 번역이 절실하다. 일리히의 정신이 대중화되려면 쉬운 번역이 우선되어야 하겠다.

일리히, 학교없는사회, 영교육과정, 박홍규

 

과외 준비를 위해 비문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사실 수능 준비할 때는 문제풀이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마 지금의 수험생들도 지문 내용보다는 문제 푸는 데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성인이 된 지금 언어영역 비문학 지문의 내용을 음미하며 읽어보았더니, 이건 대박이다 싶었다.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문화, 언어에 관한 핵심 내용들을 불과 한 쪽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 언어영역 비문학 지문이었던 것이다!

 

다양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데, 특히 곰브리치를 알게 해준 지문은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인 것은 '닮게 될 것'이라는 말의 의미이다. 실제로 세월이 지난 후 피카소의 예언대로 사람들은 결국 스타인의 초상화가 그녀를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이를 설명하려면 회화적 재현에 대한 철학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데, 곰브리치와 굿맨의 이론이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순수한 눈' 같은 것은 없으며, 따라서 객관적인 사실성이란 없고, 사실적인 그림이란 결국 한 문화나 개인에게 익숙한 재현 체계를 따른 그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각은 우리가 속한 관습과 문화, 믿음 체계, 배경 지식의 영향을 받아 구성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작가와 작품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믿음은 그 작품을 어떻게 지각하느냐에까지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페이지 : 238

 

 나는 이 지문을 읽고 곰브리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결국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게 되었다.

 

많은 내용들이 핵심 정리 되어 있고 제대로 읽었는지 문제풀이까지 해볼 수 있으니 그냥 교양서적처럼 읽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다. 교양서적으로 꾸미더라도 잘 팔릴 것 같다.

 

그래, 트집 잡히지 않는 깔끔한 시험문제를 만들기 위해 학식있다는 분들이 몇 달 동안 고민하여 만든 지문이니 신뢰는 또 오죽하겠는가. 교양을 사랑하는 일반인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언어영역, 비문학, 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