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제목 그대로 입니다.

 

 아이를 위해서 산 책인데 아이는 별로 안 좋아합니다.

 

 이상하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책 보다도 이 책을 더 안 좋아하네요.

 

 그림체가 마음에 안 드나? 글자가 너무 많은가? 하여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읽어줘도 딴 청 피우고 심지어 됐어, 그만 읽어주라고 손으로 탁탁 덮어버리고 합니다.

 

 물론 아직 9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책 내용에 대해서 호불호가 있을 것 같진 않고...

 

 그냥 느낌상 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지 싶습니다만 -

 

문제는, 저도 그다지 마음에 안 듭니다. 그냥 그래요.

 

 그리고... 표현들이 뭐랄까 이상할 정도로 거창하다?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애기 보는 책에 '지구가 공룡을 안아주고..' 뭐 이런 거 들어가는 게 좀 뭐랄까..

 

잠방이에 대님 치는 느낌이랄까, 여하튼 그렇습니다.

 제목을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썼는데, 사실 이건 내가 경배해 마지않는 뮤지션 조까를로스의 노래에서 따 온 제목이올습니다. 이걸 가져다 쓴 이유는... 작가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보다가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기 때문인데 - 쌩뚱맞긴 하지만, 노래의 가사 원문을 옮겨 적어 봅니다.

 

뜨겁게 타오르다 말고 꺼져버린 나의 젊은 날은

버려진 연탄재처럼 누군가의 발에 걷어차여 부서지나.

이제는 다시 일어날 패기도 용기도 잃어 버린 지 오래

사랑은 떠나고 돈도 희망도 잃었다 쏘주에 농약을 타 마셨지만



나를 괴롭히던 놈들이 떠올라 손가락을 목구멍 깊숙이 쑤셔 넣어 오바이트를 했었다

갈 땐 가더라도 너희에게 당한 수모만큼은 되돌려 주리라

그 동안 참느냐고 욕봤다 나의 비굴했던 인생아



시린 겨울이 가면 봄날이 찾아오듯

내 인생에 해 뜰 날을 기대했건만 나를 가만히 두질 않는

현실의 올가미는 목을 졸라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문득 옛사랑이 생각이 나서

눈 오는 너의 집 담벼락 밑에서 한참을 기다렸었네

완강하게 거부하는 너를 강제로 범하며 나는 말했네

잘 있거라 내 인생의 마지막 여인아



시린 겨울이 가면 봄날이 찾아오듯

내 인생에 꽃 필 날을 기대했건만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 현실의 올가미는 목을 졸라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나는 김사장의 사무실로 찾아가 그의 멱살을 잡았네

준비한 자전거 체인으로 그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었네

나에게 생명을 구걸하는 수모를 주었지만 그것으론 분이 안 차

너의 어린 처자식들이 생각이 나서 나는 마음이 약해졌다네



사무실 옥상에서 바라본 서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어

고마웠던 사람들을 생각하니 눈엔 눈물이 흐르네

나 이제 더 이상 세상에 미련은 없다

저 차가운 공구리 밑으로 몸을 던진다



눈을 떴을 땐 나 아직도 죽지를 못하고

사지를 쓸 수 없는 병신이 되었다

나는 죄 없는 나의 가족들의 힘든 짐이 되어

그 후로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

그 후로 불행히도 삶은 계속..

 

 

왜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올랐는지 설명하자면 아주 복잡한데.. 암튼 그런 기분을 안겨준 책이올시다.

 작가인 로라 스토다트를 알게 된 건 공교롭게도 책이 아니라 그릇 때문입니다. 결혼 선물로 받은 포트메리온 그릇이 있는데, 일러스트가 워낙 서정적이고 예뻐서 눈여겨 보고 있었거든요. 아껴가며 잘 썼죠. 그러다 얼마 전에 파주 포트메리온 매장에 갔다가 그 그릇과 같은 라인 - 포트메리온 파인 로맨스 - 을 발견!!!! 우와, 이쁘잖아!!! 신랑과 아이를 한없이 기다리게 만들면서 티포트와 커피잔과 케이크 트레이 등등을 살까 말까 고민 끝에 '그래, 애 키우면서 사는 주제에 무슨 비싼 티포트와 커피잔 따위를 수집하냐?'하며 눈물을 머금고 포기... 하지만 눈 앞에 아른거리는 예쁜 그림들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여, 대리 만족을 위해, 그릇의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의 작품집이나 사자, 하며 열혈 검색 끝에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오, 꽤나 먼 길을 돌아와서 구입하게 된 책인데 생각보다 더 괜찮네요? 그림체야 뭐 원래부터 좋아했던 스타일이니까 두말할 필요도 없고... 내용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써서 먹고 사는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런 아포리즘 책을 많이 찾아보는 편... 근데 '사랑'을 주제로 이렇게나 많은 말들이, 표현들이 있다니... 두고 두고 꺼내보며 음미해야 겠어요.

 

 물론~ 포트메리온의 파인 로맨스, 리젠시, 가드닝 (모두 로라 스토다트의 일러스트를 넣어 만든 그릇들) 라인을 완벽하게 구비해놓고, 그 예쁜 그릇들에 홍차며 케이크며 이런 저런 맛있는 음식들을 담아 두고 먹으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환상적이겠지만 -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고, 그저 이 작가의 일러스트를 책으로 소장하는 걸로 대리만족을 해야겠네요.

 

 아 맞다. 비슷한 스타일의 책으로 여행편도 있는 것 같은데 사야겠네요. 그릇을 못 모은다면, 그 그릇의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의 책을 모으리라! 번역된 건 두 권밖에 없는 것 같은데 나머지 책들도 좀 번역해주세요, 출판사 관계자님들. 제가 꼭 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