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은 혼자 남는다. 자신도 느끼는 것처럼 그녀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 목을 움츠리고 어깨를 구부린다. 주먹을 꼭 쥔 두 팔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마치 애들이 예방주사 바늘이 들어오려고 할 때 눈을 감듯이 눈을 감는다. 다시 눈을 뜰 때 그녀는 기다란 타원형 거울을 보고 그 쪽으로 달려간다. 얼굴을 찡그리고 거울을 노려본다. 그러고는 "넌 누구야?" 하고 말한다. 몸을 약간 구부리고 아까와는 다른, 높고 가늘고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로 "난 고양이 매기야"하고 대답한다. 목욕실 문이 조금 열리고 브리크의 말소리가 나자 빨리 일어난다.

마거릿 - 우리들의 성생활은 정상적으로 감퇴된 게 아니라 갑자기 중단되었어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말이죠 그러니까 아마 또 갑자기 시작될 날이 올 거예요 난 그걸 확신해요. 그래서 난 계속적으로 내 몸을 매력 있게 보이려고 애쓰는 거예요. 당신도 다른 남자들이 나를 보는 눈초리로 나를 볼 날이 올테니까요. 그렇죠.
 

마거릿 - 당신 내가 여태껏 지긋지긋하게 가난했던 걸 잘 알죠. 내 말이 사실이에요!
브리크 - 누가 사실이 아니래나.
마거릿 - 항상 싫은 사람들한테 얹혀 살아야만 했죠. 그 사람들은 돈이 많았고 난 쫄쫄이 가난뱅이였으니까요. 가난하다는 게 어떤 것인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말하자면 에코 스프링 술에서 수백리 떨어져 있는데요 - 그 부러진 다리로 그걸 가지러 가야 되거든요...... 지팡이도 없이 말이죠. 쫄쫄이 가난뱅이가 바로 그런 경우거든요. 보기도 싫은 친척 나부랭이한테 붙어서 얻어먹어야 하죠. 그들은 돈이 많지만 내가 가진 거라고는 헌옷 보따리하고 곰팡내 나는 3부 이자 채권 몇 장밖에 없으니까요. (...) 그러니까 내가 꼭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같이 구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젊었을 땐 돈이 필요 없지만, 늙을 수록 돈은 절대적이죠. 돈 없이 늙는 건 정말 비참하다니까요. 늙지를 말든지 돈을 벌어 놓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하죠. 돈 없이 늙는 건 안 될 소리예요 - 이건 진리에요... 자, 이젠 옷을 다 입있어요. 전부 입었어요. 이제는 아무것도 할 일이 ㅇ벗군요. (절망적으로 거의 무서울 정도로) 입었다니까요, 모두 입었죠. 이젠 무슨 일을 하죠.... (아무 목적 없이 불안하게 왔다갔다한다.)

스키퍼하고 나는 사랑을 주고 받았어요. 그런 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둘이 다 당신과 좀더 가까워지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알아들어요? 빌어먹을. 당신은 당신을 좋아하게 된 모든 사람에게 너무 지나친 걸 요구한단 말예요. 나한테, 스키퍼에게 도 불행하게도 당신을 사랑하는 모든 미친놈들에게요. 나와 스키퍼 외에도 당신ㅇ르 좋아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았죠. 빌어먹게 지나친 요구를 한단 말예요. 귀하신 몸! 신과 같은 존재! 우리는 둘이 다 상대방을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그 짓을 했어요. 둘이 똑같이! 그래요. 사실 그랬어요.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거예요? 난 맍고했어요. 다만 사실은 - 그렇지, 당신에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날 밤 내가 그의 방에 가서 조그만 생쥐처럼 수줍고 조그맣게 노크했을 때 내가 한 말을 부정하기 위해서 그렇게도 가련한 쓸데없는 시도를 했단 말예요... (브리크는 지팡이로 마거릿을 친다. 그러나 테이블 위에 예쁘게 장식한 램프만 산산이 부숴 놓는다) - 이런 방법으로 난 그를 파멸시켰죠. 그가 나서 자란 그의 세계와 그 자신에 대한 사실, 또 당신의 세계와 그의 세계에 대해 차마 하지 못할 말까지 해버렸어요 - 그때부터 스키퍼는 술과 아편에 빠져 들어갔죠 - 누가 숫 울새를 쐈지? 내가 - (눈을 깍 감과 머리를 뒤로 젖힌다) 자비로운 화살로!( 브리크는 마거릿을 친다. 그러나 맞지 않난다.) 헛쳤군요 - 미안해요 - 난 내 잘못을 변명하려는 것이 아니예요. 천만에! 난 착한 사람이 못 돼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착한 체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세상에 착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부자나 혹은 중류  이상은 도덕적 규범, 그 보수적인 도덕의 규범을 존중할 만한 여유가 있죠. 하지만 난 그럴 여유가 없어요. 정말이에요. 그렇지만 난 정직해요. 그 점만은 높이 평가해 줘야 돼요. 안 그래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가난하게 자란 내가 아버님이 뭔가 남겨 주시지 않으면 빈털터리로 죽을 건 뻔한 일이죠. 하지만 여보! 스키퍼는 죽었어요! 난 살아 있구요! 이 고양이 매기는 - (브리크는 다시 마거릿을 친다)

그는 목욕탕 문간에 서서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다. 한쪽 발목을 다쳐서 석고를 붙이고 붕대로 감았기 때문에 수건걸이에 기대어 서 있다. 그는 아직도 소년처럼 날씬하고 단단하다. 아직은 술 때문에 그의 외모가 상해 보이지는 않는다. 살아가기 위한 투쟁을 포기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초연하고 시원시원한 표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층 더 매력적이다. 그러나 때때로 어떤 고통과 직면하면 마치 맑은 하늘에 번개가 번쩍이듯 무엇인가 빛을 발한다. 그것은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평화와 관련이 먼 무엇이 깃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그는 강한 불빛 속에서는 녹아 버릴 것 같은 인상을 줄지도 모르나 복도에서 들어오는, 희미하지만 따스한 불빛이 그를 부드럽게 나타내고 있다.

 

마거릿 - .정말이지 당신이 좀 흉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성 마거릿 님의 고난이 좀더 견디기 쉬워질 텐데요. 난 그 정도의 복도 없는 모양이죠. 사실이지 당신은 술병에 매달리면서부터 더 미남이 되었어요. 정말이에요. 전에 당신을 못 본 사람은 당신 몸에 힘줄이 서고 근육이 돌처럼 단단했었다고는 생각도 못할 거예요. 하기야 당신은 언제나 운동할 때도 이기든 지든 상관하지 않는 듯한 초탈한 기질을 갖고 있었죠. 더구나 이젠 완전히 패배했기 때문에, 아니 패배가 아니라 포기한 거지만요. 아주 늙어 버렸거나 병으로 가망없는 인간들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매력, 패배자의 매력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게 있거든요. 침착하게 보여요. 질투가 날 정도로 침착하다니까요... 크로켓들을 하고 있군요. 달이 떴어요. 하얀 달이 조금 노르스름해지려고 하고 있어요. 당신은 정말 훌륭한 연인이었어요.... 같이 자기 좋은 사람이죠. 그건 당신이 그것에 대해서 정말 무관심하기 때문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아무 초조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쉽게, 천천히,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아주 침착하게 하거든요. 마치 숙녀하고 다닐 때 문을 열어 주거나 의자를 꺼내 주는 것과 같이 말예요. 아무런 갈망의 표현도 없이요. 그런 당신의 무관심은 사랑을 할 땐 아주 훌륭하거든요 - 이상하죠? 하지만 사실인걸요. 당신이 절대로 다시는 나한테 사랑을 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나는 저 아래 부엌에 가서 젱리 길고 날카로운 칼을 찾아 가지고 내 심장에다 똑바로 박아 버릴 거예요. 맹세코 그렇게 한다니까요. 하지만 아직 난 그 패배자의 매력을 못 가젺어요. 난 아직도 경기장에 있어요. 그리고 꼭 이길 결심인걸요! (크로켓의 막대기로 공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가 이기는 길은 무엇일까? - 알았으면 좋겠네. 아마 그대로 버텨보는 거겠지. 참을 수 있는 한은. (또 크로케 소리) 오늘 밤 늦게 난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거예요. 그때쯤 되면 당신은 술에 취해서 내 말을 믿게 될 테니까. 정말 크로켓들을 치고 있군요 - 아버님은 암으로 돌아가신대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날 그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죠? 스키퍼 생각을 하고 계셨나요? (브리크는 지팡이를 집어들고 일어선다) 어머, 용서하세요. 잘못했어요. 하지만 침묵만이 능사는 아니거든요. 그럼요, 침묵의 법칙으론 아무 일도 안 된단 말예요...... 침묵의 법칙은 소용 없어요. 당신이 어떤 괴로운 추억이나 상상 가운데 앓고 있을 때, 침묵만 지킨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라니까요. 그건 마치 불난 집 문을 꽉꽉 자가 버리고, 그 집이 타고 있다는 걸 잊어버리려고 하는 거나 같아요. 하지만 불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집이 타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침묵은 오히려 괴로움을 확대시키죠. 침묵 속에서 자라서 곪고 악화되는 거에요. 여보, 옷을 입으세요.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공교롭게도 포토북 출판 사이트에서

 

엄마들이 이 책에 자기 아기 얼굴을 합성해서 출판하는 게 무슨 유행처럼 번지고 있더군요

 

물론 지금은 저작권 문제로 다 못하게 된 걸로 알고 있지만 (어딘가에서 몰래 하는지 안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렇게 알게 됐는데, 엄마들이 워낙 좋다고 하니까...

 

그리고 그림체도 귀여워 보이고, 베스트셀러엔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반신 반의하며 주문했는데, 웬걸! 좋네요.

 

사실 육아에 지치면 아이한테 사랑한다는 말 해주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원없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이유식 먹일 때 이 책을 꼭 읽어줍니다

 

아이가 책에 한눈 팔 때 이유식을 먹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유식을 안 먹는 아이가 얄미울 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읊조리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풀리면서.. 그래, 내가 널 사랑하는데 니가 이유식을 안 먹는 것 쯤은 참아야하지 않겠니,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이유식을 발라대도 너를 사랑한다

 

뭐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 하는 용으로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