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9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고 잔인한 작품

맥베스: 이 일을 더 이상 추진하지 맙시다. 그는 최근 나에게 영예를 내렸고, 난 온갖 사람들의 금빛 찬사를 받았는데 새롭게 반짝이는 지금이 입을 때라 빨리 벗고 싶지 않소.

맥베스 부인: 당신이 입고 있던 그 희망은 취했어요? 그 후로 잠궜어요?... 욕망만큼 행동력과 용맹심을 같이 가진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워요? 금상첨화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가지고 싶지요?...."하고 싶어." 그 말에 "감히 못해." 대꾸하며 스스로 비겁자로 살 거 예요?
p.38¬39

야심과 양심, 욕망과 만족, 악과 선. 한 인간의 내면속에 자리하고 있는 끊임없는 싸움이다. 독백과 방백속에 드러나는 이 치열한 싸움으로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맥베스는 비난에 대상이 아닌 동정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권력욕으로 대변되는 그의 욕망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가지만, 그의 죽음뒤에 우리에게 남겨지는 것은 한 인간의 선한 양심과 고귀한 인간성이어야 한다.
언제나 '죽음'은 우리에게 '삶'을 웅변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문제, 양심의 고귀함, 고귀한 인간성에 대한 시적 메시지. 그것이 바로 맥베스의 이야기인 것이다.

(맥베스)그의 인생 역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아온 관객이나 독자의 입장은 다르다. 맥베스의 허무한 인생 결산에서 우리가 듣는 것은 삶의 철저한 부정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강력한 염원이기 때문이다...그의 삶과 고통과 죽음을 통하여 인간성의 고귀함을 비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p.146 작품 해설중에서

최인호 문학 반세기를 만든 추억과 인연들
이토록 수많은 인연의 별이 반짝이고 있으니 우리의 생애는 얼마나 위대한가!

공선생님께서 빌려주신 이 책을 조금씩 읽고 있었던 중, 지난 9월 25일 최인호 작가님의 별세 소식이 있었다. 2008년부터 투병중이었던 침샘암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한국 현대문학사의 거목이었던 한 작가가 이제 옛 사람이 되고나니, 때마침 읽고 있던 그 작가의 작품에 조금더 마음을 담아 남은 페이지를 읽어 넘길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다. 이 별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며 소멸하는 것은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다. 이 신의 섭리를 우리는 '인연'이라고 부른다.
이 인연이 소중한 것은 반짝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의 빛을 받고, 너는 나의 빛을 받아서 되쏠 수 있을 때 별들은 비로소 반짝이는 존재가 되는 것.
-머리글 중에서

작가는 작은 것, 익숙해 것들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 사람뿐 아니라 나무와 꽃과 물건들과의 '인연'에 마음을 쓰고 살았던 그의 이야기들은 그에게 친근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특히 중요한 글감이 되고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기에 충분했다. 어릴적부터 부모님의 다리를 주물러드렸기에 오래도록 손에 남아있는 가족의 체온, 아내와의 만남과 첫 가족 상견례에서의 에피소드, 기적이라고 표현했던 결혼과 가난했던 신혼시절의 이야기들.

작가는 이 책의 제목처럼 그를 스쳐간, 둘러싼 모든 만남들을 '반짝이는 인연'으로 받아 안고 살았다. 그리고 이제 이생에서의 헤어짐과 소멸됨도 소중한 신의 섭리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빛나는 '빛'으로 승화된 것이다.

그의 이름은 한국 문학과 이어질 시대의 '빛'으로, 남겨진 수많은 작품들은 또다른 '인연'으로 오래도록 반짝이게 될 것이다.
남겨진 고인의 작품들을 통해 조금 더 오래 그의 추억과 인연들을 나눠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편지는 1966년 9월 4일의 것이었다. 그것이 내가 아내에게 쓴 연애편지의 시초였다. 이다음 내가 죽은 다음에 공개될 수십 통의 연애편지를, 그 겸연쩍은 편지를 여러분에게 공개하여 읽을 영광을 드리니 아니꼽게 생각지 말고 함께 읽어보시기 바란다....
p.196

나는 내 자신이 작가라는 것이 행복했으며 작가로 태어난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했다. 나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잊지 못한다. 그들도 나를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들을 찾아가 위로해준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찾아와 위로해주었으므로.

단 한 사람의 독자라도 내 짧은 글에서 용기와 힘과 생명의 기쁨을 얻는다면 그 한 사람의 독자야말로 수백만의 독자 그 이상이 아닐 것이다..
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