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기다리던 버스가 제시간에 오질 않아서 평소와 달리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같은 방향인 친한 친구와 함께 떠들면서 개찰구를 향하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저쪽에 가는 사람이 가족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그 쪽을 보니 정말 우리 식구였다. 내 친구는 우리 가족을 본 적도 없었고 내가 먼저 알아본 것도 아니었으니 친구가 알아차린 것이 그저 놀라웠다.

그래서 친구에게 어떻게 알아봤냐고 묻자 닮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습게도 아이의 성장은 가족이 가장 늦게 알기 쉽다. 변화의 순간에 계속 옆에 있었기 때문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달라 보인다고 하면 그제야 눈치를 챈다. 가족이 모르는 가족의 모습처럼, 서울의 모습도 이방인의 눈을 통해서 보면 생경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책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의 장점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한국인이 아닌 이방인의 눈을 통해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는 말끔히 닦인 유리를 통해 보는 기분을, 때로는 만화경을 통해 서울을 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익숙한 공간이 그 익숙함을 벗어던진 채 이방인의 도시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제목만 보면 남자와 여자가 대화를 나누면서 서울을 돌아다닐 것만 같지만 실제 구성은 일곱 명의 외국인에게 한 명은 서울토박이인 한국인 이인조가 한국에 대해 서울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인터뷰 대상자 일곱 명은 얼 잭슨 주니어라는 학자를 제외하면 예술가라서 그들이 보는 서울은 좀 더 독특한 편이다. 얼 잭슨 주니어라는 학자조차 동아시아 영화를 연구하고 알리는 학자라 엄밀히 말하면 일반적인 외국인이라기보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예술가들이 본 서울에 가깝다. 그들은 각각의 관점에서 서울을 말하는데 놀랍게도 그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서 옛 서울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는 것이었다. 흔히 공사현장을 지나치면서도 무심히 넘어갔던 부분이었다.

작가이자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는 로버트 프리먼이 본 서울은 자신의 세계와 단절되었지만 평화롭고 자연이 함께 있는 도시였다. 그 와중에 길에서 파는 떡볶이를 처음 보고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한 음식이라 생각했었다는 말을 하는데 이에 웃어버렸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는 즐겨 먹는다는 말로 호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서울 토박이가 다 된 이방인의 눈으로, 도시 속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는 예술가의 눈으로 서울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꽤 즐거웠다.

하지만 타인의 눈으로 본 서울은 너무 낯설어서 당황도 했다. 매일 다니던 길에 꽃이 피어있음을 처음으로 발견한 기분이 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시선으로 본 서울은 아름답고, 진화하는 곳인 동시에 불편하면서도 정감 넘치고 이국적이면서도 쓸쓸한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애착을 품고 있었는지 일곱 명의 인터뷰이가 서울의 불편한 면을 언급하면 울컥하기도 하고 칭찬하면 흐뭇하게 웃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가족의 이야기를 듣게 된 심정이 된 것이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서울의 얼굴이 그저 놀랍고 또 반가웠다.

인간은 권력을 추구하는 생물이라 조그마한 무리 안에서도 서로 편을 가르고 더 나은 위치에 서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입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도 겨우 여덟 명이 2년 동안 모여 있는 것인데도 서로 편을 나누고 적대관계가 되더군요. 그러니 하물며 거대한 도시 안에서 그리고 큰 이권이 끼여 있다면 서로 세력다툼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권력싸움이라는 것이 묘한 것이어서 적대관계에 있어도 자신의 속내를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웃는 낯으로 상대를 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요직에 서려고 노력하거나 어느 한 쪽 세력을 선택해야 하기도 하구요.

이 책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일명 파치음모라고 불리는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해서 주변 알력관계와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한 책입니다. 제목만 보고는 역사소설이라고 예상했는데 당시 상황을 다각 면으로 조명한 책이더군요.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메디치가는 피렌체를 지배하고 있는 중심 세력이자 기득권을 잔뜩 움켜지고 있는 가문입니다. 권력의 중심에 선다는 것, 언뜻 생각하기엔 좋을 것 같지만 그 중심에 서려면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그 권력을 빼앗고 싶어 하는 측이 있기 마련이고 중심세력에 붙어서 영화를 도모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권력의 중심에 선 순간 이미 자신의 위치는 자신이 바라도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자리는 아닙니다.

그것이 권력의 줄을 놓치면 순식간에 음모에 휘말려 도시 밖으로 쫓겨나게 되어 있는 피렌체의 경우에는 더했구요. 그런 피렌체에서 오랜 시간 영화를 누렸고 직위가 없어 일개 시민이지만 영주 같이 살아온 메디치가에 적의를 가지고 있는 세력을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당주인 로렌초 메디치와 그 동생인 줄리아노 메디치에 대한 암살이 도모된 것은 그런 연유였구요. 지도자인 로렌초는 당연히 제거대상이었고 줄리아노의 경우 함께 죽이지 않으면 후환이 있을 수 있으니 두 사람을 함께 죽이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허나 음모의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줄리아노는 살해당했지만 로렌초는 간신히 살아남은 것이었지요. 처음에는 성물보관소로 피신하고 후에는 메디치 궁전으로 도피했던 로렌초와 지지자들은 사태가 안정국면을 맞자 관련자 색출에 나섭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파치가를 비롯해서 성직자까지 80~100명가량이 처형됩니다.

살인사건의 재구성이라고 해서 첫 장부터 살인사건의 내용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책은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부분은 왜 이런 음모가 벌어지게 되었는가를 서술합니다. 피렌체 안의 반메디치 세력, 피렌체를 노리는 외부세력과 자기 친족 챙기기에 급급한 교황까지 여러 세력이 메디치가를 제거하고 싶어 한 이유를 보여주구요. 중간 부분은 살인사건과 관련자 처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라 흥미롭기도 하고 관련자에 대한 거침없는 처형이 경악스럽기도 한 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파치 음모가 미친 여파를 다룹니다. 악화일로를 겪게 되어 전쟁에 휘말린 피렌체와 주변국의 이야기가 나오구요. 그 음모가 메디치가에 그리고 로렌초 본인에게 준 영향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로렌초 메디치라서 그의 성장부터 죽음까지를 다룬다는 느낌이더군요. 파치음모라는 큰 사건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흥미로웠구요. 메디치가에 적극적으로 호응을 한 사람의 이야기부터 파치음모라 불리는 4월 사건의 발단, 전모, 영향, 관련되었던 사람의 자백까지 자세하게 보여주는 책이라 꼼꼼하게 읽다보니 당시의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당시의 풍속까지 자세하게 살펴주는 책이라 좋았구요.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네요. 단순히 르네상스의 후원자로만 알고 있던 메디치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어요. 그리고 판치는 음모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구요.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풀어낸 15세기 피렌체의 이야기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자신이 사장이 되어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살다보면 한 번쯤은 하게 되는데요. 특히 상사가 기분나쁘게 굴거나 야근이 지나치게 많을 때,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싶을 때는 더더욱 그렇구요. 보통 사람들이 꿈만 꾸지 감히 실행을 못하는 부분을 이 책의 저자는 실제로 실행에 옮기고 있어요. 물론 야근이 싫다는 이유로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나선 이색적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창업을 한다는 일 자체는 이 책의 저자에게도 쉬운일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구요.

자유롭게 살면서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서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시작부터가 여러가지로 난관에 봉착합니다. 일단 지은이는 창업을 해서 그것을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삼을 생각이었고 20년지기 친구와의 동업으로 부담을 반으로 줄였어요.

그런데 세상일이 술술 풀리지만은 않아서 처음 생각했던 대박 편의점 옆에 편의점을 개업하겠다는 얄팍한 생각은 상권보호문제로 계약자체가 불가한 것이었구요. 두번째로 생각한 아이스크림 가게의 경우 한 가지 잊어버린 점이 있었지요. 바로 겨울에 장사가 되느냐 하는 부분이었어요. 결국 다 엎고 다시 시작된 창업기는 헤이리 카페를 거쳐 홍대 카페를 창업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모아집니다.

처음 창업을 생각한 것은 간단하게 시작했지만 업종을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부분에서 의외로 꼼꼼하게 준비해서 그렇게 불안하지는 않았는데요. 초보라 그런지 본격적으로 업종을 고르고 준비를 하기 시작하니 보는 사람이 다 조마조마 하게 되더라구요. 특히 매니저를 구한 후 그 매니저가 인테리어 담당회사 실장에게 조목조목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저렇게 많이 빼놓았던 건가 싶어서 움찔했네요.

일명 '어른의 세계'랄까요. 계약할 때는 전부 마음에 들게 해준다고 하지만 구두가 아니라 문서로 남기지 않으면 후에 말 바꾸기를 한다는 거지요. 더구나 상대가 가공할 화술의 소유자라면 생판 초보 창업자의 경우 휘둘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책에서는 이렇게 창업을 우연히 친구와 결정하고, 어떤 것을 할까 이리 저리 고민하다가 종목을 정하고, 장소를 물색하고, 오픈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오픈 후의 이야기는 길지 않지만 어려운 점이나 '커피숍에서 쓰는 예쁜 커피잔은 어디서 사나요?' 같은 궁금한 점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궁금증이 확 풀리네요.

이야기 전개도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거 마냥 친구 두 사람이 이야기 하는 것, 지은이가 서술하는 것 둘 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움찔하기도 하면서 재밌게 흘러가구요. 또 속에 사진이 컬러로 첨부되어 있어서 모든 걸 같이 본다는 느낌도 있었구요.

특히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부분이 꽤 되는데 그 부분이 관심가는 것이 많았어요. 이렇게 하면 안돼겠구나 하는 것부터 정말 인테리어 공사하시는 분이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많았구요. 특히 스케줄 상 못할 일 맡아놓고 되려 이 쪽에 책임을 전가하는 담당자 이야기 때문에 많이 울컥했어요.

글이 유쾌하게 흘러가면서도 읽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도 많고 흡입력도 있는 편이라 재밌게 읽었어요. 카페 창업을 하고 싶은 분은 직접적 참고자료로 그저 창업을 꿈꾸는 상태이신 분은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