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많은 것들을 누리게 되었다. 전기가 들어오고 가로등의 불이 발하면서 어둠이 점차 사라져갔다. 그러자 어둠은 더 이상 예전처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짐승들은 또 어떤가. 예전의 맹수라면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이었지만 지금에 있어서는 동물원의 구경거리거나 보호대상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아득한 곳으로만 생각했던 우주를 탐사하게 되고 지구를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인류의 덧없음과 작음을 떠올리게도 되었다. 어떤 사람은 인류가 달을 정복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정작 자연 앞에서는 인류는 한없이 작기만 하다. 언젠가 과학의 발전이 극에 달해서 기후조차 조정 가능한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군비에 투자하는 거대한 자금을 환경을 유지하고 조화를 꾀하는 데에 투자해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만한 인류를 비웃듯 때때로 몰려오는 태풍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 재해 앞에서는 인류의 무기력함을 떠올리게 될 때가 많다. 인류의 편리함이라는 가치만을 앞세운 기술의 발전은 거대한 환경 재앙을 낳고 말았다.

어린 시절에는 지구 온난화라는 말은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미래를 다룬 많은 영화에서 인간은 지구의 적으로 그려진다. 기계나 외계 생명체처럼 지구를 보존하고 싶어 하는 자들은 인류몰살이라는 끔찍하지만 간단한 해답을 찾아낸다. 숲 속을 걸으면 길을 만드는 인간은 변화를 꾀하는 족속이며 자연을 파괴하는 자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린 시절에는 과장된 영화에서 말고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직접적 피해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지구 온난화를 인류가 자연에 끼치는 해악의 두루뭉술한 예시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환경 회의론자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는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한다. 도리어 예전에 추웠던 때에는 겨울에 얼어 죽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며 따뜻해지면서 얼어 죽는 사람들이 급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변화임은 확실하다. 이 책 <북극곰은 걷고 싶다>에서는 인류가 자연에 끼친 영향으로 인해서 많은 것들이 변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수온의 변화로 인해서 아열대의 어종이 올라온다거나 눈과 북극곰이 관광자원이었던 마을은 눈이 오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가 끼친 영향을 찾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다. 바다얼음이 잘 얼지 않아 사냥에 어려움이 생겨버린 북극곰이 사람이 사는 마을의 쓰레기장을 뒤지는 모습이나 석유 개발을 빌미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기업들, 민물이 대량으로 얼어 있는 남극의 얼음이 녹는 일을 걱정하면서 간 남극에서 펭귄을 보면서 도도새의 일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또한 환경 회의론자들이 지적하지 않는 허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사진과 함께 읽는 지구 온난화가 세계에 끼친 영향은 씁쓸할 때가 많았다.

어쩌면 환경 회의론자의 말처럼 지구 온난화를 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인류의 생존에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인류의 생존에만 말이다. 다른 많은 종들은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도새를 떠올리게 하는 펭귄처럼 말이다. 지구 온난화가 지구에 변화를 끼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명태가 잘 잡히던 곳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처럼 그 변화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더 많다. 과학이 자연을 전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의 말이 맞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남태평양의 섬 투발루에 미군들이 파헤쳐 놓은 연못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인간이 자연에 남긴 상흔을 보는 것은 불편하면서도 서글프다. 과학이 발전해도 인류는 공존은 배우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래 전 인간의 발보다 빠른 수단이 말에 한정되었던 때만 해도 타국과의 교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같은 나라인데도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은 큰 준비가 필요한 일인데다가 말로 달린다고 해도 오랜 시일이 걸리는 상황이었기 대문이다. 그런 마당에 타국으로 간다는 것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길을 떠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타국으로 가는 방법은 말을 탄 사람들이 무리를 이뤄서 가거나 배를 통한 방법이었는데 둘 다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육지를 통하든 바다를 통하든 도적의 무리가 목숨을 위협했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렸다. 더구나 운송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의 엉성한 배를 타고 지금과 변함없이 거친 물살을 자랑하는 바다로의 여행은 사람의 목숨과 재산을 건 도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운송수단이 발달하고 여행길을 돕는 지도가 상세해지자 상황이 변했다. 비행기를 타면 만리타국도 며칠 걸리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아직 직항로가 없는 경우에 여러 군데를 경유해서 간다면 지옥 같은 여행길이 이뤄지겠지만 예전에 비하면 여행은 안전하고 간편해진 셈이다. 이처럼 세계의 연결이 긴밀해지자 나라와 나라 간에 주고받는 영향력은 더 큰 것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의 양심도 기술과 함께 발달한 것도 아니다. 지도가 극비였던 예전과 달리 상세한 지도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되었지만 사람의 욕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강대국이 약소국을 노리는 상황은 동일하다. 다만 같은 감정을 교묘하게 포장하는 기술이 늘어났을 뿐이다.

이 책 '변화하는 세계의 아틀라스'는 그런 세계의 정황을 지도를 통해서 읽어나간다. 그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일단 예전 지도가 귀했을 때는 지도는 침략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였기 때문에 극비에 속할 정도로 중요한 정보였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세계 지도의 경우에는 특히 자국 중심주의를 그대로 반영하는 산물이다. 동양과 서양을 흔하게 나누지만 그것을 나누는 축을 결정하는 것은 강대국이다. 우리나라를 극동에 속한 나라라고 하지만 세계는 둥글고 각기 자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는 터라 왜 우리나라가 극동에 있다고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그 의문은 각국이 제작한 세계지도의 중심에 자신의 나라가 있고 더 크게는 자신의 나라가 속한 대륙이나 섬이 위치한 것을 보고 납득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을 서쪽으로 보고 중앙부분에 아프리카와 유럽을 아시아라고 속한 부분이 동쪽으로 위치한 지도상으로는 우리나라는 극동에 속한 나라였던 것이다.

어쨌든 그런 이기적인 지도를 통해서 읽어낸 세상은 좀 더 소통이 원활하지만 절대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 이기적인 존재들이 가득 찬 것이었다. 기존의 강대국들이 아직도 세계 대부분의 부와 권력을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몇몇 나라들이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나타났다. 그 나라들은 중국이나 브라질처럼 인력이나 자원 면에서 우수한 나라였다. 실제로 중국, 브라질, 인도, 남아공이 신흥강국으로 책에 등장했는데 중국, 브라질, 인도는 국토의 면적 면에서 넓은 나라에 속하고 중국과 인도는 인력 면에서 브라질은 자원 면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나라들은 허약한 면모를 숨기고 있었다. 신흥강국들은 대체로 빈부의 격차가 심해서 불안정한 상황을 품고 있었는데 그 상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더구나 남아공 같은 경우에는 자원이 풍부하지만 인종차별의 문제와 에이즈라는 위험 요소를 그대로 안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는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자원을 소모하고 있는데 그런 발전이 아직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엉성한 면이 있었다. 강대국의 입장에서야 아프리카처럼 자원이 풍부하지만 아직은 그만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할 여건이 조금 부족한 나라에서 투자를 명목으로 빼돌리면 되겠지만 개발해야 할 부분이 많은 나라에서는 난감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더 긴밀해진 만큼 다른 나라의 공세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세계 인구 대부분이 도시에 몰리는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특히 물이 부족해진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정확하게는 물이 부족하다기보다 인간이 사용가능한 수자원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은 많지만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 예로 아시아의 경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수도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병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부분이 있었다. 중국이 신흥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제로 그 부는 해안지역에 몰려 있고 내륙은 아직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마피아와 해적이 활개를 치거나 미군이 재배치되는 등 격변하는 세계를 지도를 통해서 보여주니 한결 이해하기 쉬운 면이 있었다. 신흥강국의 출현부터 더 나아지기는커녕 인간의 탐욕으로 악화일로를 걷는 세계의 이야기는 중동 분쟁과 유럽을 말하면서 마무리된다. 시사적인 이야기이니만큼 한 번 쯤은 듣거나 생각하게 된 주제들을 지도를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참신했다. 지도를 통해 보는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 '변화하는 세계의 아틀라스' 앞으로 보게 될 세계의 모습은 왠지 지금과 많이 다른 동시에 그리 다르지 않은 곳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학문은 진리를 추구한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학문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주체는 인간인데도 너무 차갑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이런 의문이 솟구칩니다.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하고 말입니다. 가령 법학은 언뜻 생각하면 약자들을 위한 법, 정의를 추구하는 법일 것 같지만 대부분의 경우 법은 권리를 주장하는 자를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유리한 경우도 꽤 됩니다. 그렇게 치면 죽어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나마 죽은 사람의 가족들의 권리를 약간 보호해준다는 것만 위안이 될 뿐입니다.

심리학도 그렇습니다. 인간 정신을 탐구하면서 세상의 따뜻한 부분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거짓 기억에 대한 것을 탐구하기도 하고 멀쩡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일부러 선생님이 차별을 행했을 때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을 하려고 실험을 하기도 합니다. 부모의 동의가 있기야 했겠지만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실험대상이 되어서 차별에 대한 울분을 터뜨립니다. 나중에 설명을 해주기는 하겠지만 과연 그 일이 아이들에게 상처로 남지 않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은 어떨까요. GDP로 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측정할 수 있을까요. 답은 그렇지 않다 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경제학적 기준에서 가난하다고 분류되는 나라의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수치로만 나라의 역량을 환산한다는 게 우습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경제학자 아마티아 센 사상의 모든 것을 일컫는다는 뜻의 제목을 가진 책 '센코노믹스'과 말하는 바도 그렇습니다.

센은 기존의 사상을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이타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사람이 사과 10개를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은 사과를 1개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칩시다. 이 상황처럼 다른 한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서는 다른 한 사람이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경우를 파레토 최적의 상태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파레토 최적의 상태에 있는 두 사람이 흥부와 놀부라면, 사과를 10개 가지고 있는 것이 놀부고 사과 0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흥부라면 이 논리는 맞을 겁니다. 흥부가 사과 1개를 얻으려면 놀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그 상황은 놀부에게 분명 짜증나는 것일 테니까요. 허나 사과를 10개 가지고 있는 것이 흥부라면 이 논리는 들어맞지 않습니다. 착한 흥부는 사과가 1개도 없이 가난한 형 놀부에게 사과를 나누어 주는 것을 오히려 기쁘게 생각할 겁니다. 놀부는 사과 1개를 얻고, 흥부는 마음의 기쁨을 얻으니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은 셈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파레토 최적의 상태라는 것이 맞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합니다. 가난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기적면만이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는 이기적인 면과 이타적인 면이 자연스레 섞여서 공존하고 있는데 기존의 경제학은 그런 면은 전부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센은 이런 부분을 비판하면서 인간에게 따뜻한 경제학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빈곤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빈곤은 단순히 경제력이 없는 상태로 국한 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합니다. 빈곤은 경제력이 없는 상태라기보다 경제력의 제한으로 인해서 잠재능력을 키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부유해진다면 이런 사람의 잠재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교육, 의료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아시아가 부흥한 예에서는 이것이 들어맞지 않습니다. 부유해서 잠재능력을 키운 것이 아니라 가난함에도 기초교육에 힘쓰고 의료서비스를 국가에서 이행하려고 노력했을 때 경제도 어느 정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센은 빈곤층에게 단순히 돈을 지원하면 상황을 낫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비판하고 빈곤층에게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기초교육을 받으면 일할 능력이 생기고 그러다보면 출산이 늦어지고 출산이 늦어지면 태어나는 아기가 줄어들어 전체 영아 사망률이 낮아지는 선순환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수치로 읽어내는 경제학이 아니라 사람에게 관심을 쏟는 경제학, 빈곤과 기아도 단순히 빈곤층이 몰지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이 관점에서 읽어내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런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는 거지요. 그런 생각 하나하나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들어 있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했습니다. 과연 아마티아 센이 '경제학자의 양심'이라 불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책은 앞부분에는 옮긴이가 센의 사상에 대해 그리고 살아온 이력에 대한 짧은 설명을 하고 있고 그 이후에 센이 강연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결 이해하기가 수월했구요. 내용 자체가 흥미로운 것이고 강연한 것을 담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센 사상의 모든 것이라 하기는 곤란하지만 센 사상을 살짝 맛볼 수 있는 '센코노믹스'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