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히스토리언을 읽게 된 것은 ’드라큘라와 역사가들의 대결’이란 선전문구 때문이었다. 세 권이라 어쩔까 잠시 고민하다가 주문을 결정했다. 여름밤에 잘 어울릴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기대는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삼대에 걸쳐-실은 다른 역사가들까지 합치면 더 긴 세월 동안-드라큘라를 추적하는 부분도 흥미진진하고, 퍼즐 조각처럼 하나하나 맞물리는 순간이 오싹할 만큼 마음에 들어서였다.

보이지 않는 실체는 자신의 무덤을 찾는 역사가들을 궁지로 몰아 넣는다. 역사가들에게 나타난 용이 그려진 책의 비밀과 끊임없는 위협. 책에 매혹돼 조사하게 되지만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 자의 목숨은 없다. 여러 사람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지만 누군가는 실 하나로 그들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실끝에 있는 자는...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화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었다. 위협과 직면했을 때 재치 있게 벗어나는 부분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은 안전하게 흘러간다. 모험 쪽은 부모의 몫이랄까.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는 게 처음에는 딱 맞아떨어지는 톱니바퀴처럼 원활히 흐르는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과거로 무게 추가 쏠리면서 지루해진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여름밤의 나른함을 날려버리기엔 충분한 책이었다. 전율하게 하는 순간도 있고 충분한 지식을 바탕으로 탄탄히 전개된다. 슬슬 가을 바람이 불어와 서늘해지는 지금 잠시 펼쳐봐도 좋을 만큼 짙은 향기를 지닌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