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설사 그 사람이 제왕이든 현자든 죽음이란 운명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죽음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 언젠가 만나게 될 죽음, 잘 사는 것에 이어 잘 죽는 것도 중요한 셈이다.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죽음도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은 천수를 누린 후 자는 것처럼 죽고 싶다고들 말한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는 장례형식을 동물들에 의해서 먹히는 것을 선호한다는 곳도 있다지만 그 곳에서도 천수를 누린 후에 죽음을 맞고 싶다는 생각 자체는 차이가 없었다. 자신이 죽은 후에 남을 육신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한다. 그러니 죽음을 맞게 되는 원인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죽음을 맞는 방식이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말 최악 중에서도 최악이다. 식인괴물, 말만으로도 오싹한 느낌을 준다. 그 불행한 상황에 빠져버린 사람이 바로 이 책 '나의 식인 룸메이트'에 실린 단편 속의 주인공이다. 책 자체가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이니만큼 이 책에는 10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 10개의 단편은 식인 괴물과 계약을 맺고만 남자의 이야기 '나의 식인 룸메이트', 친구의 죽음 후 엘리베이터에서 계속 마주치게 되는 친구 엄마를 두려워하는 소년의 이야기 '노랗게 물든 기억', 사람의 공포를 깨우는 정체불명의 병에 대한 '공포인자', 폐가로만 보였던 담쟁이 집에 들어간 이후 난감한 상황에 빠지는 자매에 대한 '담쟁이 집',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지나친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남자의 이야기 '스트레스 해소법', 정체불명의 붉은 비가 내리고 동물들이 전부 죽은 그 이후의 이야기 '붉은 비', 교통사고로 연인이 죽은 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잊어버린 '선잠', 친절해보였던 형수에 대한 의문을 다룬 '은혜', 이민을 가서 불운을 겪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 '얼음폭풍', 발화능력자와 마주치고 만 소년의 이야기 '불'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의 식인 룸메이트'는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라 호기심을 끌었다. 짜증나는 일상을 견디고 있던 남자의 집에 흉측한 식인괴물이 나타난다. 삼일에 한 번씩 먹이로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은 이번에는 혼자 사는 주인공을 먹잇감으로 점찍은 것이었다. 주인공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겁에 질려서 이렇게 내뱉고 만다. 자신을 살려주면 삼일에 한 번씩 다른 먹잇감을 바치겠다고 말한 것이다. 괴물은 그 제안에 흥미를 가졌는지 남자를 풀어준다. 그리고 남자의 집 벽장에 자리 잡는다. 그런데 이 괴물은 원치 않으면 다른 인간의 눈에 안 보일 수 있으며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 도망쳐봤자 괴물의 손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된 주인공은 선택을 하게 된다. 괴물의 손에 이대로 죽을 것인지 아니면 자기 대신 다른 먹잇감을 괴물에게 제공할 것인지 말이다. 괴물에게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지만 괴물과 기묘한 동거를 하면서 악마처럼 변해가는 남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다른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모든 단편에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도리어 사람이었다. '나의 식인 룸메이트'에서는 식인괴물이 등장하지만 자신이 살고 싶다는 본능에 의해 점차 죄책감도 없이 대신한 인간을 괴물에게 바치는 주인공이 더 괴물처럼 느껴졌다. '노랗게 물든 기억'에서는 공포의 대상이 친구의 엄마지만 오히려 마지막 주인공의 생각이 더 오싹했던 것이다. 그나마 전염병이 도는 '공포인자'나 '붉은 비'의 경우는 재해를 대한 이야기에 가까워서 공포는 덜했다. 괴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은혜', '얼음폭풍'은 있을 법한 이야기란 생각이 있어서 더 오싹한 면도 있었다. 일상 속의 공포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책 '나의 식인 룸메이트'에 실린 단편은 전부 독특한 소재를 가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 독특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실린 단편은 일상 속의 공포에 가깝다. 어느 날 집에 돌아갔는데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이나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미쳐버린 남자처럼 일상에서 마주하게 될 만한 일을 공포란 소재로 풀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 집에 돌아갔을 때 마주하게 되는 괴물은 이야기 속의 식인 괴물이기보다 강도나 살인자일 확률이 크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는 공포를 극대화하는 병이 도는 '공포인자'가 가장 환상적이면서도 무서운 이야기였다.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고 그 병으로 인해서 그 사람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에 대한 공포증이 생겨난다니 인간을 내부에서 죽이는 살인자가 돌아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보이지도 않기에 없앨 수 없으며 견뎌내지 못하면 미치거나 죽는 것 말고는 끝이 보이지 않는 위험한 살인자 말이다.

 

공포소설은 잘 때나 혼자 있을 때 떠올리기에는 오싹한 내용이 많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속에 내재된 공포를 끌어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계속 읽게 되는 것은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느낌을 책을 통해서 얻으려는 것도 있지만 호기심 탓이 크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포소설 '나의 식인 룸메이트' 인상 깊게 읽었다.

소설

언제나 그렇지만 뉴스를 보다보면 불안감이 가중된다. 세상이 정말 험하구나라는 말이 무심코 나올만큼 끔찍한 사건이 줄을 이어 보도된다. 거기에 믿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물가도 계속 오른다고 한다. 그리고 단골로 등장하는 기사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거듭되어서 말라붙어 버린 땅이라든지 폭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 뉴스만 보자면 마치 세상이 내일 멸망해버릴 것만 같다. 하도 많이 봐서 그 때만 잠시 그 생각을 하다가 잊어버리는 수준이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뉴스에서는 세상이 당장 무너져버릴 것 같이 떠들지만 실제 밖을 내다보면 세상은 평안하다. 지구온난화로 남극의 모든 얼음이 녹아서 인류가 쓸 수 있는 대부분의 토지가 당장 물에 잠겨 버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빙하는 이미 물에 떠 있는 부분이니까 그 부분이 녹아서 물이 된다고 해도 해수면이 그리 높아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얼음물의 얼음이 녹아도 전체 잔의 부피가 크게 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 '기후커넥션'도 그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언론부터 정치인, 환경주의자들이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고 떠들어대지만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구는 그 정도로 문제가 될 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적당히 열을 발산하고 있기도 하고 시스템적으로 보완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구가 따뜻해진다고 해도 추운 날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최고 기온이 높아지는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갑자기 지구 전체가 사막이 되거나 먹을 물이 없어서 난감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재해는 매번 있어왔는데 그것이 전부 지구온난화의 탓인 양 호들갑을 떠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가령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통해서 DDT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고 알렸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환경주의자가 목소리를 드높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 자체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이후에 각국 정부가 많은 약품의 다발적 금지를 시키기 시작했고 말라리아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생태계의 악순환을 막아서 알 껍질을 얇게 하는 상황을 피했을지 모르지만 그 일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로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천연자원이 급격히 줄어서 인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일명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허나 천연자원을 줄이고 싶지 않다면 해결책 자체는 간단하다. 그냥 천연자원을 캐내지도 쓰지도 않으면 된다. 하지만 공해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해서 혹은 자원을 남겨두고 싶어서 모든 산업시설을 정지시켜서야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불태우는 격이라는 것이다. 즉, 썼을 때의 효용이 더 크니까 그것을 감수하고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환경이 마치 종교인양 신봉하면서 그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 따지지 않는 것은 미련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구온난화에 대한 것은 과장된 것이 많다고 한다. 자원이 부족해질 것을 생각해서 가능하면 자원을 적게 소비하거나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듯이 지구온난화에 대해서 무분별하게 벌벌 떨 것이 아니라 좀 더 깨끗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식으로 눈을 돌리라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온도 0.1도를 낮추기 위해서 거대한 자금을 퍼붓는 것보다 좀 더 경제적인 방안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던 것이다. 사람들을 겁주면서 모으는 돈, 마구 퍼부어대는 돈 역시 보통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니까 말이다. 기업체의 막대한 후원금으로 유지되는 환경단체, 사람들을 겁줘서 거대한 돈을 모으려는 정치인들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해봤음에도 막상 날이 더워지자 지구온난화가 정말 무서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던 행동을 반성하게도 되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과 그것의 과장을 보여주는 책 '기후커넥션' 인상 깊게 읽었다.

소설 <오늘 죽고 싶은 나>의 주인공 게르다는 우울한 현실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결심한다. 실용적인 성격의 그녀는 자신이 죽은 후에 지인들에게 갈 편지도 깔끔하게 작성한다. 그 편지에 평소에는 차마 못했던 독설이 담겨 있었다. 속이 시원해질 정도의 내용이지만 동시에 그 편지를 받은 대부분이 분노로 날뛰게 될 만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아름다운 옷과 멋진 호텔방을 예약한다. 문제는 그녀의 허영심이 발목을 잡아 자살에 실패한다는 점이었다. 게르다는 이제 분노한 사람들 틈에 휩싸여 모든 일을 수습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내용은 경악할 만한 것이었지만 <오늘 죽고 싶은 나> 자체는 유쾌하면서도 엉뚱하게 전개된다. 그래서 그 작가에 대한 호기심도 품고 있었다. 그런 엉뚱한 작가이며 여자 알랭 드 보통이라고 불리는 케르스틴 기어가 여행 에세이로 돌아왔다. 제목도 <그냥 집에 있을걸>이다. 여행은 떠나기 전에는 더없는 즐거움이지만 막상 집을 떠나고 나면 재앙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동네에서도 문제가 있기 쉬운데 전혀 모르는 곳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수연발이 되기 쉽다.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즐거운 여행이 되려면 전혀 모르는 곳에서 제한 된 시간에 '잘 놀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쉬울 리가 없다. 결국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확인하면서 돌아온다. 지친 몸을 끌고서 말이다. 그럼에도 결코 자신의 여행을 최악으로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반면 깐깐한 여행가인 케르스틴 기어는 자신의 여행담을 그대로 풀어 놓는다. 이탈리아어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잘난 체 하는 친구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던 이야기부터 예쁜 숙소에 감탄했더니 전갈이 나오는 곳이라 겁에 질렸던 이야기까지 소재도 다양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평생에 걸쳐 겪었던 여행담을 풀어 놓기 때문이다. 케르스틴 기어야 말로 재앙을 몰고 다니는지 그녀의 여행에 편한 것은 없다. 자신의 말로는 자신이 가면 휴화산도 분화할 정도지만 자신의 언니가 가면 폭동도 멈춘다고 한다. 억세게 운이 없어서 여행이 힘들다고 투정하면서 계속하여 새로 갈 곳을 찾아 나서는 작가의 여행기는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피투성이 귀신을 만날까 두려워하다가 자신의 인생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친절한 귀신을 만나 이야기, 감옥 같은 기숙학교에서 광전사로 변신한 이야기, 자신이 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집을 숙소로 하려는 친구가 와서 온갖 비난을 퍼부어 울음을 터뜨린 이야기, 가족 안에서만 통용되는 여행과 관련한 비유담에 얽힌 이야기까지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다.

 

여행을 떠나면 즐거움이 아니라 고생이 예약된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런 후회 자체도 떠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고 최소한 추억 비슷한 이야깃거리는 남는 법이다. 당시에는 생지옥 속에 있는 것 같아도 말이다. 그렇게 투덜거리는 저자조차도 다음 휴가철이 되면 어딘가 떠나갈 곳을 찾아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즐거운 여행이 되리라 다짐하면서 다시 길을 나서는 것이다. 기발한 역발상 여행기에 풀던 짐도 다시 싸고 싶어질 정도였다. 물론 고생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안다. 그렇게 치면 적당한 망각이야말로 인간에게 내려진 최대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잊지 않았다면 어떻게 또 여행을 가고 후회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