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창녕 우포늪에 갔었다. 겨울철새가 많이 온다는 소문을 듣고 자세한 준비는 하지 않고 떠났던 것 같다. 우리가 갔을 때는 새도 많이 없었고 황량한 겨울 늪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이 없다. 늪의 물이 얼어 있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다른 계절에 가보고 싶어도 거리가 멀어서 쉽게 가볼 수 없었다. 여름이나 가을에 우포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식물들과 어울려 사는지 궁금했는데 <우포의 편지>라는 사진에세이를 읽고 궁금증을 약간이나마 풀 수 있었다.

우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이 책을 만든 작가는 정봉채 작가다. 작가는 학생 때부터 사진 찍기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사진을 찍다가 우포의 사진을 찍고 싶어서 좋은 직장과 직업을 마다하고 우포로 왔다. 우포에서 15년 째 살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사진을 찍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우포에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우포 속에서 우포를 느끼며 살아간다고 한다.

34쪽

우포의 표정을 읽는다. 자연은 또 다른 인간이다.

자연도 생명을 가진 유기체이기 때문에 불안하고 예민하다.

행복한 날 고독한 날도 겪는다.

대상과 나의 진솔한 교합이 이루어지길 소망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바라본다.

 

위의 글은 작가가 어떻게 우포의 자연을 사진으로 담아내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진진한 작업 모습이 상상이 간다. 추위, 더위, 불편함이 있었을 텐데 사진을 위해서 집중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작가가 사진만 찍는 다고 우포의 이웃들과 담을 쌓고 지내지 않았다. 작가가 마음을 열고 이웃에게 다가가고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지금은 토박이처럼 이웃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작가의 집은 늘 열려있다. 이 책에는 우포의 동물과 식물의 이야기와 사진만 나오지 않는다. 작가와 함께 마음을 나눈 이웃들도 사진속의 주인공이요, 글 속의 주인공이다.

작가의 삶과 우포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을 읽고 사진을 보다 보면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내게도 전해져 와 이 책을 놓고 싶지 않아진다.

책의 뒷부분에는 작가의 사진에 대한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252쪽

사진예술에는 사유의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대상이 아니라 대상을 연민하는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지요. 반복을 톻해 바라보았더니 어제와 다른 그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유가 깊어짐에 따라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253쪽

반복이 대상에 대한 가시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새롭게 감각하는 능력을 길러 주고 있었습니다.

내 렌즈 속으로 들어 온 사각형의 세상이 내 심상을 담은 작은 우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사체와 나의 공존의 운명성을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256쪽에서는 작가의 사진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우포는 내 카메라를 통해 자신이 하고자하는 얘기를 하며 대중에게로 달려갑니다. 나는 우포의 편지를 실어 나르는 기차를 통과 시키는 기차역입니다. 기차는 내 카메라요, 우포의 편지는 내 사진입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의 사진을 감상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257쪽

사진을 조용히 오랫동안 보십시오. 우포의 피사체들이 뿜어내는 생명력을 느껴보십시오. 그러면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체들의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그 소리가 내가 사진을 통해 당신에게 전달하려는 소통의 메시지입니다.

작가는 보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진에 대해 느끼고 해석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에 많은 해석이 따를수록 작가의 사진이 팬들과의 소통에 성공하고 있단다.

이 책속에서 정봉채 작가의 카메라로 실어 나르는 우포의 편지를 받아보라. 사진을 감상하면서 우포가 보내는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여 보자.

일본소설은 잘 읽지 않았다. 그런데 나쓰메 소세키가 쓴 <도련님>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이 백 년 전에 나온 책이고 현재 일본의 고전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전개가 빨라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주인공 가족들과 주인공인 도련님의 성격도 특이하게 묘사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가족들과 이웃들이 보기에 주인공은 사고뭉치였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주인공을 쓸모없는 아이라고 하고 꼴도 보기 싫다는 말을 자주했다. 이렇게 부모도 싫어하는 사고뭉치를 특별히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주인공의 집안의 하녀인 기요라는 할머니였다. 기요가 보기에 주인공은 올곧은 성품이라는 것이다. 인생경험이 많은 기요가 사람을 잘 못 보지는 않을 것이다. 주인공은 부모에게 못 받은 사랑을 기요에게 받았다. 주인공의 부모가 돌아가시자 하나밖에 없는 형도 주인공에게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을 조금 나누어 주고는 직장을 따라 규슈로 떠나버렸다. 주인공은 받은 유산으로 물리학교를 졸업했고 시골중학교 수학선생님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도쿄출신인 주인공은 기요와 함께 시골로 갈 수 없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인공이 시골 중학교로 부임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두 번째 챕터부터 끝까지 계속되었다. 도시에서만 살아 온 주인공이 시골에서 어떻게 적응할지, 올곧은 성격이라 다른 사람과 잘 지낼 수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 교사가 되어 학생들과 동료교사들과 어떻게 지낼지 궁금하여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어 나갔다.

주인공은 동료교사들과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고는 그들의 특징을 어느 정도 파악하여 별명을 붙였다. 주인공은 동료의 도움도 받으며 적응을 잘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솔직한 행동은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작은 시골마을에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였다. 학생들이 숙직을 하는 주인공을 메뚜기로 괴롭힌 사건은 주동학생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교장 및 동료교사들 대부분과 주인공은 해결방법이 달랐다. 주인공과 같은 생각이 같았던 수학주임 외에 교장과 동료교사들에게 실망만 갖게 되었다. 주인공은 차츰 교감과 다른 교사 간에 얽힌 여자문제와 비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주인공과 수학주임은 의기투합하여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그 학교를 사직했다. 주인공은 교사직을 한 달 만에 사직하고 기요가 있는 도쿄로 돌아와 새 직장을 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났다.

내면에 중요한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책이라 누구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고전이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청소년도 읽으면 훌륭한 독서가 될 것이다.

 

몇 년 전에 친한 청년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선물한 적이 있다. 집안형편이 어려운데도 열심히 공부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선물했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 청년의 어려운 시기는 지나가고 좋은 시절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선물했었다. 그러나 두 달 전까지도 대학졸업을 하느냐, 휴학을 하고 취업준비를 하며 취업하기 유리한 대학졸업예정자라는 신분을 갖느냐 고민했었다. 그 청년도 좋은 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갖고 있었지만 스펙이 얼마 없어서 취업문을 통과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청년 외에 주변에 취업을 걱정하는 청년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볼 때 아픈 청춘이 많은 우리나라 사회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이런 생각과 비슷한 이 책의 제목 <아프니까 청춘은 아니다>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이기 때문에 이 땅의 청춘들의 힘들고 아파하는 모습을 1장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대학에서 학점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동시에 해외연수다, 공모전 당선이다, 토익공부다. 자격증을 딴다하며 열심히 스펙을 쌓았지만 취업의 길은 너무 힘든 현실에 읽는 나는 한숨이 나왔다. 비싼 대학등록금을 낼 수 없는 청춘들은 대학생 때부터 빚을 져서 빚에 허덕여야 하고 스펙쌓기는 꿈도 못 꾸어 취업에 불리 할 수 밖에 없으니 얼마나 암담할까. 왜 이런 현상이 왔는지 저자는 2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높은 집 값, 약육강식의 사회, 대기업 중심의 우리 사회는 청춘들만 살기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세대별로 각 종 푸어가 넘쳐나는 살기 힘든 사회라고 한다. 모든 세대가 아프지만 청춘들의 아픔이 더 커보이는 것은 20대에 시작된 아픔이 40~50대에도 연속될 것 같다는 전망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3장에서는 이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가는 우리 사회는 기성세대와 청년층간의 밥그릇 차지 싸움과 연금과 복지문제로 인한 갈등이 계속 될 수밖에 없어 전 세대가 아픈 사회가 되고 있다는 저자의 전망을 읽을 수 있다. 4장에서 저자는 청춘들이 아픈 이유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하며 비전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진정한 인생이 성공이 무엇이지 제시하면서 말이다. 5장에서는 요즘 범람하고 있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네가 힘든 것은 네 잘못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수를 통해 배움이 없는 것을 두려워하라”와 같은 따뜻한 명언이나 독설이 체제의 문제점을 감추기 위한 것들이라고 문제제기 하고 있다. 개인의 아픔을 말하기에 앞서 그러한 아픔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해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저자가 청춘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했지만 현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에 조금 시원함을 느꼈다. 우리 국민이 처한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면서 청춘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희망이 있고 꿈 꿀 수 있어서 청춘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