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라고 텔레비전에서 납량특집프로그램을 하곤 했다. 그런데 올 여름에는 아직 납량특집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날씨가 덥다보니 소름끼치는 무서운 이야기를 보고 더위를 식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 때 꿩 대신 닭이라고 스릴러소설을 읽어 보기로 했다.

책의 제목은 <The girl on the train>.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요즘 가장 반응이 뜨거운 책 이었다. 전 세계에서 6초에 한 권씩 팔리고 있고, 아마존에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으며, 앞으로 영화로 제작한다는 출판사 광고에 호기심 반 진심 반으로 읽어 보기로 했다.

책은 두툼했고 표지그림의 분위기도 스릴러 책답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달리는 기차의 느낌을 어두운 색채의 붓 터치로 속도감을 표현한 것이 멋있다.

두툼한 책을 언제 다 읽지 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펼쳤다. 초반부에는 낯선 등장인물들과 친숙해지느라 집중력을 발휘해 읽었다. 내용전개가 빠르지 않아 지루한 면도 있었다. 이 소설이 왜 스릴러 소설이지 라는 생각이 들만큼 무섭지 않았고 자극적인 장면이 없어서 이런 종류의 책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도 거부감이 없을 것 같다.

글을 전개해 나가는 작가의 방법이 독특했다. 인물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갔다. 레이첼, 메간, 애나와 같은 등장인물들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알게 되어 사건에 점점 흥미를 갖고 빠져들었다.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퍼즐조각을 하나씩 맞추어 큰 퍼즐을 완성하는 것처럼 사건의 원인, 범인을 알 수 있었다.

초반부의 지루함도 잠시, 한 등장인물이 사라졌다. 지루함은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왜 메간이 실종되었을까? 범인은 누굴까? 라는 생각을 갖고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두꺼운 책을 다 읽고 숨죽이고 있던 숨을 몰아서 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더해지고 마지막에는 주인공과 범인이 육탄전을 벌여 독자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죽음의 공포가 몰려왔다. 그 후 결말이 오고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다. 이야기퍼즐을 잘 엮어나간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이 책이 영화로 나온다면 최고의 스릴과 서스펜스, 공포감까지 느끼게 할 수 있는 결말부분이 어떤 장면으로 펼쳐질까 기대된다.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범인과 맞닥뜨릴 때의 그 공포감을 영화로 보고 느낀다고 생각해보라 재미있을 것 같다.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잠시 잊게 만드는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부모님이 팔순을 앞두고 계신다. 나이가 들어 노쇠해져 가는 부모님을 보는 것은 슬프다.

엄마얼굴의 주름은 더 깊어지고 나보다 더 컸던 키는 어느새 더 작아졌다. 허리가 굽은 탓이리라. 엄마가 맛깔스럽게 했던 음식들도 짠맛, 단맛이 너무 강해져 맛없어 졌다.

70대 중반까지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는 남동생에게 일을 물려주신 후 할 일이 없이 지내다가 몇 달간 시름시름 아프셨다. 작년부터는 은퇴한 사실을 인정하셨는지 다시 힘을 내시고는 노인복지관으로 아침마다 나가고 계신다.

요즘 부모님 두 분이 열심히 가는 곳이 또 있다. 의료기체험관이다. 80년 가까이 사용한 두 분의 신체 중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면 거짓말 일 것이다. 의료기 체험관에 다니고 부터는 아프던 허리, 다리. 어깨. 팔이 모두 아프지 않고 시원하다며 날마다 나가시고 의료기도 몇 개 사셨다. 이렇게 변한 부모님의 모습은 두 분이 노쇠해져 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요즘 우연히 읽은 책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를 읽으며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이 생각난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은 작가가 병상에 누워계신 90세의 초고령 아버지를 3년 반 동안 집에서 모시고 살아 온 이야기를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색과 함께 담아낸 책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88세까지 아무런 도움 없이 어머니와 두 분 만이 잘 살고 계셨다. 88세의 어느 날 갑자기 고열이 나면서 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식사도 배변활동도 걷는 것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작가의 어머니도 고령이시라 아버지를 간병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작가는 부모님 집에서 기거하며 출퇴근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를 돌봐 드리게 되었다. 병상에서 3년 반의 세월을 지내고 작가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작가는 그 시간에 일어난 여러 일들과 자신의 생각, 이 나라의 노인복지에 대한 생각, 앞으로 바뀌길 바라는 노인복지에 대한 제안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노환으로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작가의 아버지 모습을 읽으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노령이신 나의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작가의 바람처럼 고령사회로 들어가는 우리나라가 노인들이 인권을 보호받고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준비하면 좋겠다. 병이 든 노인이 익숙하게 살아 온 집을 떠나 요양병원에서 외롭게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너무 슬프다. 개인이 집에서 병든 노인을 돌보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요양병원으로 보내는 것이니 이런 힘든 부분들을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모님의 건강에 대해, 바람직한 노인복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요즘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처음 보는 것 같아 읽어 보고 싶었다. 인테리어도 북유럽풍이 대세이고 가구도 북유럽풍 가구를 선호하는 시대에 맞게 북유럽 소설이 나왔나보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소설가는 아니고 스웨덴인 블로거란다. 블로거가 쓴 소설이 얼마나 재미있으면 유럽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 세계로 유명세를 퍼뜨리고 있는지 읽기 전부터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제목에 나온 이름 그대로 오베라는 이름을 가진 59세 남자이다. 우리나라에서 59세이면 일반기업에서는 정년퇴직을 했을 나이인데 스웨덴에도 퇴직을 준비하는 나이인가 보다. 오베는 권고퇴직을 받고 하루아침에 일하러 갈 곳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오베는 40년 동안 같은 집에서 살면서 30년이 넘도록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안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규칙적인 일을 항상 했고 한 번도 결근을 하지 않았었다. 규칙적인 생활과 원리원칙을 지키면서 살아왔던 오베는 까칠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났다.

오베가 화를 냈던 이유는 동네거리에 자전거를 세워두지 말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 아래에 자전거를 세워 두었거나, 거주지에 자동차 진입금지인데 자동차가 버젓이 돌아다닌다던지, 쓰레기 투기금지 지역에 쓰레기가 놓인 것을 보았을 때 였다. 규칙을 어기고 무질서 할 때 오베는 화를 냈던 것이다. 화낼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가. 오베의 이런 성격은 나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오베에게 이끌리게 되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베가 규칙을 중요시 하지만 불의하고 악한 사람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와 젊었을 때 톰의 모함을 받지만 고자질 하지 않았고, 화재를 당한 이웃을 돕기도 했다. 학대받는 길고양이를 불쌍하게 여겨 돌봐주었고 이웃의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오베는 정의롭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다만 잘 웃지 않는 사람일 뿐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오베의 가치관을 만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새로 개조한 주택 앞에 서 서 마치 그 집을 자기들 손으로 직업 지은 양 떠벌였다. 드라이버 하나 집어 올리지 않았으면서 그들은 심지어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허풍이나 떨었다. 자기가 직접 마룻바닥을 깔거나 습기찬 방을 개조하거나 겨울용 타이어를 갈아 끼울 수 있다는 건 더 이상 아무런 미덕도 아니었다. 나가서 돈으로 살 수 있는데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인가? 도대체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

이런 말을 하는 오베는 직접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쓸데없이 낭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오베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 오베가 사랑하는 아내였던 소냐였다. 오베를 이끌어 주었고 장애를 갖게 되었어도 세상에 나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했던 여인이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쳐서 많은 학생들이 따랐고 그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들이라고 말했던 여인이었다.

오베는 육개월 전에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권고사직 당해 일할 곳이 없어졌다. 이 세상에 살 이유가 없었다. 그가 날마다 준비하는 일은 빨리 소냐 곁으로 가는 방법이었다.

오베는 소냐 곁으로 가는 방법을 날마다 시도했지만 성공할 수 없었다. 그에게 도움을 구하고 그를 찾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베가 이웃들을 도와주고 있어서 소냐에게 빨리 가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하는 장면은 가슴이 뭉클하고 감동이 일어나는 장면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다음 챕터에서 오베가 소냐에게 갈 방법으로 어떤 방법을 시도할까? 성공할까라고 추측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이다. 궁금하신 분은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을 향해 외치고 규칙을 지키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간 오베를 만나는 재미를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