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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 :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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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환각의 세계를 둘러싼 잔인한 오해와 따뜻한 진실
    “당신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정신병이 아니라 신경학적인 증상이에요.”

    [기획의도]
    인간은 모두 환각을 경험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치과 진료 후 겪는 환각과 올리버 색스의 ‘낯선 다리’

    치과에서 마취주사를 맞고 치료받은 날, 뺨이나 혀가 기묘하게 부풀어 있거나 엉뚱한 곳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낀 적이 있는지? 뺨과 혀가 ‘내 것’이 아닌 듯한 자기 소외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거울에 비춰 얼굴이 평소와 같음을 확인해도 이 느낌은 가시지 않는다. 마취약이 기운을 다하고서야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온다. 뇌로 들어가는 감각 정보가 차단될 때 신체상像에 환각이 나타나는 흔하고 가벼운 예다. 환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신체상 환각의 더 심각한 예는 척수나 말초신경이 손상되어 생기는 환상이다. 신체가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감과 생명력을 부여하는 내면의 상을 잃었을 때 이런 환각이 일어난다. [환각]의 저자 올리버 색스는 등반 사고로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고 신경근 접합부가 손상되었을 때 이것을 직접 경험했다. 다리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낯선 무생물체가 들어선 것이다(그 기이한 경험을 올리버 색스는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로 펴내기도 했다). 신경과 전문의로서 분명 존재하는 다리가 마치 없어진 듯한 느낌이 드는 ‘과학적인 이유’를 알고 있었는데도, 이런 소유권의 부재, 자기 소외감은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인간애로 쓴 일생의 역작, 환각의 자연사
    올리버 색스가 그동안 여러 책에서 보여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는 이와 같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특히 이 책 [환각]에서 그의 진솔한 공감이 빛을 발한다. 올리버 색스는 자신의 경험과 그가 상담한 환자들의 사연, 그리고 전 세계에서 독자들이 편지로 전해 온 고백을 통해 환각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탐험한다.
    환각은 현대 문화에서 정신과 병동에나 존재하는 광기의 전조로 터부시된다. 그래서 환각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인정하거나 내색하지 못한다. 스스로 미쳐가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미쳤다는 낙인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의 조직과 구조를 엿볼 수 있는 창이자 전 세계 문화와 예술의 주요한 원천이 되는 환각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환각의 힘은 1인칭 시점으로만 온전히 재현될 수 있기 때문에, 환각을 이해하는 데 당사자들의 증언은 더욱 소중하다. ‘환각의 자연사’ 혹은 ‘환각의 선집’으로 부를 수 있는 [환각]은 다양한 환각 경험을 조사하는 일에 일생을 바쳐온 올리버 색스의 특별한 역작이다.

    환각은 정신이상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샤를보네증후군, 시각을 잃고서도 ‘보는’ 사람들

    시각을 잃은 사람 가운데 10∼20퍼센트 정도에서 환각을 보는 샤를보네증후군이 나타난다. 섬세한 동양 옷을 입은 사람들, 터무니없이 복잡한 악보, 접시 위에 놓인 가짜 음식, 기형적이거나 해체된 얼굴, 갑자기 두 갈래로 나뉘는 길 등, 대단히 복잡하고 장식적이면서 생생한 환각이 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뇌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정신이 맑은 사람에게도 샤를보네증후군은 발생한다. 이들이 보는 환영은 ‘정신병’이 아니라 실명에 대한 뇌의 반응이다. 마치 “뇌가 시각적 손상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지각의 세계를 잃어버린 대신 환각의 세계를 얻기라도 하려는 듯 보인다. 어느 환자는 환각이 “아주 친절하다”고 표현하며, 자기 눈이 이렇게 말한다고 상상한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우리도 앞이 안 보이면 도통 재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은 증후군을 마련했습니다. 앞만 보며 살아오던 당신의 삶에 일종의 피날레 같은 것이죠. 대단하진 않아요.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최선책이랍니다.”
    (/ p.48)

    때때로 샤를보네증후군 환각은 예술적인 영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녹내장으로 실명한 뒤에 첫 시집을 출간해 찬사를 받은 버지니아 해밀턴 어데어는 “환각의 천사”가 시적인 환영들을 보내준다고 표현했다. 샤를보네증후군 환각은 때로 곤혹스러운 것도 있지만 대개는 위협적이지 않으며, 환자들은 그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또렷하게 자각하기 때문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고 건강한 일상을 살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이의 부름을 듣는 사람들
    스텐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로젠한은 자신을 포함한 가짜 환자 8명이 병원을 찾아가는 실험을 했다. ‘실재하지 않는 목소리가 들리는’ 가짜 증세 외에는 정상적으로 행동했고, 정신병력도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받았으며 가짜 증세가 사라졌다고 말해도 진단은 수정되지 않았다. 목소리가 들리는 증상이 즉시 정신장애로 낙인찍힌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다.
    그러나 목소리를 듣는 경험은 그리 드물지 않고,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정신병자가 아니다. 오히려 환청은 모든 문화에 존재하고, 나아가 많은 문화에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된다. 그리스신화와 기독교의 신은 종종 인간에게 말을 걸지 않았던가. 목소리와 달리 의미를 전달하지 않는 청각 환각은 더 흔하다. 수면 부족이나 감각이 제한된 상태에서 모터 소리나 전화벨 소리를 듣는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한편 단순한 소음이 아닌 ‘음악’이 연주되는 환각은 증세를 겪는 사람을 더 위축시킨다. ‘머릿속에서’ 들려온다는 사실 때문에 정신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음악 환각은 오랫동안 드문 현상으로 숨겨져 왔으나, 뇌졸중, 종양, 동맥류, 감염증, 신경변성의 진행, 중독성 장애나 대사 장애 등으로 유발되어 원인이 치료되면 즉시 사라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음악 환각을 겪는 사람 중 일부는 환각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어떤 이들은 내면의 음악을 즐기고 그 음악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느낀다.

    장애와 질병을 끌어안고 삶을 개척하다
    창조적이고 급진적이며 용감한 ‘보통 사람들’에 대한 헌사

    이 책에서 묘사되는 환각 경험들은 무척 상세하고 생생해서 때로는 상상하기가 꺼려질 정도다. 재미있고 정겨운 환각도 있지만 괴이한 차림의 사람들이나 끔찍한 몰골의 괴물이 갑자기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환각을 받아들이고 제어하면서 환자들은 유쾌하게 일상을 꾸려나가고, 알차고 생산적으로 일하며, 예술적인 영감까지 얻는다. ‘미치지 않았다’는 진단, 자신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힘이 된 것이다. 환각을 보던 환자들은 올바른 진단을 받고 깊이 안도하면서 그로부터 삶이 변했다고 느낀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불길한’ 환각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더라도, 신경학적인 증상으로 고쳐 받아들이면서 이들은 마치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세계관을 새로 쓴다.

    “이 장애에 대해 적절한 교육을 받았다면, 무언가의 노리개가 되었거나 귀신에 홀렸거나 영적으로 시험당하고 있거나 정신병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대신, 더 이른 나이에 더욱 건설적인 도움을 구했을 거예요. 지금 마흔세 살입니다. 내가 겪은 많은 경험이 이 장애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마음에 새로운 평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중략) 나는 수많은 ‘불길한’ 경험을 재평가해야 하는 새로운 단계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진단에 기초하여 새로운 세계관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어린 시절을 손에서 놓는 것, 아니 불가사의하고 마술에 가까운 세계관을 놓아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지금 애도의 손길을 느끼고 있습니다.”
    (/ p.276)

    MRI, fMRI 등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뇌과학은 환원주의에 빠질 위험을 안게 되었지만, 올리버 색스는 시종 균형 잡힌 태도를 유지한다.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낱낱의 경험을 소중히 다루면서 동시에 보편적이고 과학적인 (그리고 때로 철학적인) 답을 이끌어내는 그의 통찰은 어떤 치료법이나 힐링보다도 위안을 주는 힘이 있다. 그래서 그가 환자들에게서 받은 편지에는 병이 완치되었다는 소식이 아니라 병과 조화를 이루어 함께 살아가는 사연들이 담겨 있다. 환자들의 의연하고 밝은 삶을 전할 때의 흐뭇한 필치,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겪는 임종 환각을 “놀라움과 뭉클함”을 안고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통해 신경과 전문의 올리버 색스의 인간애가 진하게 전해진다.

    목차

    머리말
    1장 침묵의 군중: 샤를보네증후군
    2장 죄수의 시네마: 감각 박탈
    3장 몇 나노그램의 와인: 후각 환각
    4장 헛것이 들리는 사람들
    5장 파킨슨증이 불러일으키는 지각오인
    6장 변성 상태
    7장 무늬: 시각적 편두통
    8장 ‘신성한’ 질환
    9장 반쪽 시야를 차지한 환각
    10장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
    11장 수면의 문턱에서
    12장 기면증과 몽마夢魔
    13장 귀신에 붙들린 마음
    14장 도플갱어: 나를 보는 환각
    15장 환상, 환영, 감각 유령
    감사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1장 침묵의 군중: 샤를보네증후군
    로잘리는 몇 년 동안 앞을 전혀 보지 못했지만, 갑자기 눈앞에 무엇인가가 ‘보이고’ 있었다.
    “어떤 것들이 보입니까”
    “동양 옷을 입은 사람들이요!” 할머니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축 늘어진 옷을 입고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어 다녀요. (중략) 한 남자가 내 쪽으로 돌아서서 미소를 지어요. 하지만 입속의 한쪽에 있는 치아들이 굉장히 커요. 동물들도 있어요. 그리고 하얀 건물이 함께 보여요. 눈이 내리고 있어요. 부드러운 눈이 소용돌이치면서 내려요. 말이 있는데(예쁜 말이 아니라 일하는 말), 마구가 채워져서 눈을 치우고 있어요. (중략) 하지만 장면이 계속 바뀌어요. (중략) 아이들이 여러 명 보여요. 아이들이 걸어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요. 밝은 색 옷을 입고 있어요. 옅은 붉은색과 파란색이고, 동양 옷 같아요.” 로잘리는 며칠 전부터 계속 그런 장면들을 보고 있었다.
    (중략) 나는 로잘리에게 뇌와 정신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켰고, 실제로 누가 봐도 정신적으로 아주 건강해 보였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환각은 눈이 먼 사람이나 시각이 손상된 사람들에게 종종 발생하며, 환영은 ‘정신병’이 아니라 실명에 대한 뇌의 반응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로잘리의 병은 샤를보네증후군이었다.
    … 자신의 환각이 이미 확인된 병이고 게다가 이름까지 붙어 있다는 말에 매우 기뻐하고 안심하는 눈치였다. 로잘리는 기운을 차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간호사들한테 말 좀 해줘요. 내 병이 샤를보네증후군이라고요.” 그러고는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샤를 보네가 누구예요?”
    (/ pp.17~19)

    새로운 환각 중 어떤 것은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젤다는 말했다. “그것은 공연이었어요! 막이 오르고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서 춤을 췄죠. 그런데 사람은 전혀 없었어요. 까만 히브리어 글자들이 새하얀 발레복을 입고 춤을 췄어요.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서요. 하지만 음악이 어디에서 흘러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 철자들은 상반부를 팔처럼 움직이면서 하반부로 아주 우아하게 춤을 췄어요. 무대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면서요.”
    (/ p.35)

    2장 죄수의 시네마: 감각 박탈
    뇌가 제 기능을 유지하려면 지각 정보가 입력되어야 하며 지각 정보의 변화도 필요하다. 적당한 변화가 없으면 각성과 주의력이 쇠퇴할 뿐 아니라 지각 착란이 발생할 수 있다. 어둠과 고독이 지배하는 환경을 생각해보자. 그런 환경은 성직자들이 동굴에서 수행하며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도 있고 지하 동굴에 갇힌 죄수들에게 강제로 주어질 수도 있지만, 어느 경우든 정상적인 시각 입력을 박탈당하면 내면의 눈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꿈, 생생한 상상, 환각을 만들어낸다. 고독이나 암흑에 갇힌 사람들을 위로하기도 하고 고문하기도 하는 화려한 색과 다양한 성격의 환각에는 심지어 특별한 이름까지 붙어 있다. ‘죄수의 시네마’가 그것이다.
    (/ p.53)

    수면 박탈이 며칠을 넘기면 환각을 유발하고,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한 수면에서 꿈 박탈이 며칠을 넘겨도 환각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 박탈이 극도의 피로나 극단적인 신체적 스트레스와 결합하면 훨씬 더 강력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
    “… 하와이의 철인3종경기는 극한의 온도와 극심한 조건 아래서 여러 시간 동안 단조로움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선수는 환각을 일으키기 딱 좋다. 영계와의 교류를 구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통과의례와 아주 흡사하다. 나는 용암이 펼쳐진 들판에서 하와이 화산과 불의 여신인 펠레를 한 번 이상 보았다.”
    (/ p.61)

    3장 몇 나노그램의 와인: 후각 환각
    장면, 냄새, 소리가 정상적으로 입력되지 않을 때 감각계의 민감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이를 축복으로 여길 수만은 없다. 장면, 냄새, 소리의 환각으로, 즉 고리타분하지만 여전히 쓸모 있는 용어로 바꿔 말하자면, 환시phantopsia, 환후phantosmia, 환청phantacusis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을 상실한 사람들 중 10~20퍼센트가 샤를보네증후군을 겪는 것처럼, 후각을 상실한 사람들 중에서도 그와 비슷한 비율이 후각 환각을 경험한다. 어떤 경우에는 부비동염이나 두부 손상에 뒤이어 환취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편두통, 간질, 파킨슨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그 밖의 질환과도 연관이 있다.
    (/ p.70)

    그 환각은 대개 냄새를 나타내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어느 날, 저녁이 다 가도록 딜 피클 냄새가 났을 때는 예외였지만요). 하지만 여러 냄새가 뒤섞인 무엇이라고는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쇳내가 나는 볼펜식 탈취제, 달콤함과 씁쓸함이 가득 뒤섞인 케이크, 사흘 전부터 쓰레기 더미에 묻혀 있던 녹아내린 플라스틱). 나는 이런 식으로 냄새 환각에 이름을 붙이고 설명하는 것을 재미있는 놀이로 삼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2주 간격으로 하루에 몇 번씩 환각이 찾아오는 단계를 거쳤습니다. 몇 달 후 환각으로 경험하는 냄새의 가계도가 상당히 불어났고, 지금은 하루에 몇 번씩 환각에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때때로 새로운 냄새가 불쑥 나타났다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환각의 경험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어느 때에는 바로 코 밑에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강렬하지만 금방 사라지고, 또 어느 때에는 미세하고 오래가는데 때로는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입니다.
    (/ p.73)

    4장 헛것이 들리는 사람들
    18세기까지 사람들은 환영처럼 목소리도 신이나 악마, 천사나 악령 같은 초자연적인 행위체에게서 나온다고 믿었다. 분명 목소리는 정신이상이나 히스테리의 목소리와 겹치기도 했겠지만, 대개는 목소리를 병리학적으로 보지 않았다. 목소리가 두드러지지 않고 사적인 차원에 머문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그저 인간 본성의 일부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18세기 중반 무렵에 새로운 세속 철학이 출현하면서 계몽운동을 주도하는 철학자들과 과학자들 사이에 세력을 넓혔고, 시각 환각과 환청은 생리학적 기초를 얻으면서 뇌의 몇몇 중추들이 과도하게 활성화한 결과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영감’이라는 낭만적인 개념도 통했다. 예술가, 특히 작가는 스스로, 혹은 남들이 보기에는 초월적인 음성의 기록자 내지 필기자였고, 때로는 (릴케처럼) 목소리가 말하는 것을 듣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리기도 했다.
    (/ pp.86~87)

    어쩌면 보통 사람에게는 생리적 울타리나 억제 과정이 있어, 내면의 목소리를 외부의 소리로 ‘듣지’ 못하게 막아주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에게는 울타리가 어떤 이유에서든 망가지거나 발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를 거꾸로 뒤집어, 왜 대부분의 사람은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지를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줄리언 제인스는 (중략)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모든 인간이 목소리를 들었다고 추측했다. 그 목소리는 내면에서, 즉 뇌의 우반구에서 생성되어 (좌반구에 의해) 지각되었고 사람들은 이를 신과의 직접적인 대화로 간주했다. 기원전 1000년경 어느 시점에 근대적 의식이 출현하자 목소리는 내면화되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의 소리로 인식하게 되었다.
    (/ p.91)

    5장 파킨슨증이 불러일으키는 지각오인
    나는 심각한 파킨슨증을 앓고 있는 80명의 뇌염후증후군 환자들을 여러 해 동안 진료했고, 그들의 증세를 [깨어남]에서 묘사했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이 파킨슨증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이 (엘도파의 효과로 움직이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후) 건강을 회복하게 되자, 나는 그들 중 약 3분의 1로 추정되는 환자가 엘도파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여러 해 동안 시각 환각을 경험했음을 알게 되었다. 환각들은 대체로 친근하고 사교적이었다. 나는 왜 그들이 환각을 경험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했지만, 어쩌면 고립과 사회적 박탈, 그들이 품고 있는 세상에 대한 갈망과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그들의 환각은 가상의 현실(즉, 빼앗겨버린 진짜 세계의 자리를 메우는 환각적 대체물)을 제공하려는 시도인지도 모른다.
    (/ p.120)

    거티 C.는 엘도파를 복용하기 전에 수십 년 동안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환각증을 겪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초원에 누워 있거나 유년의 고향 근처에 있는 샛강에 둥둥 떠 있는 목가적인 환각이었다. 그런데 엘도파를 복용하자 변화가 찾아왔다. 그녀의 환각은 사회적이고 때로는 성적인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문제를 나에게 말하면서, 근심스럽게 덧붙였다. “나처럼 아무 희망이 없는 노인에게서 그렇게 친근한 환각을 빼앗아 가면 안 되죠!”
    (/ p.120)

    6장 변성 상태
    헉슬리가 묘사한 천국과 지옥은 차치하고라도, 사물, 장소, 인물, 얼굴 같은 복합 환각을 경험하는 사람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복합 환각을 일으키는 별도의 기초가 뇌에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나를 지배했고, 동시에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환각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절대 알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
    시작은 마리화나였다. 당시 내가 살던 토팡가캐년의 한 친구에게 같이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두 모금을 빨았고, 그다음에 일어난 일 때문에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꼼짝하지 못했다. 손을 보고 있었는데, 손이 점점 커지면서 내 시야를 가득 채웠고 그와 동시에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결국 손은 우주를 가로질러 몇 광년 또는 몇 파섹 밖으로 늘어났다.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의 손처럼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우주의 손이 마치 신의 손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마리화나 경험은 신경학적인 동시에 신적인 특징을 띠었다.
    (/ pp.141~142)

    나는 오래전부터 ‘진짜’ 남색을 보고 싶었고, 혹시 약을 하면 그 색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1964년 어느 화창한 토요일, 나는 암페타민(전반적인 각성을 위해), LSD(환각의 강도를 위해), 약간의 마리화나(약간의 섬망을 추가하기 위해)를 기초로 약리학적 발사대를 만들었다. 약을 먹고 20분쯤 지났을 때 나는 흰 벽을 마주 보고 이렇게 외쳤다. “난 남색을 보고 싶어, 지금 당장!” 그러자 거대한 붓으로 찍어놓은 듯, 더없이 순수한 남색이 아주 크고, 바르르 떨리고, 배梨의 형태를 닮은 얼룩으로 나타났다. 빛을 발하는 초자연적인 색 앞에서 나는 황홀감에 빠졌다. 그것은 천상의 색이었고, 내 생각에는 지오토가 평생 구사하려고 애쓰고도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천상의 색이기 때문에 결국 얻어내지 못한 색이었다.
    (/ p.146)

    7장 무늬: 시각적 편두통
    나는 평생 편두통을 앓았다. 내 기억으로 첫 발병은 세 살인가 네 살 때였다. 마당에서 놀고 있을 때 갑자기 왼쪽에 일렁이는 빛이 나타났다. 눈이 부셨다. 빛은 넓게 커지더니 지상에서 하늘로 뻗어나가서 엄청나게 큰 번갯불을 이루었다. 날카롭고 번쩍이는 지그재그 꼴의 테두리와 빛나는 파란색과 오렌지색이 보였다. 그런 뒤 밝은 면 뒤에서 검은색이 나타나 점점 커지며 시야에 구멍을 냈고, 곧 왼쪽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무서웠다. 무슨 일일까? 시력은 몇 분 후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내 생애에서 가장 긴 몇 분이었다.
    (/ p.161)

    편두통 전조를 겪을 때 영향을 받는 것은 시각적 세계뿐만이 아니다. 신체상(자신의 신체에 대한 느낌―옮긴이)에도 환각이 일어나서 키가 커졌거나 작아졌다는 느낌, 한쪽 팔이나 다리가 줄어들었거나 거대하게 늘어났다는 느낌, 몸이 비스듬히 기울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루이스 캐럴은 전형적인 편두통을 앓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캐로 W. 리프먼을 비롯한 몇몇 학자들은 캐럴의 편두통 경험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크기와 형태의 낯선 변형을 자극했을지도 모른다고 시사했다.
    (/ p.165)

    8장 ‘신성한’ 질환
    도스토옙스키에게 무아경 전조는 항상 궁극적 진리, 신의 직접적이고 확실한 지식의 계시로 여겨졌는데, 이에 더하여 창작력이 가장 왕성했던 말년의 전 기간에 걸쳐 그의 성격에 두드러진 변화가 일어났다. 프랑스 신경학자인 테오필 알라주아닌은 도스토옙스키의 초기 사실주의 작품과 말년에 쓴 위대한 신비주의적 소설을 비교해보면 변화가 분명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알라주아닌은 이렇게 썼다. “간질은 도스토옙스키라는 사람의 내면에 ‘이중적 인간’을 창조했다. (중략) 합리주의적 존재와 신비주의적 존재. 두 존재는 매 순간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중략) 신비주의적 존재가 점점 더 우위를 점해갔던 것으로 보인다.”
    (/ p.200)

    윌리엄 제임스가 주시한 것처럼 한 사람의 강렬하고 정열적인 종교적 확신은 수천 명을 뒤흔들 수 있다. 잔다르크의 생애가 그 예를 보여준다. 거의 600년 동안 사람들은 정식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농부의 딸이 어떻게 사명감을 느끼고 수천 명의 사람들을 움직여서 프랑스에서 영국군을 몰아내게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신의 (또는 악마의) 영감을 주장하는 최초의 가설은 정신의학적 진단과 신경과학적 진단이 경쟁하는 사이에 의학적 가설에 의해 밀려났다. 대부분의 증거는 그녀의 재판(그리고 20년 후 이루어진 그녀의 ‘복권’) 과정을 기록한 사본과 당대 사람들의 회고록에서 나온다. 결정적인 증거는 전무하지만, 그 기록은 적어도 잔다르크가 무아경 전조를 수반하는 측두엽 간질을 앓았을지도 모른다고 암시한다.
    (/ p.203)

    9장 반쪽 시야를 차지한 환각
    자신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고 그녀가 물었다. 다른 것들은 그렇다 쳐도 왜 이상하고 때로는 악몽 같은 기괴한 얼굴들이 나타날까요? 그런 환각은 얼마나 깊은 곳에서 생겨나나요? (중략) 내가 정신병에 걸렸나요? 미쳐가고 있나요?
    나는 그녀에게, 수술 후 한쪽 시력에 장애가 온 탓에 시각 경로의 상위 부위, 즉 인물과 얼굴을 인지하는 측두엽의 활성이 고조되었고 두정엽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그것은 신경학적인 얼굴이지 정신병의 얼굴은 아니었다.
    엘런은 주기적으로 나에게 편지를 보내어 정보를 업데이트했고, 처음 방문한 후 6년이 되었을 때 이렇게 썼다. “시각 장애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그보다는 장애와 더 조화롭게 살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어요. 환각들은 훨씬 작아졌지만 아직도 눈앞에 있습니다. 주로 색채가 풍부한 구체가 항상 보이지만, 그것 때문에 특별히 괴롭진 않아요.”
    (/ p.213)

    그녀는 뇌의 시각 영역 한쪽에 경미한 뇌졸중이 일어났음을 알고 있었다. 또한 환각이 뇌졸중 때문에 발생했고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리라고 믿었기 때문에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 한 순간도 환각이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시각 상과 얼마나 다른지 관찰했다. 환각은 훨씬 더 세밀하고, 색이 더 밝고, 대부분 그녀의 생각이나 감정과는 무관했다. 그녀는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면서 환각이 발생하는 동안 꼼꼼히 기록하고 그림으로 나타내려 노력했다. 그녀와 손녀는 왜 그녀의 환각에 구체적인 상이 출현하는지, 그 상이 어느 정도까지 실제 경험을 반영하는지, 직접적인 환경이 그 상을 얼마나 자극하는지 궁금해했다. (중략) 영리하고 호기심이 많은 노부인이 침착하고 신중하게 자신의 환각을 관찰하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신경과 의사가 물어볼 만한 질문을 스스로 떠올렸다는 사실에 나는 강한 인상을 받았으며 감동을 느꼈다.
    (/ p.220)

    10장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
    리처드는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답게 놀라운 광경을 보기 시작했고, “문학의 가장행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의사, 간호사, 병원 직원이 19세기 문학의 등장인물처럼 차려입고 가장행렬을 연습하고 있었다. (중략) “배우들”은 그들끼리 자유롭게 이야기했고 리처드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행렬은 병원 안의 몇 개 층에서 동시에 진행되었고, 그는 전체 행렬을 볼 수 있었다. 바닥이 투명해서 전 층의 공연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예행연습을 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의견을 물었고, 그는 행렬이 아주 매력적으로 영리하게 잘 구성되었고 매우 흥겹다고 말해주었다. 그로부터 6년 후, 그는 내게 그때의 일을 회상하기만 해도 즐겁다고 말하며 빙긋이 웃었다. “큰 특권을 누린 시간이었죠.”
    (/ pp.240~241)

    11장 수면의 문턱에서
    평온하게 잠을 잤고 아주 정상적인 꿈을 꾼 것 같은데, 깨어나는 순간 깜짝 놀랍니다. 내 앞에 할리우드에서도 만들어낼 수 없을 것 같은 괴물이 버티고 있습니다. 환각은 약 10초 후 서서히 사라지고, 환각이 보이는 동안 몸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사실 그냥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공중으로 1피트 정도 펄쩍 뛰어오르며 비명을 지릅니다. (중략) 환각은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젠 하룻밤에 네 번 정도 나타나죠. 잠자리에 들기가 겁이 날 지경입니다.
    (/ p.261)

    최근에 나는 놀랍고 다소 감동적인 시각 환각을 경험했다. 돌이켜보면 무슨 꿈을 꾸고 있었는지, 혹은 꿈을 꾸기나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잠에서 깨어보니 턱수염이 까맣고 소심하다기보다 싱글거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마흔 살의 내 얼굴이 보였다. 얼굴은 약 2피트 정도 떨어져 있었고 실물 크기였으며, 선명하지 않은 파스텔색으로 희미하게 공중에 떠 있었다. 그리고 호기심과 애정이 담긴 눈으로 나를 보는 듯하다가 5초쯤 지나자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환각은 내가 젊은 시절의 나와 이어져 있다는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 pp.263~264)

    12장 기면증과 몽마夢魔
    침대에 누워서 자세를 몇 번 뒤척이다가 결국 얼굴을 묻고 누웠어요. 즉시 몸이 점점 마비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나는 자신을 ‘끄집어내려’ 했지만, 이미 마비 상태에 너무 깊이 들어가버렸어요. 마치 누군가가 내 등에 올라타고 앉아서 나를 매트리스 속으로 더 깊이 짓누르는 것 같았답니다. (중략) 등에 가해지는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바람에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그런 뒤] 그것이 내 등에서 내려와 내 옆에 눕더군요. (중략) 내 옆에 누워서 숨을 쉬고 있는 것이 느껴졌어요. 나는 너무 무서웠고 환상이 아닌 진짜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죠. (중략) 계속 깨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은 영원 같았지만 간신히 용기를 내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 p.277)

    악몽, ‘nightmare’의 ‘mare’는 원래 잠자는 사람의 가슴을 눌러 숨을 막는 마녀를 가리켰다(뉴펀들랜드에서는 그녀를 ‘마녀 할망구Old Hag’라고 불렀다). 어니스트 존스는 "악몽에 관하여On the Nightmare"라는 연구논문에서, 악몽은 당사자가 항상 (때때로 가슴에 걸터앉은) 무서운 존재를 감지하고, 호흡 곤란을 겪고, 완전한 마비 상태를 자각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꿈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악몽’이라는 말은 나쁜 꿈이나 불안한 꿈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곤 하지만 진정한 악몽은 완전히 다른 질서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데, 체인은 이를 “불길한 초자연성”이라고 표현했다.
    (/ p.280)

    13장 귀신에 붙들린 마음
    남편은 30년 전,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때 나의 아들은 아홉 살이었죠. 부자는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해서 함께 달리기를 했어요. 남편이 죽은 후 몇 달이 지났을 때, 아들이 나에게 와서는 가끔 아버지가 (평소에 입고 달리던) 노란 반바지를 입고 집 앞을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하더군요. 그때 우리는 유족 위로 상담을 받고 있었어요. 내가 아들의 경험을 설명하자, 상담원은 슬픔에 대한 신경학적 반응으로 환각이 보이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우리는 안심했고, 나는 지금도 노란색 반바지를 보관하고 있답니다.
    (/ pp.289~290)

    인생의 반대편에는 죽을 때나 죽음을 예감할 때 방문하는 특별한 환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양로원과 요양원에서 일하는 동안, 의식이 맑고 정신이 멀쩡한 환자들이 죽음이 임박했음을 느낄 때 환각을 경험하곤 한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뭉클함을 느끼곤 한다.
    로잘리는 내가 샤를보네증후군에 관한 장에서 묘사한 아주 연로한 시각장애인 할머니였다. 그녀가 병상에 누워서 곧 죽으리라고 생각했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환영으로 나타났고 천국에서 그녀를 맞이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환각은 성격상 로잘리가 평소에 겪은 샤를보네증후군 환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번에는 다감각적이었고, 개인적이었으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흠뻑 스며들어 있었다. (중략) 내가 아는 바로는 다른 환자들, 즉 샤를보네증후군이나 그 밖의 특별한 질환이 환각을 유발하지 않는 환자들도 그와 비슷한 임종 환각을 겪는다. 그러한 환각은 그들의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셈이다.
    (/ p.310)

    14장 도플갱어: 나를 보는 환각
    그러나 희열은 공포와 담합하기도 한다. 나의 친구인 피터 S.가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은 환각을 동반한 수면마비를 한 번 겪은 뒤였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벗어났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몸을 힐끗 본 뒤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는 육체의 한계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엄청난 자유와 기쁨을 느꼈고, 온 우주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두려움도 밀려왔고, 두려움은 공포로 바뀌었다. 지상으로 내려가서 자신의 몸과 재결합하지 못하고 무한한 공간에서 영원히 헤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체이탈 체험은 발작이나 편두통을 겪는 과정에서 뇌의 특정한 영역이 자극을 받으면 발생할 뿐 아니라, 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해도 발생한다. 또한 약물 경험으로나 스스로 유발한 황홀경 상태에서도 발생한다. 유체이탈 체험은 심장마비나 부정맥, 다량의 출혈이나 쇼크로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을 때에도 발생할 수 있다.
    (/ p.314)

    15장 환상, 환영, 감각 유령
    팔다리를 잃은 사람은 (의수족 없이도) 자신의 환상지로 대단히 절묘하고 세련된 일을 할 수 있다. 젊은 학생 시절 에르나 오텐은 뛰어난 피아니스트로서 위대한 파울 비트겐슈타인의 제자였다. 비트겐슈타인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른팔을 잃었지만 왼손으로 연주를 계속했다(그리고 많은 작곡가에게 왼손을 위한 음악을 써 달라고 의뢰했다). 하지만 제자들을 가르칠 때에는 어떤 의미에서 양손으로 가르쳤다. …
    “나는 새로운 곡의 핑거링을 연습할 때마다 그의 오른팔 토막이 얼마나 관여하는지 여러 번 봤습니다. 그는 나에게 오른손의 모든 손가락을 느끼고 있으니, 자신의 핑거링 선택을 믿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습니다. 때때로 내가 조용히 앉아 있는 동안 그는 눈을 감고 토막 난 팔을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건 그가 팔을 잃고 나서도 여러 해가 지난 때였습니다.”
    (/ pp.340~341)

    왼쪽이나 오른쪽에, 혹은 바로 뒤에 누군가 있다는 느낌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는 단지 애매한 느낌이 아니라 뚜렷한 감각이다. 숨어 있는 인물을 찾으려고 몸을 홱 돌려보기도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중략) 그러한 감각은 혼자, 어둠 속에, 낯선 환경에서, 과민 반응 상태에 있을 때 더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산악인과 극지 탐험가 사이에는 잘 알려져 있다. 광대하고 위험한 지형, 고립 상태와 체력 고갈(그리고 산이라면 희박한 산소)이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한다. 존재감, 보이지 않는 동행자, “제3의 사나이”, 그림자 인간 등 무엇이라 부르든, 그는 우리를 잘 알고 있고, 호의적이든 악의적이든 명확한 의도를 갖고 있다. (중략) ‘누군가 있다’는 느낌은 여러 형태의 불안, 다양한 약물, 정신분열병이 유발하는 과도 각성 상태에서 더 자주 발생하지만, 신경학적 질환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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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3.07.09~2015.08.30
    출생지 영국 런던
    출간도서 26종
    판매수 16,385권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 퀸스칼리지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와 UCLA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1965년 뉴욕으로 옮겨 가 이듬해부터 베스에이브러햄 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과 뉴욕 대학을 거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컬럼비아 대학에서 신경정신과 임상 교수로 일했다. 2012년 록펠러 대학이 탁월한 과학 저술가에게 수여하는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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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강원도 원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전업 번역을 하며 예술과 문학의 곁자리를 지키고 있다. 옮긴 책으로 [미를 욕보이다], [무엇이 예술인가],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빈 서판], [언어본능], [갈리아 전쟁기], [나라 없는 사람], [끌리는 박물관] 등이 있다. 제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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