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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 제11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원제 : 水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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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제11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현대 오키나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메도루마 슌 작품선


    현대 오키나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메도루마 슌의 [물방울]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92번)으로 소개된다.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의 비극적인 역사와 일본 본토와 미국인에 대한 오키나와인의 의식을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내며 오키나와뿐 아니라 일본 문단에서도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작가이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물방울'은 한 남자의 오른 다리가 통나무처럼 부어오르더니 엄지발가락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물은 매일 밤 나타나는 병사들의 유령에게는 ‘생명수’가 되고, 젊음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적의 묘약’이 된다. 메도루마는 전쟁 후의 상처와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을 유머러스한 인물 묘사와 위트 넘치는 문체로 무겁지 않게 풀어나간다. 색채감 풍부한 문체로 오키나와의 자연 풍광을 느낄 수 있는 '바람 소리'와 기존의 소설 형식을 파괴하고 가상의 책에 대한 서평들로만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기상천외한 단편 '오키나와 북 리뷰'가 함께 실려 있다.

    나는 오키나와에서만 쓸 수 있는 문장을 쓰고 싶다.
    신화, 전설, 역사, 현실의 정치가 얽힌 복잡하고 환상적인 소설을,
    오키나와 역사를 근거로 쓰고 싶다.”
    - 메도루마 슌

    일본에 속해 있으면서도 일본 본토와 일본인을 자신들과 구분하는 오키나와인. 오랫동안 류큐라는 독립국으로 존재해온 오키나와는 메이지 시대 일본에 강제로 편입되었고, 태평양 전쟁 당시에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져 많은 희생자를 냈으며, 전쟁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여 현재까지 주민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고 있다. 메도루마 슌은 이런 고향 오키나와의 비극적인 역사를 문학적 주제로 삼아 활동하는 작가로, 오키나와의 전통과 풍습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발한 발상과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과 상처를 신비로운 상상과 유머로 풀어낸 '물방울'

    낮잠을 자던 도쿠쇼의 오른 다리가 갑자기 통나무처럼 부어오르더니 터진 엄지발가락 끝에서 쉴 새 없이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도쿠쇼는 겉으로는 의식이 없는 듯 보이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뿐 정신은 말짱하다. 그날 이후 도쿠쇼의 발끝에서 나오는 신비로운 물로 목을 축이기 위해 병사들의 유령이 밤마다 찾아온다. 그들은 50년 전, 오키나와 전투에 도쿠쇼와 함께 참전했던 전우들이다. 갈증을 호소하던 전우와 부상당한 친구를 버려두고 혼자 도망쳤던 도쿠쇼는 이들에게 죄의식을 느끼지만, 지난 일을 한번 떠올리기 시작하면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것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올까봐 두려워한다. 한편 낮에 도쿠쇼를 돌봐주러 오는 사촌 세이유는 발끝에서 떨어지는 이 물에 신비로운 효능이 있다는 걸 알고 비싼 값에 물을 팔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바르기만 하면 젊어지는 ‘기적의 묘약’이 어떤 성분인지 의심도 하지 않고 앞다퉈 사들인다.
    '물방울'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과 상처를 신비로운 상상과 유머로 풀어내 무겁지 않게 주제를 전달한다.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인 고노 다에코는 이 작품을 읽고 “아쿠타가와상의 심사를 맡아온 11년간 가장 감탄했다. 탄복했다”라고 평했으며, 또 다른 심사위원 히노 게이조는 “주인공의 모든 것, 즉 이기주의와 약함과 어리석음을 작가는 오키나와라고 하는 불가사의한 장소의 힘으로 ‘긍정’하고 있다. 특별나게 오키나와적이며 현대적인 소설이다”라고 평했다.

    국가에 의해 죽어야 했던 가미카제 특공대의 한(恨)을 흐느끼는 소리로 형상화한 '바람 소리'

    바람이 불면 마을 어디에선가 구슬픈 흐느낌이 들려온다. 절벽 위에 있는 풍장터의 유골이 내는 소리라는 소문은 있지만 전쟁 때 풍장터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파괴된 후 40년여 동안 누구도 사실인지 확인해본 사람은 없다. 그 소문이 실제인지 확인해보려는 겁 없는 소년들, 풍장터 유골에 대한 비밀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마을 노인, 죽은 자가 낸다는 구슬픈 흐느낌을 취재하러 온 방송국 PD의 과거가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태평양 전쟁 시기,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동원된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죽음에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공허함 속에서 죽어갔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남은 대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했다. '바람 소리'는 바람이 불면 유골에서 구슬픈 흐느낌이 들려온다는 설정을 통해 가미카제 특공대로 전장에 나가 적진으로 돌격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젊은이들의 한(恨)을 형상화하면서, 군국주의에 의한 자살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황갈색 바위 절벽에 늘어진 진초록 잎, 어린아이 두개골만큼이나 크고 흰 소라를 이고 가는 소라게, 비릿한 진흙 양옆을 빽빽이 채운 검은 맹그로브 숲 등 오키나와의 자연과 풍토를 탁월하게 묘사해 생생한 색채감을 준다.

    가상의 책에 대한 서평만으로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기발한 형식의 단편 '오키나와 북 리뷰'

    아무 설명 없이 '오키나와 북 리뷰'를 읽노라면 황당한 제목의 책들과 그것을 읽고 진지하게 쓴 서평에 어리둥절해진다. [오키나와에서 천왕성의 의미는 무엇인가] [황태자전하, 오키나와의 사위가 되면 안 되나][당신도 3분이면 유타가 될 수 있다] 등 얼토당토않은 책의 제목과 내용은 물론 모두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것이다. 기존의 소설 형식을 파괴한 기상천외한 단편 '오키나와 북 리뷰'는 이렇게 가상의 책과 서평만으로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작품이다.
    천왕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오키나와의 샤먼인 ‘유타’가 된 오미자 류이치로와 황태자가 오키나와 여성을 황태자비로 맞아들여야 일본과 오키나와가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오야마 메이도의 일생이 주축을 이루는 이 소설(아닌 소설)은 형식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독자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천왕성 정부와 동맹을 맺고 류큐 공화국의 독립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미자 류이치로 파, 이에 맞서 류큐 독립을 외치는 이들의 배후에 북한과 중국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오야마 메이도 파.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전개하며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이 단편의 맺음말에서 작가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지금 오키나와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진지하게 묻는 사람은 가부 강의 틸라피아에게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틸라피아에게 웃음거리가 될지언정 그 길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 있어야만 새로운 길도 열릴 것이다. 사람이 지나가야 길도 생기는 법이다.

    추천사

    작가는 주인공의 이기주의와 약함과 어리석음을 윤리적, 종교적으로가 아닌 오키나와라고 하는 불가사의한 장소의 힘으로 ‘긍정’하고 있다. 특별나게 오키나와적이며 현대적인 소설이다.
    - 히노 게이조 / 소설가

    '물방울' 이전 일본 문단에서는 ‘오키나와 전쟁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써야 한다. 픽션을 써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있었다. ‘그늘진 기억’은 언제나 문학에서 배제되었다. …… '물방울'은 군의 공식기록과 전쟁 증언록에는 그려지지 않았던 개인의 깊은 감정이 돌파구를 연 작품으로 전후 오키나와 문학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 신조 이쿠오 / 문학 평론가

    과거의 전쟁이 기억 속에 뚜렷이 존재하는 현재의 사람들, 미군기지에 이웃하고 있는 지금의 오키나와, 그렇게 아직도 전쟁과 이어져 있는 현 상태를 고발하고 있다.
    - 니시니혼 신문

    메도루마 슌이 다른 오키나와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발상의 기발함이다. …… 전쟁이 낳은 후유증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서술되는데 그것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것은 유머와 위트가 적재적소에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 유은경 / 옮긴이

    본문중에서

    세이유는 발꿈치에서 떨어지는 물을 손에 받아 조심스럽게 혀를 대어보았다. …… 요 몇 년간, 여자 앞에만 서면 언제나 제구실을 못하고 죽은 참새 머리처럼 축 늘어져 있던 것이 비둘기 머리만큼이나 커져서는 머리를 까딱였다.
    “하고 싶다!”
    세이유는 가라테 찌르기 동작을 세 번 연속하고는 물 담을 용기를 찾으러 방을 뛰쳐나갔다.
    ('물방울' 중에서/ p.27)

    맹그로브 사이를 빠져나온 달빛이 진흙 위에 춤추는 빛 무늬를 만들었다. 아까부터 뭔가에 계속 쫓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세이키치는 뒤돌아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뛰었다. 이윽고 그런 느낌이 휙 사라졌다. 두 손을 무릎에 짚고, 헉헉대던 호흡을 가라앉힌 다음 얼굴을 들자, 눈앞에 하얗게 빛나는 두개골이 걸어가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려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터져 나오려던 비명을 삼켰다. 어린아이 두개골만큼이나 크고 흰 소라를 업은 소라게였다. 세이키치는 눈앞을 천천히 횡단하는 소라게를 숨죽인 채 지켜보았다.
    ('바람 소리' 중에서/ p.79)

    유타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당신. 스즈키 선생이 고안한 ‘간단한 3분 유타 체조’라면, 매일 3분간 실행에 옮기는 것만으로 접신이 가능하여 집에서도 쉽게 유타가 될 수 있습니다. …… 유타 3급 면허를 가지고 있으면 취직이 유리하고, 1급 면허라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금 정신분석의를 대신하여 유타가 대인기. 할리우드 스타가 당신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러 올 날도 꿈만은 아닐지 모릅니다.
    ('오키나와 북 리뷰' 중에서/ p.177)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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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 오키나와 현 북부에 위치한 나키진에서 태어났다. 류큐대학 법문학부에 들어가 문학 활동 및 반기지 활동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 오에 겐자부로, 나카가미 겐지, 가브리엘 마르시아 마르케스 문학의 영향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기간제 노동자, 경비원, 학원 강사 등을 했다. 이후 현립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으로 2003년까지 일했다. 1983년 「어군기」로 등단한 후 1997년 「물방울」로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2000년에 「혼 불어넣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미군 아이를 살해하는 내용의 「희망」(아사히신문 19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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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명여자사범대학 일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외국어 대학에서 석사, 주오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대구가톨릭대학교(아시아학부 일어일문학 전공)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옮긴 책으로 [도련님] [문] [물방울] [어떤 여자]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유래로 배우는 일본어 관용구] [소설 번역 이렇게 하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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