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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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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톨스토이, 고골, 투르게네프와 같은 러시아 문학의 창조자들과 같은 선상에 놓일 자격이 충분하다. 표현의 넓이, 삶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한 깊은 이해력, 러시아어에 관한 지식에서 그는 전세대 그리고 동세대 작가들을 훨씬 뛰어넘는다.”
    - 막심 고리키


    가장 러시아적인 작가이자 천재적인 이야기꾼인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러시아 민중의 삶을 독특한 구성과 생생한 언어로 표현하여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톨스토이는 “레스코프야말로 진정한 작가다”라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고리키는 그가 톨스토이, 고골, 투르게네프와 같은 러시사 문학의 창조자들과 같은 선상에 놓일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레스코프의 문학은 특히 체호프와 고리키, 레미조프, 조센코, 자먀틴 등 20세기 초반의 문학양식주의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레스코프 걸작 작품선 [왼손잡이]에는 러시아인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자 러시아적 정서의 원형을 보여주는 [왼손잡이], 농노제도의 부조리와 농노들의 한(恨)을 비극적으로 형상화한 [분장예술가], 러시아의 종교와 예술에 대한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애정이 문학으로 승화된 [봉인된 천사]를 수록했으며, 이 중 [분장예술가]와 [봉인된 천사]는 국내 초역되는 작품들이다. 이 작품집을 통해 오늘날 ‘언어의 연금술사’ ‘천재적인 이야기꾼’으로 불리며, 문학사가 미르스키의 말처럼 ‘가장 러시아적인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레스코프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천재적인 이야기꾼, 언어의 마술사로 찬사 받는
    가장 러시아적인 작가, 레스코프 작품집


    러시아문학사에서 레스코프가 갖는 위치는 확고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가치가 과소평가된 감이 있다. 동시대 작가들이었던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그늘에 가려 우리 독자에게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레스코프는 19세기 러시아문학을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대작가다. 톨스토이는 사람들이 레스코프보다 도스토예프스키를 더 많이 읽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으며, 후에 고리키는 젊은이들에게 레스코프의 작품으로 문장법을 배울 것을 권했고, 토마스 만과 발터 벤야민은 그를 천재적인 이야기꾼으로 평가했다.
    레스코프가 작품활동을 시작하던 때는 첨예한 당파싸움의 시기였다. 진보와 보수, 두 당파의 날카로운 대립 속에서 신인작가들은 스스로를 어느 한 당파와 동일시하지 않으면 비평가들의 부분적인 인정이나마 받기 힘들었다. 어느 당파에도 속하지 않은 레스코프는 비평가들의 인정이 아니라 독자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작품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특이한 경우였다. 러시아 민중의 구체적인 실상을 재미있는 스토리로 구성하여 (‘스카스’ 기법이라 불리는) 구어체로 실감나게 표현한 그의 작품은 그전까지의 러시아 소설 경향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고, 일반 민중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레스코프는 1831년 러시아 중부 오룔 현 고로호보에서 평범한 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교를 중퇴하고 관청의 기록원으로 근무하면서 러시아의 현실을 처음으로 접했다. 그가 후에 자신의 작품의 중요한 토대를 얻게 된 것은 이모부 스콧의 일을 돕게 되면서였다. 러시아 대부호들의 영지를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던 스콧의 요청에 따라, 레스코프는 영지들을 방문하여 실태조사서를 작성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레스코프는 이 일로 러시아 전역을 순회하며 각 지방의 진기한 풍습과 문물을 접했다. 그리고 이때의 소중한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에 녹아들어, 러시아 전국의 다양한 인간군상이 펼치는 진귀한 이야기들의 밑바탕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자유주의적이고 교양 있는 농노주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농민에 대한 감상적인 연민의 태도가 그의 작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농민을 이해하는 이런 실제적이고 독자적인 경험 덕분이었다. 레스코프는 농노를 소유하지 않고 현실을 이해하게 된 러시아 작가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뛰어난 관찰력과 민중에 대한 지식으로 현장의 실태를 스콧에게 보고서 형식으로 써 보내던 레스코프는 이 일을 계기로 저널리스트가 된다. 그리고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는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실제적인 지적 훈련을 거친 그는, 당시 상당히 과격하고 비실제적이었던 논쟁적 당파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벌어진 ‘페테르부르크 대화재 사건’으로 그는 의도하지 않게 진보 진영의 총 공세를 받는 입장이 되었고,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이후 가짜 사회주의자들의 실체를 폭로한 그의 첫 장편소설 [막다른 골목]으로 그는 또 한 번의 대형 스캔들을 일으켰고 급기야 ‘반동’으로 낙인찍혔다. 이후 레스코프의 인기는 그 어느 비평가의 인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독자들의 훌륭한 안목에 의해서 유지될 수 있었다.
    그가 작가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1872년에 연대기 형식의 소설 [성직자들]을 발표하고 이어서 1870년대 말까지 성직자의 생활을 다룬 일련의 단편을 계속 발표하면서이다. 이들 작품으로 레스코프는 러시아정교와 보수적 이상의 옹호자로 알려졌지만, 이것은 그에 대한 오해에 불과하다. 교회에 대한 그의 태도는 뻣뻣했고, 그의 기독교 정신은 점점 전통에서 멀어져 비판적으로 되어갔다. 그는 교리와 종파를 초월해 삶의 교훈으로서 기독교를 옹호했다. 이런 그가 1880년대부터 톨스토이의 윤리 도덕적 종교 사상에 이끌린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후 레스코프는 점차 러시아정교회의 형식적이고 교조적인 면모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성직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 [어느 주교의 소소한 일상사]는 발표한 지 10년 도 더 지나서 레스코프가 자신의 전집을 발간하려 했을 때 작품의 내용이 검열에 걸려 이 작품이 실린 전집 제6권이 발간금지조치를 당하게 된다. 이후 레스코프는 정부의 지속적인 검열 대상이 되면서 보수진영에서 멀어졌고, 반대로 좌익 진영에서 출간을 하게 되었다. 생애 말년에 그는 주로 온건한 급진 잡지에 작품을 기고했지만, 문단은 그를 ‘병든 재능의 작가’로 부르며 비난했다. 그가 사망했을 때 그는 전국에 걸쳐 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문단에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러시아 소설은 전통적으로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의 내면적 필요성과 인물의 성격 묘사를 중시하는 반면, 이야기의 플롯은 경시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레스코프는 스토리 구성에 천부적 재능을 보였고, 유머스럽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이 화려하게 포진한 소설을 썼다. 사상과 메시지를 중시했던 ‘진지한’ 러시아 소설의 전통에 위배되는 그의 이러한 작품들을 보고 비평가들은 레스코프를 단순히 ‘농담꾼’으로 간주할 정도였다. 언어의 화려함과 빠르고 복잡한 서사는 그의 작품에 독특한 색채와 감각을 부여했고, 톨스토이는 그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의 ‘말장난’을 즐겼다.
    레스코프 작품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특징은 ‘스카스’라 불리는 기법이다. ‘스카스’는 간단히 말해서 구어체를 재현하려는 문체양식으로서, 고골에서 시작되어 레스코프를 거쳐 현재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러시아 특유의 장르를 일컫는다. 당시 사실주의 작가들의 고르고 매끈하고 평이한 문체에 구애받지 않고 레스코프는 속어, 각 직업 전문용어, 각 지방 방언, 익살스런 말장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이 문체의 대표 작가가 되었다. 레스코프 소설의 스카스 기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왼손잡이]이다. 레스코프의 독창적인 언어 구사는 레미조프, 조센코 등 20세기 전반기에 새로운 양식의 산문을 개척하는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레스코프는 사망하기 얼마 전에 “지금은 내가 꾸며낸 허구, 아름다움 때문에 읽히지만, 50년 후에 이 아름다움은 퇴색할 것이고 내 책들은 오직 그 안에 담긴 사상 때문에 읽힐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간상으로 볼 때 이 예언은 빗나간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 예측 자체는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지방도시, 구교도, 괴짜, 촌부 등 러시아 사회와 문학에서 소외된 주변 요소들을 심층적으로 다룬 그의 작품들은 주류 문화의 해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현대 문예사조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찰은 언어의 연금술 이전에 선량한 약자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작가로서 레스코프의 진면목을 깨닫게 해준다.
    러시아문학은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로 다 이야기될 수 없다. 레스코프는 러시아인들에게 인정받으며 실제로 러시아 민중에 대해 가장 폭넓고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가장 러시아적인 작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적 영혼의 한 단면을 만날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들

    [왼손잡이]
    [왼손잡이]는 레스코프의 대표작이며, 그의 작품 가운데 러시아인들이 가장 즐겨 읽는 작품이다. 발표 당시 레스코프는 이 작품이 실제 공업도시 툴라의 한 장인에게서 들은 민담이라고 말했다가 후에 사실이 아님을 밝혔는데, 독자들은 여전히 이 작품이 실제 구전되는 민간 전설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것은 이 작품의 언어에서 느껴지는 지극히 토속적인 느낌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 촌무지렁이 대장장이가 온갖 능청을 떨면서 말장난을 늘어놓는 우스꽝스러운 민담 한 편을 듣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기도 했다.
    스카스 기법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답게, 이 작품에는 레스코프 특유의 언어유희가 많이 나오는데, ‘샹들신상’ ‘폴베데레의 아볼론 상’ ‘세라미드’ ‘잉국인’ ‘젤딩’ 등이 그것이다. ‘샹들신상’은 ‘반신상’과 ‘샹들리에’의 합성어이며, ‘폴베데레의 아볼론 상’은 ‘벨베데레의 아폴론 상’을 장난친 것이고, ‘세라미드’는 ‘세라믹’과 ‘피라미드’의 합성어, ‘잉국인’은 ‘영국인’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것, ‘젤딩’은 ‘젤리’와 ‘푸딩’의 합성어이다.
    사회 경제적으로 아직 유럽의 후진국이던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는 유럽에서 러시아의 지위가 급상승하게 된 빈 회의를 마치고 영국을 방문한다. 거기서 영국 기술문명의 총아인, 현미경으로만 봐야 겨우 보이는 인조 강철 벼룩을 선물 받는다. 황제의 수행원인 플라토프는 고지식한 돈 카자크 출신으로 그깟 벼룩에 황제가 감탄하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알렉산드르 황제가 죽고 니콜라이 황제가 등극한 후 이 강철 벼룩은 다시 새 황제의 눈에 띄게 되고, 외국 문물에 대한 동경심이 강했던 알렉산드르와는 달리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새 황제는 플라토프에게 러시아의 기술로 영국의 콧대를 꺾어주라고 명령한다. 플라토프는 유명한 공업도시인 툴라로 가서 촌무지렁이 대장장이들에게 과업을 지시하고, 며칠 동안의 작업 끝에 왼손잡이를 비롯한 대장장이들은 이 영국제 강철 벼룩의 발에 편자를 박고, 그 편자에 자신들 이름의 이니셜까지 새겨넣는다. 물론 기계나 설비 하나 없이, 순전히 육안으로 보고 두 손으로 망치질하여 박아넣은 것이다.
    왼손잡이 대장장이가 직접 이 벼룩을 영국에 가지고 가자, 영국인들은 왼손잡이를 천재 기술자로 대접하며 영국의 선진 문물과 안정된 노동 환경을 보여주고 영국에 머물라고 권한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떨칠 수 없었던 왼손잡이는 권고를 다 뿌리치고 러시아로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몇 날 며칠을 배에서 술만 퍼마신 왼손잡이는 러시아 항구에 도착할 때는 인사불성이 되어 경찰서로 끌려가고 지독히 추운 날씨에 그대로 방치되어 결국 목숨을 잃는다. 숨이 끊기기 전에 영국에서 알아낸 총기 간수 비법을 의사에게 겨우 전달했으나, 의사의 말은 한 권위주의적인 장군에 의해 묵살되고 만다. 마지막에 화자는 왼손잡이의 유언이 황제에게 전해졌더라면 러시아는 크림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덧붙인다.
    과격하고 고지식한 플라토프, 역시 고지식하고 무식하고 사팔뜨기에다 왼손잡이인 대장장이의 행동과 대사를 묘사한 레스코프 특유의 언어는, 온갖 은어에 충청도 사투리까지 동원하여 촌스런 느낌을 한껏 전달하고자 한 번역가의 노력으로 레스코프가 직접 쓴 원문을 대하는 듯 실감나게 읽을 수 있다.
    [왼손잡이]는 킬킬거리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레스코프가 풍자한 러시아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이 작품의 기저에 깔려 있다. 외국에서는 천재 장인으로 대접 받을 만한 인물이 러시아에서는 촌구석에서 무명으로 살아갈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이처럼 러시아 민족의 비극적 특성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분장예술가]
    [분장예술가]와 [봉인된 천사]는 둘 다 액자형식의 소설로, 액자형식은 레스코프의 전형적인 서술 기법이다. 그의 특기인 스카스 기법에는 액자형식이 많은데, 살아 있는 인물이 생동감 넘치는 구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전개되기 위해서는, 작중 인물이 자신의 과거를 실제로 이야기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식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분장예술가]는 젊은 시절 농노배우였던 한 여인의 입을 통해 농노제의 비극성을 [왼손잡이]와는 달리 비극적으로 진지하게 그리고 있다.
    카멘스키 백작 영지의 농노예술가 중에서 젊은 분장사 아르카지와 여배우 류보피는 남몰래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류보피가 카멘스키 백작의 첩이 될 운명에 처하자, 아르카지는 그녀와 함께 도주한다. 그러나 한 위선적인 사제의 속임수로 그들의 도주는 실패로 끝나고, 아르카지는 무서운 고문을 받은 후 전쟁터로 보내지며, 류보피는 자살을 기도하다 목소리가 망가진 채로 외양간 관리 노파와 함께 살게 된다. 3년 후, 아르카지가 전쟁터에서 공훈을 세우고 귀족의 신분이 되어 류보피를 찾아왔으나, 그들이 감격적인 재회를 하기 하루 전, 여관에 묵고 있던 아르카지는 그의 돈을 탐낸 여관 주인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이후 류보피는 술에 의지해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 이야기는 세월이 지나 술이 아니면 잠들 수 없는 류보피가, 유모로 있는 주인집 어린 아들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소설의 부제는 ‘축복의 날 1861년 2월 19일에 대한 신성한 기억을 기념하며’이다. 여기서 ‘축복의 날 1861년 2월 19일’은 역사적인 농노해방의 날이다. 농노제는 러시아의 많은 진보적 지식인으로부터 ‘러시아의 모든 악의 근원’으로 지탄받은 부조리한 제도로, 레스코프의 이 작품은 농노제 사회의 비인간적인 상황을 고발하는 강력한 작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작품의 비극성은 러시아 사회에서 농노들이 처한 비극적 상황에서 끝나지 않는다. 레스코프는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도 있었던 작품의 결말에 의외의 비극을 추가하여 ‘하늘도 버린 그들’이라는 기막힌 운명을 그들에게 부과한다. 그럼으로써 작품의 비극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응어리진 채 풀리지 않는 그들의 한(恨)을 작품에 깊이 있게 녹여내려고 했던 것이다.

    [봉인된 천사]
    [봉인된 천사]는 앞의 두 작품과 같이 예술을 다루고 있으나, 한층 더 승화된 차원의 예술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봉인된 천사]는 러시아 국가 정교회와 대립하면서 오랜 기간 박해를 받았던 구교도의 독실한 신심과 종교생활을 잘 그려낸 수작으로, 특히 러시아 문화사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콘(성화상)의 종교 예술적 의미를 잘 다루고 있다. 러시아의 영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자연과 러시아정교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또한 이콘을 빼놓고는 러시아정교를 이해할 수 없다. 이콘은 20세기 초까지 러시아 민중의 삶과 깊이 밀착되어 있었던 것으로, 레스코프는 고대 러시아의 이콘을 비롯하여 러시아의 다양한 종교 분파들과 그들의 전례의식에 지대한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이러한 면모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구교를 따르는 한 유랑 석공 단체가 키예프의 드네프르 강에 다리를 놓는 공사를 맡게 되면서 그 지역에 정착하게 된다. 이들은 독실한 공동생활을 하며 자신들의 이콘, 특히 그중에서도 천사 이콘을 소중하게 모시고 있었는데, 어느 날 키예프의 한 허영심 많은 귀부인이 천사 이콘이 기적을 행하게 해준다고 믿으면서 이런 저런 부탁을 해온다. 남편을 승진시켜달라는 부탁이 이루어지자 뛸 듯이 좋아했지만, 호사다마가 되어 남편이 곤경에 빠지자, 이 귀부인은 모든 게 천사 이콘 탓이라며 공권력을 이용해 이콘을 몰수한다. 그 과정에서 천사 이콘은 끓는 납으로 봉인되어서 주교좌성당 제단에 놓아진다.
    이제 이 천사 이콘을 구하려는 구교도들의 노력이 시작된다. 이들은 우선 고대 이콘을 그대로 모방해 그릴 줄 아는 성상화가를 구하고, 성당에 몰래 잠입하여 천사 이콘을 빼내오는 작전을 펼친다. 그리고 마지막에 복사본 이콘을 성당 제자리에 갖다놓는 모험을 감행한다. 마지막 대단원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반전을 거듭하며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작중 구교도 한 사람의 입을 통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하는 액자형식의 소설로, 빠른 사건 진행과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로 시종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또한 이콘의 제작과정과 각 이콘의 양식상의 차이점에 대한 설명은 이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거의 필독서라 할 만큼 풍부한 정보를 전달해준다.
    레스코프는 자신들만의 신앙방식을 고집하는 구교도들의 보수적이고 완고한 자세에는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구교도들이 간직한 고대 러시아의 전통적인 예술혼과 투철한 도덕관념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러시아 구교도의 삶과 정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이성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러시아적 영혼의 한 단면을 만날 수 있다.

    해외 서평
    진실로 러시아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러시아의 모든 것이 도스토예프스키와 체호프에게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레스코프는 러시아 작가들 중에서 가장 러시아적인 작가로, 러시아인들에게 인정받고 있고 실제로 러시아 민중에 대해 가장 폭넓고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_ D. P. 미르스키

    이야기꾼이 지닌 재능은 그의 전 생애를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야기꾼이란 그의 삶의 심지를, 조용히 타오르는 그의 이야기의 불꽃에 의해서 완전히 연소시키는 사람이다. 레스코프와 같은 이야기꾼을 둘러싸고 있는 비교할 수 없는 아우라는 바로 여기에 기초한다. _ 발터 벤야민

    니콜라이 레스코프, 그야말로 진정한 작가다. _ 레프 톨스토이

    레스코프는 정말 놀라운 이야기꾼일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확신하듯, 가장 아름다운 러시아어를 구사하며, 러시아 민족의 영혼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_ 토마스 만

    본문중에서

    (그들은) ‘어둠을 틈타’ 마침내 집으로 돌아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일절 말 한마디 없이 극비리에 일을 착수했다. 그들 세 명은 모두 왼손잡이의 집에 모여 문을 잠그고 창문의 덧문까지 닫은 후에 니콜라이의 이콘 앞에 등불을 밝히고 일을 시작했다.
    그들은 하루, 이틀, 사흘을 틀어박혀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끊임없이 망치질을 해댔다. 무언가를 두들겨 만들고는 있었지만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는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궁금해했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보여주는 것도 없으니 아무도 눈곱만큼도 알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집에 가서 불씨나 소금을 빌린다는 둥 여러 가지 구실로 문을 두드려보기도 했지만, 세 장인은 그 어떤 부탁에도 문을 열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들이 무엇으로 연명하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이웃집에 불이 났다고 소리치면 당황해서 뛰어나오지는 않을까, 그러면 그때는 무엇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렇게도 해보았지만, 이 꾀 많은 장인들을 속일 수는 없었다. 단 한 번 왼손잡이가 어깨까지 몸을 내밀고 이렇게 소리를 지른 적이 있었을 뿐이다.
    “불이 나면 나라고 그려. 우리는 시간이 없구먼.” 그러고는 다시 그 군데군데 잡아 뜯긴 자국이 있는 머리를 안으로 쑥 들이더니 덧문을 탁 닫고는 일을 계속했다.
    (/ p.34)

    지금도 나는 그 모습이 생생하다. 매일 밤, 집안사람들이 모두 잠이 들면, 그녀가 자신의 앙상한 뼈마디가 부딪히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용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동상이 걸린 가느다란 다리를 움직여 창문으로 다가가던 모습이…… 그렇게 그녀는 잠깐 동안 서서 혹시 침실에서 어머니가 나오시지 않을까 주위를 살펴보며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러고는 자리를 잡고 조용히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 술을 마셨다.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그렇게 마음속 불을 끄면서 또한 아르카지를 추모했던 것이다. 그러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재빨리 이불을 덮으면, 곧바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푸, 푸-푸, 푸-푸. 잠이 든 것이다!
    나는 평생 이보다 더 무섭고 가슴을 찌는 추도식은 본 적이 없다.
    (/ pp.136~137)

    친애하는 여러분, 그 관리라는 작자가 끓는 수지를 천사의 얼굴에 끼얹은 것도 모자라, 그 잔인한 인간이 우리에게 보란 듯이 그 이콘을 쳐들었을 때, 그때 우리의 심정이 어땠는지 여러분께 말씀드리지 못한다고 저를 너무 나무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기억하는 건 단지, 신성한 광채에 둘러싸였던 그 얼굴이 붉게 물든 채 봉인되었고, 봉인된 자국 밑으로 불붙은 수지에 녹아내린 니스가 마치 피눈물처럼 두 갈래로 흘러내리던 그 광경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외마디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바닥에 엎드려 마치 고문을 당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신음을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통곡은 한없이 계속되었고, 봉인된 천사를 애통해하는 우리들 위로 어느덧 칠흑 같은 밤이 깃들었습니다.
    (/ p.188)

    저자소개

    니콜라이 레스코프(Nikolai Semyonovich Leskov)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31.02.16~1895.02.21
    출생지 러시아 고로호보
    출간도서 4종
    판매수 527권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1831년 러시아 중부 오룔 현 고로호보에서 평범한 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열다섯 살에 학교를 중퇴한 후 지방 관청의 서기로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당시 러시아의 생생한 현실을 접하게 되었다. 레스코프가 본격적으로 러시아 민중의 삶을 속속들이 파악하게 된 것은, 1857년부터 약 3년간 대부호들의 영지를 조사하는 일을 맡아 러시아 전역을 돌아다니게 되면서였다. 이때의 실제적인 경험은 러시아 민중의 삶과 밀착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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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하여 레스코프의 성자전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협성대와 성공회대에서 러시아 문학, 종교와 문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정경해체 기법으로서의 성자전 문학]을 독일에서 출간했으며,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괴물 셀리반], [왼손잡이], [파리 젖 짜는 사람]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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