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신간 소설들. 개성을 뽐내며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자 애쓰는 화려한 표지들 사이에서 단번에 나의 눈길을 사로 잡은 책. <고요한 집>이라는 제목을 이처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어두운 밤, 친구 삼을 바람 한 점 조차 없는 것 같은 골목길. 그것이 지니고 있는 고요함에 방해가 될까봐, 숨소리조차 죽이게 되는 그 길을 따라 노벨 문학상으로서 그 필력을 인정받은 거장, 오르한 파묵이 이끄는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는다.

 

 

 

정치적 이유로 이스탄불에서 추방 아닌 추방을 당한 의사 셀라하틴. 혼란한 터키를 구제할 것은 서구 문명이라는 생각에 백과사전 집필에만 몰두하는 그에게는 파티마라는 자존심 강한 아내가 있다. 그녀는 남편이 그녀의 보석을 조금씩 헐값에 팔아치워도, 술에 취해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언행을 일삼아도, 그녀와 아들을 외면해도, 가정부와의 외도로 두 아들을 두어도 어떠한 감정의 변화도 내비치지 않은 채 그의 곁에 머물며 의미 없는 부부관계를 지속한다.

 

어머니 파티마의 기대를 져버리며 모든 것을 버린 채 글만 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도안. 그의 이른 죽음 후 그들의 집에 남은 것은 파티마와 도안의 배다른 형제, 난쟁이 레젭 뿐이다. 불편한 적막이 가득한 그 곳에 파티마의 손주들인 파룩, 뉠귄, 메틴이 방문한다. 가족이라고 하기엔 건조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관계에 하산이 소리없이 껴들며 운명은 조금 더 복잡한 길에 접어든다. 난쟁이 집사 레젭의 조카인 하산은 집 안의 비밀을 모르기에 뉠귄을 짝사랑하게 되고 이 사랑은 끔찍한 비극의 결말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어바웃 어 보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영국시인 존 던의 시를 인용한 인상적인 대사가 있다. “No man is an island.: 누구도 섬처럼 고립될 수 없다(의역).” 하지만 오르한 파묵은 이런 존 던의 말을 비웃듯 <고요한 집>을 통해 완벽하게 섬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보여준다. 같은 공간에 머물고는 있지만 그들은 공감이 형성되지 않는 철저한 타인들일 뿐이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내뱉는 말들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공기 중에 분해되어 무(無)가 되어버린다. 

 

 

 

 

혼란한 그들의 세상을 마주하지 못하고 책에 파묻혀 잊으려 하는 3대에 걸친 은둔형 지식인 셀라하틴, 도안, 파룩. 추억을 끝없이 곱씹으며 계속되는 의심과 불안 속에서 자존심만을 지키려하는, 남편이 피와 땀으로 엮어낸 백과사전을 태움으로서 한 순간에 상대의 모든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모자라 남편의 혼외 자식들에게 용서 받지 못할 폭력을 가한 고지식하고 소리 없이 무자비한 파티마. 파티마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어도 항변 한 번 하지 못하고 남이 만들어 준 인생을 살아가는 순응형 레젭. 말 뿐인 공산주의 혹은 혁명주의자 뉠귄. 지긋지긋한 현실을 피해 미국으로 떠날 생각만 하는 도피형 메틴. 목표 없이 그때그때 자신의 입장을 달리하며 생각 없이 멋대로 살아가는, 게다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무개념 비겁자 하산.. 불만족스러운 삶을 바꾸고자 노력하기 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을 외면 혹은 외곡해 버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혼란스러운 자신들의 삶을 책임지지 못해 포기 아닌 포기를 해 버리는 현대인들의 모습 혹은 불안정한 국가의 모습을 수수방관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하다.

 

 

 

 

 

 

많은 인물이 등장함에도,너무나 춥고 공허한 이야기. 독자로서 직접적인 작가의 가이드를 따르는 관찰자의 입장이라기보다는 레젭, 파티마, 파룩, 하산, 메틴 다섯 사람의 마음과 눈을 따라 이야기를 보아야 하기에 리스너의 입장을 취하게 되는 이야기. 이런 이유때문에 그들의 말 한 마디를 놓칠 새라 그 어느 것보다 집중해 이야기를 경청하게 되는 <고요한 집>. 다양한 인간의 모습과 그들의 성향에 따른 여러 색깔의 숨막히도록 세세한 심리 묘사를 보고 있자니 차원이 다른 내공을 가진 거장, 오르한 파묵의 펜의 힘이 절로 느껴진다.

 

 

 

 

 

동서양의 지리적, 문화적 경계에 존재하기에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하고 이국적인 매력으로 유명한 터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그러나 오르한 파묵은 국가의 정치적 혼란기에 함께 잘 살기를 외치나 같은 의견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짓밟고 제거하려하는 모순된 인간의 모습을 그림으로서 아름다움 뒤 많이 고통스러웠을 터키의 아픔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우리네의 불안정한 삶과 현실에 대한 태도를 돌아 볼 수 있는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수많은 소리, 눈물, 아픔, 갈등을 담고 있는 고요함 속에서 느껴지는 오르한 파묵의 형언할 수 없는 남다른 깊이의  메세지. <고요한 집>이 전하는 함께 하지만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지 못하는 소통의 부재, 삶과 주변에 대한 관심과 책임, 인간의 어두운 내면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인생 이야기가 우리를 고요한 생각의 시간으로 이끈다.

넘쳐나는 신간 소설들. 개성을 뽐내며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자 애쓰는 화려한 표지들 사이에서 단번에 나의 눈길을 사로 잡은 책. <고요한 집>이라는 제목을 이처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어두운 밤, 친구 삼을 바람 한 점 조차 없는 것 같은 골목길. 그것이 지니고 있는 고요함에 방해가 될까봐, 숨소리조차 죽이게 되는 그 길을 따라 노벨 문학상으로서 그 필력을 인정받은 거장, 오르한 파묵이 이끄는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는다.

 

 

 

정치적 이유로 이스탄불에서 추방 아닌 추방을 당한 의사 셀라하틴. 혼란한 터키를 구제할 것은 서구 문명이라는 생각에 백과사전 집필에만 몰두하는 그에게는 파티마라는 자존심 강한 아내가 있다. 그녀는 남편이 그녀의 보석을 조금씩 헐값에 팔아치워도, 술에 취해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언행을 일삼아도, 그녀와 아들을 외면해도, 가정부와의 외도로 두 아들을 두어도 어떠한 감정의 변화도 내비치지 않은 채 그의 곁에 머물며 의미 없는 부부관계를 지속한다.

 

어머니 파티마의 기대를 져버리며 모든 것을 버린 채 글만 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도안. 그의 이른 죽음 후 그들의 집에 남은 것은 파티마와 도안의 배다른 형제, 난쟁이 레젭 뿐이다. 불편한 적막이 가득한 그 곳에 파티마의 손주들인 파룩, 뉠귄, 메틴이 방문한다. 가족이라고 하기엔 건조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관계에 하산이 소리없이 껴들며 운명은 조금 더 복잡한 길에 접어든다. 난쟁이 집사 레젭의 조카인 하산은 집 안의 비밀을 모르기에 뉠귄을 짝사랑하게 되고 이 사랑은 끔찍한 비극의 결말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어바웃 어 보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영국시인 존 던의 시를 인용한 인상적인 대사가 있다. “No man is an island.: 누구도 섬처럼 고립될 수 없다(의역).” 하지만 오르한 파묵은 이런 존 던의 말을 비웃듯 <고요한 집>을 통해 완벽하게 섬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보여준다. 같은 공간에 머물고는 있지만 그들은 공감이 형성되지 않는 철저한 타인들일 뿐이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내뱉는 말들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공기 중에 분해되어 무(無)가 되어버린다. 

 

 

 

 

혼란한 그들의 세상을 마주하지 못하고 책에 파묻혀 잊으려 하는 3대에 걸친 은둔형 지식인 셀라하틴, 도안, 파룩. 추억을 끝없이 곱씹으며 계속되는 의심과 불안 속에서 자존심만을 지키려하는, 남편이 피와 땀으로 엮어낸 백과사전을 태움으로서 한 순간에 상대의 모든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모자라 남편의 혼외 자식들에게 용서 받지 못할 폭력을 가한 고지식하고 소리 없이 무자비한 파티마. 파티마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어도 항변 한 번 하지 못하고 남이 만들어 준 인생을 살아가는 순응형 레젭. 말 뿐인 공산주의 혹은 혁명주의자 뉠귄. 지긋지긋한 현실을 피해 미국으로 떠날 생각만 하는 도피형 메틴. 목표 없이 그때그때 자신의 입장을 달리하며 생각 없이 멋대로 살아가는, 게다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무개념 비겁자 하산.. 불만족스러운 삶을 바꾸고자 노력하기 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을 외면 혹은 외곡해 버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혼란스러운 자신들의 삶을 책임지지 못해 포기 아닌 포기를 해 버리는 현대인들의 모습 혹은 불안정한 국가의 모습을 수수방관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하다.

 

 

 

 

 

 

많은 인물이 등장함에도,너무나 춥고 공허한 이야기. 독자로서 직접적인 작가의 가이드를 따르는 관찰자의 입장이라기보다는 레젭, 파티마, 파룩, 하산, 메틴 다섯 사람의 마음과 눈을 따라 이야기를 보아야 하기에 리스너의 입장을 취하게 되는 이야기. 이런 이유때문에 그들의 말 한 마디를 놓칠 새라 그 어느 것보다 집중해 이야기를 경청하게 되는 <고요한 집>. 다양한 인간의 모습과 그들의 성향에 따른 여러 색깔의 숨막히도록 세세한 심리 묘사를 보고 있자니 차원이 다른 내공을 가진 거장, 오르한 파묵의 펜의 힘이 절로 느껴진다.

 

 

 

 

 

동서양의 지리적, 문화적 경계에 존재하기에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하고 이국적인 매력으로 유명한 터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그러나 오르한 파묵은 국가의 정치적 혼란기에 함께 잘 살기를 외치나 같은 의견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짓밟고 제거하려하는 모순된 인간의 모습을 그림으로서 아름다움 뒤 많이 고통스러웠을 터키의 아픔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우리네의 불안정한 삶과 현실에 대한 태도를 돌아 볼 수 있는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수많은 소리, 눈물, 아픔, 갈등을 담고 있는 고요함 속에서 느껴지는 오르한 파묵의 형언할 수 없는 남다른 깊이의  메세지. <고요한 집>이 전하는 함께 하지만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지 못하는 소통의 부재, 삶과 주변에 대한 관심과 책임, 인간의 어두운 내면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인생 이야기가 우리를 고요한 생각의 시간으로 이끈다.

[안녕 시모키타자와]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인 정말 로맨틱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한 폭의 현대 명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무척 기분 좋습니다. 예쁜 블로그 스킨 선물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