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애엔 꼭 이런 모습으로 태어나서 아주 문란하게 살거야!!”. 뛰어난 유머 감각을 자랑하는 친구가 패션 잡지 속 8등신을 넘어 10등신처럼 보이는 어여쁜 모델들을 보며 한 이야기에 모두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만약 멋진 외모의 소유자가 된다면, 황홀한 외모를 가진 이성 친구를 사귀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재력을 자랑하는 거부가 된다면, 다시 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와 반대의 성별을 갖게 된다면, 며칠 전, 몇 시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등..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하게 되는 '만약’이라는 단어를 붙인 수많은 상상들... 만약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그 것이 내가 살인자가 되는 끔찍한 상상이라면? 그런데 그 상상한 나의 모습이 아무리 눈을 감았다가 떠도, 잠들었다 깨어나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이 상황에 놓인 한 남자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렇다! 그는 살인자가 되었고 이것은 현실이다!!!

 

 

복면을 하고 있는 남자의 손이 순탄치 않은 그의 삶을 말해주고 있는 듯해 눈길이 가는 표지의 책, ‘죽어야 사는 남자.’. 죽지 않기 위해 사는 세상에, 죽어야 사는 남자라니... 등장인물의 이름이 자꾸 헷갈려 앞뒤를 뒤척여 읽는 외국 추리 소설과 다른 매력을 찾고 싶어 가볍게 선택한 한국 추리 소설과의 가볍지 않은 첫 만남. 이 남자는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친구 하나 잘 못 둔 덕분에 하루 아침에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잃고 사회에서 버려져 노숙자가 되어버린 이지훈.  사랑하게 된 여인과 다시금 떳떳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보고자 말소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기로 하지만 새 주민등록증 대신 그에게 돌아온 것은 이대형이라는 낯선 이름과 살인자라는 신분뿐. 그는 그를 잡고자 잠복했던 형사들을 필사적으로 따돌린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도망이 아니다. 자신을 살인자의 신세로 만든 이들을 뒤쫒기 위한 숨가쁜 레이스의 시작이다. 10년 전 자신을 배신한 친구 탓조차 하지 않던 착하디 착한 이지훈은 또 한 번 어이없는 운명의 장난에 놀아나게 된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잘못 된 것이며 누가 그를 이토록 못살게 구는 것일까!

 

 

 

 

 

 

단순히 ‘죽어야 사는 남자’가 정의감 넘치는 백용준, 황재현 형사가 한 남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야기로  생각했다면 대단한 오산이다. 살인 사건이 걸린 문제다. 거기에 사회의 가장 어두운 부분에서 일하는 인정사정 없는 이들과 알 수 없는 권력자까지 이 사건에 발을 담그고 있는데다가 현대 자본주의의 허점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하나씩 들어나는 증거와 비밀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사건을 뒤쫒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이제는 누가 누구를 뛰쫒고 있는 것인지, 서로를 향한 동선을 엇갈리고 마주하기를 반복하고 이런 팽팽한 긴장감이 한 순간도 이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손선영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는 ‘죽어야 사는 남자’. 시나리오 작가도 겸하고 있기에 영화나 드라마화 되어도 손색없는, 눈 앞에 그려지는 세세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연출력 또한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네 개의 에피소드로 엮인 한 남자를 둘러싼 이야기가 화자를 바꿔가며 긴장의 끈을 조이고 익숙한 우리 사회와 그것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의 흐름이 더욱 강한 몰입감을 느끼게 해 한국 추리 소설의 매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강렬한 첫 만남! 왜 청어람 황금펜 클럽이 손선영 작가를 사랑하는 지, 그 이유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책 읽기를 끝내기가 무섭게 '죽어야 사는 남자'와 더불어 3부작으로 기획된 손선영 작가의 또 다른 백용준 형사 시리즈에 대해 증폭되는 궁금증과 기대감. 익숙한 듯 낯선 한국 추리 소설의 신선한 매력에 푹 빠지고픈 이들, 각양 각색의 추리물들 사이에서 탄탄한 구성력을 지닌 괜찮은 이야기가 듣고 싶은 추리 소설 매니아들에게 손선영 작가의 필력을 꼭 한 번 감상하길 권한다. 

 

 

'OOO가 날 입양해 준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효도 할 거예요!’. 어떤 헐리우드 스타가 자녀에게 입이 떡 벌어지는 선물을 했다는 기사를 읽고 누군가 올린 다소 철없는 댓글이 귀여워 웃음이 난다.

 

 

인맥도 하나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요즘, 이름만 대면 ‘아!’라는 놀라움 섞인 감탄이 나오는 재력가나 스타가 아니더라도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과 친분을 맺고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물며 21세기의 사정이 이러한데, 결코 모두가 평등할 수 없었던 옛 시대는 어떠했을까! 그저 못난 부모 만난 탓, 가문 탓을 하며 왠만해서는 신분, 재력, 명예면에서 비루한 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없었던 시대에 막강한 힘이자 무기였을 권력가와의 인연의 끈! 여기 감히 얼굴 한 번 똑바로 쳐다봐서는 안 될 왕을 친구로 둔 인맥 종결자(?)들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부러움에 넋을 놓고 있기에는 만만치 않은 분량의 이야기! 서둘러 그들을 따라갈 채비를 한다.

 

 

 

 

 

 

왕이 아직은 왕자였던 무렵, 친구가 된 세 사람. '원’이라는 고려식 이름과 ‘이질부카’라는 몽골식 이름을 가진 고려의 혼혈 왕자, 맑고 정직하고 곧은 성품의 ‘린’, 당차고 영리한 아가씨, ‘산’이 그들이다. 왕자는 물론이거니와 린과 산 또한 남부럽지 않은 집안 출신인 것도 모자라 세 사람 모두 아름다운 외모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자신들과 달리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백성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가득한 사랑스러운 이들이다. 엄연한 신분차에도 진정한 친구로 다가서고자 하는 왕자를 믿고 따르는 린에게는 그를 왕좌에서 밀어내고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형이 있고 산에게는 그녀를 린의 형과 결혼시켜 왕비가 되게 하려는 야심가인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야기는 충분히 복잡해보였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서로에 대한 정이 깊어질수록,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성성과 남성성의 구별이 뚜렷해질수록, 우정은 미묘한 사랑의 감정으로 변화하고 사랑은 서로를 소유하고픈 욕망을 낳고, 이는 곧 질투가 되어 그들의 관계가 뒤틀리고 운명의 실타래가 엉키기 시작한다. 이들의 운명만큼이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나라 사정이 계략과 권모술수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원, 린, 산은 더 이상 한 곳을 바라보는 동반자일 수 없었고 누구보다도 그를 지켜주려고 하는 린과 산의 사랑이 배신으로 생각되었던 원은 애증의 감정에 휩싸려 그들에게만큼은 결코 보이고 싶지 않았던 왕자로서의, 왕으로서의 권력을 휘두른다. 권력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았던, 백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왕이 되기를 포기한 듯한 원이 겨누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날카로운 칼날의 끝에 선 린과 산, 그리고 칼을 겨누면서도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슬픔으로 가득 찬 원. 그들의 운명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

 

 

 

 

 

역사서와 사극을 통해 옛 시대의 왕이라고 해서 아무런 인맥적 후원과 지원 없이 마음껏 정사를 펼칠 수 없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원하는 인재와 여인쯤은 얼마든지 옆에 둘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처음 ‘왕은 사랑한다.’라는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일 것이라고 멋대로 상상했다. 변수라면 사별이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헤어짐 정도를 생각했었건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복잡하고 어려운 왕의 사랑 이야기 속, 여기저기 마음 아프기로 작정한 사람들 마냥 사모하는 이의 등을 보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택하는 인물들, 그리고 독립적인 위치에 서지 못한 채 몽골의 눈치를 봐야 하는 나랏 사정. 무엇 하나 쉽게 풀리는 것이 없는 이야기와 함께 펼쳐지는 이국적인 고려와 몽골의 모습,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고려인들의 삶의 모습들이 잠시 잠깐의 한눈 팔 시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의 세 주인공과 그들의 착한 주변 인물들은 물론, 평정심을 잃지 않는 냉철한 이도, 교활한 절대 악인으로만 느껴지던 이도 사랑 앞에서 무너져버리는 사랑 바보들만 등장하는 이야기. 하늘이 내린 신분의 왕이지만 그도 결국 사람이기에 사랑 앞에서 울고 웃는 이야기. 사랑하기에 함께 할 수 없기도, 나의 사랑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음을 알려주는 이야기. 사랑을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확장해 함께 할 수도 있는 성숙한 이들을 보여주는 이야기. ‘왕은 사랑한다’가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수많은 사랑의 감정이 깊은 여운과 더불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원, 산, 린의 운명을 뒤쫒아 도달한 넓디 넓은 몽골의 사막에서 느껴지는 바람 냄새. 사랑 뿐 아니라 몽골과 고려 사이에서, 왕과 가문의 이득 사이에서, 야망과 여자로서의 사회적 성차별 사이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들이 마침내 모든 아픔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듯한 그 사막 바람 냄새가 잊혀지지 않는, 안타깝지만 신비롭고, 처연하지만 아름다웠던 긴 여정.

 

 

 

단순히 왕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해도 좋다. 혹은 그리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는 고려라는 배경에 이끌려도 좋다. 어떤 식의 시작이든 '왕은 사랑한다' 속, 고려와 몽골을 쉼 없이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 긴 여정이 제공할 이국적인 매력에서 헤어나오기는 그리 쉽지 않을테다.

 

안녕하세요^^ 황금펜클럽입니다.

손선영 작가님의 신작 <죽어야 사는 남자>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많은 관심과 댓글 감사드립니다.

삶의묘약	ghddudao
마기오	marzo25
태양의여인	kimi1111
히가시노미미	kkk8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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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키쵸	tladu064
파란하늘의꿈	j1789
요거요거	aa1019
장미닮은상미	sangmeec
나살고보자	wonwonyw

이상 열 분이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이벤트에 응모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배송 정보가 전달되는 대로 도서 발송하도록 하겠습니다~^^

11월 14일까지 도서를 읽고 리뷰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