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럼 OO씨는 그 그룹의 초창기 ‘멤바’였군요.”. 개그맨 김구라의 한 마디에 동료 연예인이 이내 한 마디 덧붙인다. “김구라씨, 영문과 출신이면서 ‘멤바’가 뭡니까, ‘멤바’가!.”

 

연기자라고 해서 모두 연기를 잘 하는 것이 아니고, 대학 졸업이 전공학의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받는 과정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를 부끄럽게 하는 사람. 그는 기호학자이자 언어학자이기에 다수의 언어에 능통하고, 철학자이기에 남다른 생각의 깊이를 가지고 있으며 미학자이기에 예술적 시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소설가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필력을 소유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 앞에 이 모든 수식어를 망설임없이 붙일 수 있는 이 시대 진정한 석학, 움베르토 에코의 8년 만의 신작, <젊은 소설가의 고백>!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그저 책을 펴고 빠져 드는 수 밖에...!!!!

 

 

 

 

역사, 철학, 사회, 문화, 언어... 과거, 현재, 미래를 불문하고 인간사를 둘러 싸고 있는 모든 분야에 정통한 그가 달콤한 색상의 표지 속에서 귀엽게 윙크를 하며 자신의 유머 감각까지 뽐내고 있는 표지. 추리 소설의 광팬으로서 책이라면 일종의 추리 소설처럼 쓰여 탐구하게끔 해야한다는 표지 띠 속 에코의 한 마디가 에코와의 이번 만남 또한 무척 즐거울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한다.

 

 

 

 

올 해 79세의 소설계에 입문한지 고작 30여년 밖에 되지 않은 이 젊은 소설가는 그가 생각하는 읽고 쓰기의 즐거움에 대한 고백을 한다. 소설 창작의 의미, 세계 설계법, 단초적 아이디어, 이중코드 기법, 저자와 독자 사이의 텍스트 해석법, 허구적 등장인물의 인식법, 효과적인 글의 흐름과 글 속 장치들을 위한 문학적 목록 등 끝없이 쏟아내는 그의 소설 이야기. 이해하기 어려울 법한 지식들이건만 분야를 불문하고 덧붙여지는 문학적, 철학적, 과학적 예시들과 함께 하니, 힘들이지 않고 인문학적 지식 강좌를 듣는 듯해 괜시리 뿌듯해진다. 더구나, 우리가 사랑해마지 않는 그의 소설들을 둘러싼 가지각색의 비화들과 개인사, 그리고 태클 걸어오는 이들과의 유쾌, 상쾌, 통쾌한 일화까지 엿볼 수 있어 움베르토 에코의 팬으로서 값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젊은 소설가의 고백>.

 

 

 

 

지금까지 많은 이들을 감탄케 한 그의 소설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과 더불어 이 젊디 젊은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고취되는 움베르토 에코의 인문 에세이. 책을 사랑하는 이라면 단순히 책을 읽어 나간다는 것을 넘어 작가의, 소설의, 쓰고 읽는 다는 것에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젊은 소설가의 고백> 속 움베르토 에코식 강의에 참여하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더욱 즐겁고 재미난 독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 분명할테다!

 

 

2010년 오르세 박물관. 활동 당시에는 인정 받지 못했던 천재 화가, 고흐가 자신의 작품이 수많은 인파들에 둘러 싸여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듬뿍 담긴 사람들의 믿기지 않는 낮은 속삭임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 지켜보는 이들까지 마음 아프게 하는 그의 절절한 행복의 눈물.... 가상일 뿐인  인기 영국 드라마 <닥터 후>에서 연출한 이 장면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지독했던 고독과 고통에서 해방되었으리라는 안도감과 하지만 그저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상상일 뿐 실제의 고흐는 고단한 삶을 살아갔을 뿐이라는 안타까움의 뒤엉킴.




                     - <도마뱀에 물린 소년> 속 연인이자 뮤즈인 마리오-

고흐와는 달리 성공의 기쁨을 맛 보았지만 그것을 음미하기엔 너무나 짧은 생을 살다 간 또 하나의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이번엔 2010년 서거 400주년을 맞은 먼 먼 세월 속의 그가 내 앞에 나타났다. <카라바조의 비밀>이라는 타이틀을 단 그의 등장. 미술계의 흐름을 바꾼 거장이지만 거친 악동으로 알려진 짧막한 소개글에 마른 침을 삼킨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산로렌초 성당에 걸려있던 카라바조의 <아기 예수의 탄생>이 도난당하면서 시간은 16세기로 되돌려져 우리는 카라바조를 만난다. 그림 그리기에 남다른 관심과 재능을 지닌 미켈란젤로 메리시. 거대한 포부로 무장한 채 로마에 입성하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가난하고 비참한 현실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숨겨져 있기엔 너무나 특별한 그의 솜씨는 마침내 델 몬테 추기경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게 하고 그는 찬사를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성공이 눈부신만큼 더욱 어두운 그 이면에는 시기와 질투와 무장한 만만치 않은 적들이 있고, 하나의 사랑에 안주하거나 탐탁치 않은 주변 상황을 인내하고 견뎌내기엔 지독히도 자유롭고 독립적이었던 그의 불 같은 성격은 곧 그를 파멸의 길로 인도한다. 그의 죽음과 오버랩되며 돌아온 현재가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그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드라마틱한 삶! 고작 40년도 채 살지 못했던 삶이건만, 끝없이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로 그는 롤러 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평생을 그를 사랑해 온 연인과 정착했더라면, 그에게 내밀었던 손들을 고민없이 잡았더라면, 더 침착하게 친구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며 참았더라면 조금 덜 비극적인 시간들을 보내며 멋진 그의 작품들을 더욱 많이 남길 수 있었을것이라는 짐작을 해 보지만, 이내 고개를 흔든다. 이런 삶을 살았기에, 이런 성격의 카라바조이기에 그와 그의 작품들이 더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철저히 보수적인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인간의 생활은 물론 객관적 사실로만 근거해 연구되어야 하는 과학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던 종교도 변화의 흐름을 보이는 시점에 서 있었던 카라바조. 변화의 상황이 그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싶어 조마조마했지만, 이내 이 불안감은 바로 그였기에 얽매이지 않는 영혼으로 혁신적인 명암법을 개발하고 평범하거나 혹은 비천한 자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종교적 그림들을 그리며 그 흐름을 멋지게 바꿔놓았고 그로인해 지금까지 우리에게 최고 중 최고로 일컬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 도난당한 작품, <아기 예수의 탄생>-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 작가, 틸만 뢰리히가 그린 이 이야기의 어디까지가 진실인고 허구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저 파란만장했다라는 말로 요약되는 카라바조의 시간 사이사이에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었고, 다시금 이 매혹적인 화가와 그의 작품을 돌아보고 (작품 속 그의 사랑하는 마리오도 찾아보고), 아직도 카라바조가 그랬듯 위험하고 그를 존중해주지 못하는 자들의 손에 있을지 모르는 그의 작품이 우리 곁에 돌아오길 바라는 시간을 제공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카라바조의 비밀>은 멋진 역사 소설이다. 

‘카라바조 이전에도 미술이 있었고, 카라바조 이후에도 미술이 있었다. 그러나 카라바조 때문에, 이 둘은 절대 같은 것이 될 수 없었다.’라는 평가를 받는 이 미워할 수 없는 악동과의 마법같은 만남의 기회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천재성이 이끄는 드라마틱한 삶 속으로 특별한 역사 여행을 해 보길 바란다.

보태기: 

만약 카라바조가 2011년 현재 자신의 미술학에서의 위치를 확인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눈물은 커녕 짧은 욕설 한 마디와 함께 "당연하지~!"를 외칠 것 같다는 유쾌한 상상을 해본다.
            
이 책을 읽기에는 미술학에 지식이 없다고 걱정하지 말자! 카라바조의 대표적인 그림들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친절하고 세세한 설명이 소설을 더욱 잘 이해하도록 각 페이지에 자리잡아 훌륭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열전!!! 유명 포털 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하는 뉴스의 헤드라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작은 핸드폰이 단순한 전화 수신, 발신의 도구에서 벗어나 그 이름 그대로 "스마트"한 놀라운 역할을 해내며 우리의 생활 패턴을 바꿀 줄 누가 알았을까!

 

눈이 휘둥그레지는 신기한 기계 개발의 범위를 넘어 인간의 문화, 사회, 삶 자체를 바꾸는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하루하루 늘려주었고 우리는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한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이 강력히 요구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수명의 연장은 불멸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천하를 호령하던 진시황도 이루지 못했던 불멸의 꿈! 인간은, 아니 생명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

어찌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의 법칙. 상상일 뿐이지만 이 법칙의 힘이 무색한 세상을 그린 책, ’굿바이, 욘더’와 마주하게 되었다. 1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당선 고료를 거머쥔, 제 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수식어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현재 최고의 작가들과 평론가들의 마음을 움직인 소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줄까? 책 뒷 면, 슬픔도 헤어짐도 없는 불멸천국이지만 이별할 수도 있는 곳이라는 ’욘더’의 단어 설명... 인간미 없는 차가움이라는 고정관념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미래 사회가 배경이지만 그에 대조적으로 너무나 예쁜 감성적인 표지...호기심 어린 이 책과의 첫 대면이 이야기 속으로 강렬히 빠져들게 한다.






유비쿼터스 라이프를 살아가는 미래 사회. 부인 이후와의 사별의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김홀은 어느 날 부인으로부터 이메일을 받는다. 모든 것이 믿기지 않지만 바이앤바이라는 추모 사이트 속 부인의 기억이 저장된 아바타와 마주하게 되고 만남이 거듭될수록 놀라운 사실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중 사이버 세계 속 인공의 사후 세계, ’욘더’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아내와 재회하지만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하며 생각치 못한 결말을 보여준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지나친 SF 세계를 그릴까 우려했던 것은 모두 기우였다. 디지털 가상 공간과 현실 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유비쿼터스 환경과 기계 인간이 등장하는 상상의 미래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직은 현재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감성과 감정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더욱 쉽게 읽어 나아갈 수 있었던 ’굿바이, 욘더’. 기계적이고 사이버틱한 화려한 모습의 뉴서울에 살면서도 그 분위기에 휩쓸리기엔 지독히도 인간적인 김홀이 욘더에서 부인과 다시 만났을 때 그저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그가 내린 결정이 나를 슬프게 했다. 아쉽지 않아 아쉬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기에 더욱 미련이 남는, 행복해 보였기에 더욱 슬픈 이후와 홀의 모습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편리한 생활이 부러워지는 화려한 미래사회를 보여주며 그 속의 인간성의 상실을 우려하는 다양한 SF 소설, 드라마, 영화를 우리는 이미 많이 보아왔기에 그 소재와 메세지에 대해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굿바이 욘더>를 덮을 때 "아~!"하고 나즈막한 감탄사가 나왔다. 다소 민감한 죽음과 사후 세계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삶과 현재라는 순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우리가 지닌 호기심, 상상, 기대, 바람이 투영된 미래 속에서 펼쳐지는 김장환 작가의 이야기가 전하는 인간과 삶의 성찰 그리고 진지한 감동. 가상의 세계이지만 두 가지 상반된 길 앞에서 과연 스스로는 어떤 길을 택할지, 그 선택은 정말 행복감을 가져다 줄 것이지 상상하며 다분히 인간적이기에 신선한 SF 이야기, ’굿바이 욘더’의 매력에 빠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