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의 작가의 처녀작이나 빛을 제대로 못 본 만화이다. 
문틈사이로 섬세한 손놀림을 하고 있는 여주인공과 귀 속을 느끼는 어린 남학생의 표정을 담은 표지에서 느껴지다싶이 묘한 매력이 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체가 예쁘지는 않지만 관음증 환자처럼 자꾸만 훔쳐보게되는 마력이 있다. 
황당무계 환타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공감할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그런게 아닌가 싶다. 명품귀이개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귀파주는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귀를 간지럽피듯 긁어주고 입김을 한번 후우~불어주면 남녀노소 이유불문하고 다들 황홀경에 빠지고 만다. 
아마도 가게주인은 사람의 귀에 흥미를 갖고 있던터 귀파는 업계의 (얼마전에 읽은) 오리진이 되어버린것이다. 그림은 전혀 야릇한 장면도 없는데 달팽이관을 향해 여러갈래로 뻗어가는 귀이개의 형상은 은근히 자극적이다. 
책 제목만 보면 별게 다 있네 하겠지만 나는 가끔 인테리어 잘 되어 있는 귀속을 보여주는 모니터 시설을  갖춘 귀파주는 가게를 동영상으로 보며 대리만족을 했기에 아주 흥미로운 관심사가 될수밖에 없었다. 일본에 있는 저런가게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어떨까도 생각해봤을정도니까.. 범접할수 없는 귀속을 들여다보고 만지는 행위는 친분이 왠만큼 없으면 하기힘든 특별한 거니까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가게주인에게 한번 시술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그러면서 어릴적 귀파주는것이 취미던 옆집언니를 만나 무릎을 베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 말하자면 자칭 주입식 인간으로 삶의 의욕도 딱히 없고 서서히 기능이 떨어져가는 몸을 이끌고 출퇴근을 할 뿐이다. 어릴적엔 기를 쓰고 나만의 것을 하려고, 내가 옳다는걸 피력하기도 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에 물탄듯 행동하는게 편하다는걸 알게되었고 타성에 젖어서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다. 이미 20대에 죽음을 맞이한 좀비처럼 말이다. 
친구의 마음이 담긴 이 책을 선물 받아서 열심히 연필로 줄쳐가면서 읽게되었다. 학창시절 이후로 계획이란걸 세워본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는동안 잠시나마 뭔가 하고 싶은것들이 떠올랐다..내가 좋아하는 관심이 아주 많이 가는것들로 다이어리에 메모를 남기어 보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연관지어서 가게를 구상해보기도 하고
이렇게 메모하는 동안 나는 장황한 계획을 세운것은 아니였지만 그런것들을 상상하는 자체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감정들이 몽글몽글 솟아났다.
창조적인 생각을 갖기위해선 관찰이란 행동이 필수적이다. 미술작품이나 사진을 놓고 색감이 어떻네 구도가 어떻네 평하는 것보다는 그자체가 갖고 있는 표정을 읽다보면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재미있는 것을 많이 발견할수 있다는 것도 일깨워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 맘에 자극을 준다고 생각한다. 창조란걸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거 같다. 이책을 읽고난후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야해라면 조급해할것도 없을거 같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관심을 갖고  그사람이 출연한 드라마, 영화, 인터뷰기사들을 읽고 더 나아가 그사람의 인맥을 궁금해 하는 것처럼 그런식으로 좋아하는 범위를 확장해 보는게 답 아닐까싶다.

 

우리동네는 시골이라서 공기가 좋아 밤에는 무수히 많은 별을 볼수가 있고 새벽녘이나 저녁 해질무렵이 되면 바쁘게 지져되는 많은 새들을 볼수있다. 비교적 도시에서 살던 때는 닭둘기들과 참새정도랄까? 우리동네에 살면서 까치빼고 내 수준에서 다 첨보는 이름모를 새들이였다. 참새크기의 회색빛깔에 검정줄무늬의 작은새가 휘~휘~휘~하고 날아다니는데 이름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동고비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름도 예쁜 동고비..

이번에 읽은 책은 바로 동고비의 이야기이다.

동고비가 가정을 꾸리는 80일간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담고있어 박진감이 느껴진다.

덤으로 동고비가 자리잡은 은단풍의 성장기와 그 밖에 동고비의 둥지를 노리는 여러딱다구리들, 쇠박새를 비롯한 다른 세력도 소개되고 있다.

동고비는 딱따구리의 둥지를 보수해서 자신의 집으로 삼는데 여기서부터 숫컷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위해서 치열한 다툼을 한다. 그후 수컷들은 암컷이 둥지청소며 보수를 할 동안 망을 봐준답시고 빈둥빈둥 놀기 바쁘다. 동고비의 수컷와 암컷은 외적으로 구별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반면 딱따구리류는 숫컷들이 모두 붉은털을 머리부근에 갖고있다고 한다. 35일정도 지난시점 진흙으로 보수한 둥지공사가 마무리가 되면 암컷을 알을 하루에 하나씩 낳기시작한다. 7~9개를 낳는다고 해서 좀 놀랐다. 작은 체구에 그렇게나 많이!!

만삭의 암컷은 어느새 배가 홀쭉해져버리고 알을 품느라 등의 등털도 매끈하지못하다. 이때부터 저자가 표현하길 한량같던 숫컷이 바뻐지기 시작한다. 2주후 알이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전적으로 사냥을 담당해온 숫컷도 지쳐가기에 암컷도 그동안 분담해왔던 일을 함께 하기 시작한다. 하루에 200회 넘게 먹이를 나르고 관찰 80일 경과무렵 8마리의 어린동고비들이 부모를 따라 둥지를 나오게 된다.

동고비들의 분업된 행동을 통해서 암컷,수컷을 구별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둥지를 보수하던 암컷은 부리가 닱아서 날카로운 숫컷의 부리와 구별이 될 정도였다. 윤기흐르던 부모동고비의 몸은 자식들 먹여살리느라고 지저분해지고 애처로웠다.

동네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 동고비들이 마냥 귀엽기만 했는데 저자가 잡아낸 동고비가 한숨쉬는 사진이라던지 그밖에 표정이 담긴 귀한 사진들을 보면서 마음에 담는 것도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