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레에게는 선생님인 아빠와 전업주부 엄마, 그리고 말썽꾸러기 남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평범하고 다정하던 가족에게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생깁니다. 엄마가 직업을 갖고 싶다고 선언을 한 것입니다. 동생이 조금 더 자라 말이 통할 때쯤이면 어떠냐고 아빠가 달래지만, 엄마의 결심은 쉽게 바뀌질 않죠. 선생님인 아빠는 휴직을 하더라도 다시 복직을 할 수 있기에 아빠가 휴직을 신청해 엄마의 역할을 하고, 엄마에게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신경질적인 모습에서 무슨일이 생겼음을 알게 되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느냐며 절망하는 엄마, 두 번째 동생을 임신하고 있었던 거죠. 갓난 아기가 어느 정도 큰 뒤에 직장을 가지면 어떠냐 내심 아빠는 좋아하죠. 그러나 엄마의 결심을 쉽게 꺽지는 못합니다.  둘째 동생을 낳은 뒤 드디어 아빠가 휴직을 하고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동생 구스타프는 유치원에 가게 되구요.

아빠는 열심입니다. 요리책을 보고 요리도 하구요, 청소도 열심히 하구요, 그러나 집안이 깨끗하게 하는 일은 너무 어렵습니다.  행복하고 활기차게 퇴근하는 엄마는 오늘 하루는 어떠했는지, 힘든일은 무엇이었는지 물어보며 팔을 걷어붙이고 어지러운 집안을 정리합니다. 욕실청소 거실청소... 유치원에 적응하지 못해 날마다 이불에 오줌을 싸는 구스타프를 감싸안아주기도 하구요.

넬레에게는 카라라는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영어시간에 질문에 대답할 친구로 넬레를 지목한 올리버를 좋아하게 되는 넬레는 남자친구가 많은 카라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향수냄새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카라의 충고에 엄마의 향수를 바르고 올리버 옆을 왔다갔다 하지만 반응이 없자 카라가 적극적으로 옆에서 올리버를 관찰하겠다고 나섭니다. 그러나 별다른 진전이 없던 넬레에게 스스로 만든 기회가 찾아오게 됩니다. 다른 학교와 친선경기를 하기로 했는데 같은 반 남자친구가 팔을 다쳐 깁스를 하게 되어 선수가 한명이 모자라게 된거죠. 운동과는 관계가 없어보이는 여드름투성이 올리히가 있었지만 넬레는 자기가 선수로 뛰겠다고 말합니다. 그로부터 시합날까지 올리버와 연습을 같이 하게 되었죠.  결승전까지 뛰게 된 넬레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옵니다. 시간이 끝나갈 무렵 넬레의 발 앞에 떨어진 공이 자기 팀 골대로 들어가 버린 것이죠~ 자살골~ 다른친구들의 한마디, 스스로의 죄책감에 모두 떠난 운동장 골대 뒤에서 실컷 울고 나니, 카라는 없고 여드름쟁이 올리히가 물을 건넵니다.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올리히, 다른 친구들은 모두 올리히를 왕따 시키지만 넬레는 올리히에게 눈길을 건넵니다. 지켜보겠다고 하던 카라와 올리버가 만나는 것을 알고 용서하기까지의 일을 겪으며, 넬레는 성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넬레의 아빠는 집안일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세번씩 친구들과 테니스를 치고 싶다고 합니다. 넬레의 엄마는 아이둘을 키우면서도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화를 냅니다. 그러나 끊임없는 대화로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죠.

평안하던 카라의 엄마는 넬레 엄마의 소식을 궁금해 하며, 자기도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일을 가지고 싶다고 말합니다. 물론 카라의 집에 냉기가 흐르게 되죠. 부족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 아이 잘 키우고 살림 잘하는 것이 주부의 일이다. 나가긴 어딜 나가?~

주부로서 공감이 가는 책입니다. 자기 자신만의 일이라고 여기고 참고, 받아들이고, 힘들어하던 일들도 대화로 이렇게 해결해 나갈 수 있구나~ 엄마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도 어린것같고 생각없는 것 같지만  명쾌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갑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도 물론 있죠. 휴직 후 복직이 쉽지 않은 점, 남자들의 고정관념, 엄마들 스스로도 가지고 있는 습관들, 그렇지만 이제는 고민하고 해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집니다.

나날이 커나가는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소재와 여러 장르의 책을 읽혀야겠다는 생각 변함없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습니다~*

 

중학교 아들의 필독서로 바리데기가 선정되었다. 황석영작가님의 바리데기는 신화에 나오는 오구대왕의 바리공주와 어떻게 다를까? 292쪽의 장편을 어떻게 풀어가셨을까? 궁금함으로 책을 펼쳤다.

오구대왕에게 일곱번째로 태어난 바리공주는 딸이라는 이유로  버려졌고, 바닷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자라나게 되었다. 오구대왕이 병이들어 죽게 되자 바리공주를 찾는다. 위의 여섯딸들은 아무도 아버지를 위해 약을 구하러 가지 않았으나,  바리 공주는 산넘고 물건너 저승의 문턱을 넘나들며 약을 구해와 아버지를 살린다는~ 바리공주 이야기.

바리도 천진에서 북한 공산당의 간부급으로 있던 아버지의 일곱번째 딸로 태어난다. 진,선,미,정,숙,현의 여섯 언니 뒤로 더 붙여줄 이름이 없자 이름도 바리가 된다. 또 딸이라는 이유로 숲속에 버려둔 바리를 할머니가 데리고 와 키우게 되고,  신끼가 있는 할머니를 닮아서인지 바리도 특별한 재능을 있음을 알게 된다. 뭔가가 보이는 것이다. 집에서 기르던 칠성이와도 대화를 한다.

천진과 두만강을 끼고 있는 무산을 배경으로 북한의 생활상이 자세히  그려지고 있다. 외삼촌의 행방이 묘연해 진것을 두고 조사를 받게 되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조사를 받으러 간 아버지, 엄마와 언니들은 농장으로 끌려가고, 중국으로 도망을 간 언니, 마리는 할머니를 모시고 두만강을 건너게 된다. 아버지와 가족을 기다리며 할머니와 살아가고 있던 바리에게 잠깐이나마 아버지가 돌아오시게 되고, 온갖 고초를 겪은 아버지의 변한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아버지는 다시 엄마와 언니들을 찾으러  북한으로 돌아간다. 언니와 할머니의 죽음으로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마리. 북한의 사투리가 익지 않아 몇번씩 소리내어 읽게 된다. 입에 붙으니 재미있다.

혼자 된 마리는 가족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게 된다.  마리를 따라온 칠성이와 엄마를 찾아 물어 물어 가는데 멧돼지 떼를 만나 칠성이가 마리를 구하기 위해 덤볐다가 죽고 만다.  온 산이 타오르는 큰 불을 만나 고난을 겪은 마리는 엄마와 언니가 죽었음을 느끼고 다시 두만강을 건너 돌아온다. 철저하게 혼자가 된 마리는 도와주던 아저씨의 도움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발마사지 하는 것을 배우고 일을 하게 되는데, 손님의 발을 만지고 있으면 바리의 특별한 재능이 나타나 그 사람의 지나온 삶이 떠오르게 되고, 어디가 아픈지도 다 보인다. 그 덕분에 마리를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도와주던 언니와 독립하여 열심히 일을 하던 중, 형부와 동업하였던 자의 배신으로 다시 쫓기게 되고, 밀항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돈을 건네 주었으나 여자인 바리와 언니만 배에 태워지고 콘테이너와 콘네이너의 틈바구니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할머니와 칠성이의 만남으로 무사히 영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영국에서의 무국적자로서의 생활모습이 그려지며, 다양한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다루고 있다.

나라가 힘이 없으므로 국민의 주권도 약해지고, 나라 밖에서도 설움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우리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황석영작가님의 철저한 고증과 답사를 통하여 자세히 묘사된 북한의 모습도 가슴 짠하고, 이민자들의 고초도 새삼 다가온다. 다른 나라도 아닌 아주 가까운 우리 땅, 우리민족의 아픔을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야시골 미륵이를 읽으면서 작가 김정희님의 책이 이렇게 많은 줄 알았다.

그 중에 <국화> , <야시골 미륵이> <노근리 그 해 여름> 이 3편의 작품으로 우리 근대사를 다룬 3부작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일제시대를 다룬 <국화> , 해방기 때 처절했던 삶을  <야시골 미륵이>에서 보여주고 있고 , 한국전쟁 때의 노근리에서 있었던 사건을 <노근리 그 해 여름>에 싣고 있다. 

우리 나라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이 책들이 반갑고 김정희님께 새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자칫 우리 것을 무시하고 하찮게 여길 수도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통하여 삶의 끈질김과 강인함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시라는 것은 여우라는 사투리이다. 정말 여우같은(?) 여자아이들애게 "에구~야시같다~" 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공간적인 배경이 경상도임을 알 수 있다. 미륵이라는 이름은 미륵불의 코를 만지고 그 돌가루를 먹고 태어난 아이라 미륵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아랫마을 사람들은 미륵이의 할아버지가 산을 지키는 직업을 갖고 있는 갓지기인지라 미륵이의 집안 식구들은 모두 갓지기로 불린다.  친구인 영대만 미륵이라고 불러준다.

미륵의 아버지는 군대에 징용되는 것을 피해 산속으로만 다닌다.  같이 다니던 사람들과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집에 오는 것보다, 공부를 하고 사회운동을 하러 다니게 된다.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슬그머니 와서는 비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도랑을 미륵이와 같이 판다. 미륵이에게 좋은 세상이 오면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되며, 그 때까지 아버지가 없는 집의 가장은 미륵이라고 집안을 부탁하고는 떠난다. 몇달 후 토벌대가 온 산을 이잡듯 뒤져 잡은 사람들을 총살시키는데 미륵의 아버지도 그 속에 있었다.

아버지의 일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엄마도 돈을 벌기 위해  갔다가 몸만 망가져 돌아오게 되자, 미륵은 집안의 가장이 된다.  동생은 죽은 쥐를 먹고 병에 걸려 죽고 영대의 삼촌이 토벌대에 속해 있게 되자 친구와도 멀어진다.

더 이상 야시골에서도 살지 못하게 집을 다 부숴버리자 미륵이와 엄마, 여동생은 도시로 나간다고 인사를 하고는 야시들이 산다는, 옛날 아버지가 숨어 살았던 야시굴로 들어간다. 무서운 것도, 불편한 것도 문제가 아니라  다만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숙제가 미륵이의 앞에 있었다.

전쟁의 비극으로 수많은 희생과 고통을 겪은 우리네 부모님들의 삶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전쟁에 대해 무감각해져 있는 우리들과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후의 어려움에 온 몸을 바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과, 우리 나라의 질경이 같은 끈질김이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