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모리야마 미야코 님의 <노란 양동이>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4월 어느날 오후 아기곰이 길을 가다가 속에 뭐가 잔뜩 들어있는 작은 가방을 주워 선생님 말씀대로 경찰서에 그 가방을 갖다 주면서 할머니와의 편지가 시작됩니다. 물론 가방의 주인은 할머니였죠. 가방속에 기차표와 여행경비가 들어있던 소중한 가방이었답니다.  "지금은 여행중이라 나중에  편지하마" 하시고  뿌뿌의 주소를 적어갔는데, 그 약속을 잊지않고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호두나무 마을에 사는 뿌뿌의 소식들이 할머니께 기쁨이 되고, 할머니 친구들과 바자회 준비 하는 것이며, 하루의 생활, 아들 딸 이야기며.. 전나무 마을의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자세하게 자상하게 편지가 오고 갔답니다. 그러는 사이 뿌뿌의 편지가 길어지게 되고, 엽서에서 시작하여 편지지에 우표를 붙여서 편지를 보내며 우체통에 떨어지는 통 소리에도 기쁨을 느끼게 되죠.

더위가 지나고 가을이 올 무렵. 홍수로 할머니네 전나무 마을이 홍수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에 뿌뿌의 아버지가 나서서 집도 고쳐주시고, 청소도 해주고 온답니다. 할머니는 잊지않고 뿌뿌에게 편지를 적어서 아빠편에 주셨어요. 마을 형편과 아빠가 얼마나 큰 일을 하고 돌아갔는지, 내년 5월에 바자회를 할 때, 뿌뿌를 초대하고 싶다고 편지가 왔어요.뿌뿌는 할머니 집이 무사하다는 안심과 내년에 꼭 전나무 마을에 가고 싶다는 답장을 친구들과 같이 써서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어요.

마지막장에 집배원 아저씨의 맺음말도 인상적이네요.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뿌뿌의 편지가 기다려져요. 글씨가 시원시원해서 알아보기도 쉽고 다른 편지는 우편함에 넣지만, 뿌뿌의 편지는 꼭 할머니 손에 드리지요. 혹 넘어지시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뛰어나오신답니다.  뿌뿌의 편지 한장에 온 마을 사람들이 기뻐하고 기다려주니 정말 소중한 친구이며 보물이 아닐까요?

이 책은 아이들과 편지쓰기 이야기를 하며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뿌뿌처럼 엽서로 시작해 자꾸 쓰다보면 할 말이 많아져 예쁜 편지지를 사러 다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문자나 메일도 좋지만 편지를 쓰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예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