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 제제를 만났다.

세계명작의 감동을 느끼고자 옛날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사실 ~논술대비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이런거 너무 싫어한다. 
특히나 뒤에 문제가 제시되어 있는 책은 더더구나. 
그런데, 지경사에서 시리즈로 나온 책이 ~논술대비~ 였다.  엄마들이 책을 읽고 문제도 풀면 우리아이 논술은 대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구입하는 책이다. 초등학교 필독으로 많이 나온다.

암튼 난 오늘 아침에 제제를 만났을 뿐이고~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뽀르뚜가와 인생을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는 펑펑 울었을 뿐이고~
뽀르뚜가 아저씨가 사고를 당했을 때 너무도 가슴이 아팠을 뿐이고~
그것을 이겨나가며 밍기뉴도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조금씩 자라는 제제를 지켜보았을 뿐이고~

제제의 시각에서 저지르는 일들은 단순히 재미일 뿐인데, 어른들은 이해를 못한다.
나 자신도 우리 아들들이 멋진 삶을 살아가길 바라며, 매순간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행복하게 하며 살라고 하면서도 엄마의 시선으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잣대에 아이를 끼워 맞추며 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본다.
 
제제를 진심으로 대해 준 글로리아 누나와 뽀르뚜가 아저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브라질의 크리스마스는 여름이며, 연날리기를 많이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브라질 작가가 쓴 작품을 찾아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명작은 원작을 읽어야 해~ 고집부리고 있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고학년은 되어야 읽어내지 않을까 싶은 분량이다. 
오랫만에 가슴 뿌듯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이 이야기의 제목은 다자구야 들자구야 할머니 이지만 책속 이야기는 다섯가지가 들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천하제일의 명당자리 -가리산 한천자 이야기>~*

가리산 아래 한이라는 총각이 가난하게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이 길을 가다 하룻밤 재워달라 하더니, 가지를 않는다. 먹을 것도 없는 집에서 그래서 군소리 없이 대접을 하던 어느 날, 스님에게 명당자리를 하나만 잡아달라 부탁을 한다. 남편 즉 한이 총각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묏자리 쓸 돈이 없이 집 앞 밭에다 묻어둔 것이 걸려 부탁하였더니 스님은 흔쾌히 그러겠다 하고는 감자 세 알만 갖다 달라고 한다. 그런데 감자를 어디다 쓸 지를 몰라 혹 간식으로 잡수실지도 모르지 하며 한알 삶아서, 나머지 두 알은 생것으로 갖다 드렸다, 한숨 푹 잔뒤, 밤이 되자 스님은  감자 세 알을 싸들거고는 산을 올라간다. 

가리산 높은 봉우리에 올라 감자를 하나씩 심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삶은 감자를 심은 제일 윗쪽은 아무 소식이 없다. 그러자 스님은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는 감자를 파보았더니 삶은 것이 들어 있었다. 역시 잘못 본 것은 아니야. 이땅이 천자가 나올 최고의 명당인데 그럴리가 없지. 확인하는 소리를 듣고 한이 총각은 먼저 내려와 어머니께 스님께서 물어보시면 무조건 제일 위에 있는 땅을 달라고 하라며 자기가 본 것을 어머니께 이야기 한다. 

산에서 내려온 스님이 어머니께 어떤 땅을 원하느냐 물었더니, 그 어머니 당연히 제일 위에 있는 땅을 달라했다.  스님은 그 땅은 천자가 나올 땅이라고 하며~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문학을 읽고 있다.
물론, 중학교에 들어가면 필독이니 시험에 나오니 하면서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그러기 전에, 정신적으로 고단하기 전에, 초등 6학년에 미리 전문을 읽혀보자 싶은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 주고 있다.  두달동안 8권의 책을 선정하여 읽고 있는데 그 중의 한 권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아이들을 향한 소설로 쓰여진 것은 아니지만, 이문열 작가님이 아이들의 시각으로 조금 손 봐서 출판한 것이 다림의 ’한빛문고’의 한 권으로 나와있어 선택을 했다. 이 책은 초등 5학년 국어 읽기 책에도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처음엔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어떻게 이해를 하지? 했는데, 상대방의 마음읽기 정도로 다루었기 때문에 그만큼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 싶다. 교과서 내시는 분들이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주인공 한병태는 서울에서 잘 나가던 아버지가 한직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따라서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된다. 공부도 좀하고, 시골이긴 하지만 그곳에서 직위가 있는 아버지를 업고 학교 생활을 잘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전학 첫날 기대 이하의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이 굴종하는 반장 엄석대를 보고는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자기의 생각과 잣대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아이들의 놀이에도 끼어들 수 없는 ’왕따’가 된 것이다. 선생님께 일러도 보고, 힘과 깡으로 버텨도 보지만 결국 엄석대에게 굴복하여 평화를 맛보게 된다. 오랫동안의 서러움에 북받쳐 석대가 준 그 평화는 대단한 힘으로 다가오게 되고 쉽게 벗어나고 싶지 않게 만든다. 

학년이 바뀌고, 그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엄석대의 베일이 벗겨진 것은 새로운 젊은 담임선생님의 등장이다. 선생님의 예리한 관찰력에 의해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엄석대의 성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6학년이 되어 시험을 치르게 되고, 그 시험에서 엄석대의 이름을 대신 써 냈던 아이들이 불려나가 석대의 성을 허물기 시작한다. 작은 구멍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한 성은, 아이들의 입에서 성토로 바뀌게 되고 그 동안 묻혀져 있을 것만 같던 많은 비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봇물 터지듯 쏟아져서 엄석대 역시 담임선생님의 몽둥이에 양심을 두들겨 맞기 시작한다, 모든 아이들의 폭로 속에 병태만은 입을 다물고 있다. 혼자서 엄석대의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애쓰던 지난 날을 돌이켜 보고 있다.

세월이 흘러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어느날, 휴가를 떠나던 병태의 눈에 경찰에 쫓기던 한 남자를 보게 된다. 바로 엄석대!  지금까지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모든 상황을 지금 한 눈에 짐작할 수 도 있지만, 지난 날 비록 초등학생이었지만 굳건하던 그의 성역과 초등학생 답지 않은 그의 대범함이 떠오르며 지난날의 회상으로 막을 내린다.

초등학생에게 사회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실을 무대로 이 사회를 축소시켜 우회적으로 쓴 소설임을 설명했다. 아이들은 이해를 한 듯 했지만, 왠지 마음은 씁쓸하다.
부당함과 부조리에 흥분하며 침 튀기던 우리들도 세월이 흘러 나이들어 가니 똑같은 어른이 되어 있는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