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미스테리 소설의 책장을 넘깁니다. 왠지 책장을 넘길때 마다 그리움 같은 것이 묻어나는 군요. 역시 소설은 미스테리입니다.

 

<나를 기억하니>는 시바타 요시키라는 일본의 중견 작가가 쓴 작품입니다. 꽤 유명한 작가인 듯 하고 국내에도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 듯 한데 저로서는 이 작품이 처음 접한 작품입니다.

 

총평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상당한 역작임에 틀림없습니다. 솔직히 재미도 있는데다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이 한번 쯤은 꼭 읽어봐야 될 정도로 작품성도 있습니다. 단순히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소설은 우선 첫 대목에서부터 독자에게 큰 흥미거리를 하나 던져 줍니다. 책 뒤에 다 나온 내용이기때문에 스포일러라기 보다는 독자를 낚는 하나의 낚시밥 역할을 하는 내용입니다(저도 이 문구에 호기심이 일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중학생 3학년 수학여행, 조별로 교토의 역사문물을 탐방하고 다니는 과정 중 갑자기 후유하라는 동급생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영원히 실종되어 버립니다. 같은 조원이었던 6명의 아이들... 이 아이들은 2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각자 다양한 인생을 살아가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항상 친구의 실종이 트라우마로 남게 됩니다.

 

그리고 20년 후... 사라져버린 후유하는 갑자기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나를 기억하니'

 

이 설정은 매우 뛰어난 것이라 생각됩니다. 모름지기 미스테리 소설에는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강한 흡입력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이 설정은 최상입니다. 결국 독자는 읽는 내내 도대체 후유하는 살아있나? 죽었나? 어째서 사라진거지? 그리고 아이들의 비밀은 무엇이지? 등등 다양한 형태의 질문을 던지며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2권이라는 책의 양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만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아... 이 책은 결코 가벼운 미스테리가 아니구나' 하고 말이죠.

 

작가가 보고 싶어했던 것은 후유하의 실종의 원인과 결말이 아니었습니다. 작가는 사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에 남겨진(이 표현도 아이러니 합니다)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해 다시금 옛 사건을 떠올리며 자신에 처해진 상황과 싸워나가는 모습을 치열하게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죠. 계속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현실을 이겨 내야 합니다.

 

후유하는 그들이 다시한번 인생을 다잡고, 우정을 일깨우며, 삶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 줍니다. 공포의 존재가 아니라 지친 삶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주는 진정한 친구같은 존재 입니다.

 

그렇다고 알맹이가 빠진 미스테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결론을 보기 전에는 지속적으로 'why?'를 외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슬프다면 슬픈 결말이지만 왠지 책을 읽고 나니 힐링이 되는 느낌... 저만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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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여러모로 사랑스러운 술이지만 우리나라의 독특한 술문화, 고유의 음식문화 등으로 국내 주류시장에서는 여전히 마이너한 존재입니다.

 

본인도 소주와 맥주 외에는(특히 맥주) 마셔본적이 없었고, 솔직히 와인따윈 관심도 없었습니다. 선물로 받은 와인을 위스키와 섞어서 몇 년 동안 진열장에 세워 놓았을 정도로 문외한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와인 맛에 눈을 떠 자칭 애호가가 되자 또 하나의 커다란 고민에 봉착하게 됩니다. 바로 지갑은 얇은데 와인의 종류와 가격은 도무지 천차만별이라는 점입니다. 그럼 초보 서민 와인애호가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어떻게 하면 적은 돈으로 허접한 와인 대신 그나마 뛰어난 와인을 맛볼 수 있느냐가 바로 그것입니다.

 

누가 이런 비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한병에 1만~10만원 되는 와인을 계속 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10만원 이상 몇 백만원 되는 프리미엄 급 와인들은 아예 살 생각을 안하므로 논외로 하겠습니다 ㅠㅠ).

 

결국 마트나 백화점에 가서(지방에는 와인전문샵 찾기도 힘듭니다) 어떻게든 할인 많이 하는 와인을 사는 수 밖에 없는데 할인을 많이 하는 와인일 수록 인지도가 높지 않아 인터넷이나 일반 책자에 정보가 많이 없습니다. 즉 내가 마신 와인의 스토리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마실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니죠.

 

이런 상황에서는 가장 좋은 것이 국내 와인 구매자에게 좀더 유익한 안내를 해 줄 수 있는 지침서가 꼭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선호한 와인이 있다면 그 정도는 나 역시도 마셔봐야 하지 않을까요? 설령 고가의 와인이라도 이 와인에 대한 스토리를 알고 많은 사람들이 마셔보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면 지인들과 돈을 모아서라도 한 번 마셔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딱 맞춤형 와인 구매 지침서입니다. 가격도 저렴한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국내 대표 와인 100개를 소개해 주고 있어 왠만하면 와인을 구매하는데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와인들에 대한 스토리(간결하지만 군더더기 없는)가 있어 내가 마시고 있는 와인이 도대체 어떤 와인이며, 책에서 평가한 내용과 스스로가 마셔보면서 느낌점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와인 입문자들은 특히 한 권쯤 사서 지침서로 삼으면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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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사실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술이죠. 즐겁게 마시면 그만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왠지 와인에는 스토리가 없으면 뭔가가 부족합니다. 소주와 맥주(물론 맥주도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긴 합니다만)를 마실때 술 자체가 주제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반면에 와인은 와인 자체가 주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럼 와인을 마시며 와인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면 다소간은 아는 척할 수 있는 지식이 있다면 좋은 것 아닐까요? 물론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와인은 술이고, 즐기면 그만이긴 합니다. 하지만 알아서 나쁠 것 없으니 기왕이면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와인을 마시는 방법이나 이런 것은 유난히 형식을 좋아하는 구시대 유물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마시는 와인을 어떻게 하면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느냐 입니다. 즉 맛있게 마실 수 있게 하기 위해 와인은 다소간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우선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에 대한 지식,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이나 생산자에 대한 지식,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차이점, 와인과 음식의 궁합 등등. 이런 것들에 대해 책 한권만 읽어보면 와인에 대한 대화에 즐겁게 동참할 수가 있습니다.

 

<쉽고 친절한 홈 와인 가이드>는 제목 그대로 무척 쉽게 와인에 대해, 그리고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등 기초 상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초보 와인 애호가라면 한 권 정도 소장하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책이 생각보다 얇고(좀 더 내용이 들어갔으면...), 일본에서 발행된 책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 우리로서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일본 와인과 와이너리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맥주면 맥주, 와인이면 와인, 위스키면 위스키... 모든 것을 스펀지 처럼 흡수해 자기들만의 명품으로 만들려는 욕심이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럽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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