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소설의 여러가지 성공 여부 중의 하나는 독자로 하여금 지속적인 궁금증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누가 범인이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입니다. <채텀 스쿨 어페어>야 말로 바로 후자, 즉 '그때 밀포드 별장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작품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가인 <토마스 H 쿡>은 독자를 매혹시키는 글을 쓰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상당히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볍지가 않고 품격이 있습니다. 살인이 난무하거나 어떤 트릭을 해결하는 재미가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스토리만으로도 이 책의 매력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어두운 분위기이지만 칙칙하지 않고 어느정도 선을 유지하고 있는 정적인 고요함이 있습니다.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 헨리라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초로의 나이에 자신이 다녔던 학교인 채텀 스쿨과 아름다웠던 채닝 선생님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과거를 회상합니다. 자신이 아직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미숙했던 한 시절의 추억을 말입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과거와 사건이 일어난 후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오가며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현재의 상황으로 파악해 볼 수 있을 법한테 작가는 교묘히 핵심 내용들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독자들이 조금씩 조금씩 진실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계속해서 책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충동이 느껴질 정도이니 몰입도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척이나 암울합니다. 갈등과 번민의 청소년기를 보내던 소년이 시간이 흘러 나이가 먹고 난 후 모든 것을 체념한채 과거를 회상하는 자체가 암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헨리는 단순한 방관자적인 화자가 아닙니다. 과연 이 사건에서 헨리의 역할을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열쇠입니다.

 

이런 소설을 읽으면 괜히 내 스스로가 안타까운 마음을 많이 느낍니다. 내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 이들의 운명을 바로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만큼 소설에 몰입했다는 말도 될 것 같습니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주변의 많은 것을 파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신과 악마의 양면성을 가진 치명적인 매혹...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토마스쿡, 채텀스쿨, 사랑, 죽음, 비극

<애꾸눈 탐정>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주저하지 않고 고른 책이건만 솔직히 실망이네요. 이 책의 내용은 정통 미스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은 장르상 본격 미스테리에 해당하고 자칭타칭 명탐정이라고 하는 메르카토르와 조수(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름도 생각이 안나서 나중에 확인해보니 미나기라고 하는 군요)가 펼치는 활약(?)을 다룬 단편 소설집입니다. 총 5개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단편 <죽은 자를 깨우다> 도입부만 해도 상당히 기대가 됐습니다. 친구들끼리 여행을 간 별장에서 돌연 한 친구가 죽음을 당하고, 1년 뒤에 친구들이 모여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다는 설정...참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부른 명탐정이 바로 메르카토르...나와서는 바로 사건을 해결할 것 처럼 장광설을 늘어놓더니 결국 한 다는 말이...

 

책을 다 읽고 도대체 이게 뭔가 싶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마도 작가 <마야 유타카>는 본격 미스테리를 한번 더 비틀어 독자들에게 뭔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렇지만 과연 추리소설을 즐기는 독자들을 비틀어 나올 게 뭐가 있을까요...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단편은 그럭저럭 봤는데 네번째 단편 <대답없는 그림책>을 보고는 그냥 헛움음만 나왔습니다. 마지막 단편 <밀실장>은 얘기하고 싶지도 않네요. 해답이 없는 추리소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잔뜩 독자들을 기대하게 해 놓고는 답이 없는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백번 양보하고 본다면 좀 코믹하기도 합니다만 진정한 의미의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으로 대부분의 독자들이 읽는 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자격상실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메르카토르, 밀실, 친구, 여행, 단편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국내 출간작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그녀가 죽은 밤>입니다. 작가의 유명 시리즈인 닷구와 다카치 시리즈로 엉뚱하면서도 날카로운 추리와 반전이 돋보였던 명작이었습니다.

 

<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은 닷구 다카치 시리즈는 아닙니다. 그래서 <그녀가 죽은 밤>과 같은 느낌의 추리는 없는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이른바 닷구와 다카치 그리고 친구들이 펼치는 밑도 끝도 없는 망상추리의 재미가 꽤나 있었는데 이 소설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이 소설은 배경도 그렇고 여러 작품에서 나왔던 여러가지 설정들을 혼합시킨 느낌이 강합니다. 따라서 재미는 어느정도 있지만 그다지 특출나게 '멋지다' '재밌다'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외부와 고립된 미스테리한 기숙 학교라는 설정은 어느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먹히는 주제이기 때문에 재미는 있습니다.

 

이 소설의 미스테리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서술 트릭이 가미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설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작가가 억지로 언급을 안하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서술 트릭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은 서술 트릭을 차용한 미스테리 소설을 읽을 때 언제나 그렇듯이 '아 그랬구나' 다음에 찾아오는 약간의 배신감은 조금 듭니다. 

 

왜냐면 마지막가지 작가가 말을 안해주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알 것 이며, 막상 반전이 나오면 왠지 속은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서술 트릭이 가지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서술 트릭의 정점을 찍은 유명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을 말하는 순간 이 소설에 쓰인 서술 트릭이 뭔지를 밝히는 셈이 되므로 언급을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도대체 얘들은 여기서 뭐하는 걸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잘 봤습니다. 다음에는 기회가 되면 닷구 다카치 시리즈를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니시자와야스히코, 학원, 학교, 실험, 기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