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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칼럼외조: 성공한 여자를 만든 남자의 비결] 조선시대 유일한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의 천생연분 2화

서유본
: 조선 시대 유일한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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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칼럼외조: 성공한 여자를 만든 남자의 비결] 조선 시대 유일한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의 천생연분 1화

서유본
: 조선 시대 유일한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의 남편

실학자 서유구

임금의 총애를 받은 달성 서씨 가문의 장손으로 태어나다

실학자 서유구의 형이자 조선 시대 유일한 여성 실학자이자 <규합총서>의 저자로 유명한 빙허각 이씨의 남편인 서유본은 조선 시대 경화거족(누대에 걸쳐 서울에 살면서 중앙 정계의 핵심 관직을 독차지하며 권력과 부를 동시에 누렸던 양반 사대부를 일컫는 말)의 대표적인 가문 중 하나인 달성 서씨 가문에서 태어났다. 아들은 물론 며느리까지 실용적인 학문에 통달했던 집안인 달성 서씨 가문의 최고의 시기는 조선 시대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 시대였다.

중국이 아닌 조선의 현실과 환경에 맞는 농학을 가학으로 삼은 달성 서씨 가문은 조부인 서명응을 비롯하여 서호수, 서유구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거쳐 임금의 총애를 받으며 당대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특히 실용적인 학문을 중시하던 정조는 달성 서씨 가문에 정치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정조 시대 왕권을 보좌한 엘리트 학자들을 대거 양성한 규장각의 창설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서유본의 친할아버지 서명응이었으며, 규장각 직제학을 거쳐 이조판서를 역임한 서호수가 바로 서유본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또한 달성 서씨 가문은 조선 최고의 장서가 집안으로도 유명했다.

달성 서씨 가문이 책을 수집하게 된 배경에는 경화거족 특유의 독특한 문화가 한몫을 했다. 서울에 근거지를 둔 경화거족은 정계 은퇴 후 특정 지방을 근거지로 후학을 기르며 간접적으로 정치 활동을 지속하기보다 책이나 서화, 골동품 수집과 같은 세련된 취미 활동을 하는 특징이 있었다. 이러한 고상한 취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몇 대에 걸쳐 형성된 뛰어난 안목과 탄탄한 재력 그리고 관리나 학자로서의 당당한 지위가 있어야 했는데, 달성 서씨 가문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조선 제일의 장서가 집안

달성 서씨 가문 고유의 ‘취미’는 서유본의 조부인 서명응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장서 수집이었다. 서유본의 조부인 서명응은 북경에 다녀오면서 넉넉한 가산을 아낌없이 투자하여 책을 구입해 조선에 가져왔고, 천문학과 수학 등 신학문과 실학에 조예가 깊었던 서유본의 아버지인 서호수 역시 이 방면의 책을 대량 소장하고 있어 당시 사대부들과 선비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당시 서유본의 집은 서울의 중심가인 남산 아래 저동에 있는 저택이었다. 재정적으로 넉넉했던 달성 서씨 가문의 자식들은 어려서부터 관심 가는 분야에 대한 서적들을 수집하여 일찌감치 자신만의 서재를 마련하곤 했다. 이곳에는 서유본의 숙부인 서형수가 경류(經類, 경전 관련 서적), 사류(史類, 역사서 관련 서적), 자류(子類, 인물 관련 서적), 집류(集類, 백과사전 관련 서적) 등 총 108종의 책을 모아놓은 필유당을 비롯해 조부 서명응의 죽서재, 서유본의 불속재, 서유구의 태극실 등 여러 개의 서재들이 있었고 서재마다 각각 주인의 취향을 닮은 수많은 서적들이 있었다. 

이토록 서책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 훌륭한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가문의 수치일 것이었다. 이를 염려한 서호수는 어느 날 아들들을 모아놓고 “너희들은 재주가 없어 아마도 이 귀중한 책들은 뒷날 깨진 간장독을 바르는 데 쓰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물림한 명성과 부유함에 눈이 멀어 아들들이 학문에 소홀하고 행동이 안이해질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한편 생각지도 못한 부친의 자극에 정신이 번쩍 든 아들들은 그때부터 긴장을 늦추지 않고 가문의 장서들을 탐독하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서유구 같은 당대 최고의 학자가 나오게 되었다. 

한편 서유본은 관리를 지향하여 공부를 하는 일반적인 선비들과 달리 관직에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지만 새로운 학문인 수학과 천문학 등에 열중하여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장남이라 하더라도 과거 급제와 직결되는 공부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실용적인 학문을 마음껏 연구할 수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미 입신양명이나 출세가 목표가 아니었던 달성 서씨 가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빙허각 이씨와의 결혼

서유본은 12살 때 이조판서와 판돈령부사를 두루 지낸 이창수의 딸인 빙허각 이씨와 혼인을 했다. 빙허각 이씨의 집안인 전주 이씨 가문은 달성 서씨 가문 못지않게 학문적으로 뛰어났는데, 특히 그녀의 외가는 실학과 고증학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정도였다. 

또 세계 최초로 태교에 대한 사항을 집대성한 <태교신기>를 저술한 사주당 이씨는 빙허각 이씨의 외숙모였다. 빙허각 이씨와 더불어 조선 시대에는 보기 드물게 여성으로서 저서를 남긴 사주당 이씨는 남편의 지지와 격려를 받으며 <태교신기>를 저술했는데, 이러한 모습은 조카인 빙허각 이씨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빙허각 이씨의 아버지인 이창수는 딸을 무척 사랑했다. 그는 평소 빙허각 이씨를 무릎에 앉혀놓고 <소학>이나 <시경> 등을 읽어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녀는 곧바로 뜻을 이해하여 아버지를 기쁘게 했다. 어린 딸의 총명함이 자랑스러웠던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에게 딸 자랑을 했다. 

한편 이 이야기를 들은 서명응은 이창수의 집을 방문해 빙허각 이씨에게 “네가 <소학>을 잘 읽는다고 들었는데 ‘가행’과 ‘선행’을 아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실행하기 전에 말을 먼저 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정중하면서도 당차게 대답했다. 빙허각 이씨가 일곱 살 때의 일이다. 이때 이미 서명응은 그녀를 손자며느리로 점찍었다.  

서유본이 열두 살이 되자 서명응은 빙허각 이씨와 손자의 혼인을 추진했다. 당시 빙허각 이씨는 열다섯 살로 결혼 적령기였고, 조선 시대에는 신부가 신랑보다 나이가 많은 것이 흠이 아니라 매우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전주 이씨 가문은 달성 서씨 가문과 마찬가지인 소론 명문가로 명망이 높았으니 금상첨화였다. 

두 사람의 혼인은 일반 사대부가와 달리 매파를 통하지 않았는데, 이는 두 집안의 각별한 친분 덕분이었다. 빙허각 이씨는 어려서는 친정에서, 혼인 후에는 시댁 어르신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을 뿐 아니라 서유본과의 사이에 4남 7녀를 둘 정도로 금슬이 좋았다.


공부하는 학생 부부

빙허각 이씨는 남자에 비해 조금 모자라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조선 시대에 태어났지만, 어려서는 친정에서 여성이 학문을 접하는 것에 어떠한 구애를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총명함 덕분에 시댁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혼인 후 빙허각 이씨는 고된 시집살이를 하는 대신 당대 최고의 실학자인 시할아버지와 시아버지에게 직접 학문을 배우고 익히며 공부를 계속했다. 남편 서유본 또한 공부하는 아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손수 달성 서씨 가문이 수대에 걸쳐 수집한 수많은 장서들을 소개했다. 본디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던 빙허각 이씨에게 달성 서씨 가문의 서고는 그야말로 보물 창고나 다름없었다. 

규장각을 창설한 시할아버지 서명응이나 규장각 직제학을 역임했던 시아버지 서호수가 보기에 어린 부부가 나란히 책을 읽는 모습은 기특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달성 서씨 가문이 지닌 최고의 재산인 장서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며느리를 들였다며 기뻐했다. 시댁 어른들은 빙허각 이씨가 제대로 공부를 계속하도록 남편인 서유본을 비롯해 시동생들과 함께 공부를 시켰다. 이처럼 빙허각 이씨는 시댁 어른들의 적극적인 권유와 보살핌 속에서 학문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배움에 대한 갈증을 채우며 점점 성숙한 학자로 거듭났다. 

혼인하기 전까지 서호수의 장남이었던 서유본은 이들 중 가장 형이었는데, 그보다 세 살이 많은 빙허각 이씨가 합류하자 자연히 그녀가 제일 연장자가 되었다. 이때 맏며느리인 빙허각 이씨의 학문적 영특함을 아낀 시아버지 서호수는 그녀에게 당시 열 살이었던 서유구의 공부를 도와주라고 부탁했다. 덕분에 빙허각 이씨는 훗날 당대 최고의 실학자로 명성을 날린 서유구의 어린 시절 선생님으로도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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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칼럼외조: 성공한 여자를 만든 남자의 비결] 세계적인 인류학자 제인 구달의 천생연분 4화

루이스, 휴고, 데릭
: 세계적인 인류학자 제인 구달의 남자들

믿음직한 해결사, 데릭과의 새로운 사랑

이혼 후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던 제인은 바로 자신의 곁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 바로 곰베가 위치한 탄자니아 국립공원의 관리자인 데릭 브라이슨이었다. 데릭은 탄자니아로 귀화한 영국인으로 다르에스살람의 의원이자 당시 탄자니아의 대통령이었던 줄리우스 니에레레를 비롯하여 여러 중요한 인물과 기관에 두루두루 친밀한 인맥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던 데릭은 19세에 공군으로 참전했던 제2차 세계대전에서 다리에 부상을 입고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 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농업 학사 학위를 취득한 데릭은 케냐에서 농업에 종사했고, 킬리만자로 산기슭에 있는 밀 농장 하나를 운영하게 되었다. 당시 탕가니카 아프리카인 민족동맹의 당수이던 줄리우스 니어레레와 만난 것도 바로 그 농장이었다. 줄리우스를 만나며 인생이 바뀐 데릭은 탄자니아 독립운동에 헌신적으로 뛰어들었다. 마침내 탄자니아인으로 귀화한 그는 농업, 보건 등 내각의 여러 직책을 거치며 정치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1975년 제인과 데릭은 결혼했다. 그 무렵 아프리카는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고, 곰베 또한 위험지역이었다. 데릭과의 인연은 곰베에서 연구를 하는 제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학생들이 20여 명이나 되는 연구소의 행정을 관리해 주었을 뿐 아니라 현지인들과의 마찰을 조율하기도 했다. 또한 연구에 필요하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면 탄자니아 문화와 제인의 연구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데릭이 정부 및 행정기관과의 인맥을 적절하게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실로 든든한 슈퍼맨 같은 존재였다.

중단되었던 연구소의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다

1975년 곰베 강 연구소의 학생들이 자이레(콩고)의 무장 강도들에게 인질로 끌려가는 사건이 발생한 후, 탄자니아인이 아닌 모든 사람은 즉시 곰베를 떠나라는 조치가 내려지는 바람에 제인의 연구는 전면적으로 무기한 중단되는 위기를 맞이했다. 그때 문제를 해결한 것도 데릭이었다.

제인이 곰베에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점차 늘어나긴 했지만 일 년에 몇 주 이상은 불가능했다. 그는 체류가 불가능한 외국인 대신 탄자니아인들로 직원들을 재구성했고, 이들을 간곡하게 설득하여 학생들이 모두 떠난 곰베 강 연구소를 위해 그들이 보다 전문적인 일을 맡도록 했다. 연구원 문제를 해결한 후에는 제인이 곰베에 없을 때에도 무전기를 사용하여 진행 사항을 체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데릭의 헌신적인 노력과 신속한 판단과 실천 덕분에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큰 위기를 맞이했던 곰베 강 연구소는 무사히 다시 운영될 수 있었다. 제인이 가장 힘들고 암울했던 시기를 함께한 그는 1980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녀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헌신했다.


루이스, 휴고, 데릭의 사랑이 남긴 것

오늘날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며 인류학에 큰 획을 그은 학자로 자리매김한 제인은 매우 운이 좋은 여자였다. 그녀는 운 좋게도 ‘침팬지를 좋아하고 그래서 연구하고 싶어 하는’ 자신을 위해 물심양면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루이스를 만났고, 그녀를 세계에 알린 사진작가이자 남편인 휴고를 만났으며, 그녀의 연구를 위해 탄자니아의 정치가이자 국립공원 관리자로서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과 재산을 아낌없이 쏟아준 두 번째 남편 데릭을 만났다.

먼저 루이스는 인류학자로서 성장할 제인의 앞날을 위해 모든 것을 설계해 두었다. 침팬지를 연구할 최적의 장소인 ‘곰베’를 찾았고, 제인과 동행해줄 최고의 파트너(제인의 엄마 ‘밴’)를 찾아주었으며, 연구비 지원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한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연구를 하는 데 발생할 수 있는 행정적인 문제의 대부분을 ‘알아서’ 처리해 주었다. 그녀의 연구를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고, 결국 그녀가 학위를 받도록 주선하여 그녀 스스로 ‘과학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휴고는 사진작가로서 자신이 가진 재능과 열정을 고스란히 제인과 나누었다. 아니, 제인을 위해 바쳤다. 하지만 그의 훌륭한 사진들은 오직 제인만을 돋보이게 했다. 결국 그는 사진작가로서 꿈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으그는 지금까지도 제인을 생각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들을 세상에 남겼다. 그리고 데릭은 탄자니아인이자 정치가, 국립공원 관리인이라는 자신의 신분과 지위 그리고 인맥을 모두 동원하여 제인의 연구를 지키고 도왔다.

학자로서 한 개인이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룬 제인의 연구 뒤에는 이처럼 그녀를 위해 아낌없이 베푼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눈은 높고 정확했다. 제인은 과연 그들에 의해 선택받을 만했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을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