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는 스스로 6년간의 극심한 고행을 겪은 후, 천상에 태어나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살아서 일부러 억지로 고행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공표하신 바 있다. 하지만 마하가섭의 두타행(頭陀行)은 천상이라는 목표를 위해 맹목적인 고행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두타행(頭陀行)이란 무엇일까
두타(頭陀)란 산스크리트 두타(dhuta)에서 나온 말로 번뇌를 털어내고 모든 집착을 버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한자로는 수치(修治) 또는 기제(棄除)라고 번역하기도 했으나 확고부동한 인지도를 가진 마하가섭의 수식어가 경전 속에서 두타제일(頭陀第一)로 등장하면서 비슷한 발음 그대로‘두타(頭陀)’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경전에서는‘두타(頭陀) 수행’을 12가지를 들어서 설명한다. 그 12가지의 내용은 이렇다.
1) 조용한 곳에 거주한다.
2) 항상 걸식한다.
3) 걸식할 때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4) 하루에 한 번만 먹는다.
5) 과식하지 않는다.
6) 정오 이후에는 과즙이나 설탕물을 마시지 않는다.
7) 헤지고 헐은 옷을 입는다.
8) 옷은 세 벌만 소유한다.
9) 무상관을 체득하기 위해 무덤 결에 머무른다.
10) 주거지에 대한 애착을 버리기 위해 나무 밑에서 지낸다.
11) 아무것도 없는 한데 땅(露地)에 앉아 좌정에 든다.
12) 항상 앉아 있으며 눕지 않는다.
일말의 즐거움도 없이 최소한의 의식주만으로 살아가며 아주 작은 편안함도 추구하지 않고 오직 수행에 집중하는 것, 즉 마하가섭이 고집한 두타(頭陀) 수행은 바로 불교수행의 원형인 것이다.
발우에 공양과 함께 담긴 나병 환자의 손가락
최고의 신분과 한없이 많은 재산이 있었지만 출가 후, 누구보다 혹독한 두타 수행을 스스로 선택했던 마하가섭의 행동은 그 자체로 실로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위대한 깨달음을 이루었으며, 부처님께서 지극히 사랑하고 인정하였으며, 부처님의 법을 이어 받은 정통 후계자라‘도’이처럼 가난한 차림새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평생에 걸쳐 확실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 받은 누더기 분소의를 걸치고 인적이 드문 거친 바위산에서 홀로 수행을 하던 마하가섭이 어느 날 걸식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내려왔을 때 양지바른 곳에서 밥을 먹고 있는 나병 환자를 만났다. 그는 마하가섭을 보고는 선뜻 자신의 밥을 나누어 주겠다고 했다. 마하가섭은 그 나병 환자의‘친절함과 베푸는 마음’에 감사하며 공손하게 합장을 했다.
나병 환자는 상처와 고름을 더러운 천으로 둘둘 말아 가린 손으로 그릇에서 자신이 먹던 밥을 한 주먹 집어 마하가섭의 발우에 담아주었다. 그 순간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던 나병 환자의 손가락이 음식과 함께 뚝하고 떨어졌다. 음식을 받은 마하가섭은 합장을 하고 말했다.
“시주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나병 환자가 나눠준 밥은 하루에 한 끼만 먹는 마하가섭에게 그날의 유일한 공양이었다. 그는 한적한 나무 그늘에 앉아 발우에서 손가락을 가려내고는 밥을 먹었다. 공양을 하는 내내 마하가섭은 조금도 더럽거나 혐오스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병 환자가 기꺼이 자신에게 베풀어준 은혜에 감사하다는 마음뿐이었다.
마하가섭은 항상 그런 마음으로 살았다. 굶주림 끝에 부잣집에서 흘러나오는 쌀뜨물을 먹는 노파에게 그 물을 보시 받은 것처럼 난한 노파에게 가장 가난한 사람들만을 골라서 가장 거친 음식을 먹었다. 그에게는 음식의 맛보다 가난 때문에 복을 짓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더 보시의 공덕을 짓게 해주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이런 마하가섭이 있었기에 출가한 스님은 속세에서 어떤 출신과 신분을 지녔더라도 일단 출가를 한 후에는 배고픔과 빈곤함, 남루함을 오히려 긍지로 삼고 수행을 하는 전통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두타행(頭陀行)은 훗날 모든 수행자의 등불이 되기 위한 기쁨
하지만 이런 전통이 성립되기 전, 마하가섭의 두타행은 같은 교단 내부의 비구들로부터 은근한 반발을 샀다. 원래 단체 생활의 기본 규칙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것이 최고의 요령이다. 요컨대 튀지 않는 것이 제일 무난한 것이다. 출중한 출신과 외모, 고고하고 까칠한 성격에 부처님의 특별대우를 받으면서도 굳이 두타행을 고집하는 마하가섭을 보는 비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어쩌면 버젓하게 예정된 후계자의 자리가 있기 때문에 마치 일부러 고행을 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부처님은 비구들의 이런 생각을 잘 알고 계셨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걱정되는 것은 마하가섭의 평판이 아니었다. 부처님은 자신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제자의 건강이 걱정스러웠다. 백발이 성성하게 나이가 들었어도 두타 수행에 대하여 일체의 타협이 없는 마하가섭에게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그대도 이제는 늙었다. 거친 숲과 바위틈에서 살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구나. 이 누더기도 너무 무겁고 낡았다. 이제 그대도 나처럼 정사에서 지내며 나처럼 공양 받은 깨끗하고 가벼우며 부드러운 가사를 입도록 하라.”
마하가섭을 대하는 부처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 묻어나오는 사랑에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마하가섭은 부처님의 청을 거부했다.
“세존이시여, 제자는 오랫동안 두타행을 익혀왔고, 많은 이들에게 두타행의 이로움을 찬탄해 왔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정중하고 예의가 바르긴 했지만 단호한 거절이었다. 역시 마하가섭은 부처님 앞에서도 자기가 할 말은 다 하는 몇 안 되는 제자였다. 함께 늙어가는 사랑하는 제자의 대답에 부처님은 잠시 말씀을 잊었다. 서운함에 앞서 제자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어 부처님은 마하가섭을 꼿꼿하고도 고집스러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는 무슨 이익이 있기에 두타행을 고집하는가?”
그러자 마하가섭은 기다렸다는 것처럼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두 가지 이익이 있습니다. 두타행을 하면서 저는 고요하고 안락한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이익입니다. 세존이시여, 먼 훗날 지난날을 돌아보고 기억하는 이들이 ‘과거 부처님 제자들은 분소의를 입고 아란야에서 지내며 걸식으로 살아갔다’고 떠올린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그런 말을 듣는 사람도 모두 환희심을 일으키며 수행에 더욱 정진할 것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 이익입니다. 이 두 가지 이익 때문에 저는 두타행을 실천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두타행을 찬탄합니다.”
마하가섭의 대답은 비구이자 부처님의 후계자로써 갖추어야할 완벽을 넘어선 경지였다. 이 말을 들은 부처님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마하가섭을 크게 칭찬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마하가섭이여. 만일 두타행을 비방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여래를 비방하는 자이여, 두타행을 찬탄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여래를 찬탄하는 자이다.”
마하가섭의 말은 사실이 되었다. 부처님이 반열반하시고 난 후, 선종의 초조 보리달마를 위시하여 법을 이어받은 선사들은 모두 엄격한 규율과 철저한 금욕 생활을 하는 두타행을 오롯한 긍지로 삼으며 실천했다. 그래서 부처님은‘나의 성문 제자로서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아 두타행을 모두 다 구족한 사람은 바로 장로 마하가섭 비구이니라.’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