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뀌면서 얼굴에 난 상처의 회복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원상복구의 시간을 더이상 낱개의 날짜에 의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것이 하루를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보다 더 침울한 일은 마음의 상처다. 이별이 남긴 마음의 상처는 변함 없이 회복이 느리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아마도 내일도 그러할 것처럼.
언젠지 알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이별의 후유증이 아직도 나를 괴롭히고 있던 날 우연히 듣게 된 박칼린의 ’아름다운 널’이란 노래. 한 번 듣고 다시 들을 수가 없었다. 숨기고 싶었던 마음을 적나라하게 들켜버렸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부끄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때 진정제 같은 역할을 해 준 것이 이 시집의 제목이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한참 삼순이 열풍이 불었을 때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시 구절이다. 그때 이 시집도 드라마 인기 못지 않게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짧지만 큰 힘을 지닌 치유력을 가진 시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당황해 어찌할 바 모르던 나의 어깨를 포근히 감싸주는 것 같았다.
이제는 그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볼까 염려하며 꽁꽁 싸맸던 상처를 남들의 시선에 들어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별 후 허우적대던 그래서 못마땅했던 나 자신을 더이상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도 외면하지도 않기로도 했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과 기회를 주고 싶어졌다.
시는 인간 영혼으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그 상처와 깨달음을. 그것이 시가 가진 치유의 힘이다. 우리는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다. 얼음을 만질 때 우리 손에 느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불이다. 상처받은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밀라. 그리고 그 얼음과 불을 동시에 만지라. 시는 추위를 녹이는 불, 길 잃은 자를 안내하는 밧줄, 배고픈 자를 위한 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