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는 범인들과는 다른 속도로 세상을 성큼성큼 앞질러 걸었던 천재들이 등장한다. 인구 이론을 만들어낸 맬서스, 인간의 유래를 밝힌 다윈, 인간 사회의 제도와 진화를 써 내려간 베블런의 업적은 분명 문명과 과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혁신이었지만 그들에게서 진보를 떠올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인구론이 하층민들의 경제적 빈곤을 방관하고 진보 사상가를 비판하기 위함이란 의견이 많을뿐더러 진보주의자들의 미움을 받은 인물이 다름 아닌 다윈이다. 

진보를 저항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듯이 보수를 고수와 불통으로 단정 지을 수 없게 되는 순간이다. 어찌 보면 이 둘의 구분보다는 편견과 아집에서 자유로워져 항상 새롭게 재정의 하려는 재정비의 필요를 절감한다. 

책장을 다시 펼치기까지의 긴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책은 빠른 시간에 완독할 수 있었다. 저자의 필력이 가장 큰 이유였고 묵은 궁금증이 해소되고 편견에서 자유로워지며 붙은 속도 때문이기도 했다. 

저자는 각 장마다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연다. 베블런을 외계인으로 설명하며 운을 떼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오늘날 sns에 자신을 전시하고 과시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서술한 듯한 유한계급론의 일부를 보며 어쩌면 인간과 사회 현상에 대한 모든 것이 이미 파악되고 기록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청춘의 독서는 때론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때론 방향과 신념을 일깨우는,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딸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따듯한 격려와 당부인 동시에 우리에게 넌지시 내보이는 그의 발자취가 새겨진 지도이기도 하다.

이름만 익숙한 화가였다. 그의 작품인 '모나리자'란 단어를 들으면 휴지가 먼저 떠오르고 '최후의 만찬'은 제목만 알뿐 막상 그림을 보여주면 절대 선 긋기가 안 될,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이름을 바꾸어 말하기 일쑤인 정도의 익숙함이다.

 

 

미술 관련 서적에서 본 그의 해부학 드로잉에 폭~빠진 이유도 있고 이 서적의 표지 속 그림(체칠리아 갈레라니의 초상/ 흰 담비를 안은 여인)에 끌리기도 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일화나 전문가들의 평도 자세히 싣고 있다.

 

레오나르도는 예술에 있어서는 단지 보조적인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의 변덕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성격은 작품을 완성 못 하는 단점으로 바로 연결된다. 레오나르도의 천재성은 완벽함을 열망하여 스스로를 다그치지만, 너무 많은 것에 손을 대기 때문에 오히려 완성하지 못하고 만다.(p7)

 

호기심 왕성한 만큼 한 가지에 진득이 집중할 수 없었던 그의 성격에서 천진난만한 소년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의 그림에 감탄하는 것만큼이나 스케치에서도 개인의 특징이 묻어난다는 것 그리고 천재들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습작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움이 컸다.

 

얼마 전 홍석천씨가 출현한 프로그램을 보며 성소수자가 범죄자가 아님에도 그보다 못한 대우와 그보다 못한 보호를 받는 모습에 눈물 흘리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역시 동성애 취향이었다니...... 심지어 그 당시엔 이것이 범죄였다고 하니 뭔가 그의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면 너무 과장이려나? 어쨌든 알면 알수록 편견 속 예술가에 가까워지는 듯 했다.

 

이런 걸 꿈보다 해몽이라 하는 걸까? 작가의 숨은 의도가 무엇이었든 해석만은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왜 재채기하지 않지?' 에서 보이는 무게에 대한 암시(무거운 대리석), 약속된 달콤함(가짜 각설탕), 잃어버린 따뜻함(온도계), 시(詩, 새의 지저귐), 저지된 비상(飛上, 오징어 뼈와 새장)과 미술(입체주의, 대리석의 사용) 등은 드라이어 자매에게 전할 어떤 메세지를 담고 있는 듯 보인다 경박한 제목은 하나의 제안이다.

 

이 작품을 선물로 받는다면? 열에 아홈은 의뢰인의 동생과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범인에겐 화를 돋우지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언뜻 보기에 쓰레기통을 연상시키는데 알고 보면 꽤 깊은 깊이를 가지고 있다. 거트루드 스타인의 시 '배 들어올리기' 일부를 차용했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많아지고 부끄러움도 커진다.

 

 

뒤샹은 영감을 얻기 위해 과학이나 공업, 문학을 새로운 각도로 보려고 했다.

 

이 작가 알면 알수록 매려적이다. 새로 조직된 협회에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누그든 작품을 전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달갑지 않았던 뒤샹은  위원회 사람들에게 멋지게 한 방을 먹인다. 이리하여 탄생한 것이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변기 '샘'이었다. 이런 저런 기괴한 작품을 보아왔던 사람들임에도 이 변기에는 적잖게 놀라고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전시를 망설였던 걸 보면 말이다.  재치로 날린 한 방이 꽤나 통쾌하고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