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는 대화가 재밌다. 아멜리 노통브라는 이름과 평판이 아니었다면 변태 집주인 아저씨와 당돌한 샛방 아가씨의 썸앤쌈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부제로 나나(텔레토비)를 그에게 보내줘.는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요리는 하나의 예술이자 권력이오. 13

눈에 띄는 표지가 처음에는 멋있고 감각있어 보였다 그런데 읽은 후엔 상복을 입고 있는 듯한 여자의 표정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음식 편한 삶 풍족함에 익숙해지는 예쁜 옷 말로 쓰담쓰담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사튀르닌Saturnine은 우울한, 퓌이상Puissant은 강력한 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인물의 기질이 이름에 함축되어 있다. 85

분야가 무엇이든, 최고의 원동력은 금욕이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종이를 몇 장만 주시오. 초보 요리사에게는 세 가지 식재료만 제안하시오. 오늘날 모든 분야의 초보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재료를 제공받고 있소. 그것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소. 135

내가 7+2=9라고 말하면, 납득하시겠어요? 167

그의 집에 들어온 8명의 실종의 가장 큰  단서이다. 색을 완성하고 싶어하는 남자의 광기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는 개개의 단편이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8개의 단편이 하나의 메세지를 향해 연장되고 확장된다. 하나의 공간과 하나의 시간을 공유한 듯 어김없이 어둡고 침울하고 막막하게 흘러가며 후덥지근한 여름날 하수구 물로 샤워한 듯한 추운 겨울날 화장실 오물로 마사지한 양 찜찜함으로 일관하며 점점 극으로 치달아 결국에는 막막함과 먹먹함의 수포들이 일제히 터지며 알 수 없는 해방감을 주기도 한다.

 

 

워더쭈어웨이짜이날(我的座位在哪儿)...내 자리는 어디인가요?

 

아무도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걸 모른다는 고립감, 그리고 그걸 누구에게도 전하지 못한다는 갑갑함이 몰려왔다.(p41)

 

 

가족의 수치로 전락한 남자에게는 자식, 형제의 자리가 허락되지 않았고, 아내와의 사별로 남편이란 자리마저도 박탈된다. 무정한 아들의 부재는 어머니의 역할을 용인하지 않았고,누군가의 부주의는 푸릇푸릇한 스물의 추억에서 한 사람을 쫓아내기도 했다.장마와 벌레가 안식처를 빼앗고 안락함을 앗아가기도 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던 10대를 지나 무엇이 되어 가고 있는 20대를 거쳐 무엇이라도 돼 있길 바라는 서른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한 중년의 소설 속 그들에게서 느껴지는,어디에도 속할 수 없고 어디에도 머물 수 없는 박탈감과 막연함이 공포로 다가온다.

 

비행운(飛行雲) 또는 비행운(非幸運) 또는... 그 모호함 속에서

 

무언가 나를 지나갔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이름을 짓는다

여러 개의 문장을 길게 이어서

누구도 한 번에 부를 수 없는 이름을

기어코 다 부르고 난 뒤에도 여전히 알 수 없어

한 번 더 불러보게 만드는 그런 이름을

작가의 말 중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게 된 건 알 수 없던 나의 행동과 감정들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정의 때문이었다. 공감하다 못해 절절하게 앓게 되는. 그런데 이번 소설에서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제목을 시작으로 이야기도 분위기도 결말도 모호하고 애매하다. 그래서 실망스러운가 하고 묻는다면 단호히 아니다.^^오히려 그녀의 소설을 사랑하게 되었다.

 

허구가 연출할 수 있는 모든 뿌옇함과 물컹함이 불안이나 허무함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중적인 의미를 내포함으로써 해석의 여지를 다각도로 남기며 독자에게 더 큰 자유를 맛보게 한다. 아마도 책장을 덮으며 느끼게 될 것이다. 막힌 병목을 통과하며 시원하게 터지는 탄소 기포의 청량감을.

 

 

지금 읽고 있는 3편의 단편 중 표제작인 pk

 

'공포나 두려움은 전염된다. 그리고 용기도 전염된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말이 이번 이야기의 핵심.

 

아시아 최종 예선전.

서로 득점이 없는 가운데 추가시간에 PK를 얻게 된 일본팀.

이번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야만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다!

 

패널티킥을 준비하는 선수의 긴장된 모습은 전파를 타고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해진다. 동료 선수와의 짧은 대화가 있고 평정심을 찾는 모습까지도

과연 동료선수가 그에게 전한 말은 무엇이었을까?

이 궁금증을 오랫동안 품어 온 한 정치가가 조사를 의뢰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번 조사로 그가 얻으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사람의 용기 있는 행동은 용기가 필요한 순간의 누군가에게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소멸하지 않고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

용기란 것... 한 번의 순간이면 충분하다. 한 번이면 두 번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라는 것.

 

으음~ 재밌다. 무뚝뚝한 비서님의 '지로' 코스프레로 마지막까지 유머를 잃지도 잊지도 않으시는 작가님^^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엮이고 엮이는 인물들 간의 관계도 그렇지만 이야기의 배치도 그의 소설을 한층 더 흥미롭게 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알파벳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선 신념이나 용기등의 조금은 틀에 박힌 바른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좀 더 이사카 코타로 작가다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살인사건이나 교통사고등으로 제한적이긴 하나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가졌다 말하는 경비회사직원 혼다.

그런데 이는 예지능력이나 절대자의 계시가 아니라 핸드폰으로 전송되는 축구매거진메일(문자)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는 문자 속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건,사고의 가해자를 찾아 범죄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미명하에 살인을 저지른다. (이야기의 주를 이루진 않는다.)

 

이번 이야기는 혼다 그리고 첫 번째 이야기에서 PK조사를 의뢰했던 정치가가 중심이 되어 전개된다.

 

자본주의의 부작용, 포물선 상의 정점을 찍고 추락만이 남은 일본경제에 대한 답답함, 전쟁, 살인사건, 곱지만은 않은 정치가에 대한 시선... 그리고 노벨이 유언장에 노벨상에 대해 언급을 하게 된 계기등이 언급된다.

 

그런데 후반부로 가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sf소설이었나???

 

 

사진출처: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0&contents_id=6956

 

제대로 sf소설 이었구나 ㅎ ㅎ 수록된 작품들을 미래 3부작이라 명명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걸 마지막 단편을 읽으며 깨달았다.

 

마지막 단편이 가장 재밌었다 말해야 할까 후반부로 가면서 더 재밌어 졌다 해야 할까... 단편집을 가장한 장편소설에 가깝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인류를 구한다고???

 

私。。。상사의 지시로 만나게 된 그는 타임패러독스니 시간여행, 평행세계, 시공간분리니 하는 알 수 없는 이론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성균이 만연한 참혹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런 미래의 참상을 막기 위해 과거로 밀사를 보내려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은 나의 희생(죽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직접 밝히고 있진 않지만 상황만으로 추측해보건대 나=혼다? 두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혼다는 제목 그대로 정말 초능력자였던 건가?

 

僕。。。악수만으로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날치기할 수 있게 된 한 남자.

인류 구원을 위해 밀사로 보내지는 바퀴벌레와 함께 조력자가 되어줄 그에게 이런 능력이 생긴 것은 우연일 리 없다.

 

들키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할 수 있는 직업을 궁리하던 그가 정치가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격하게 공감하며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배우 정준호씨가 되기를 권합니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