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처음 음반을 받아들고서 아무런 정보없이, 레코드 속지도 읽어 보지 않고, 그저 커버만 보고
플레이어에 CD를 걸었습니다.
깔끔하기 그지 없는 일러스트에 하얀색의 디지팩으로 만들어진 음반을 보며
단지 "시부야 장르의 음반 인가?" 하는 것이 첫 느낌이라면 느낌이었습니다.
듣기
첫번째 노래가 흘러 나옵니다.
리듬머신으로 만들어 낸 쌈박한 리듬이 먼저 튀어나 올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너무나도 우아하고, 세련된 도입부를 지나, 난데 없이 섹시한 남정네의 목소리가 울립니다.
아.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굉장히 느끼 할 것 같은데, 느끼하지 않고, 우아하기만 할것 같은 사운드는
담백하기 그지 없어 음악과 남성의 목소리와 결합하는 순간. 전 무척 흥분되기 시작합니다.
굉장히 긴장이 됩니다. 이거 처음부터 저를 서서히 흥분시킵니다.
흥분
이어서 <Coming on so strong> 이란 노래가 나옵니다.
또 신나지만 경박하지 않은 사운드와 조용하지만 흐름을 타게 만드는 Ortiz라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여기서 또 한 번 놀랐던 것은,
굉장히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참 새롭다 느껴진다는 것인데, 이것이 sakai asuka 라는 아티스트를
타인과 구분하게 만들어 주는 유일함이라 생각해 봅니다.
정보
여기까지 들으니, 다시 레코드에 관심이 가기 시작합니다.
M-Flo 등의 라운지 계열 뮤지션들의 음악을 리믹스 하고 유명 게임 음악을 프로듀스한
sakai asuka 라는 여성 프로듀서의 솔로 프로젝트 음반 이라 합니다.
음반의 컨셉은 그녀가 만들어낸 사운드 위에 여러 나라의 남성 보컬의 목소리가 합쳐져 앨범을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유명 일러스트의 커버 제작과 일본의 여성 브랜드와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아트웍 전시,
머천 다이징 제작, 숍에서의 어쿠스틱 라이브 공연 등, 음악을 통해 여러 아트웍과 패션이 하나가
되는 작업(?)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절정
아차차! 아뿔싸!
저는 수록된 12곡을 만나는 동안 진심으로 기쁘고, 행복했으며, 부럽고 질투가 났습니다.
이 음반을 여름이 시작되는 7월에 만나면 더 좋았을거라 생각하며, 그녀가 주조해낸 음악과
온종일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노래가 막바지에 다다를 쯤에 이 앨범을 위해 특별히 선발되었다는 스웨덴 싱어 Ortiz의 목소리로..
Radio Head의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가 나오기 시작할때. 저의 흥분은 정점을 찍었고,
급기야는 며칠전 친구가 선물해준 와인을 마시면서 덩실덩실 어깨와 몸을 흔들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Radio Head의 곡을 커버하는 이 자신감.
그것도 그들의 디스코 그라피 중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야심찾던 [Kid A]의 앨범 중에 골랐다는 재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너무나도 멋지게 만들어 낸 그녀의 사운드는 오랜만에 만난 오롯한 행복함 이었습니다.
제2의 칸노요코?
제 2의 칸노요코라고 극찬 받는다 합니다.
옛말에 이런말이 있잖아요.. 청출 어람이라고..
칸노요코의 제자는 아니겠지만. sakai asuka.. 놓칠 수 없는 아티스트를 발견해 더 없이 행복합니다.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