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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은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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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종광
  • 출판사 : 교유서가
  • 발행 : 2021년 11월 29일
  • 쪽수 : 336
  • ISBN : 9791191278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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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산 사람은 살지』는 2019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월별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농가에서는 달마다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고, 농사일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파악한다. 시골이라 하면 평상에 한적하게 앉아 있는 노인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소설 속 시골은 도시 못지않게 바쁘다. 과거에는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현재에는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끊임없이 농사일을 하는 기분 부부의 모습에서 자식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부모는 자식을 걱정하고, 자식은 부모를 걱정하는 모습은 여러 매체 속 흔한 장면이지만 작가가 구축한 촘촘한 역경리의 모습 덕에 현실적인 감동으로 다가온다.

출판사 서평

“자네나 나나 오늘 또 하루를 살았구먼.
살아야지, 악착같이 살아야지, 달리 어쩌겠나.”

농촌의 이야기를 채집해온 작가 김종광
면민 실록의 문을 열다!


“고대로의 시골을 이야기에 담고팠다. 시골 자체를 쓰는 소수 정예 작가들의 기록 곳간에 보태지기를 바란다. 시골에 대한 ‘소수 의견’도 뭉치면 ‘소중한,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 즉 실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_「작가의 말」에서


『산 사람은 살지』는 1998년 등단 이래 23년간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김종광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그동안 농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써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애정과 관심을 원 없이 뿜어내며 ‘고대로의 시골’을 구현해냈다. 티브이 속 잠시 머물다 가는 꾸며진 시골이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서의 시골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김종광표 ‘시골소설’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김종광 소설은 현실에서 ‘루저’나 ‘늙은이’로 낙인찍혀 밀려난 사람들끼리 모인 ‘잉여(剩餘) 현실’에도 복잡하게 생동하는 삶이 있다는 것을 ‘충청도 개그맨의 시선’으로 그려낸다.”라는 동인문학상 심사평처럼 이번 소설 역시 70대 시골 토박이 여인의 생동하는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특유의 위트 있는 문체로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잡았다.


시골장편소설 시리즈 ‘면민 실록’의 첫걸음
『산 사람은 살지』는 충남 안녕시 육경면 역경리에 사는 김동창ㆍ이기분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주로 기분이 2010년부터 기록한 일기와 상부(喪夫)하고 2019~2020년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기분이 과거에 쓴 일기를 2019년과 2020년에 들춰 보며 지난날을 회상하고 현재를 짚어본다. 이 일기는 실제로 홀로 남으신 작가의 어머니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더욱 현실적이다.

작가는 시골의 핍진성에 유독 공을 들였는데 그것은 “텔레비전의 시골은 ‘연출된(왜곡하고 조작한)’ 시골”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작품 속 시골은 도시인이 잠시 머물며 그 정취를 만끽하고 농사에 실패하더라도 허허 웃어넘기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시골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산다는 상상을 해본 적 없고, 나중에 죽어 묻힐 자리까지 봐두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특히 실감나는 충청도 사투리가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그래서 진짜로 가고 싶은 규, 안 가고 싶은 규?”
“잘 모르겄어야. 별로 가고 싶진 않은디 해놓은 말이 있어서.”
“그럼 목욕이나 가셔유. 목욕하시고 저희랑 점심이나 드셔유.”
“따져대면 어쩐다냐?”
“까먹었다고 하슈. 잘 까먹으시잖유.”
에라 모르겠다. 작은애 차 타고 내뺐다. _243쪽

2020년까지 기분이 겪었던 사건들과 그에 대응하는 기분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이토록 평범한 사람도 수많은 풍파를 겪으며 살았고 결국 악착같이 오늘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 세상에 평범한 사람이란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작가에게 모든 인물은 기록해야 할 특별한 대상이다. 동창은 8남매 중 막내이고 이 작품에는 8남매와 그 배우자들, 조카들, 동네 사람들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육경면에 살고 있는 사람들, 즉 면민의 이야기는 『산 사람은 살지』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네 부모님 이야기
“이젠 안다. 자식 걱정은 죽는 날까지 끝날 수 없다는 것을.”
『산 사람은 살지』는 2019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월별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농가에서는 달마다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고, 농사일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파악한다. 시골이라 하면 평상에 한적하게 앉아 있는 노인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소설 속 시골은 도시 못지않게 바쁘다. 과거에는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현재에는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끊임없이 농사일을 하는 기분 부부의 모습에서 자식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부모는 자식을 걱정하고, 자식은 부모를 걱정하는 모습은 여러 매체 속 흔한 장면이지만 작가가 구축한 촘촘한 역경리의 모습 덕에 현실적인 감동으로 다가온다.

기분은 조카네 과수원에서 일하고 온 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사과 하나 잘못 땄다고 그르케 지청구허면 내 체면이 뭐가 되냐. 그래도 내가 지 작은어머닌데 동네 사람 앞에서 학교 선생처럼 따박따박 훈계를 해대니, 아이구 창피해.”
“안 가시면 될 거 아닙니까. 그런 소리 들으면서 왜 가셔요?”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가만히 있으면 돈이 나오냐?” _172~173쪽


‘그럼에도’ 산 사람은 살지
이 작품에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기분은 몸이 약해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자살을 세 번이나 시도했고, 50년 동안 동고동락한 남편은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부고가 온다. 70대인 기분 주변에는 죽음과 병과 요양병원이라는 우울한 단어들이 가득하지만, 읽는 사람은 오히려 삶을 생각하게 된다. 온몸이 성한 데가 없고 삶보다 죽음에 가까운 나이인 기분도 오월의 풀처럼 일어나 오늘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남편이 죽고 역경리에 혼자 남게 된 기분에게 사람들이 걱정 어린 말을 건네자, 기분은 낙천적이고 어딘가 느긋한 말투로 이렇게 답한다. “산 사람은 살지 뭐가 걱정이냐.”

기분은 또 남편 무덤의 풀을 뽑아댔다. 풀들도 살아보겠다고 저리 악착을 떠는데 산 사람이 못 살겠나. 살 것이다. 힘껏 살 것이다. _332쪽

추천사

나는 김종광 소설의 오랜 독자다. 내가 이해하기에 그는 삶을 들이쉬어 소설로 내쉬는 소설가다. 도무지 소설이 될 수 없으리라 여겨지는 평범한 사연조차 비범한 이야기로 뒤바꿔버리는 연금술사이기도 하다. 이 소설 역시 그가 들려주는 처연하게 아름다운 이야기인데 돌아보면 그의 소설은 언제나 아름다웠으니 새삼스러울 리 없건만 어느 때보다 가슴이 저렸다. 그러니까 나는 결코 쓸 수 없고 흉내낼 수도 없는 소설임을 알아버렸다. 부끄러운 일인데도 부끄럽지 않은 까닭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위로를 받아서다. 연금술사의 마지막 과업이 스스로 순금이 되는 것이듯 김종광은 삶과 하나가 되어 마침내 스스로 소설이 되었다. 그가 보여준 경지가 바로 이렇다. 그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사실은 내게 유례없는 행운이다.

목차

당신이 떠나기 전에
육칠월 해로가
팔구월, 고추 따다가
시월 다사다난
동지섣달 소 보듯
정이월에 떠나는
삼사월 코로나
오월, 풀도 살아보겠다고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공책을 때때로 사진첩 바라보듯 했다. 글자가 과거를 비추었다. 측은한 기억들이 짠했다. _8~9쪽

기분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듬해 봄에는 매년 그러했듯이 남편이 못자리하고, 논을 갈고, 모내기 조수를 하고, 모 땜빵을 할 것임을. 남편은 농사꾼이니까. ‘농민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니까. _50쪽

이렇게 당신 무덤에 와서 인사부터 하지요.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이 무덤 속인가요? 오서성님네 불당인가요? 이승도 아니고 저승도 아닌 내가 모르는 어디겠지요. 당신 몸은 무덤에 있는데, 당신 위패는 한참 떨어진 절에 있고, 꿈속의 당신은 어디 있는 게요? 어디에 있든 좋으니 좀 자주 와요. _68~69쪽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 서러워요. 당신 장례식 때 내가 수백 번 들은 말이 뭔지 아세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밥 먹으라는 말이었어요. 내가 제일 많이 한 말이기도 하지요. 애들이고 조카고 밥 먹으라고 닦달했어요. 나는 안 먹어도 안 고픈데 자식들이 안 먹는 건 못 견디겠더라고요. 당신이 죽었는데 밥이 넘어가나요. 넘어가데요.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밥이 슬그머니 넘어가데요. _69쪽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왜 나보다 먼저 갑니까. 갔어도 내가 먼저 가야 했는데. 아뇨, 잘 갔어요. 나 먼저 가고 영감 혼자 어떻게 살았겠어요. 나니까 혼자 살았던 거예요. 혼자 살아갈 거고요. _78~79쪽

하지만 계속 걱정이다. 이젠 안다. 자식 걱정은 죽는 날까지 끝날 수 없다는 것을. 그 걱정을 혼자 한다, 혼자. 남편과 함께 해야 걱정하는 재미라도 있는데, 혼자 하니 아무 재미가 없다. _178쪽

실제 기억인지 지어낸 기억인지 어렴풋하지만, 연극이 끝나갈 때쯤 남편이 기분의 손을 꼭 잡으며 속삭였다. (…) 여보, 나랑 살아줘서 고마워. 아무래도 남편이 그랬을 리가 없어. 엉터리 기억 아니면 꿈속의 일 같아. _273쪽

키가 작은 것도 내 탓, 아픈 것도 내 탓. 부족한 엄마는 원망투성이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게 아닌데, 나도 하고 싶은 일, 꿈이 있던 젊음이 있었다. 늙고 병들고 망가진 모습, 나 자신도 싫다. _281쪽

저자소개

김종광(鍾光)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71

1971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했다.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로 데뷔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신동엽창작상, 제비꽃서민소설상,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 류주현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놀러 가자고요』,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 『죽음의 한일전』, 청소년소설 『처음 연애』 『착한대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군대 이야기』 『첫경험』 『왕자 이우』 『똥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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