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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 소나무부터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비인간 생물들과의 기묘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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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곽재식
  • 출판사 : 북트리거
  • 발행 : 2021년 09월 10일
  • 쪽수 : 340
  • ISBN : 979118979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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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네모반듯한 무채색 공간,
아파트에 숨은 별세계를 찾아서!

“사람이 아닌 아파트 주민들을 소개합니다.”

아파트는 오늘날 도시를 상징하는 가장 일반적인 주거 양식이다. 커다란 단지를 만들어 사는 한국식 아파트가 현대 도시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이 책은 SF 소설가이자 공학박사인 저자 곽재식이 우리에게 익숙한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을 건축의 개념이 아닌 생물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담았다.

아파트에는 사람만 사는 게 아니다. 소나무, 철쭉, 고양이와 같이 근처에 터를 잡고 있는 생물뿐 아니라 개미, 집먼지진드기, 아메바, 코로나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살아간다. 아파트를 만든 ‘사람’조차도 이런 생태계 속에서 여러 생물에게 깊은 영향을 받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물학, 화학, 물리학, 역사, SF적 상상력을 오가며, 그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파트의 신기하고도 사랑스러운 풍경을 펼쳐 놓는다.

출판사 서평

아파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친근하고도 낯선 동반자,
비인간 주민들에게서 발견한 미지의 세계

“과학 연구라고 해서 머나먼 정글이나 깊은 해저를 탐사해야만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평범하게 지나치던 바로 내 곁, 내 집에서도 얼마든지 더 알고 싶은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저자의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오랜 시간 화학 업계에 종사해 온 그는 수많은 화학 실험을 접하면서 물벼룩이나 아메바 같은 친숙하지 않은 실험 생물들 말고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물들이 달라지는 환경에 따라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는지 조사하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현대 도시의 독특한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주거 공간, 아파트에 주목하게 되어 생물학, 화학, 물리학과 관련한 여러 지식을 오가는 ‘생물학 탐사’에 나선 것이다.

저자는 아파트를 둘러싼 주제를 탐구하며 소나무부터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인간이 아닌 ‘비인간 생물’에 주목했다. 소나무, 철쭉, 고양이와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생물들뿐만 아니라 함께 살고 있다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아메바, 지의류, 미구균 같이 낯선 생물들도 등장한다. 가장 크고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생물부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의 순으로 짚어 가며 여러 생물들이 도시와 아파트에 적응해 사는 삶을 담아냈다.

청설모 같은 작은 동물들이 솔씨를 땅에 파묻고 잊어버리는 안타까운 건망증을 가진 덕분에 소나무가 세상에 퍼져 나가고 있다면 어떨까? 매일 밤 지친 몸을 누이고 잠드는 침대 위에서 집먼지진드기가 남몰래 신혼 파티를 벌이고 있다면? 사실은 세균이 지구를 오래도록 지배해 왔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어 아파트를 짓도록 조종했다면? 아파트 주변에 살고 있는 여러 생물은 생태계의 연관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자신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까지 바꾸어 놓았다. 이들이 어떻게 아파트로 흘러들었는지, 도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떠한 생존 전략을 택했는지 찬찬히 살피다 보면, 그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이불, 방바닥, 엘리베이터, 복도, 화단, 아파트 단지에 이르기까지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무채색 풍경 속에서 사랑스럽고도 기묘한 생물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괴물 작가’가 던지는 질문
“궁금하지 않아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다빈치 노트〉, MBC 〈심야괴담회〉 등 대중매체에서 과학 전달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유쾌한 입담을 선보이며 인기 게스트로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곽재식 속도’로 『ㅁㅇㅇㅅ』, 『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 등 SF 소설을 연달아 출간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저자의 맛깔난 필력은 장르를 불문하고 책에 깊은 몰입감을 더한다. 작품 속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살아 움직이는 등장인물, 과학적이고도 역사적인 소재를 아우르는 세계관, 이 모두를 흥미롭게 엮어 내는 저자만의 방식이 이 책에서도 여과 없이 발휘되었다. 여러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며 관련 자료를 수집해 온 그는 과학적 사실뿐만 아니라 옛 문헌, 노래 가사, 상황에 들어맞는 찰떡같은 비유, 엉뚱한 상상까지 녹여 종합적으로 선보인다.

저자는 엉뚱한 호기심과 만물박사적 기질, 소설의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남다른 생물학 이야기를 빚어냈다. 새들이 여러 물건을 수집하며 도시에 적응하는 모습을 인간이 외계 행성으로 날아가 로봇 장치를 조사하는 상황에 빗대거나, 지의류가 다른 생물과 합체해 살아가는 모습을 우주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외계인이 인간의 뇌 속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유하는 식이다. 세상 모든 일을 향해 “궁금할 수 있잖아요!”라며 멈추지 않는 호기심을 앞세우는 저자와 책 내용이 무척이나 닮았다. 하나의 생물 속에서, 또 그 생물과 다른 생물의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과 관련한 책 내용에는 그동안 많은 독자를 사로잡아 온 저자만의 위트와 개성, 끝없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오직 ‘곽재식’이어서 가능한 결과물이다.


과학으로 본 아파트 속 새로운 풍경을 찾아서
내 주변에서 시작하는 경이로운 생물학 여행

이 책은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탐구한 것뿐만 아니라 한 생물의 삶에 서사를 입혀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바라본다. 생물 종의 궤적을 좇아 조선, 고려, 삼국·선사시대 등 한반도의 역사적 시간 속에서 들여다보는가 하면, 지질학적 시간을 척도로 쥐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기도 한다. 미시적인 아파트라는 공간과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자연스레 생물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1장 ‘주변 환경에 맞추어 진화한 생물’에서는 소나무, 철쭉, 고양이, 황조롱이가 어떤 과정을 통해 도시에 적응하게 되었는지를 다룬다. 소나무가 왜 가로수로 인기를 얻지 못했는지, 철쭉은 어쩌다 개꽃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SNS에서 널리 사랑받는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에 쏙 드는 외양을 갖게 되었는지 등 평소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생물들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2장 ‘같이 살고 싶지 않지만 사실은 동거 중’에서는 빨간집모기, 애집개미, 집먼지진드기, 지의류가 나온다. 대개 인간이 해롭다고 여기는 이 작은 생물들은 아파트로 서서히 영역을 넓히면서 전염병을 불러오는가 하면 컴퓨터 프로그래밍, 데이터 기술, 문화재 복원 연구의 토대를 제공하는 등 인간의 삶을 크게 바꾸었다. 3장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만든 세계’에서는 곰팡이, 아메바, 미구균, 코로나바이러스가 등장한다.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이들의 복잡다단한 삶의 모습을 엿보면, 늘 사람으로 귀결되던 과학의 시선을 한 번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나만의 공간, 집 안에 이렇듯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그 세계를 이루고 있는 주인공들은 이토록 가까운 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비인간 주민들은 아파트에서 그냥 생존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간단하고 별것 아닌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들까지도 인간처럼 태어나고 먹고 자라나고 새끼를 치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들 나름의 방식대로 삶을 꾸려 나가는 모습이 우리와 별다르지 않아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생태계 속에서 꿋꿋이 제 역할을 다하며 인류를 구하기도, 때론 멸하기도 하는 생물들의 흔적이 경이롭다.

앞으로 이 친숙하고 낯선 주민들이 어떻게 아파트를 바꿔 갈지 예측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듯, 아파트를 짓고 그 주인으로 행세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도 서로 얽혀 있는 관계 속에서 계속 변화할 것이라는 점 하나만은 확실하다. 아파트라는 독특한 인간의 문화는 주변 비인간 생물들의 삶에 깊이 영향을 주어 서식 장소, 외양, 먹이, 토양에 적응하는 성질 등을 독특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갔다. 오늘날 인간과 비인간 생물이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라는 생태계에서의 공존이란,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연구해 볼 문제로 변해 가고 있는 듯하다.” 차례를 훑고 관심이 가는 어느 꼭지를 펼쳐 봐도 좋다. 이 책을 통해 왠지 어렵고 낯설게 느껴졌던 생물학과의 거리감을 한 뼘 좁혀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1장 | 주변 환경에 맞추어 진화한 생물

소나무
왜 한국인은 하필 소나무를 좋아할까
소나무가 꿋꿋한 진짜 이유
무지갯빛 솔잎이 자라난다면
“소나무 같은 정치인” 대신 “잣나무 같은 정치인”
피톤치드는 정말 우리 몸에 이로울까
소나무의 미래를 바꾼 작은 실벌레

철쭉
한반도 철쭉에 러시아 학자의 이름이 붙은 사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꽃나무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하는 방법
두 얼굴을 가진 철쭉의 무기, 그레야노톡신

고양이
사람이 고양이를 길들인 이유
고양이 시대의 시작
아파트의 밤 고양이
검은 고양이와 마녀의 관계

황조롱이
매의 눈으로 무엇이든 본다
도시에 사는 황조롱이의 먹이
황조롱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유
사랑스러운 황조롱이의 모습

2장 | 같이 살고 싶지 않지만 사실은 동거 중

빨간집모기
사람이 모기를 이긴 것일까
모기가 선택한 두 가지 삶의 방식
모기 날갯소리의 비밀
모기가 계절을 극복하는 방법
모기는 정말 쓸모없는 곤충일까

애집개미
가장 빠른 길을 찾는 현명한 방법
작지만 위대한 애집개미
개미는 화학자

집먼지진드기
0.3mm짜리 동물의 일생
0.3mm짜리 동물의 사랑
0.3mm짜리 동물 때문에 골치 아픈 사람들

지의류
변신 합체 생물, 지의류
내디딜 땅을 만들어 가는 생물
시간을 복원하는 마법사
도시에서 사라지고 다시 피어나고
미래를 지배할 지의류
지의류는 노화를 막을 수 있을까

3장 |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만든 세계

곰팡이
죽은 것은 흙으로, 흙은 다시 새것으로
인류를 구한 곰팡이
곰팡이 포자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아메바
세균 농사를 짓는 아메바
서로 다른 두 생물이 하나로 합쳐진 이유
가시아메바는 어떻게 우리 곁으로 찾아올까

미구균
세균이 사는 아파트
지구 밖의 우주정거장까지 진출한 미구균
로봇을 움직이고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기술

코로나바이러스
바이러스와 인류의 전쟁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가는 활동 방식
코로나19의 탄생
왕관을 쓴 바이러스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방법
아파트를 짓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본문중에서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의 고향에 성묘를 다녀오면, 아버지께서는 증조할머니나 증조할아버지의 묘 근처에 풀이 별로 자라나지 않아서 황량한 모양을 안타까워하셨다. 그러면서 “원래 소나무는 주변에 다른 풀이 잘 자라지 못하게 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 근처에 유독 소나무가 많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성묘를 갈 때마다 쓸쓸하게 그 말씀을 하셔서 지금까지 그 이야기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자라나면서 이런저런 책을 읽어 보니 소나무 근처에 다른 잡초가 잘 자라지 못한다는 말은 사람들 사이에 제법 퍼져 있는 이야기였다. 학자들 중에는 소나무가 뿜어내는 화학물질에 다른 식물이 자라나는 것을 방해하는 성질이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소나무가 내뿜는 물질 중 타감작용을 하는 것이 있어서 그 물질이 다른 식물에 들어가면 해당 식물의 삶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본문 44쪽(1장: 주변 환경에 맞추어 진화한 생물_ 소나무)

톡소포자충이 많은 관심을 받은 까닭은 이 기생충이 동물의 뇌를 공격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톡소포자충은 고양이가 공격하는 쥐에도 들어갈 수 있는데, 쥐의 몸속을 돌아다니다가 뇌로도 들어갈 수 있다. 흔히 알려진 이야기에 따르면, 톡소포자충은 쥐의 뇌에서 겁을 먹게 하는 부분을 공격해 마비시킨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쥐는 고양이가 가까이 와도 겁먹지 않는다. 심지어 고양이에게 덤벼드는 경우도 생긴다. 당연히 이런 무모한 쥐일수록 고양이의 먹이가 되기 쉽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어쩌면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가 뇌가 망가지는 바람에 고양이를 공격하는 것을 본 사람이 이상한 장면을 보았다고 생각해서 만든 속담인지도 모를 일이다.
본문 93쪽(1장: 주변 환경에 맞추어 진화한 생물_ 고양이)

베르베르의 소설처럼 멋진 모습은 아니겠지만, 한 개미가 뿜어내는 화학물질이 다른 개미들의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사냥감을 찾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는 개미들은 페로몬을 뿜어내며 다닌다. 그러므로 한 개미가 지나간 길에는 페로몬이 묻어 있게 마련이다. 개미들은 페로몬 냄새가 솔솔 피어오르는 길에 좀 더 이끌리는 습성을 갖고 있다. 베르베르의 상상대로라면, 이 페로몬 냄새는 “나는 이쪽 길로 갔어. 너도 이쪽 길로 와 봐.”라고 사람이 속삭이는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소리와 달리 냄새는 그 자리에 한동안 남아 있기 때문에 이후로도 대화 내용이 흩어지지 않고 그곳에서 감돌게 된다. 한 개미가 떠난 자리의 근처에 온 개미가 앞선 개미가 남긴 메시지를 이해하는 느낌이라고 말해 볼 수 있겠다.
본문 168쪽(2장: 같이 살고 싶지 않지만 사실은 동거 중_ 애집개미)

번식을 위해 짝짓기를 할 때 집먼지진드기는 서로 가까이 붙는다. 끌어안는다고 해도 좋겠다. 사람이 끌어안는다고 하면 서로 마주 보고 안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영국 왕립농업대학 B. J. 하트의 논문에 따르면 집먼지진드기는 서로 반대 방향을 보며 밀착한다. 더 괴상한 것은 그 상태로 상당히 오래 지낸다. 하루, 이틀 정도 그렇게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암컷의 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암컷은 마치 수컷을 업은 것과 같은 모양으로 돌아다니며 일상생활을 하기도 한다. 이틀이라 해도 일생이 석 달인 집먼지진드기 입장에서는 삶의 3%를 그렇게 암컷이 수컷을 업은 채로 사는 셈이다. 100세 시대를 사는 사람에 굳이 비유해 보자면, 사랑에 빠진 남녀 한 쌍이 있는데 여성이 남성을 3년 동안 업고 다니는 것과 같다.
본문 193쪽(같이 살고 싶지 않지만 사실은 동거 중_ 집먼지진드기)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지건 간에 문명이 쇠퇴하여 도시에 가득 찬 아파트들이 버려지는 날이 온다고 생각해 보자. 아무도 살지 않는 아파트라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가만히 방치되는 세월이 찾아온다. 그러면 그 돌덩어리 건물에는 다시 여러 종류의 지의류가 퍼져 살기 시작할 것이다. 사람이 없으니 자동차 매연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지의류들은 아마 더 쉽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이윽고 지의류들은 건물을 온통 뒤덮기 시작할 것이고, 그 상태로 1,000년이고 2,000년이고 개의치 않고 살면서 아주 서서히 아파트의 콘크리트들을 녹여 나갈 것이다. 까마득한 세월이 지나면, 우뚝 솟은 아파트들이 모두 이지러진 돌 더미와 모래가루로 되돌아갈 것이다. 푸르스름하게 돋아난 지의류로 얼룩진 채로.
본문 223쪽(보이지 않는 것들이 만든 세계_ 지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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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곽재식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공학 박사로 화학 회사에 다니면서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과학 논픽션 《괴물 과학 안내서》,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등을 비롯해 소설 《지상 최대의 내기》, 《신라 공주 해적전》,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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