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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의 단편 환상문학, 그 빛나는 성취!
신비하고 경이롭고 으스스하고 돌아버린 이야기들
환상을 꼭 짜내 단편집 하나, 또 하나

중단편이라는 형식은 장편과는 달리 짧은 흐름 속에 이야기를 농축해야만 한다. 날로 씹어먹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짧은 서사를 만들기 위해 꼭 짜내서 농축한 이야기가 가지는 맛이란 또 특별한 법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데에는 18년 동안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온 환상문학 웹진 거울과 그 단편선들의 힘도 있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여기, 신비하고 경이롭고 으스스하고 돌아버린 이야기들을 꼭꼭 눌러서 농축된 단편들을 빚어냈다. 독자 여러분은 지금까지 거울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거울이 걸어갈 길을 이 중단편선으로 함께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환상의 거울 속으로 걸어 들어가보시길.

출판사 서평

신비하고 경이롭고 으스스하고 돌아버린 이야기들

내가 어릴 적에는 ‘통신판매’ 책이라는 게 있었다. 전화로 주문해서 사는 세계문학 전집 같은 것들. 글자 읽기만 즐겨하고 친구도 없으며 밖에 나가서 놀지도 않는 자녀를 둔 가여운 부모들(예를 들자면 우리 부모님)은 전화로 책을 왕창 몽창 주문해서 아이들을 얌전히 방에 앉혀둘 수 있었다.
처음 거울 중단편선을 만났을 때, 그것은 ‘통신판매’ 책이었다. 하지만 어릴 때 주문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통신판매 서적이었다. 조금만 인쇄하고, 조금만 판매했다. 거울은 인터넷 구석에 깊숙하게 박힌 이야기들의 창고 같아서, 그 이야기들을 감히 널리 흩뿌릴 수 없다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판매되었다. 인터넷 주문도 요즘 네이버페이처럼 매양 아무 때나 주문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어려운 절차와 문의를 거쳐서 도달할 수 있었다. 분명 인터넷 공간 안에 있지만, 인터넷 공간이 주는 편의성은 거의 없고 익명성만 극대화되어 있는 책이었다. 그 어려운 고생을 거쳐 손에 넣은 거울 중단편선은 그만큼 귀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정말로 서점에 흔히 팔리는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비하고 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SF, 판타지, 혹은 어딘가 경계에 서 있는 문학들.
그게 그냥 상업성이라고는 0이라서 그렇게 된 거라는 걸 알게 된 건 거울에 독자우수단편 선정으로 합류하고 나서였다. 그토록 조심스러운 통신판매 서적이 된 이유는, 1년 동안 올라온 작품 중에 무엇을 고를지 작가에게 출판 허락을 구하고,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찍어내는 모든 작업을 작가들이 품앗이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갈수록 북디자인과 편집이 발전해 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역시 우물을 파는 목마른 자야말로 진심 그 자체라는 걸 잘 알 수 있다. 우물을 파는 목마른 자의 한 사람으로서,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인력투입이 된 나 자신도 거울의 한 꼭지를 벌써 9년 동안 맡고 있다.
거울이 한 사람이라면 벌써 중학생이라는 농담을 작가들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선거권을 가진 만 18세다. 거울이 자라는 만큼 작가들도 쑥쑥 자랐고, 덕분에 거울을 둘러싸고 있는 계(界)도 쑥쑥 자라서 벌써 3년째 거울의 중단편선은 비밀스러운 통신판매 서적 대신 ISBN을 달고 명실상부한 ‘책’으로 팔리고 있다. 올해 거울 중단편선이 언제 나오는지 학교 전산실에서 수시로 확인하던 슬픔의 세월은 이제 안녕. 알라딘·Yes24·인터파크·교보문고 그 외 전국의 서점에서 얼마든지 내 돈 주고 살 수 있다. 이제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이 이야기의 보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노력을 들여야만 이 귀한 이야기들이 널리 퍼질 수 있던 시기는 또 얼마나 서러운 시기였던지. 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시스템의 날개를 달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

2020년 거울 중단편선은 볼륨부터가 어마어마하다. 두 권으로 출간된 건 비평선과 함께 출간되었던 2014년 《B평》, 《그림자용》 이후론 처음인 듯하다. 사실 2014년에는 한 권이 비평집이었으니, 소설만으로 두 권을 채운 건 처음인 셈이다. 좋은 작가들이 거울에 새로이 많이 합류해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거울이 다루는 소설의 영역이 더 넓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 번째 권 《끝내 비명은》 흔히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생각할 때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거울의(혹은 거울 출신의) 유명작가들, 곽재식·김보영·김주영·김이환·배명훈·임태운·정세랑·정소연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다. 바로 ‘과학소설’이 주축이 되는 단편선이다.
거울 출신의 유명작가라고 소개하기가 민망스럽게도 이번 중단편선 역시 어마어마한 창작력의 ‘재식갑’은 소설을 실었다.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지질한 군상과 ‘그럼에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협상력, 그 사이를 중개하는 기술을 다뤄 온 곽재식 작가는 이번 소설 〈그대를 향한 사랑은 무한 이상〉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의 에러에 대처하는 방식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은림 작가의 〈을지청계사〉는 사라지고 있는 을지로 금속골목을 배경으로 ‘무엇’을 만드는 울림이 깊은 이야기다. 거울의 빛나는 신인 이경희 작가의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는 SF팬들의 가슴을 뛰게 할 사이버펑크적 배경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시스템을 연결짓는 흥미로운 사고실험을 전개한다. 공포소설작가로 더 잘 알려진 엄길윤 작가의 〈여긴 영웅들이 없는 곳이 아닙니다〉는 SF와 공포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는 좀비 장르를 통해 21세기형 좀비 트래지디를 구현해 낸다.
김주영 작가의 〈끝내 비명은〉은 ‘휴대폰 중독’인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소름끼쳐 할 만한 서사를 제시한다. 윤여경 작가의 〈라스트 아담〉은 로저 젤라즈니를 연상시키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중간에 위치한 결말이 흥미롭다. 클레이븐 작가의 〈마지막 러다이트〉는 맥락을 알 수 없는 불안 끝의 반전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정대영 작가의 〈만코마는 별들 중에〉는 이 중단편선의 유일한 중편으로, 인간이라는 종의 욕망과 꿈을 선연하게 그려내는 서사 속에서 광막한 우주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솜씨까지 돋보이는 아름다운 수작이다.
실제 집배원으로 오래 일해온 김두흠 작가의 다정한 노동소설 〈당신의 이름〉과 여성의 삶에 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담은 소설을 오래 써 온 전혜진 작가가 인간 재생산에 관한 얘기를 담은 〈은하철도의 밤〉이 소설의 끄트머리에 위치하면서 ‘환상’이 ‘현실의 거울’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

많이 알려진 거울의 한쪽 면이 과학소설이라면, 나머지 한쪽 면에는 때로 스산하고 때로 가슴을 저미는 환상소설이 있다. 흔히 한국에서 환상소설이라고 하면 《룬의 아이들》, 《드래곤 라자》 류의 판타지 소설이 인식될 때부터 거울의 작가들은 토도로프의 정의에 따라 분류될 수 있는 초자연적·비일상적·환영적·광적인 소설들을 어마어마한 양으로 생산해냈다. 이번 중단편선의 두 번째 권 《누나 노릇》은 바로 이 물리적 이치에 닿지 않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독자의 뇌리에 강력한 충격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해도연 작가의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은 소위 ‘나폴리탄 괴담’에 상황과 서사를 소설적으로 부여하면서 러브크래프트적 섬뜩함까지 고명으로 끼얹은 훌륭한 한끼 식사다. 남세오 작가의 〈할로윈이든 핼러윈이든〉은 지난해 거울 중단편선의 표제작 〈살을 섞다〉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불분명함에서 오는 불안한 분위기를 끌고 나가는 솜씨가 압도적이다. 김인정 작가의 〈박평수가 술법을 익히다〉는 이 단편선의 유일한 동양풍 환상소설으로, 오랫동안 동양적 서사를 다뤄온 작가답게 역사적 배경 속에 선 개인이 타락해하는 과정을 동양적이면서도 뚜렷한 이미지로 구현해냈다.
홍지운 작가의 〈소년a의 신발장〉은 살인이라는 그로테스크한 주제와 외계인, 익명성, 심지어는 대상a라는 철학적 개념까지 뒤섞인 실험적 소설이다. 이나경 작가의 〈누나 노릇〉은 마치 흡혈귀 이야기로 전개될 것처럼 하다가 섬뜩하고 속시원한 마지막 반전이 짜릿하다.
지현상 작가의 〈산사로 9-4번지에 어서오세요〉는 전형적인 괴담의 구조를 소설화한 점이 흥미롭다. 구한나리 작가의 〈늦봄 어느 날〉은 여성 사이의 섬세한 감정교류를 매끄럽게 다루는 작가 특유의 문장력 속에서 날카롭게 비져나오는 가시들이 선득하다. 파격적인 소재를 거침없이 꺼내오는 손지상 작가는 〈냉동육〉에서도 ‘얼음땡’과 그로테스크를 연결지은 신선한 이야기를 선보였다.
유이립 작가의 〈비극의 주인공〉은 공포소설에서 흔히 다루는 주제인 ‘불쌍한 여자’와 원한의 이야기를 반전으로 꼼꼼하게 엮어냈다. 홍청강 작가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예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사이비 종교의 천국, 한국을 근현대사와 함께 엮어낸 상상력이 돋보인다. 마지막 작품인 〈모계유전〉은 공포소설으로서의 모든 것을 충실하게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상상치도 못한 여성연대가 드러나는 반전이 충격적이면서도 깊은 감동을 남기는 대단한 수작이다.

*

2020년 한 해 동안 거울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한국의 단편 환상문학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지켜보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문단문학의 반대항으로서 쓰이는 소위 ‘장르문학’은 몹시 한국적인 개념이다.
지난 수십 년간 흔히 그 소설들은 잘 팔리는 문학으로서 ‘문학성’(대체 이건 무엇일까요? 문단문학을 10년간 전공했지만, 여전히 모를 개념입니다.)을 배제한 문학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므로 장르문학을 말할 때는 장편이 먼저 언급되었고, 거울에서 켜켜이 쌓여가던 단편 장르문학들은 논의의 화제에도 오르지 못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수많은 단편 장르문학들이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내는 나날들을 본다. 중단편이라는 형식은 장편과는 달리 짧은 흐름 속에 이야기를 농축해야만 한다. 날로 씹어먹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짧은 서사를 만들기 위해 꼭 짜내서 농축한 이야기가 가지는 맛이란 또 특별한 법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데에는 18년 동안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온 환상문학 웹진 거울과 그 단편선들의 힘도 있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여기, 신비하고 경이롭고 으스스하고 돌아버린 이야기들을 21명의 작가가 꼭꼭 눌러서 농축된 단편들을 빚어냈다. 게으름을 부리느라 올해도 중단편선에 글을 못 싣는 바람에 이 훌륭한 책에 서문을 쓸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어 오히려 기쁘다. 독자 여러분은 지금까지 거울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거울이 걸어갈 길을 이 중단편선으로 함께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환상의 거울 속으로 걸어 들어가보시길.

- 이서영, 〈환상문학웹진 거울〉 편집위원

목차

서문 5

그대를 향한 사랑은 무한 이상_곽재식 ㆍ 15
을지청계사_은림 ㆍ 45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_이경희 ㆍ 57
여긴 영웅들이 없는 곳이 아닙니다_엄길윤 ㆍ 95
끝내 비명은_김주영 ㆍ 115
라스트 아담_윤여경 ㆍ 141
마지막 러다이트_클레이븐 ㆍ 165
만코마는 별들 중에_정대영 ㆍ 195
당신의 이름_김두흠 ㆍ 325
은하레일의 밤_전혜진 ㆍ 351

저자소개

생년월일 -

저자 김주영은 90년대 후반, 옴니버스 장편소설 《나호 이야기》를 연재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열 번째 세계》로 황금드래곤 문학상 장편 부문을 수상했으며, SF 스릴러 《시간 망명자》로 제4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시간 망명자》는 2017 부산문화재단 우수도서 선정, 2017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북투필름〉 피칭작 선정과 함께 한국 장편SF로는 처음으로 중국 최대 SF출판사인 〈과환세계〉에서 중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작품의 길이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방대한 작품 세계를 펼치며 꾸준히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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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게렉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저자 곽재식은 공학 박사로 화학 회사에 다니면서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과학 논픽션 《괴물 과학 안내서》,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등을 비롯해 소설 《지상 최대의 내기》, 《신라 공주 해적전》,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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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흠(고타래)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저자 김두흠은 고타래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으며, 집배원 시리즈 돌연변이 편 《POST MAN 1》(그래비티북스, 2020)을 출간했다. 살다보니 그렇게 정해졌는데, 하루에 네 시간만 자는 게 목표다.

생년월일 -

저자 엄길윤은 《한국공포문학단편선 5, 6》, 도시괴담 소설집 《괴이, 서울》, 《괴이, 도시》, 환상문학 웹진 거울 대표중단편선 《아직은 끝이 아니야》, 《살을 섞다》 등의 앤솔로지에 단편을 수록했고, 2020년에는 《괴이한 미스터리-범죄편》에 단편을 실었으며 《카톡 보내는 사람들》을 '채티'에 연재했다. 늘 새로운 이야기를 꿈꾼다. 조금이라도 새롭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절대 글을 쓰지 않는 소심함을 가지고 있다. '공포'라는 장르를 좋아하지만, 정작 공포 소설과 공포 영화 등을 보며 공포를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생년월일 -

저자 윤여경은 SF 소설가, 기획자, 강사다. 2017년 〈세 개의 시간〉으로 제3회 한낙원 과학소설상을 수상했고, 〈러브 모노레일〉로 2014년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블록체인 SF소설 〈더 파이브〉를 〈한겨레〉 온라인 미디어 ‘코인데스크’에서 연재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금속의 관능》이 있으며, SF 앤솔로지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우주의 집》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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