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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 풍문부터 실록까지 괴물이 만난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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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조선에 괴물이 살았다!”
스무 괴물과 만나는 낯선 조선

《조선왕조실록》을 살피면 ‘괴물’이 계속해서 언급된다. 신화나 옛이야기 따위를 인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괴물과의 만남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고민한다. 이런 이유로 조선 괴물 이야기는 당시의 구체적인 생활상과 사회상,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해 각종 사료에서 찾은 스무 괴물을 중심으로 조선의 풍경을 색다르게 그려낸다. 백과사전식 서술에서 벗어나 당시의 문화부터 역사까지 아우른다는 데 의의가 있다.

조선에 괴물이 살았다.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삼천리강산을 누빈 괴물들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 기록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눈길이 간다. 어떤 괴물은 백성의 마음을 흔들었고, 어떤 괴물은 궁궐을 뒤집어놓았으며, 어떤 괴물은 이역만리에서 흘러와 백두대간의 산중왕으로 군림했다. 왕과 신하, 백성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괴물을 만났는지, 그 괴물은 왜 나타났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등을 놓고 고민했다. 그래서 조선의 괴물 기록을 보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사회상, 세상을 이해하는 관념과 문제의식 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부터 《열하일기》까지 각종 사료에서 발굴한 스무 괴물을 중심으로 조선을 이야기한다. 2007년부터 한국 괴물들을 채집, 소개해오고 있는 작가 곽재식이 기존의 백과사전식 서술에서 벗어나, 조선을 만나는 새로운 소재로서 괴물 이야기를 풀어간다. ‘도깨비’, ‘흰 여우’ 등 친숙한 괴물들뿐 아니라 ‘삼구일두귀(三口一頭鬼)’, ‘녹족부인(鹿足婦人)’ 등 낯선 괴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 담긴 조선의 다양한 풍경을 그린다. 여기에 조선 팔도 어디에 괴물이 살았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조선괴물지도〉와 각국의 신화를 한국풍으로 재해석해 표현하는 삽화가 곰곰e(김진영)의 그림이 더해져 보는 맛을 더한다.

출판사 서평

“삶의 현장에서 만나다”
백성을 웃고 울린 괴물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는데, 각각의 주제는 ‘백성과 괴물들’, ‘왕과 괴물들’, ‘외국에서 온 괴물들’이다. 수많은 백성이 조선 각지에서 괴물을 만났다. 이때의 만남은 단순한 목격이나 조우가 아니었다. 백성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괴물의 존재를 믿었고, 그 믿음이 강할수록 괴물은 백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먹고사는 일을 놓고 가장 활발히 벌어졌다. 농업이나 어업과 관련된 괴물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는 이유다. 하늘에서 내려와 밥을 많이 얻어먹은 대가로 일기를 예보해준 삼구일두귀, 가뭄과 홍수를 불러와 재앙으로 받아들여진 ‘강철(?鐵)’, 바다를 붉게 물들여 물고기를 죽이는 ‘천구성(天狗星)’, 양질의 기름을 짜낼 수 있어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된 ‘인어(人魚)’ 등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괴물들의 이야기가 매우 입체적이라는 것이다. 먹고사는 일에 더해 삶의 현장에서 겪고 느낀 것들이 괴물 이야기에 녹아 있다. 예를 들어 강철 이야기는 임진왜란으로 형성된 피폐한 정서가 깔려 있다. “강철이 지나간 곳은 가을도 봄과 같다”라는 속담은 아무리 공들인 일이라도 큰 재앙이 닥치면 별수 없다는 뜻으로, 전쟁이라는 파괴적 상황에 부닥친 백성의 허무함이 느껴진다.
이처럼 괴물 이야기는 백성의 처지에서 조선을 바라보게 한다. 옛사람들은 자신의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 실마리를 사람 아닌 존재, 즉 괴물이 품고 있는 것이다.

“궁궐의 담을 넘다”
임금의 마음을 어지럽힌 괴물들
임금이라고 괴물에게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성종은 영의정 정창손과 호조좌랑 이두의 집에 나타난 귀신 ‘지하지인(地下之人)’의 처리를 놓고 신하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외에도 《조선왕조실록》에는 인종이 눈을 감은 날 검은 기운인 ‘물괴야행(物怪夜行)’이 서울을 휘감아 백성이 두려움에 떤 이야기, 일군의 인물이 도깨비를 동원해 사도세자를 암살하려다가 적발되어 영조의 분노를 산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중종을 시름에 잠기게 한 ‘수괴(獸怪)’다. 영화 〈물괴〉의 소재로도 유명한 수괴는 1511년과 1527년 궁궐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나 조정을 발칵 뒤집었다. 기록을 보면 개처럼 생겼고 말처럼 컸다고 하는데, 정현왕후가 무서워해 거처를 옮기면서 소문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수괴의 등장을 연산군과 연관 짓는다. 정현왕후는 연산군을 친자식처럼 키웠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를 몰아내는 데 가담했다. 삐뚤어진 연산군에 대한 죄책감과 절대 권력자라도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뒤섞여 복잡한 감정을 품었을 법하다. 수괴의 등장은 이러한 감정이 폭발하는 데 방아쇠처럼 작용, 정현왕후를 공포에 떨게 한 것 아닐까. 저자는 ‘개처럼 생겼다’는 기록에도 주목한다. 연산군은 궁궐에서 수많은 동물과 사냥개를 키웠는데, 그중 몇 마리가 주인을 잃으며 근처 산이나 숲으로 달아났다가 돌아온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그럴듯한 추측을 한다. 1511년 수괴가 처음 등장하기 며칠 전 기록을 보면 궁궐 근처 민가들에서 큰불이 났다고 쓰여 있다. 이때 백성의 절망은 뒷전이고 권력을 둘러싼 아귀다툼을 벌이느라 정신없던 높으신 분들의 눈에 불을 피해 궁궐로 들어온 떠돌이 개가 괴물처럼 보인 것이라면 어떨까.
이처럼 괴물 이야기는 권력자들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권력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에 대한 백성의 바람을 담고 있다.

“괴물에게 국경은 없다”
바다 건너, 사막 건너 조선에 온 괴물들
아무리 폐쇄적인 국가여도 문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괴물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외국 괴물 이야기가 한국에 전해지며 어떻게 변형되었고 무엇이 유행했는지 밝힐 수 있다면, 당시 한국인의 성향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에는 어떤 외국 괴물들이 들어왔을까. 가장 먼저 ‘금두꺼비’를 꼽을 수 있다. 부의 상징으로 너무나 익숙해 대개 우리 토종 괴물로 생각하지만, 금두꺼비는 고대 중국의 ‘항아(嫦娥)’ 설화가 원조다. ‘산예(?猊, 사자)’도 마찬가지다. 북청사자놀음 같은 전통 사자춤 속 사자의 모습은 인도의 불교 문헌에 영향받은 것이다.
자연스러운 문화 교류라기보다는 국가 정책의 결과로 조선에 소개된 괴물도 있다. 바로 사람 1만 명을 잡아먹었다는 ‘만인사(萬人蛇)’다. 이 괴물은 원래 여진족 계통의 북방 이민족 사이에서 유명했다. 그런데 세종의 북방 개척으로 조선에 그 이야기가 흘러들어 온 것이다. 만인사는 사람 1만 명의 피가 뭉친 ‘만인혈석(萬人血石)’을 품었다는데, 다양한 세력이 끊임없이 충돌한 북방의 처절한 역사가 녹아 있는 듯하다.
이처럼 괴물 이야기는 당시 국가 간 문화 교류의 흔적과 그 역사적 맥락을 품고 있다. 이는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흔히 생각하지 못한 조선의 색다른 모습을 잘 보여준다

목차

머리말│낮의 역사, 밤의 이야기가 된 조선의 괴물들

1장 괴물은 백성의 말을 먹고 자란다
삼천리강산을 누빈 괴물들
전쟁으로 쇠락한 지네 호텔: 오공원(충청도)
할리우드 영화와 통하는 조선 괴물 이야기│지네와 두꺼비가 한판 대결을 벌이다│벌레를 각시로 부르는 해학│오공원은 어디에
천하의 전우치를 골린 여우: 흰 여우(전라도)
여우는 많고 구미호는 드물다│20세기 대중문화가 키운 스타│고구려와 백제를 농락한 흰 여우│전우치와 흰 여우, 서로 속고 속이다
풍년과 흉년을 예언한 행운의 편지: 삼구일두귀(전라도)
머리는 하나요 입은 셋이라│민심을 어지럽힌 일기예보│조선판 행운의 편지│조선 백성의 생활상을 담다
가뭄과 홍수보다 혹독한 농부의 적: 강철(경상도)
조선을 대표하는 괴물│폭우를 내리거나 햇볕을 내리쬐거나│철을 먹는 조선판 키메라│“강철이 지나간 곳은 가을도 봄과 같다”
남해를 붉게 물들인 별: 천구성(경상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강아지│악한 괴물이 땅을 덮치다│붉은 바다의 공포│좋은 손님, 나쁜 손님, 이상한 손님│조선 천문학의 자존심│별이 된 기대승의 혼
고래기름보다 좋은 인어기름: 인어(강원도)
우리 인어 이야기의 서늘한 맛│사람 같기도 짐승 같기도│진주 눈물을 흘리는 교인│강치는 비밀을 알고 있다

2장 상감마마를 지켜라
궁전을 뒤흔든 괴물들
왕건으로 이어지는 용의 계보: 용손(경기도)
고려판 《오디세이아》│관세음보살을 닮은 용의 딸│힘을 합쳐 늙은 여우를 잡다│왕건의 할머니가 해적이라면
부처가 된 세조의 경고: 생사귀(전라도)
조선을 뒤흔든 어느 군인의 꿈│〈인터스텔라〉를 뛰어넘는 4차원의 신비│저승사자는 무슨 옷을 입었을까│짐승이 지키고 공무원이 다스리는 저승│“임금이 장영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성종의 관심을 끈 땅속 귀신: 지하지인(서울)
조선 제일의 귀신 이야기│귀신도 총과 대포는 무서워│상반신은 없고 하반신은 있다│뼈만 남은 두 다리│폴터가이스트, 또는 가스 중독
중종을 떨게 한 연산군의 그림자: 수괴(서울)
수괴의 등장│겁에 질린 군인들│왕이 거처를 옮기다│정현왕후의 트라우마│백성의 고통을 살피지 않는 정치
인종이 죽자 나타난 검은 기운: 물괴야행(황해도)
단군의 사당을 찾아서│노한 신령들이 전염병을 퍼뜨리다│정치가 혼란하고 민심이 흉흉하니
사도세자를 향한 저주: 도깨비(전라도)
임금의 아들을 노리다│도깨비의 두 얼굴│한·중·일의 이매망량│네 모습을 밝히거라│밀레니엄 도깨비
정조의 마음을 어지럽힌 사슴과 곰: 녹정과 웅정(경상도)
역모에 매인 삶│음모의 근거지가 된 지리산 선원촌│신선이 된 최치원, 사람이 된 사슴│《정감록》에서 시작된 가짜뉴스│고대 북방 문화의 흔적

3장 국경으로는 막을 수 없다
바다를 건너온 괴물들
조선의 빅풋은 벽곡의 달인: 안시객(강원도)
영생, 축복인가 저주인가│수준이 다른 원조 자연인│원숭이도 아니고 빅풋도 아니고│파란 털의 수행자가 전하는 교훈
바다 건너 거인의 나라: 거인(강원도)
역사와 전설의 공동 작업│신라부터 조선까지 계속된 거인 이야기│조선의 키클롭스는 네덜란드인?│혐오라는 이름의 거인
행운의 상징, 불행의 상징: 금두꺼비(강원도)
다민족 국가 고구려와 두꺼비│금두꺼비의 어두운 역설│갑작스러운 행운이 죽음을 부르다│금두꺼비를 조심히 다룰 것
전쟁을 끝낸 사슴 발의 여인: 녹족부인(평양)
사슴 발의 부인과 아홉 아들│시대를 초월한 평화의 상징│인도에서 찾은 녹족부인의 흔적│1,000년 만에 부활하다
코끼리, 얼룩말 그리고 불가살이: 박과 맥(평안도)
죽지 않는 괴물│코가 긴 짐승 떼│총을 쏘아 맥을 잡다│골칫거리 맥, 불가살이가 되다│호랑이와 표범을 잡아먹은 박
호랑이를 떨게 한 사자: 산예(함경도)
현실과 상상의 경계│춤추는 사자│사막을 건너 한반도로│호랑이를 떨게 한 산중왕
만 인의 피를 마신 뱀: 만인사(함경도)
용왕의 아들, 이무기가 되다│사람 말을 하고 구슬을 품은│뱀 괴물 사냥법│신령처럼 모신 업│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라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왜 하필 조선 후기에 지네 괴물 이야기가 생겨 유행한 것일까. 18세기 천주교가 조선 사회에 퍼져나가면서 같이 들어온 유럽 문화에 자극받은 면이 있지 않을까. 또는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소설의 유통이 늘어나면서 그 소재나 묘사에 영향받아 퍼져나간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_ 20쪽 〈전쟁으로 쇠락한 지네 호텔: 오공원(충청도)〉 중에서

나는 괴물 이야기로 그렇게 심각한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괴물 이야기가 퍼지던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사고방식을 조금씩 캐보는 일이 더 재미있다. 소문으로 떠돈 괴물 이야기들은 임금님과 대신들을 중심으로 기록된 역사나, 영웅을 찬양하는 서사시가 담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구일두귀(三口一頭鬼)’ 이야기에서는 조선 전기 전라도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_ 42쪽 〈풍년과 흉년을 예언한 행운의 편지: 삼구일두귀(전라도)〉 중에서

그렇다면 강철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괴물의 이름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예를 들어 창, 칼, 대포를 상징하는 말로 전쟁을 의미했을 수 있다. …… 그게 아니라면 임진왜란 때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군인들에게서 전해진 어떤 외래어가 변형된 것일 수 있다.
_ 61쪽 〈가뭄과 홍수보다 혹독한 농부의 적: 강철(경상도)〉 중에서

조선 시대 이야기에서 인어는 신비롭고 고결한 바다의 왕족도 아니고, 선원들을 유혹하는 마법적인 매력을 지닌 괴물도 아니다. 좀 희귀할 뿐이지 그저 한 마리 짐승에 불과하다. 낚시꾼에게 붙잡히고, 어부는 ‘기름 짜는 것’으로 인어의 쓸모를 말한다.
_ 83쪽 〈고래기름보다 좋은 인어기름: 인어(강원도)〉 중에서

조선 시대 중기의 이야기책 《어우야담》에는 고려 임금 우왕이 죽기 직전 자신도 용의 자손이라며 그 증거로 웃옷을 벗어 용 비늘이 돋은 피부를 보여주었다는 전설이 실려 있다. 이성계 일파가 고려 임금의 자손이 아니라 신돈(辛旽)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처형하려고 하자, 자신은 고려 임금의 자손이라고 항의하며 용 비늘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_ 105쪽 〈왕건으로 이어지는 용의 계보: 용손(경기도)〉 중에서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생사귀의 모습은 검은 옷, 검은 갓 차림의 저승사자와는 아주 다르다. 생사귀는 몸이 검은색이고 뿔이 다섯 가지로 갈라져 돋아난 모습이라고 한다. …… 생사귀는 저승사자 하면 떠오르는 중년 남자의 모습보다는 아기나 어린아이의 모습에 좀더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_ 113~114쪽 〈부처가 된 세조의 경고: 생사귀(전라도)〉 중에서

도깨비는 무당이 섬기거나 무언가를 부탁하는 귀신, 또는 신령 같은 대상이다. 심지어 임금의 아들을 해치는 음침한 주술까지 들어주는 듯하다. …… 영조 시대 무당과 추종자들은 도깨비를 전염병 귀신과 비슷한 괴물로 믿었다고 추측해볼 만하다.
_ 164쪽 〈사도세자를 향한 저주: 도깨비(전라도)〉 중에서

21세기 들어서도 한국에는 외따로 깊은 산속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만으로 사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믿는 사람이 꽤 있는 편이다. 이런 생각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제법 퍼져 있는 것은 조선 후기 유행한 여러 가지 벽곡 이야기의 간접적 영향이 아닐까 싶다.
_ 193쪽 〈조선의 빅풋은 벽곡의 달인: 안시객(강원도)〉 중에서

실제로 제주도에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 같은 네덜란드인들이 표착한 적이 있다. 시간이 흘러 이들과 말이 통하게 되었을 즈음 …… 누군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키클롭스 이야기를 풀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역사적 사실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얽히고설켜 붉은 머리 유럽인을 닮은 거인 이야기가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_ 208쪽 〈바다 건너 거인의 나라: 거인(강원도)〉 중에서

조선 후기 유행한 녹족부인 이야기는 인도에서 불교와 함께 한반도로 전파되어 변화, 탄생한 이야기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일본에도 불교가 전해졌기 때문에 비슷한 예가 있다. …… 일본의 고귀한 인물인 고묘황후(光明皇后)가 승려와 사슴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라는 전설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또한 일본의 전통 버선인 다비(足袋)가 발가락이 두 개인 것처럼 생긴 이유는 녹녀부인의 발이 사슴 모양이기 때문이라는 설화도 있다.
_ 230쪽 〈전쟁을 끝낸 사슴 발의 여인: 녹족부인(평양)〉 중에서

그 정체가 무엇이었든 ‘발포’라는 표현을 보면, 결국 군인들이 조총으로 공격해 죽인 것 같다. 군인들이 가죽을 벗겨 서울에 보내니, 어떤 신하는 박인 것 같다고, 어떤 신하는 맥인 것같다고 했다.
_ 240쪽 〈코끼리, 얼룩말 그리고 불가살이: 박과 맥(평안도)〉 중에서

선하거나 악하게, 집 안처럼 가까운 곳이거나 외국처럼 머나먼 곳에서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괴물들은 어떤 한 가지 기준이나 편견을 따르지 않는다.
_ 272쪽 〈만 인의 피를 마신 뱀: 만인사(함경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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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곽재식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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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 박사로 화학 회사에 다니면서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과학 논픽션 《괴물 과학 안내서》,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등을 비롯해 소설 《지상 최대의 내기》, 《신라 공주 해적전》,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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