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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크 나비 : 김혜정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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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극한의 슬픔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십대들의 표정과 정서를 세심하게 살피는 단편집 [모나크 나비]


청소년기는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웃을 정도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시기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슬픔과 외로움, 열등감 등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막 스스로와 세상에 대해 알아나가는 시기이니만큼 상처 입고 좌절할 일도 많다. 모든 소설은 승자보다 패자에, 강자보다 약자에 감정이입을 하는 편이고 우리의 청소년소설도 십대들의 고통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여 왔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웃을 준비와 울 준비를 동시에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슬픔을 이야기한다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닐까? 김혜정의 [모나크 나비]는 극한의 슬픔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그 이야기를 듣는 청소년 독자들의 표정과 정서를 세심하게 살피는 단편집이다.

6편의 단편을 수록한 이 작품집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죽음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다. 표제작인 「모나크 나비」는 어린 시절 첫사랑의 죽음이 드리운 어둠 속에서 헤매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아의 죽음 이후 남겨진 두 남자아이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허깨비 같은 삶을 이어간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수시 원서를 쓰고 논술 시험 대비를 하는 등 당면한 일상의 과제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물론 도서관 열람실에서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중년 남자처럼 슬픔과 고통은 언제나 잠복되어 있으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기대수명보다 오래 바다 건너 여행을 떠나는 ‘모나크 나비’의 삶에 대해 경외감을 갖는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모나크 나비」는 세상을 떠난 지아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삶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나를 기억해 줘」는 원숭이가 풀피리를 불고 인어가 뛰노는 신비로운 세계 ‘이곳’을 배경으로 차안(此岸)과 피안(彼岸) 사이에서 49일간 유예된 시간을 보내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미 죽은 자들에게 생사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생전 가졌던 기억이다. 49일 안에 죽은 자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좋은 기억,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생을 마무리하고 다음 세계, 피안으로 넘어가거나 모든 기억을 삭제하고 그곳에 남거나. 하지만 생전에 아무런 행복을 느껴보지 못한 가련한 영혼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주어질까? 따뜻한 기억을 넘치도록 갖고 있는 하율은 비참한 삶을 살았던 수애에게 사랑을 느끼며 뜻밖의 선택을 하게 된다. 죽음 이후에도 중요한 사랑과 다정한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물이 끓는 시간」 역시 살아남은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죽음의 문제를 다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통한 마음을 기리기 위해 쓰여진 이 작품에서 쌍둥이 누이의 희생 덕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소년은 팽목항으로 가 그제야 자신의 슬픔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딸을 잃은 어머니는 밤마다 물을 끓여 바다에 붓고, 그 광경을 보는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회복 불가능한 상실 앞에서 산 자들이 겪는 고통을 절절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펄펄 끓는 물을 국자로 아무리 떠 넣는다 한들 바다가 데워질 리 없지만 어머니는 물이 끓는 동안 자신의 딸이 돌아오는 발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살아남은 엄마가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하고 무력한 몸짓이겠지만 그 일을 통해 엄마는 슬픔을 딛고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다른 사람들에게 삶의 의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작가는 죽음의 고통을 끝까지 밀어붙여 독자를 슬픔에 빠뜨리지만 그곳에 반드시 딛고 솟아오를 바닥을 마련해 놓는다는 점에서 위로와 위안을 건넨다.

비슷한 진창을 헤매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이해와 위안,
다시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이야기들


[모나크 나비]에서 죽음을 소재로 하지 않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등장인물들은 모두 상처입고 방황하는 중이다. 「푸른 달빛, 그림자」에서 두 소년은 돌봐줄 가족 하나 없이 힘겨운 삶을 이어나가는 중이며 살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거나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인해 방화를 저지른다. 방화, 집단 폭행, 삥 뜯기 등 살벌한 범죄 행위가 연달아 일어나는데도 작품 전반에 어른거리는 것은 슬픔과 연민이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며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곁에서 지켜봐줄 누군가의 온기인 것이다. 냉혹한 세상은 손쉽게 이들을 사회의 군더더기로 인식하겠지만 두 소년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광경은 약자 사이의 이해와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뱀파이어 울쌤」은 ‘뱀파이어’ 소문이 따라붙은 괴짜 음악 선생과 품행장애를 겪는 여학생 사이의 기묘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학교라는 제도적 공간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위계를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에 미달한 존재나 관계는 인정받을 수 없다. 서로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을 중년의 여자 교사와 십대 여학생은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규정될 뿐이다. 상처받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길고양이들이 도시의 흉물 취급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관찰자인 여학생이 이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 사건 경위에 대해 전모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상상력을 자극하며 이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루체」는 집단 성폭력의 잔혹함과 극복하기 어려운 후유증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제적 작품이다. 단 한 번의 일탈이 불러온 사건으로 인해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던 십대 여학생은 번에 바닥으로 추락하고 스스로를 놓아버린 채 사회부적응자가 되고 만다. 치료를 거부한 채 문을 닫아 걸고 자기 안으로 파고들던 ‘나’에게 소라게 ‘루체’는 또다른 자아이자 파괴하고 싶은 대상이다. 쇠젓가락으로 ‘루체’를 괴롭히며 대화를 주고받는 환상 속에서 나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마침내 응답하게 된다. 결국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 극단적인 폭력의 피해자가 겪는 고통과 내면의 어둠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길을 찾는다는 점에서 먹먹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작이기도 한 [모나크 나비]에서 십대 주인공들은 저마다 깊은 상처와 슬픔 속을 아득히 헤매는 중이다. 내 손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이라면 무엇을 나침반으로 삼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주저앉아 가만히 웅크리는 편이 더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면?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들은 애써 절망을 딛고 일어서 빛이 새어들어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더듬더듬 출구를 찾는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여섯 편의 이야기들은 비슷한 진창을 헤매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이해와 위안, 다시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맨몸으로 세상에 맞서야 할 청소년 독자들에게 다정하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목차

나를 기억해 줘 7
물이 끓는 시간 33
푸른 달빛, 그림자 59
뱀파이어 울쌤 87
모나크 나비 115
루체 139
작가의 말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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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전남 여수
출간도서 12종
판매수 1,936권

여수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9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비디오가게 남자」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청소년소설집 『18세를 반납합니다』 『영혼박물관』, 청소년장편소설 『독립명랑소녀』 『달의 문(門)』이 있고, 소설집 『수상한 이웃』 『바람의 집』 『복어가 배를 부풀리는 까닭은』이 있다. 서라벌문학상신인상,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청소년저작상, 송순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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