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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새는 밤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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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임무를 다하고 영영 우주 속으로 사라진 우주망원경 '케플러'
순한 성정과 커다란 몸집 때문에 멸종된 '코끼리새'
웃기지만 절실한 구애의 춤을 추는 '어깨걸이극락조'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깨달음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은 세상을 여러 갈래로 나누고 잘개 쪼개어 압축한 다음 학년별 난이도와 단원에 맞춰 전달한다. 국어는 수학과 완전히 다른 차원에 속하며, 영어와 사회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하지만 세상이 과목별 시간표대로, 학년별 단원에 맞춰 진행될 리 없다. 아무렇게나 섞이고 뭉뚱그려지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비유와 상징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인생을 생각하고 [동물의 왕국]을 보며 세상의 비정함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인 작가 신세은의 청소년단편집 [코끼리는 밤에 난다]는 청소년 인물들의 일상적 고민과 문제거리 사이에 과학과 수학 같은 이과적 지식 정보를 채워넣어 인식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안녕, 케플러]는 어린 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내던 친구가 고등학생이 된 후 연인으로 발전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데 도영이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여 윤아가 남자 친구의 죽음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기까지의 시간을 보여준다. 이과생 문학소년 도영이는 케플러 법칙에 빗대어 사랑고백을 하고, 도영이가 죽은 지 1년 후 우주망원경 '케플러'가 임무를 다했다는 소식은 윤아에게 설명할 수 없는 위로가 된다. 몇백 년 전 죽은 과학자와 과학자가 죽던 날 떨어지던 유성우, 임무를 다하고 영영 우주 속으로 사라지는 우주망원경은 네모난 교실과 자습서, 성적표 같은 청소년들의 시시한 일상 속으로 스며들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와 [어깨걸이극락조와 함께 춤을!]은 멸종된 마다가스카르의 거대한 새와 우스꽝스러운 구애의 춤으로 유명한 열대의 새를 불러와 외모 콤플렉스와 이성에 대한 관심이라는 십대 고유의 고민거리 옆에 세워놓는다. 커다란 몸집과 자그마한 눈을 가진 여학생에게 외모란 중요한 게 아니고 외모지상주의 사회 분위기는 타파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이야기해봐야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 아이가 생물선생님의 악의없는 잡담 때문에 '코끼리새'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이라면 더더욱.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의 주은이는 반 아이들이 함부로 부르는 '코끼리새'라는 별명 때문에 고통받지만 도리어 '코끼리새'의 존재 덕분에 위로를 받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용기를 얻는다. 이미 멸종된 코끼리새의 마음과 의지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주은이를 둘러싼 갑갑한 상황은 균열이 갈 수 있는 것이다.
[어깨걸이극락조와 함께 춤을!] 역시 상대의 마음은 아랑곳않고 공개 고백을 감행하는 십대 남학생 민우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자신을 돌아보는 데 동물의 생태가 도움을 준다. 최선을 다해 구애의 춤을 추고 암컷의 마음을 얻지 못한 후에도 혼자 쓸쓸함을 감당하는 수컷 어깨걸이극락조는 얼마나 신사적인가. 어깨걸이극락조에게 배려나 심사숙고 같은 덕목이 있을 리 없겠지만 어깨걸이극락조의 우스꽝스러운 구애의 춤 앞에서 인간은 새삼 인간적 예의를 되새기는 것이다. 이로써 마음이 들뜬 남학생은 이성에 대한 고백이란 상대를 세심하게 살피고 배려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소설 속 인물, 살아 있는 우리 모두가
저마다 하나씩 우주를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0.99와 1 사이]는 무한히 이어지는 0.9999......와 1의 수학적 차이에 대해 골몰하며 수학천재 동생을 둔 평범한 십대가 겪을 만한 열등감과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힘과 중력, 한밤의 드라이브]는 부모의 이혼을 겪고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엄마와 딸이 힘과 중력에 관한 뉴턴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다룬다. 이 두 작품은 충동적으로 감행한 가출과 여행이 새로운 시선과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는 점 또한 특징적이다. 가족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언제나 집을 떠나 뒤를 돌아보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만고만한 사랑과 진로의 상관관계에 대하여]는 '고만고만한 성적'을 가진 학생과 좋은 성적을 가진 학생의 미래를 마음대로 예단하고 계급 차별적 언사를 충고랍시고 늘어놓는 교사의 말을 뒤로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만난 대학생 오빠를 짝사랑하고 좋은 친구를 잃지 않으려 조심스러워하고 이성에 대한 관심을 자신에 대한 이해로 연결시키는 등 건강하고 충만한 삶을 이어가는 십대들의 일상을 그려 보인다. 우리의 십대들에게 성적표와 입시, 대학 서열은 여전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아이들은 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좌절하겠지만 그렇다고 학교 성적이 십대의 삶 전부라고 오해하지는 말자. 아이들은 놀고 친구를 만나고 짝사랑에 설레기 위해 학교에 가기도 하고, 시험공부와 성적은 꽤나 자주, 꽤나 많은 아이들에게 뒷전에 놓이는 문제일 것이다. 어떤 어른이 될지, 어떤 삶을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청소년기가 스무 살 이후를 준비하는 데만 소요된다는 건 너무 부당하지 않은가.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는 얼핏 갑갑하고 뻔해 보이는 청소년들의 일상에 존재하는 저마다의 우주를 펼쳐놓는 단편집이다. 그 우주에는 우주망원경 케플러와 마다가스카르의 코끼리새가 있고, 무한히 펼쳐지는 0.9999......의 숫자와 중력이 있다. 과학과 수학의 신비한 힘은 문학 속으로 들어와 청소년들에게 빛처럼 환한 깨달음과 솜털처럼 따뜻한 위안을 주고, 우리는 그 안에서 아득한 우주의 크기를 경험한다. 소설 속 인물, 살아 있는 우리 모두가 저마다 하나씩 우주를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여섯 편의 단편소설은 모의고사 성적과 대학입시, 진로 사이에 첫사랑과 자존감, 타인에 대한 이해 같은 것들을 나란히 두고 이 모든 것이 청소년들의 삶이라는 점을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목차

안녕, 케플러 7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 33

어깨걸이극락조와 함께 춤을! 53

0.99와 1 사이 83

힘과 중력, 한밤의 드라이브 103

고만고만한 사랑과 진로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125

작가의 말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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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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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에 태어났습니다.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더 많은 어린이였고,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출판사에서 어린이책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남편과 힘을 모아 딸을 키우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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