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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샹떼 : 세계 영화사의 걸작 25편,두 개의 시선, 또하나의 미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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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강신주, 이상용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5년 04월 20일
  • 쪽수 : 90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743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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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씨네샹떼]에서는 철학자만의 깊이 있는 시선으로 오늘날 가장 중요한 대중매체이자 예술 장르인 영화의 위상을 새로이 정립하고자 인문학적 탐구를 시도했다. 저자가 영화평론가로서 쌓아 온 경력을 결산하며 영화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전부 훑어 보여 줬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영상매체 시대,
    지적 상상력은
    영화 읽기에서 시작된다!

    철학자 강신주와 평론가 이상용의 영화 수업

    영화 탄생 120년!
    현대인의 무의식과 상상력이 집약된 현장을 가다

    뤼미에르부터 우디 앨런까지 거장 감독과 만나는 영화인문학
    영화에서 끌어올린 사유의 힘으로 욕망의 역사를 읽는다


    가장 아름다우면서 가장 폭발력 있는 대중예술, 영화는 우리의 꿈을 담고 우리 자신의 억압된 욕망을 발산한다. 이제 보는 영화를 넘어 영화를 제대로 읽어야 할 때다.
    혁명의 꿈을 담은 몽타주 영화, 집단무의식을 드러낸 표현주의와 자본주의 희비극을 연기한 찰리 채플린을 시작으로 영화는 네오리얼리즘과 누벨바그, 초현실주의를 거치면서 인간의 욕망과 불안한 영혼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내 안의 괴물을 끄집어내는 히치콕, 예민한 현대 도시인의 자화상을 그린 우디 앨런, 영상시를 탄생시킨 타르코프스키...
    영화에서 끌어올린 사유의 힘을 통해 나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또한 우리 시대의 희망을 찾아 나선다. [씨네샹떼] 독자는 영화를 이전과는 다른 눈과 머리로 새롭게 감상하게 될 것이다.

    영화인문학의 아찔한 향연

    영화 인구 1억 명 시대, 이제 영화를 제대로 ‘읽어야’ 할 때다. 인구 대비 영화 관객 수가 가장 많은 한국은 세계적인 감독들을 배출하고 있는 영화 선진국이다. 그러나 영화 독자는 정작 읽고 싶은 책을 찾을 수 없다. 어려운 용어만 난무하는 현학적인 글이거나, 영화를 하나의 스토리로 접근한 평론이거나, 또는 소개한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구성이거나 너무 지루한 예술영화 얘기만 하고 있거나... 이 모든 불만 사항을 고려하고 앞으로 펼쳐질 영상 시대를 대비한 종합 대책으로서 [씨네샹떼]를 제안한다.

    과거에 감동을 받은 영화라 할지라도 너무나 많은 정보를 흡수하면서 사는 현대인의 머릿속에서는 대략의 내용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인터넷을 찾아도 건조한 줄거리만 있을 뿐, 영화를 봤을 때의 감동을 상기시켜 주지 못한다. 또한 짧은 역사에 비해 많이 쏟아져 나온 걸작 영화를 바쁜 현대인이 모두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래서 각 장은 모두 1 [시놉시스]로 시작하는데, 영화 줄거리를 감각적인 대사와 함께 마치 단편소설처럼 읽는 영화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2[작가에 대하여]를 붙여서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감독에 대해 꼭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포인트들을 짚어 주었다.
    본론에서는 각 장마다 대주제를 정하고 때로는 설전을 벌이거나 때로는 더없는 쿵작을 이루었던 두 저자의 흥미진진한 3[시네토크]를 소주제별로 정리했다. 이어 두 저자가 각각 4[철학자의 눈]과 5[비평가의 눈]이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하여 토크쇼에서 받은 흥분을 차분한 성찰의 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6[To be continued]를 붙여서 각 장에서 다룬 영화가 후대에 어떤 영화와 후배 감독들에게 미친 어떤 영향들을 기록하였고, 전체 4부 뒤에는 부록으로 7[키워드]를 둬서 각 장에서 다루었던 핵심 포인트와 용어를 설명하여 좀 더 깊이 읽기를 시도하는 독자에게 친절한 가이드를 준비하였다.

    1895년! 찬양할지어다. 이 해에 세계와 자신을 이해하는 새로운 혁명적 매체, 영화가 탄생한다. 이때 우리는 영화를 보아 버렸다. 이다지도 관능적이고 이다지도 충격적인 매체를 보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과거의 감성 구조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백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자신이 영화 때문에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영화를 기약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지금 우리는 영화를 다시 읽어야 한다.
    - 강신주 / 철학자

    영화 읽기에서 배우는 인문학적 감수성

    세종대왕 덕에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에 살고 있지만, 21세기 영상매체 시대에 우리는 또 하나의 독해 능력, 즉 ‘비주얼 리터러시(visual Literacy)'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비단 디자인, 광고 영역에서뿐 아니라 점점 통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복잡계 사회에서 인문학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도 비주얼화에 대한 감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학적 감수성과 사회학적 비판의식을 아름다운 영상언어로 표현한 위대한 감독들의 작품이야말로 가장 기초적이고도 가장 훌륭한 공부의 장이 될 것이다.

    1부 [영화라는 테크놀로지]는 기술 발달 과정에서 탄생한 영화가 인간의 기록 욕구를 수용하는 과정과 사뮈엘 베케트가 추앙했던 ‘위대한 무표정’의 버스터 키튼으로 시작한다. [전함 포템킨]에서는 ‘충돌’이 만들어 내는 몽타주의 혁명적 의미, 그리고 자본주의의 희비극을 그린 [모던 타임즈]에서는 찰리 채플린 몸짓이 뿜어내는 페이소스로 끝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파토스는 ‘격정’이라는 말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서적 호소력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파토스는 불운, 고뇌, 격정 등 병적 상태라는 어원적 의미를 지니며, 절제를 떠난 방황하는 마음 상태를 가리킨다. 예술 작품에서 중요한 점은 파토스가 단순히 감상적인 요소를 넘어서서 고통의 원인이나 비극적인 이유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못할 때는 파토스가 아니라 감상적인 것으로 전락한다. 채플린의 영화가 파토스를 담고 있다는 것은 시대적 공기와 함께 숨쉬기 때문이다. [모던 타임즈]가 경제공황을 맞이한 미국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본문 중에서)

    2부 [영화의 사려 깊은 의미]는 화가 르누아르의 아들로 아버지를 이어 20세기 프랑스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장 르누아르, 서부극의 개척자이면서 서부극 공식을 해체한 존 포드를 소개한다. 또한 전쟁의 참상을 창조적인 현실인식으로 타계하려는 유럽의 네오리얼리즘과 그 반대로 전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미국의 뮤지컬영화, 그리고 오즈 야스지로의 하이쿠 같은 시적 세계 속에서 꿈틀거리는 전범의 그림자를 보여 준다.

    "지젝의 농담이 하나 있어요. 자신이 닭의 모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닭의 모이가 아니라는 것을 치료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다시 그가 나타나 의사에게 무서워 죽겠다고 칭얼댑니다. 의사가 "당신은 닭의 모이가 아니잖아요? 그걸 모르오?"라고 묻자 "네, 저는 알아요. 그런데 닭도 그 사실을 알까요?"라고 물었다죠. 이 에피소드는 대타자의 문제를 말해 줍니다. 존재의 인식은 ‘나’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상대, 대타자의 문제까지 확장되는 겁니다."
    (/ 본문 중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틀이나 예의 순간을 벗어나 진심을 나눌 때다. 시골에서 상경한 노부부 장면에서, 나란히 한 방향으로 보며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은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그것은 부부이기 때문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의 관계 속에서 같은 지향점과 방향을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그들은 똑같이 삭막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타미 온천장에서는 신발마저 남들과 달리 나란히 그리고 가지런히 놓여 있다. [동경 이야기]에는 딱 한번 카메라가 이동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은 동경 시내가 내려다보는 언덕에서 노부부가 함께 내려다보며 대화를 나눈 후 걸어갈 때다. 그것은 함께 걸어가는 인생, 도쿄라는 낯선 곳에서도 함께하는 동반자의 작은 기쁨을 표현한다.
    (/ 본문 중에서)

    3부 [영화, 욕망을 발산하다]는 본격적으로 우리 자신의 욕망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히치콕은 내 안의 괴물을 끄집어내고, 마틴 스코세이지가 리마스터링하여 세계에 소개한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한국 중산층 가정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한 누벨바그의 기수 장 뤽 고다르, 초현실주의 감독 루이스 부뉴엘, 전설적인 좀비 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등은 권태, 억압된 무의식, 혐오와 두려움 등 우리 삶의 들추고 싶지 않은 갈망과 위선들을 폭로한다.

    "히치콕의 [싸이코]에서 제일 무서웠던 것은 집이었습니다. 해 질 녘 희뿌옇게 바라보이는 집의 풍경이 상당히 오싹하죠. 우리가 언제 무서울까요? 공포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귀신의 존재가 그렇죠. 보이지는 않는데 나를 보는 존재입니다. ‘시선’이 공포의 근원이죠. 영화 초반부에서는 사장의 시선이 계속 여주인공을 쫓아와요. 공포영화에 어두운 공간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그겁니다. 있되 잘 보이지 않는 공간. (...) 마리온의 공포는 계속 시선에 의해 형성됩니다. 사장의 응시에서 경찰관의 응시, 거기서 또 노먼 베이츠의 응시로 이어지는 겁니다."
    (/ 본문 중에서)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의 다양한 꿈 장면 중 하나는 부르주아가 잘 차려입고 만찬을 하는 장면이 갑작스럽게 ‘연극 무대’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부르주아는 당혹해한다. 현실 속에서 그들의 복장은 자신의 계급과 성격을 규정해 주는 것이었지만, 무대 위에서 ‘상연’이 되면 하나의 캐릭터로 전락한다. 그것은 이 영화가 보여 주는 전체적인 효과이기도 하다. 여러 부르주아 캐릭터를 ‘영화’라는 무대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면모를 지켜보게 만든다. 하지만 꿈 혹은 영화를 벗어나 현실에서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들의 신분과 돈과 복장에 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4부 [불안한 영혼, 방황하는 영화]는 현실에서 치열하게 부딪치는 고민과 꿈을 시각적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뉴요커 우디 앨런에서는 예민한 도시인의 불안한 자의식이 폭발하고, 타르코프스키에서는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시적 영상미가 절정에 이른다. 또한 일상에 스며든 파시즘을 고발하는 파스빈더, 이란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키아로스타미, 중국 5세대 감독 장이머우, 영화 하나로 청년 실업에 대한 국가 정책을 바꾸게 한 다르덴 형제,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깨며 색다른 감동을 창조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소개한다.

    "20세기 인문학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지하로부터의 수기]입니다. 이 소설에는 타인의 마음을 미리 짐작해서 얘기하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지하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도시가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고, 자동화되었다는 뜻입니다. 화폐경제가 어느 정도 발달하고 인프라가 갖춰져야 고독한 개인의 (최소한의 물리적인) 생활이 가능해지기 마련이죠. 레비나스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이 소설을 좋아한 이유는 고독한 개인이 타인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보이는 자기분열, 과도한 타인에 대한 짐작, 집착, 알고자 하는 욕망이 흥미롭기 때문이었어요."
    (/ 본문 중에서)

    타르코프스키는 영상시인이라고 불려요. 그런데 시라는 것은 독자가 채워 넣어야 하는 거잖아요. 기표만 있기 때문에 의미는 우리가 부여해야 합니다. 좋은 작품들은 스펀지처럼 의미를 흡수해요. 좋은 시에 대해서도 의미 부여는 사람마다 각자 달라요. 시인들은 알아도 대답해 주지 않죠. 이를테면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서 ‘너’는 [중앙일보] 후배 기자예요. 후배가 돈을 꿔주기로 했어요. 그래서 급전을 기다린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거기다 애인, 친구를 다 갖다 붙이죠. 시가 좋은 이유는 기표성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 본문 중에서)

    "[노스탤지아]에서 또 한 명의 번역자는 고르차코프입니다. 이탈리아어와 러시아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만, 이탈리아에 와서 옛 음악가를 추적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모티프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하려는 사람입니다. 과거 예술가의 삶을 복원해 내는 ‘번역’을 하는 사람인 거죠. 선대 예술가의 삶을 재구성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번역입니다. 문화적 감각, 이전의 삶을 지금의 삶으로 육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러시아 때 느꼈던 감정을 이탈리아에서 구현할 수 있는가?"
    (/ 본문 중에서)

    유바바가 온천장에서 일하게 된 치히로의 이름에서 글자를 떼어난다. 치히로(千尋)의 이름에서 일천천, 센(千)만 남긴다. 그것은 지배의 원리(마법)로 작동한다. 그 사람의 본성을 감춘 채 온천장의 노동자로서의 모습만을 앙상하게 담은 ‘센’이라는 기호만을 남기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다. (...)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부르는 사람과 불리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고, 이름으로 이어진 관계에 따라 존재의 무게감은 각각 달라진다. 어떻게 불리는가가 중요하다. 이상용만이 진짜 이름은 아니다. 진짜 이름은 애정과 친밀성을 갖고 부르는 것, 그리하여 상대 존재에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것, 그것이 진짜 이름이다.
    (/ 본문 중에서)

    어두운 영화관에서 발견한 성찰의 빛

    우리는 영화가 성찰적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아니, 성찰적 힘이 없는 영화는 가짜 영화라고 확신한다. 그것이 윤리적이거나 정치적인 성찰이든, 아니면 미적이거나 사회적 성찰이든 간에 말이다. 영화가 가진 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영화평론가와 가장 추상적이고 보편적으로 사유하는 철학자가 만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철학자를 통해 성찰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고, 영화평론가를 통해 영화 매체의 가능성을 명료화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영화를 통해 철학자가 영화평론가가 되고, 영화평론가가 철학자가 되는 걸 꿈꾼다. 스크린 이미지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넘나들며, 모든 것을 하나의 프로젝션을 통해 투사하는 것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인문학은 ‘인간 이해’로 귀결된다. 그것은 다른 시대를 살았던 거장 감독들이 보여주는 번뜩이는 지혜일 수도 있고, 동시대 영화에서 얻는 통찰일 수도 있다. 철학자가 고민한 것을 미적으로 아름답게 제시한 영상 작가들의 작품에서 그것을 배우기도 하고, 감독의 분신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대사에서 그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씨네샹떼]는 과거 철학자, 인문학자, 평론가, 사상가, 예술가들이 그 해결을 찾기 위해 분투했던 지금 이 시대 나의 고민을 담았다.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 억압된 무의식과의 씨름, 청산되지 않은 과거의 그늘, 불안한 관계에서 오는 정신분열, 창조를 향한 고통스러운 욕구, 이 모든 것이 바로 인간과 나 자신의 세계를 이루는 투쟁이며, 이 모든 것에 대한 고민을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인문학은 한마디로 ‘성찰’을 발견하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쾌락 원칙을 추구해요,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이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가끔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하죠, 목숨까지 걸면서 고통스럽게 산꼭대기도 올라가잖아요. 프로이트는 이러한 인간의 욕구 저변에는 죽음 충동이 있다고 설명해요. 고통을 고요하고 은밀하게 반복함으로써 죽음을 부드러운 형태로 바꾼다는 게 프로이트의 쾌락 원칙의 핵심입니다. 워커홀릭들 보면 일이 싫다고 하면서도 자기 일에 성취감을 만끽하는 사람들인데, 그것도 일종의 쾌락이거든요. 쾌감은 반드시 즐거운 경험을 통해서만 오는 건 아닙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죽음 충동을 향한 쾌락이야말로 보다 더 본질적인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 본문 중에서)

    "[도구적 이성 비판]에서 호르크하이머가 비판하는 것은 바로 나치 관료주의였습니다. ‘뉴저먼 시네마’ 운동도 궤가 같아요. 우리 안의 나치즘, 우리 안의 파시즘에 주의하자는 거죠. 파시즘을 다룬 영화를 불편해하는 건 그게 우리 얘기이기 때문이기도 해요. 북한과 대치하면서 친일파를 흡수했던 한국과 독일의 상황이 비슷한 거죠. 동독과 대치하고 있던 서독도 나치의 관료주의를 수용했던 겁니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부정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시키는 대로 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죄인 거죠. 무사유에 대한 비판입니다. 먹이를 준다고 그 사람을 무비판적으로 따른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개입니다."
    (/ 본문 중에서)

    [대도시와 정신적 삶]이라는 짧은 논문에서 게오르크 짐멜은 대도시가 우리 내면에 깊게 각인시킨 특징들을 성찰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대도시인의 특징은 다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대도시인들은 시골이나 소도시 사람에 비해 더 지적이라는 점이다. 그의 말대로 "대도시인은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해 심장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머리로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대도시인들은 시골이나 소도시 사람들에 비해 자유롭지만 그만큼 고독하다는 점이다. 하긴 자유롭다는 건은 관계로부터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자유로운 사람은 동시에 고독한 사람일 수밖에 없는 법이다.
    (/ 본문 중에서)

    예술 작품에서 변주란 결국 들뢰즈가 말한 ‘차이와 반복’을 의미합니다. 어제와 전혀 다른 걸 내놓는 작가는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합니다. 작품 감상에 있어 디테일에 집착하지 말고 작가의 호흡을 읽어내는 태도가 필요해요. 차이와 반복을 하면서 울림을 주는 좋은 작가를 찾았다면, 그의 정점은 어디일까 고민해 보는 겁니다. 다른 작품들은 그 정점에 가기 위한 훈련 과정이고요. 프랑스 시인 말라르메가 "예술가는 평생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계속해서 쓴다."라고 말한 적이 있죠. ‘차이와 반복’의 개념에 맞닿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본문 중에서)

    [사랑의 역사]에서 키에르케고르도 사랑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는 주관적이지만 모든 타인들에 대해서는 객관적,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객관적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정확히 자신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모든 타인들에 대해서는 주관적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라는 것이 자신을 타인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면, 타인들에 대해 주관적이라는 것은 타인의 입장에서 타인들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 본문 중에서)

    목차

    프롤로그: ‘시네샹떼’라는 또 하나의 영화
    서문

    1부 영화라는 테크놀로지

    1 영화의 서막
    [열차의 도착] 오귀스트 뤼미에르, 루이 뤼미에르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루이 뤼미에르
    [물 뿌리는 살수부] 루이 뤼미에르
    [달세계 여행] 조르주 멜리에스

    2 몸짓으로서의 영화
    [셜록 주니어] 버스터 키튼

    3 몽타주의 충격
    [전함 포템킨]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

    4 마지막 표현주의 블록버스터
    [메트로폴리스] 프리츠 랑

    5 자본주의의 희비극
    [모던 타임즈] 찰리 채플린

    2부 영화의 사려 깊은 의미

    6 삶의 달콤 씁쓸한 규칙
    [게임의 규칙] 장 르누아르

    7 전쟁과 네오리얼리즘
    [독일 영년] 로베르토 로셀리니

    8 춤추고 노래하는 필름
    [사랑은 비를 타고] 스탠리 도넌, 진 켈리

    9 가족의 뒷모습
    [동경 이야기] 오즈 야스지로

    10 서부극의 마지막 신화
    [수색자] 존 포드

    11 구원에 이르는 기이한 길
    [소매치기] 로베르 브레송

    3부 영화, 욕망을 발산하다

    12 내 안에 거주하는 괴물
    [싸이코] 알프레드 히치콕

    13 하녀, 소외된 악마
    [하녀] 김기영

    14 여전히 새로운 누벨바그
    [미치광이 피에로] 장 뤽 고다르

    15 카메라의 가능성 저편에
    [확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16 좀비, 현대인의 초상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조지 로메로

    17 부르주아의 노골적인 매력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루이스 브뉴엘

    4부 불안한 영혼, 방황하는 영화

    18 우리 곁의 파시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19 섹스 앤 더 시티
    [애니 홀] 우디 앨런

    20 영상의 시학
    [노스탤지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21 희망을 찾아가는 순수함
    [황토지] 첸 카이거

    22 중국의 붉은 미학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23 자본주의라는 진흙탕
    [로제타] 다르덴 형제

    24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야자키 하야오

    25 인생이라는 링 위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 클린트 이스트우드

    키워드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타르코프스키는 영상시인이라고 불려요. 그런데 시라는 것은 독자가 채워 넣어야 하는 거잖아요. 기표만 있기 때문에 의미는 우리가 부여해야 합니다. 좋은 작품들은 스펀지처럼 의미를 흡수해요. 좋은 시에 대해서도 의미 부여는 사람마다 각자 달라요. 시인들은 알아도 대답해 주지 않죠. 이를테면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서 '너'는 [중앙일보] 후배 기자예요. 후배가 돈을 꿔주기로 했어요. 그래서 급전을 기다린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거기다 애인, 친구를 다 갖다 붙이죠. 시가 좋은 이유는 기표성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유바바가 온천장에서 일하게 된 치히로의 이름에서 글자를 떼어난다. 치히로(千尋)의 이름에서 일천천, 센(千)만 남긴다. 그것은 지배의 원리(마법)로 작동한다. 그 사람의 본성을 감춘 채 온천장의 노동자로서의 모습만을 앙상하게 담은 '센'이라는 기호만을 남기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다. (...)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부르는 사람과 불리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고, 이름으로 이어진 관계에 따라 존재의 무게감은 각각 달라진다. 어떻게 불리는가가 중요하다. 이상용만이 진짜 이름은 아니다. 진짜 이름은 애정과 친밀성을 갖고 부르는 것, 그리하여 상대 존재에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것, 그것이 진짜 이름이다.

    [사랑의 역사]에서 키에르케고르도 사랑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는 주관적이지만 모든 타인들에 대해서는 객관적,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객관적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정확히 자신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모든 타인들에 대해서는 주관적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라는 것이 자신을 타인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면, 타인들에 대해 주관적이라는 것은 타인의 입장에서 타인들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노스탤지아]에서 또 한 명의 번역자는 고르차코프입니다. 이탈리아어와 러시아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만, 이탈리아에 와서 옛 음악가를 추적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모티프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하려는 사람입니다. 과거 예술가의 삶을 복원해 내는 '번역'을 하는 사람인 거죠. 선대 예술가의 삶을 재구성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번역입니다. 문화적 감각, 이전의 삶을 지금의 삶으로 육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러시아 때 느꼈던 감정을 이탈리아에서 구현할 수 있는가?"

    "인간은 모두 쾌락 원칙을 추구해요,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이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가끔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하죠, 목숨까지 걸면서 고통스럽게 산꼭대기도 올라가잖아요. 프로이트는 이러한 인간의 욕구 저변에는 죽음 충동이 있다고 설명해요. 고통을 고요하고 은밀하게 반복함으로써 죽음을 부드러운 형태로 바꾼다는 게 프로이트의 쾌락 원칙의 핵심입니다. 워커홀릭들 보면 일이 싫다고 하면서도 자기 일에 성취감을 만끽하는 사람들인데, 그것도 일종의 쾌락이거든요. 쾌감은 반드시 즐거운 경험을 통해서만 오는 건 아닙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죽음 충동을 향한 쾌락이야말로 보다 더 본질적인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대도시와 정신적 삶"이라는 짧은 논문에서 게오르크 짐멜은 대도시가 우리 내면에 깊게 각인시킨 특징들을 성찰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대도시인의 특징은 다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대도시인들은 시골이나 소도시 사람에 비해 더 지적이라는 점이다. 그의 말대로 "대도시인은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해 심장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머리로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대도시인들은 시골이나 소도시 사람들에 비해 자유롭지만 그만큼 고독하다는 점이다. 하긴 자유롭다는 건은 관계로부터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자유로운 사람은 동시에 고독한 사람일 수밖에 없는 법이다.

    "20세기 인문학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지하로부터의 수기]입니다. 이 소설에는 타인의 마음을 미리 짐작해서 얘기하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지하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도시가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고, 자동화되었다는 뜻입니다. 화폐경제가 어느 정도 발달하고 인프라가 갖춰져야 고독한 개인의 (최소한의 물리적인) 생활이 가능해지기 마련이죠. 레비나스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이 소설을 좋아한 이유는 고독한 개인이 타인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보이는 자기분열, 과도한 타인에 대한 짐작, 집착, 알고자 하는 욕망이 흥미롭기 때문이었어요."

    "[도구적 이성 비판]에서 호르크하이머가 비판하는 것은 바로 나치 관료주의였습니다. '뉴저먼 시네마' 운동도 궤가 같아요. 우리 안의 나치즘, 우리 안의 파시즘에 주의하자는 거죠. 파시즘을 다룬 영화를 불편해하는 건 그게 우리 얘기이기 때문이기도 해요. 북한과 대치하면서 친일파를 흡수했던 한국과 독일의 상황이 비슷한 거죠. 동독과 대치하고 있던 서독도 나치의 관료주의를 수용했던 겁니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부정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시키는 대로 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죄인 거죠. 무사유에 대한 비판입니다. 먹이를 준다고 그 사람을 무비판적으로 따른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개입니다."

    프로이트가 생각한 인간의 쾌락 원칙은 단순하다. 인간은 언제나 '쾌'를 구하고 '불쾌'를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통의 자리로 가려는 경향이 발견된다. 힘든 산을 반복적으로 오르거나 마라톤 완주를 하고 나서도 또다시 도전하는 식으로 말이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밑바탕에는 죽음을 향한 동경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육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압박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껍질과도 같은 고통의 경험 아래 있는 '고요한 죽음'의 상태를 향한 충동이 있다. 인간은 죽음의 충동인 '타나토스'를 만족시기 위해 자극을 더욱더 비자극적인 것으로 반복해서 바꾸려고 한다.

    예술 작품에서 변주란 결국 들뢰즈가 말한 '차이와 반복'을 의미합니다. 어제와 전혀 다른 걸 내놓는 작가는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합니다. 작품 감상에 있어 디테일에 집착하지 말고 작가의 호흡을 읽어내는 태도가 필요해요. 차이와 반복을 하면서 울림을 주는 좋은 작가를 찾았다면, 그의 정점은 어디일까 고민해 보는 겁니다. 다른 작품들은 그 정점에 가기 위한 훈련 과정이고요.
    프랑스 시인 말라르메가 "예술가는 평생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계속해서 쓴다."라고 말한 적이 있죠. '차이와 반복'의 개념에 맞닿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카피하다]는 영국 작가와 프랑스 여자가 갑자기 부부 행세를 하는 영화입니다. 원제 'Certified Copy'는 '증명된', '거의 진품과 유사한' 모조품을 말하죠. 영국 작가가 갑자기 줄리엣 비노쉬와 부부 행세를 하게 되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저들은 원래 부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의 설정이 있기 때문에 부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사실 부부였던 것이 아닌가 싶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열린 결말로 영화를 막을 내려요. 감독은 확실하게 알려 주지 않아요.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진짜'라는 것의 개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 로드무비의 마지막 장면이 보여주는 죽음의 이미지를 이런 차원에서 읽어야 합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가 로드무비의 취지가 아니라, 죽을 만큼 철저하게 '떠나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조금 힘들다고 집으로 돌아오면 안 된다는 것이죠. 과감하게 떠나는 것은 굉장히 불안한 모험입니다."

    "히치콕의 [싸이코]에서 제일 무서웠던 것은 집이었습니다. 해 질 녘 희뿌옇게 바라보이는 집의 풍경이 상당히 오싹하죠. 우리가 언제 무서울까요? 공포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귀신의 존재가 그렇죠. 보이지는 않는데 나를 보는 존재입니다. '시선'이 공포의 근원이죠. 영화 초반부에서는 사장의 시선이 계속 여주인공을 쫓아와요. 공포영화에 어두운 공간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그겁니다. 있되 잘 보이지 않는 공간. (...) 마리온의 공포는 계속 시선에 의해 형성됩니다. 사장의 응시에서 경찰관의 응시, 거기서 또 노먼 베이츠의 응시로 이어지는 겁니다."

    "지젝의 농담이 하나 있어요. 자신이 닭의 모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닭의 모이가 아니라는 것을 치료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다시 그가 나타나 의사에게 무서워 죽겠다고 칭얼댑니다. 의사가 "당신은 닭의 모이가 아니잖아요? 그걸 모르오?"라고 묻자 "네, 저는 알아요. 그런데 닭도 그 사실을 알까요?"라고 물었다죠. 이 에피소드는 대타자의 문제를 말해 줍니다. 존재의 인식은 '나'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상대, 대타자의 문제까지 확장되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틀이나 예의 순간을 벗어나 진심을 나눌 때다. 시골에서 상경한 노부부 장면에서, 나란히 한 방향으로 보며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은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그것은 부부이기 때문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의 관계 속에서 같은 지향점과 방향을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그들은 똑같이 삭막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타미 온천장에서는 신발마저 남들과 달리 나란히 그리고 가지런히 놓여 있다. [동경 이야기]에는 딱 한번 카메라가 이동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은 동경 시내가 내려다보는 언덕에서 노부부가 함께 내려다보며 대화를 나눈 후 걸어갈 때다. 그것은 함께 걸어가는 인생, 도쿄라는 낯선 곳에서도 함께하는 동반자의 작은 기쁨을 표현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파토스는 '격정'이라는 말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서적 호소력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파토스는 불운, 고뇌, 격정 등 병적 상태라는 어원적 의미를 지니며, 절제를 떠난 방황하는 마음 상태를 가리킨다. 예술 작품에서 중요한 점은 파토스가 단순히 감상적인 요소를 넘어서서 고통의 원인이나 비극적인 이유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못할 때는 파토스가 아니라 감상적인 것으로 전락한다. 채플린의 영화가 파토스를 담고 있다는 것은 시대적 공기와 함께 숨쉬기 때문이다. [모던 타임즈]가 경제공황을 맞이한 미국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7~
    출생지 경남 함양
    출간도서 50종
    판매수 88,911권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동서양 인문학을 종횡하며 끌어올린 인문정신으로 어떤 외적 억압에도 휘둘리지 않는 힘과 자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쓰고 말해왔다.
    지은 책으로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비상경보기],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의 감정수업], [김수영을 위하여],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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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8종
    판매수 674권

    영화평론가.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쳐 현재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필름2.0]을 비롯해 각종 매체에서 활발히 영화 비평을 쓰고 있다. [씨네21] 2회 ‘신인평론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다양한 방면에서 비평 작업을 지속해 왔다. 지은 책으로는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 [안나 카리나] 등이 있으며, 영화를 문학과 인문학의 틀을 통해 들여다보는 글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앞서 나온 [씨네샹떼]에서 그동안 영화평론가로서 쌓아 온 경력을 결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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