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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윤숙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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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노천명과 함께 우리나라 현대 여성시인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모윤숙. 독립을 염원하는 시를 쓰는가 하면 친일 행적을 보이기도 하고, 근대화와 여성운동에 앞장서는가 하면 국제 로비를 통해 유엔에서 남한만의 정부를 인정받아 국가 분단을 고착화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문학적으로도 "아낙네란 이름 없이 왔다 가 버리는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서 보기 드문 발자취를 남겼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큰 주제를 여성적인 열정으로 녹여낸 모윤숙의 작품을 초판본 그대로 만나 보자.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 근현대시선'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모윤숙(1909∼1990)은 시문학사에서 남성 시인들이 다루어 온, 국가와 민족이라는 주제를 노래한 여성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던 해방 이전의 문단은 물론이거니와 시문학사 전체로 볼 때 민족과 국가의 노래는 남성 시인의 영역이며, 사랑과 슬픔의 노래는 여성의 노래라는 식의 젠더적 구분이 통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작품은 여성 시인에게 기대하던 바를 뒤집고 민족과 국가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와 시인의 독자성과 문학사적 의의를 확보한다.
    민족과 국가라는 담론 안에서 사유하는 시인은 개인의 수난보다는 집단의 수난에 주목해 왔는데, 이런 관심의 연장선에서 1970년대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장시의 창작에 주력했다. 1973년에는 임진왜란 당시 국난을 타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논개와 김시민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논개]를, 1978년에는 삼국시대 신라의 선덕여왕과 백제 도공 아비지의 이야기를 다룬 [황룡사 구층탑] 등의 장편 서사시를 썼다. 그는 민족 위기의 서사를 통해 민족 분열로부터 통합을 보여 주고 국가적 민족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우리 문학사에서 서사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때 여성 시인의 역사적 서사시 창작은 주목할 만하다.
    여성 시인으로서 모윤숙은 해방 전후는 물론 1970년대까지 정치적, 문화적 장(場) 안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는 줄곧 역사적 현실 안에서 목소리를 내고자 한 시인이었다. 이처럼 민족과 국가라는 거대 담론을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려 한 그의 문학 활동은 여성 시인의 존재론을 내면이나 텍스트로부터 현실과 역사로 확장한 의미 있는 실천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목차

    이 生命을
    그 꿈을 깨치소서
    못 가오리다
    봄 찾는 마음
    默禱
    그이가 오신다게
    나오서요
    銀河 노래
    조선의 딸
    피로 색인 당신의 얼골을
    靑春의 노래
    빛나는 地域
    나를 잠재워 다오
    우리들은 살았어라
    해란江의 놀
    검은 머리 풀어
    이 긴 밤의 행렬
    물 깃는 색시
    永遠의 塔이 되라
    이 맘을
    푸른 寢室
    三八線의 밤
    옥비녀
    출발
    悲運의 樂師에게
    菊花
    장미의 말
    잠든 눈
    즐겨 부르던 내 노래야
    무덤에 나리는 소낙비
    어머니의 기도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기다림
    그대 눈으로
    헤어진 뒤에도
    달밤이 아니라도
    天命에게
    讚! 申師任堂
    情景
    河水로 간다
    아폴로 寺院
    해골의 廣場
    喪失에서
    동짓달
    물의 音樂
    창을 도로 닫으면서
    歸路
    風土
    重患者室
    밀물 썰물
    국화 옆에서
    九月 아낙네
    머슴아야
    어느 순간
    生存
    C 湖水에서
    窓門
    갈증
    올리브 숲의 밤
    논개_序詩

    본문중에서

    님이 부르시면 달여가지요
    금띄로 裝飾한 치마가 없어도
    眞珠로 꿰맨 목도리가 없어도
    님이 오라시면 나는 가지요.

    님이 살나시면 사오리다
    먹을 것 매말나 倉庫가 비엿서도
    빗덤이로 옘집 챗직 마즈면서도
    님이 살나시면 나는 살어요.

    죽엄으로 갚을 길이 잇다면 죽지요
    빈손으로 님의 앞을 지나다니요
    내 님의 원이라면 이 生命을 앗기오리
    이 심장의 왼 피를 다- 빼여 밫이리다.

    무엔들 辭讓하리 무엔들 안 밫이리
    蒼白한 手足에 힘나실 일이라면
    파리한 님의 손을 버리고 가다니요
    힘 잃은 그 무릅을 바리고 가다니요.

    임 계신 곳 향하여
    이 몸이 갑니다.
    검은 머리 풀어 허리에 매고
    불 꺼진 조선의 제단에
    횃불 켜 놓으러 달려갑니다.


    ●산 옆 외따른 골짝이에
    혼자 누어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지김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씨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핏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였노라. 山과 골짝이, 무덤 위와 가시 숲을
    이순신같이, 나폴레온같이, 씨자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 가며 싸왔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모쓰크바 크레므린 탑까지
    밀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少女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 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날르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어라.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왔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너머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짝이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날르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리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은 곳 이름 모를 골짝이에
    밤이슬 나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켈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르는 봄 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르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少女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고.

    달밤이 아니라도 좋지 않아요?
    이렇게 걸어가고 있으면
    허물어진 돌담 사이로
    이웃집 개가 가만히 치마를 간지리고.

    어느 수수깡 大門 안
    흰 빨래가 밤을 미소 짓는데
    보이지 않는 풀잎들에서
    먼 바람이 보내는 눈짓의 즐거움들

    당신과 내가 흰 사랑에 아롱진
    마음속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엔
    달밤이 아니라도 좋지 않아요?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909.3.5-1990.6.7)
    출생지 함경남도 원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함경남도 원산 출생 영생보통학교, 개성 호수돈 여학교, 이화여전 예과 졸업(1931), 경성제국대학 선과 수료(1935)하고 명신여학교(간도), 배화여학교 교사를 역임, 경성중앙방송에 근무. 일제강점기에는 창씨개명 거부와 [이 생명을], [조선의 딸]로 옥고를 치르고, [피로색인 당신의 얼굴을]([동광], 1931)로 등단. [문예]지를 창간(1949), 국제 펜클럽 회장을 역임. 김기영 감독이 [렌의 애가]를 영화로 만들었으며, 홍성택이 오페라 [논개]를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바 있음. 시집으로는 [빛나는 지역](1933)과 [렌의 애가](1937)로 문단의 주목을 받음. 시집 [옥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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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사 학위논문으로 일제 강점기 생명파 시문학의 근대성 문제에 천착한 이후 최근까지 식민지 시대 한국 근대문학의 젠더, 근대성, 탈식민성, 번역과 비교문학 연구 등을 주요한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저서로 평론집 [시에 관한 각서], [不遇한, 不朽의 노래], [기억의 수사학] 등이 있고 연구서로 [생명파 시의 모더니티](2003), [근대문학의 장(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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