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사 문제
어쩌면 그 무렵의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죽음 그 자체라기보다는,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답답하고 지루한 인생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두뇌는 이과 쪽에 상당히 가깝긴 하다. 지금도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즐겁고, 오일러의 정리니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설렌다.
시나리오를 써놓고, 무의식중에 인수분해 같은 작업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지로 이야기_시마무라 고진의 장편 교양소설
생물은 모두 유전자를 전달하는 도구이다, 리처드 도킨슨의 주장.
세상 일이란 입장에 따라 보는 법도 의미도 달라진다.
어느 산자락에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산비둘기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그 산 반대편에 다른 할아버지와 손자가 살았는데, 그들은 독수리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각각 새끼가 성장하여 날 수 있게 되자, 어느 날 그들은 새를 하늘에 풀어주었다. 그랬더니 독수리가 산비둘기를 잡아먹어버렸다. 산 이쪽에서는 산비둘기가 잡아먹혀서 울었고, 반대쪽에서는 독수리가 처음으로 먹이를 잡아먹었다고 기뻐했다. 한 가지 일을 놓고 산 이쪽과 저쪽의 반응이 완전히 정반대였다.
묘한 이야기지만 인생의 기쁨과 슬픔도 근본적으로 그런 것이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원래 아무런 색도 없다. 거기에 기쁨이니 슬픔이니 하는 색을 입히는 것은 인간이다.
나는 이른바 기독교적인 신에게는 별로 친근감이 없다.
옛날 일본 사람들이 흔히 말했던,해님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설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무엇을 하든 네 자유다, 그러나 해님은 언제나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개념이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거리감이라고 생각한다.
- 교육 문제
마이홈 파파(가정을 제일로 치는 사람)인지 뭔지, 아무튼 언제나 싱글벙글 웃으면서 자식의 마음도 잘 알고 이해심 많은 아버지가 이상적인 아버지상으로 자리 잡은 시절부터 교육이 뭔가 이상해졌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아버지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것은 가르쳐주지도 않고 뭐든 잘 이해해주는 아버지가 너무 많다. 아버지가 아이에게 아양을 떨어서 어쩌자는 건가. 결국은 자기한테만 귀여울 뿐이지 않은가.
아버지는 아이가 최초로 만나는 인생의 방해꾼이어도 좋다.
아이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버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급작스러운 경제성장이 있었고 그 덕분에 태반의 사람들이 옛날보다 조금은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착각을 하게 된 걸까? 노력하면 꿈은 뭐든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물의 본질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
자이언트 바바(전 프로 레슬러)씨는 어릴 적에 발에 맞는 스파이크를 사지 못해서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스파이크를 신고 야구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기자가 감동해서 "어머니께서 고생이 많으셨겠군요"라고 하자 바바 씨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고생한 건 그걸 신은 나지요."
"배고파"라고 말하면 어머니가 찬밥으로 주먹밥을 만들어주셨다.
"안에는 뭘 넣어줄까?" 하시면서.
가난하니까 어차피 제대로 된 건 넣지 못한다. 우메보시나 된장이나 기껏해야 어제 먹다 남은 자반 찌꺼기다. 그래도 아이니까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뭐가 들어 있을까 기대하면서 주먹밥 한 개를 아그작아그작 먹는다. 하지만 먹어도 먹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뭐야, 아무것도 안 들어 있잖아!"
울상으로 어머니를 보면 어머니는 그냥 "아하하" 하고 웃고 계신다.
옛날에는 그런 모자의 게임이 흔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주먹밥 한 개라도 어머니가 고생해서 만들어주신다는 걸 느꼈다.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은 입이 찢어져도 할 수 없다.
법 아래 평등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는 훌륭하다, 어린이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요즘 어른들은 그런 한심한 소리를 한다.
어린이들이 모두 훌륭한 건 아니지 않은가.
잔혹한 표현이지만 멍청이는 멍청이다. 발이 느린 놈은 느린 거고, 야구를 아무리 좋아해도 못하는 놈은 연습을 해도 못한다.
그런 걸 다 알면서, 노력만 하면 누구나 일류가 될 수 있다느니 어쩌니 하는 말을 예사로 한다.
진실은 그와 다르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을 해야 겨우 일류가 될 수 있을까 말까 한 게 현실이다.
법 앞에서는 평등할지언정 인간 그 자체가 평등한 건 아니다. 얼굴도 키도 머리도 100명이 있으면 100명 모두가 다르다.
반 아이들 전원이 달리는 릴레이를 시켜놓고 "모두 협력하여 목표를 달성해요"라거나, "손을 잡고 사이좋게 함께 뛰어요"라고 하면서.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학원 드라마나 다름없다.
시험도 그렇고 사회에서의 경쟁도 그렇고, 눈앞에는 어떻게든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그 속에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데 누구에게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착각을 불어넣어주고는, 반대로 추락하는 사람에게 애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제대로 승부를 하게 해야 한다. 달리기에서 지고 분해서 눈물을 흘리는 아이가 있다면 "하지만 너는 수학은 잘 하잖아"라는 식으로 위로할 수는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는 결국 모든 실패는노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놈은 안된다.
너는 애초부터 무리였어 라고 말해주는 게 낫다. '노력이 문제가 아니라 네가 문제야"라고 말이다.
노력하면 뭐든 이루어진다고 자식을 위하는 척하면서 부모의 체면을 차리는 말을 하지 말고,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부모가 가르쳐주어야 한다.
현실이라는 것을 아이의 골수에 새겨주도록 하라. 그것이 아버지의 역할이다.
모두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기 때문에 따돌림이 음습해진다.
냄새나는 것에 뚜껑을 덮어버리는 문화라고나 할까. 요즘 사람들은 하여간 듣기 좋은 말, 그 자리를 모면하는 말만 한다. 이는 차별 용어 문제와 같은 이야기로 사안의 본질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채, 표면을 덮고 가려서 얼버무리려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시대에 일본 전역에서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것도 서열이 모호했던 탓이다. 반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나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절에 전쟁이 끝난 것은 서열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서열이 정해지면 누구도 전쟁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괜한 헛수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금지하는 놀이만큼 즐거운 것은 없다.
자유가 그렇게 좋다면 왜 축구가 유행하는가.
부모가 자기 자식을 야단치는 방법이 왜 문제가 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아이들은 때리면서 키워야 한다.
아이도 한 인간으로서 권리가 있으니 아이의 인격을 존중하여 부드럽게 말로 합시다? 말로 하면 알아 듣나?
웃기는 소리다.
세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무서운 존재가 있다는 것을 어릴 때 깨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가 장래에 맞서야 할 세상의 파도는 주먹보다 몇십 배 더 무정하고 잔혹할 테니.
인간의 지혜와 상상력은 장애물이 있을 때 더욱 풍부하게 발휘된다. 지혜와 상상력으로 벽을 넘은 곳에 자유의 기쁨이 있다. 무엇이든 자유롭게 허락된 세계에서는 지혜도 상상력도 발휘할 필요가 없다.
경재을 부정하면서 한편으로는 최고라는 것에 연연한다
그러니 오타쿠가 늘어나는 것이다.
경쟁 상대가 적은 세계에 틀어박혀서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사람이 오타쿠다. 제대로 된 세계의 제대로 된 경쟁은 한심하다고 하면서 부정한다. 사실은 지는 것이 싫고, 상처 입는 게 싫은 것뿐이면서.
무릇 가치있는 것이란 제대로 된 경쟁을 뚫고 이겨낸 것이다. 경쟁 속에서 인간의 지혜도 상상력도 발휘된다.
질 것이 뻔하니까 경쟁하는 게 싫다. 그래도 최고는 되고 싶고 초고가 되어서 타인을 태려다보고 싶다. 그런 물러터진 미숙한 마음이 오타쿠의 본질이 아닐까.
구마씨는 요즘 아이들은 "뭘 먹고 싶니?"하고 물어도 "아무 거나요"라고 대답한다고 한탄한다. "우리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먹고 싶은 걸 사준다고 하면 열이 날 정도로 열심히 생각했는데 말이죠"라고 하면서.
지혜열 - 태어난 지 반 년쯤 지난 유아에게 일어나는 원인 불명의 발열. 지혜가 생기기 시작할 무렵에 발생한다 하여 이렇게 이른다 - 이라는 말도 있는데, 과연 요즘 아이들은 열이 날 만큼 생각하는 일이 있기나 할까?
- 관계 문제
우정이란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다
남의 성공을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
기본적으로 재주를 닦으려면 역시 잠깐의 웃음을 위해 자기 돈을 내고 극장을 찾은 사람들 앞에서 승부를 하는 편이 좋다. 좋은 잔디 구장에서 축구를 해야 실력 향상이 빠른 것과 비슷하다. 요리사도 그렇다. 맛보다는 양이 많아야 더 환영받는 대중식당에서는 아무리 일해봐야 좋은 요리를 만들지 못한다. 제대로 배우려면 역시 좋은 손님을 상대해야 한다.
나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몇만 명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생명은 정자 단계에서부터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맹렬히 싸우면서 난자를 찾아간다. 난자에 도착하여 살아남는 것은 그런 싸움을 거친 몇억 개의 정자 중에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
산다는 것은 죽이는 것이다.
연예인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뜨지 않은 연예인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재미없는 소재를 올릴 수는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만담 소재를 노트에 적었다
항상 만담 소재를 생각하고 있어서 내일 보여줄 새로운 소재가 생각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노트에 썼다. 머리가 반으로 나뉘어 있어서 무엇을 하든 항상 절반은 만담을 생각하고 있었다.
무대에 올라가도 이중 인격이었다.
관객들이 반응이 대단하니까 나도 신나서 만담을 하긴 하지만 머릿속의 반은 살인자처럼 차가웠다. 상대의 말을 받아칠 때도, 내 개그를 할 때도 관객의 웃음과 웃음 사이를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웃음과 웃음 사이'란 무엇인가?
관객의 웃음소리와 만담가의 말이 겹쳐져서 관객에게 대사가 들리지 않는 순간이 있다. 그 간극을 무시하고 계속 지껄이면 관객은 당연히 "지금 뭐라고 그랬지?"하고 의아해하기 때문에 거기서 웃음이 끊겨버린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객석이 잠깐 숨을 삼키는 그 틈을 노려 미리 계산된 웃기는 말을 쏘아대야 한다. 만담이 먹히면 먹힐수록 관객들이 계속 웃기 때문에 타이밍을 지켜보는 것이 어려워진다. 언제나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마치 살인 청부업자 같은 눈으로 객석을 지켜보아야 한다.
하지만 관객이 그런 기미를 털끝만큼이라도 눈치채면 부위기는 금세 식어 버린다. 나도 모르는 척하고 웃음을 터트리거나 해서, 관객들이 내내 '이 사람도 분위기에 빠져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생리학적으로 말하면 웃음은 긴장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긴장과 해방의 고삐를 쥐고 웃음이라는 자연현상을 인공적으로 일으키는 사람이 코미디언이다. 더욱이 그 고삐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객석에 앉아 있는 모든 관객들과 일대일로 연결되어 있다. 몇천 가닥의 고삐를 잡고 있으면서도 그런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선천적으로 멍청한 인간인 듯한 얼굴로 웃음의 소용돌이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코미디언이다.
극장이 폭소하고 있는 한가운데에서 자신만이 얼음처럼 깨어 있다.
몇천 명이 웃는데도 웃지 않는 그 사람이 보인다.
어떻게든 그 사람을 웃기고 싶어서 그 한사람에게만 집중해서 만담을 한 적도 자주 있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만담에 넋을 잃고 살았다.
일주일 내내 텔레미전에 나가고, 시청률이 20퍼센트 이상 되는 프로그램을 몇 개 갖게 되고, 드디어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지는 데 10년이 걸렸다.
떴다는 건 그런 것이다.
인간은 살생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똥도 매일 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을 갖고 싶다느니 하는 당연한 말은, 똥 싸는 걸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인간이란 아무리 폼을 잡아도 한 꺼풀 벗기면 욕망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 한 꺼풀의 자존심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문화라는 것이다.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돈으로 사려고 하는 근성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라, 애초에 우정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 문제다. 우정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런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사려고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려면 처음부터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 좋은 기억만 갖겠다는 태도는 상대에게 확실하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 "네가 곤란하면 나는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곤란할 때 나는 절대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다." 이런 자세가 옳다. 서로에게 그렇게 생각할 때 비로소 우정이 성립한다. '옛날에 나는 너를 도와주었는데 너는 지금 왜 날 도와주지 않는거야'하고 생각한다면, 그런 건 처음부터 우정이 아니다. 자신이 정말 곤란할 때 친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우정이다.
나를 위해 죽어줄 사람이 몇 명 있는 것보다 그 녀석을 위해서라면 내가 목숨 바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게 인간으로서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법 문제
화장실 청소는 내 별난 습관이다.
어머니는 "지저분한 곳은 언제나 깨끗이 해야 한다. 부정한 것을 제일 신경 써야 하는 법이지. 깨끗한 것은 조금 더럽혀져도 괜찮다. 하지만 더러운 것은 더 더럽혀서는 안 된다."
입이 아프도록 말씀하셨다.
권위를 끌어내리는 일은 있어도 불쌍한 사람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
야구 역시 연습만 하고 시합은 해본 적 없는 팀이 강할 리가 없다. 연예인도 관객 앞에 몇 번이나 서보았는지가 중요하다. 둘이서 만담 연습을 아무리 많이 했더라도,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관객 앞에서 연기해보는 것만 못하다.
우물물을 펌프질 할 때 마중물을 부어주지 않으면 물이 나오지 않듯이, 사람들과의 대화에도 그런 물이 필요하다.
용서할 수 없는 타입은 함께 술을 마실 때 "다케시 씨는 참 좋은 사람이군요"라고 말하는 여자다.
나는 나쁜 사람이나 못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유혹했는데, 그렇게 말해버리면 더 이상 진도를 나갈 수가 없다. 계속 좋은 사람인 척하고 있을 수밖에. 헤어질 무렵에 여자는 확인 사살을 한다.
"나중에 또 상담해주세요."
'바보, 이런 상담을 또 하고 싶겠냐.'
남자는 바람둥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남자는 그런 것만 생각하면서 산다. 여자에게 얼마나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떻게 하면 예쁜 여자랑 할 수 있을까'가 남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100퍼센트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99퍼센트는 그렇다.
웃기지 않는 대목에서 웃어서는 안 된다. 출연자를 가장 망치는 것은 타이밍이 맞지 않는 웃음이다.
처음에는 재미있던 만담꾼이 자기가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점점 시시해진다. 무대에 올라가기만 해도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니 자신이 재미있는 줄로 착각하고 만다. 거기서 재주가 멈춰버린다.
라이벌을 짓밟는 최고의 방법은 아무 의미도 없이 칭찬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선배가 후배를 다루는 법. 화를 내면 상대방이 기가 죽기 때문에 분위기를 띄운 다음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
"네 만담은 들어줄 수가 없더라. 형편없기도 유분수지, 이 녀석, 요전에 나도 모르게 네 소재를 훔쳤잖아."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면서 할 말은 한다. 내려놓고 설교만 하면 그저 재수없는 선배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린다.
산을 오르는데 헬리콥터로 정상에 가봐야 별로 재미가 없다.
책을 살 때도 인터넷으로 사기보단 역시 서점에 가서 사야 제맛이다.
메일에 연연하는 것도 마찬가지. 만나서 이야기하면 되지 않는가. 화가 났다면 서로 치고받고 싸우면 된다. 좋아한다면 어째서 손을 잡지 않는가.
주먹 한 방이나 포옹 한 번이 매일 천 통보다 많은 것을 상대에게 전해줄텐데.
귀찮은 것을 피하기만 하면 인간은 바보가 된다. 뇌를 발달시키는 것도 바로 귀찮은 일이다.
도구 덕분에 뭔가가 편리해지면 편리해진 만큼 인간의 어떤 능력이 퇴화한다. 요컨데 이것은 문명 자체가 안고 있는 병리다.
'같아요'라는 모호한 표현이 표현 능력을 저하시킨다.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끝까지 파고들어 자세히 생각하지 않고 적당히 대충 때우고 넘어간다고 할까. 요즘 세상에는 모호한 것들이 만연하고 있다.
너같은 놈은 셔츠 밑에서 두 번째 단추다
무슨 뜻입니까?
있으나마나 하다고
- 영화 문제
열없다
구로사와 감독은 내 영화를 깨끗하다고 평했다.
보통 감독은 더 담으려고 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길게 찍는데, 자네는 안 되는 거라면 과감히 잘라버리더군."
세계의 거장이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나도 열심히 분발했다.
구로사와 감독도 당신의 최고 작품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다음 작품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늘 그려서 익숙한 그림은 아무리 잘 그려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격렬한 총격전이 일어날 장면에서 인수분해를 할 수 없을까 생각한다.
집중하고 있을 때는 뇌를 전부 사용한다는 느낌이 든다. 터보 엔진에 점화를 한 것처럼 평상시에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뇌세포가 빨리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