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레사마가 되어가는 아이들
오레사마는 화자 자신인 나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오레사마가 되어 간다는 말은 자기 기준의 절대화, 비대화한 자기중심적 가치관이나 행동 패턴과 같은 경향을 의미한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됐으니까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마. 이제는 가정에서 아이들이 할 만한 생산활동은 거의 없다. 반면에 아이들이 소비활동에 참가하는 일은 일찍부터 이루어진다.
- 돈은 사람은 차별하지 않는다.
- 학교를 편의점으로 생각하는 아이들.
즉석해서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비하려 들지 않는데, 사실 공부는 소비가 아니다.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다.
- 온 힘을 다해 '아무것도 안 하기'
아이들은 무질서할 것을 거의 제도적으로 강제받고 있다. 어떤 명령에도 따르지 마 라는 명령에 전력을 다하여 복종하고 있다. 온 힘을 다해 성장하게 하려는 압력에 저항한다. 생명의 자연스러운 흐름 대신, 변하지 않는 소비 주체로 머물기를 원한다. 그러나 외계의 변화에 적응하여 변화할 수 있는 개체는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더 오래 살 확률이 높다. 그래서 학습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변화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학습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이에 비하면 시장경제와 등가 교환의 원리가 인간 세계에 도입된 시기는 극히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시장 원리를 들어서 학교 교육에 맞서는 아이들은 말하자면 인류학적인 진화의 흐름에 역행해 싸우는 것이다. 자신의 유아적 욕망을 가슴에 품고, 결코 성장,변화할 일이 없는 소비주체에 안주하는 것. 시장원리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요청한다. 하지만 이 요청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게 아니다. 아이들을 외계의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 자기 찾기라는 이데올로기
나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좀 더 경의를 표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
'자기 찾기'란 자기 평가와 외부평가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는 사람에게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대체로 사람들은 외부평가보다 자기 평가에 후하다.
'얼간이들이 사람을 몰라보는 거야' 그래서 얼간이들이 하나도 없는 곳으로 가서 외부평가를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잘될 리 없다. 왜냐하면 자기 평가가 외부 평가보다 더 진실하다는 전제 자체가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는 말은 유감스럽지만 사실이 아니다. 만약 '진짜 나'라는 것이 있다면 공동의 작업을 통해서 내가 '남이 대신할 수 없는' 기능을 다한 연후에나 주위 사람들이 인정함으로써 형태를 갖게 될 것이다. 내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려면 "나는 누가 뭐라 해도 하나밖에 없는 존재다"라고 선언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의 역할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라고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었을 때 비로소 확실해진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자기 찾기'라는 행위를 하고자 한다면 '나 자신을 포함한 네트워크는 어떤 구조를 가지고, 그 속에서 나는 어떤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자기 중심적으로 가치를 매기는 일이 교육 붕괴의 가장 근본에 있다고 본다.
<리스크 사회의 약자들>
리스크 사회에서 리스크는 모든 사회 성원에게 균등하게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계층별로 리스크의 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사회는 노력과 성과가 상관하지 않는 리스크 사회이고, 그렇기 때문에 '노력해 봤자 소용없다'는 결론을 내는 사람들은 가장 많은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계층인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리스크 사회에서 생존 경쟁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노력을 반드시 보상하지 않는 리스크 사회라는 기초적 사실을 거스르고, 의연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노력과 성과의 상관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리스크 사회에서 그래도 여전히 '노력과 성과의 상관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자원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미래의 전망이 어둡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리스크 사회의 실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선택적으로 사회의 빈곤층으로 내려가게 된다.
리스크 사회를 인정하는 사람들만이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마치 리스크 사회가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는 사람들은 묘하게도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리스크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들은 '자기가 결정하고 그 결과는 혼자 책임진다'는 것을 원리로 하여 사는 게 결코 아니다. 자기가 결정하고 그 결과는 혼자 책임지라는 말은 리스크 사회가 약자에게 강요하는 삶의 방식이다.
- 리스크 사회, 상부상조해야 한다
나는 내 운명의 지배자, 언제나 내 경우가 좋다 -> 하지만 아니라면?
- 부조리에 둔감하다. '모두가 자기 결정을 하는 시대이니 너도 다른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 결정을 해라' 하고 명령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선택을 강제하면서 선택한 것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것을 강요한다 - 이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조리하다.
- 파랑새 증후군,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파랑새를 찾으러 떠난다면 뒤처리는 누가 하겠는가. 파랑새 찾기처럼 낭만적이고 혁신적인 삶도 필요하지만, 눈에 띄지 않아도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눈 치우기 같은 일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필요하다.
누군가 눈을 치우지 않으면 길은 꽁꽁 얼어붙고 지나던 사람이 미끄러져 다칠 거다.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사회에 있지 않으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파랑새를 찾으러 간 사람들은 눈 치우는 사람에 대한 혐오와 모멸이 동기가 되어 여기가 아닌 다른 장소를 비틀거리며 배회한다.
- 이직을 하는 진짜 이유
이런 일이나 하며 살 수 없다는 불만을 마음에 품고 일하는 사람이 주위의 존경을 받거나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 동료를 보며 '이런 사람과 알고 지내다니 한심해'라거나 '그만 두고 싶어' 생각하면서 일을 한다면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런 사람이 다른 직장에서 더 좋은 일을 제의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 창조적이고 보람있는 일을 찾아 이직하겠다고 해도, 그것은 경력 하향으로 이어진다. 이직해야 하는 상황을 전부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직장을 옮기면, 악순환이계속 될 뿐이다.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임금이 낮다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교환에서 시간이라는 요소를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일에 대해 보수가 동시적으로 주어지진 않는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 대신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게 교육이다.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능력인 메타 능력을 길러야 한다.
교육의 결과를 수치로 평가할 수 없다. 그건 학교를 공장으로 보고 졸업생을 작품으로 간주하는 시장주의적 교육관이다.
나는 인재라는 말을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인간은 제품이 아니다. 자기 조직화 하는 제품이 세상에 존재할 리 없다. 아무데나 놓아두어도 자동적으로 기능이 고도화하는 전기제품, 저절로 맛이 좋아지는 통조림은 없다.
인간이 교육을 통해 익히는 최고의 자질은 이런 힘이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질을 향상시키는 능력.
스타워즈의 주제는 사제 관계다. 멘토와 제자. .. 제자로서 스승을 모시고 자신의 능력을 무한으로 초월하는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가져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무한으로 이어지는 긴 흐름 속에서 저는 하나의 고리였습니다. 이 긴 사슬에서 단 하나의 고리에 지나지 않지만 제가 없으면 사슬은 끊어져버린다는 자각과 함께 강렬한 사명감을 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감각을 가졌다는 것이 스승이 되는 유일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자가 스승의 기량을 뛰어넘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스승을 뛰어넘어도 상관없습니다. 긴 사슬에는 큰 고리도 있고, 작은 고리도 있습니다. 두 개가 나란히 연결돼 있는 고리에 뒤에 것이 크다 해도 사슬의 연속성에는 조금도 문제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제자가 사슬에서 빠져나오면 문제가 달라지죠. (그래서 아나킨이 오비완에게 패한다. 자기 완결을 해버렸으니까)
구로사와 아키라, '스가타 산시로' - 스승을 가지지 않는 자는 패한다. 스승으로부터 전통을 계승 받고, 제자에게 그 전통을 전수한다. 스승의 역할은 극단적으로 이것 하나다.
- 서로 돕는 사람이 필요하다.
일본 사회는 약자의 안전망이었던 중간 공동체를 계속 무너뜨렸다. 이것은 심각하다.
고립한 개인과 개인이 중간적 완충지대 없이 마주보고 있을 경우, 스트레스 가득한 환경에서 사람은 오래 견디지 못한다. 약한 인간이 정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친밀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고학력에 고수입인 사람들이 더 결혼율이 높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원조자가 없는 시스템이 되고 있다. 가족이 없으면 병에 걸리거나 노안이 됐을 때 지원해 줄 사람이 없다. 리스크를 헤지해 줄 공동체가 없다.
약자가 약자인 것은 고립해 있기 때문이다. 자기 결정, 책임, 자기를 찾는 여행 같은 이데올로기에 편승해 안전망을 해체하고 자기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것 - 마르크스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말했다. 정말이다. 중요한 것은 '만국의 약자여 단결하라'는 것이다.
서로 돕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주제넘은 커뮤니케이션이 사람을 키운다.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는 것이 주제넘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시끄럽게 떠들어야 한다. 과부족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없다.
남의 말을 넘겨 짚고서 다 안다고 하는 사람들을 경계해라. 듣는 법, 소통하는 법을 배워라.
도시 생활에서 시간성을 회복하는 방법 - 일과를 지키는 것. 전화를 없애고, 약속시간을 정해서 마중을 나가라. 일과를 지키면 하루가 길다. 시간 감각, 사계절의 변화, 아침 저녁 공기의 변화, 모든 것이 사건으로 또렷하게 다가온다.
불규칙적인 생활은 스트레스가 심하다.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선 오히려 시간 의식을 둔감하게 만들어야 한다. 매일 다른 생활을 하다보면 생체 시계가 고장난다.
휴대전화 쓰지 말아라. 몇 시 몇 분에 어디서 만나자고 정하는 건 상당히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일이다. 나의 미래를 보는 것은 지도를 보는 능력보다 더 차원 높은 고도의 기술이다.
시간 변수를 고려해 3차원 시뮬레이션을 해라. 약속 장소에서 만나는 건 이런 능력 개발의 기초 훈련이다. 시간적인 스캔 능력이 있으면 당장의 일에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미래를 그리는 능력을 키워라.
종교적인 시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우주에서, 순간을 잡아내라.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라. 광대한 우주의 다른 곳도 아닌 여기에, 바로 이 순간에, 바로 이 사람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무언가 위대한 뜻을 감지할 수 있다면 인간은 아주 풍요롭고 여유있는 마음이 된다.
영적인 감각은 무시간 모델 정반대의, 이른바 '최대시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이외의 누구도 내가 지금 차지하고 있는 이 장소, 이 기능을 대신해 연출할 수 없다는 감각, 나의 유일무이성의 확신이 싹터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