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벌써 친구가 됐어요! 

한지민의 필리핀 도네이션 북.

필리핀 오지 마을 알라원 스쿨의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과 함게 보낸 4박 5일의 즐거운 여정, 나눔과 사랑에 대한 한지민의 아름다운 이야기.

배우 한지민의 꿈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억에 오래 남는 배우가 되는 것. 또 하나는 실버타운을 지어 직접 운영하는 것이다.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한지민이란 배우는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한 학생이기도 하다. 3대가 같이 사는 대가족에서 자랐기 때문에 평소에도 노인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한지민은 꾸준히 사회봉사활동을 해온 '마음도 예쁜 천사'이기도 하다. 오프라 윈프리나 안젤리나 졸리같은 '스타폴리티션'을 꿈꾼다는 그녀는 한국의 여타 여배우들과는 차원이 다른 가치관을 가진 보물 같은 배우다. 

그녀는 이번에 필리핀 알리원이란 곳에서 4박 5일간 오지 사람들과 함께한 기록들을 이 책에 남겼다. 꾸밈없는 사진과 일기장식의 서술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배우 한지민의 솔직하고 따뜻한 면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유명세가 있는 여배우스러운 권위도 체면도 없이 한지민은 봉사활동을 하는 평범한 20대 아가씨같은 모습이다. 그녀는 평소에도 이렇게 이름이 알려진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나서서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다고 한다. 덕분에 그녀가 이번 여행을 통해 출판한 이 도네이션 북도 그녀의 용기만큼이나 값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그나마 기부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름없는 기부천사들이 많다는 소식이지만, 진정한 선행은 기부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선의 보람이자 사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이 책과 같이 더 많은 유명인사들이 행동으로 나서서 사회 봉사활동을 실천한다면, 평소에 기부도, 사회봉사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은 한지민의 예쁜 모습과 예쁜 마음을 더불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필리핀 알라원 스쿨보다 한국에 있는 오지학교, 한국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부터 다가간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들의 해외 봉사활동이란 늘 소말리아 같은 제 3세계에 국한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진, 꼭 누구나 필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곳보다 우리 주변부터 챙기는 것이 진정한 봉사활동이 아닐까 싶다.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무엇 때문에 공부하고 무엇을 위해서 일한다는 말인가...

고통이란 화살처럼 사람의 가슴에 박힌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뽑아내려고 발버둥치지만, 사실 고통의 화살이란 한 번 박히면 빼낼 방법이 없다. 치유할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박힌 화살이 세월 속에 녹아서 내 몸의 일부가 된 채로 사는 것이다.

많은 영혼의 눈을 뜨는 길은 내 마음 속의 작은 주인을 밀어내고 큰 주인을 들이는 것이다...'나라고 하는 것'을 무장해제 시켰을 때 비로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갑옷 같은 '껍데기의 나'를 깨버리는 순간 그 빈자리에 하늘이 들어온다. 그리고 내면의 맑은 영혼과 하늘의 영원한 섭리가 하나를 이룬다. 그때 우리는 자기삶의 참된 주재자가 된다. 하늘의 피리소리를 듣느다. 대자유를 얻는다." 

책 서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책의 저자 안희진은 중문과를 졸업하고 중국고전문학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중국어와 중국 문학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 장자와 21세기의 만남의 다리가 돼주었다.  

저자는 거짓이 되기 쉬운 가치관을 짚고 버려야할 이욕과 집착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둠으로써 맑은 영혼의 회복을 얻고 창조적인 삶을 추구하라고 말한다. 이 모든 내용은 장자의 가르침으로 이어진다. 한 구절 한 구절, 저자가 말해주는 이야기들은 적절한 요소에 장자의 추수, 인간세, 덕충부, 거협 등의  발췌록으로 정리가 된다.  

"공자라는 이는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더군요. 그런데도 어째서 자꾸만 제자들을 가르치려 드는 것일까요? 그는 허황된 명성을 얻으려 하지만,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명성 따위를 속박으로 여기는 줄 모르는 모양이지요."

"삶과 죽음이 하나이고 옳고 그름도 하나라는 사실을 왜 그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나? 왜 그를 고정관념의 얽매임에서 풀어주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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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역시 하늘이 내린 형벌인데 어찌 풀어 줄 수 있겠습니다?" - 장자 .덕충부 -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공자는 분명히 육신이라는 '잠시의 것'을 중시하고 세속의 잘잘못을 가리고 있었다. 저자는 노담과 숙산무지의 이야기로 '있는 그대로 둠'을 제안한다.  

이 책의 장점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장자'의 가르침이 충분히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단순한 듯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때로는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장자의 가르침은 이 책을 통해 21세기 후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마치 하나의 자기계발서같은 느낌도 주는 데 왜냐하면 모든 이야기들이 '나'의 경험을 되돌아 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고전을 읽으며 깨달음을 얻는 다는 일이 이처럼 의미있는 작업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21세기의 장자. 그 새로움을 만나기 딱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