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원. 

찾아가는 운명, 다가오는 사랑.

럭키원은 노트북의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의 신작이다. 주인공은 로건 타이볼트. 로건은 해병대에 자원해 이라크전에 출전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일찍 조깅을 하던 중 사진을 한 장 줍게 된다. 무심코 집어들었던 그 사진 한장, 로건은 날이 갈수록 그 사진 속 여성에서 빠져든다. 전쟁터에서 늘 몸에 지니고 다녔던 그 사진 한장, 사진 덕분인지 로건은 전쟁터 속에서도 살아 남는다. 친구는 그 사진을 행운의 부적이라 말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로건은 전역을 하고..사진 속 행운의 여성을 찾기 위해 대륙횡단 도보여행을 떠난다. 

행운의 사진을 주운 뒤 5년 만에 찾아온 사진 속의 장소. 햄프턴에서 로건은 사진 속의 여성을 찾는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로건과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인연을 맺고..엘리자베스는 이혼으로 전남편과 아들 벤이 있었고 로건은 그런 엘리자베스와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이어간다. 

전쟁을 이겨난 남자와 그 전쟁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여자. 행운이라 믿었던 사진 한장 속의 그녀.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는 전작 노트북과 같은 운명적인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다시한번 이 럭키원을 통해 느껴보면서.. 

영화 노트북의 잔상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이 책은 다른 어떤 책보다 장면 장면 하나가 영화화 되며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진 속 여성을 찾아가는, 어찌보면 상투적인 스토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가운데 사진 속 여성과 새롭게 관계를 맺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마냥 해피엔딩만을 꿈꾸기도 어려운 엘리자베스와 로건의 관계때문에 이 럭키원이라는 소설이 한층 설득력을 얻는 기분이다. 

운명과 사랑. 운명적 사랑. 이 두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 사람의 가슴을 두근대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누구를 만나는 것도 모두다 나의 운명이라 믿는 다면, 그 인연이 좀 더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을까. 럭키원. 로건에게 엘리자베스는 어찌됐던 운명이었을거다. 운명, 그것은 용기내 찾아난 사랑이었음을.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자아의ㅡ 신화를 이미 찾은 것 같습니다. 당신만 그걸 모를 뿐이죠. 그러고는 그가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연금술사의 대화 중에서.. 

이 책은 VOGUE지에서 피처 인터뷰를 담당하고 있는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박완서, 장윤주, 션과 정혜영, 이미숙과 전도연, 파울로 코엘료등 각계각층의 문화, 예술 인사들의 개성 넘치는 인터뷰들이 실려있다. 각각의 인물들의 주옥같은 작품은 물론 개인적이 이야기, 기자가 만나 본 소감 등 현장에서 벌어진 소소한 이야기들과 인물 사진들까지, 이 책은 인터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총 4파트로 나뉘어있다. 봄, 위로가 필요한 사춘기의 당신에게, 여름, 인정받고 싶어하는 질풍노도의 당신에게, 가을, 사랑의 실체를 묻는, 그대 여자에게, 겨울, 자아의 신화를 위해, 길 떠나는 당신에게. 나는 단숨에 가을 파트로 넘어가 표민수PD와 전은선 부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평소에 풀하우스와 그들이 사는 세상 등 표민수PD의 드라마를 즐겨 봤기 때문이다. 표민수 PD는 그가 만들었던 작품들처럼 일상에서도 늘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난 가끔 사랑을 홍보하는 배달의 기수같다" 표민수 PD가 한 말처럼 그 부부는 여전히 서로를 위하며 사랑해 주는 모습이 참 애틋했다.

"사랑을 조롱하는 일상은 도처에 있다. "라면먹고 갈래요?"로 시작한 사랑이 "라면이나 끓여'라는 말로 균열하는 것이다. 지리멸렬한 일상과 충돌하지 않을, 그런 사랑의 해답은 진부하게도 노력밖에는 없을 것. "

그리고 배우 이미숙과 전도연의 인터뷰도 인상깊었다. 여배우와 여배우라는 주제로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를 찍을때 했던 인터뷰였다. 인터뷰에서는 스크린 밖에서 보여지는 여배우들에 대한 이미지, 그것도 이미숙과 전도연이라는 각자의 뜨겁고 조용한 카리스마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기자의 눈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읽다보면 실제 그 여배우들의 기가 뿜어져 나올 듯한 느낌을 받는달까. 아마도 이런 느낌이 인터뷰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이 밖에도 소설가 박완서, 파울로 코엘료, 디자이너 진태옥 등 각자의 분야에서 당당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인물들의 인터뷰는 여느 자기계발서 보다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실제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기자가 느꼈던 소소한 취재스토리까지 인물과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배워가는지를 이책을 통해 면면히 살펴볼 수 있었다.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책 제목처럼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을 더 소중히, 자신의 삶을 더 가치롭게 여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규석의 100도씨 

최규석씨를 처음 알게 된 때는 내가  '대한민국 원주민'이란 책을 읽었을 때 였다. 그 책은 자전적 만화식으로 작가 자신의 어린시절 가난했던 성장경험과 그 속에 누나들의 희생, 부모님에대한 애틋한 감정들이 다소 거친 붓결로 그려진 만화책이었다. 처음 이 작가를 만났을 때는 뭔가 일반 순정 만화나 판타지, 무협 만화류가 아닌 새로운 만화장르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그런 기억은 이번에 내가 또 그의 새로나온 '100도씨'란 책을 선택하게 했다. 

이 책은 6월 민주항쟁을 다룬 만화책이다. 역시나 거친 붓결로 그린 일반 대중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만화에 가깝다. 권영석이라는 남자 주인공이 점점 학생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민주화 항쟁의 여러 단면들이 그려져 있다. 이 책이 형식은 만화책이지만 쉽게 웃어넘길 수 없는 이야기인 이유다. 국사교과서에서나 처음 접했을 법한 6월항쟁을 재구성해 만화책으로 읽으니 마치 어린 시절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으며 세계사를 배운 느낌이 든다. 그만큼 이 책도 그정도의 교육효과를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품어보며.. 

100도씨의 의미는 99도씨까지 끓지 않던 물이 100도씨가 되면 끓어오르듯이 민주화항쟁의 열기도 그와 같다는 내포적 의미를 띤다. 잠재되어 숨겨져있던 부글부글한 기운이 한 순간에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양상처럼. 6월 항쟁도 민중들에게 그런 폭발의 현상이었다. 작가 최규석씨가 이 책에서 6월항쟁을 다룬 것도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21세기 한국에 무언가 또 하나의 100도씨가 필요하다는 암시일까. 작년 촛불시위를 겪으며 느낀 감정과 6월 항쟁의 감정이 전혀 다른 감정은 아니니까 말이다. 

내게 100도씨는 무척 신선한 만화책이다. 만화라는 장르가 고정된 팬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평소에 만화책을 접한지 오래된 지금, 이런 최규석씨의 만화는 늘 새로우면서도 잠시 깊이 있는 생각을 갖게끔 도와준다. 이번에도 이책을 읽으며 6월 항쟁에 대해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것 처럼.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린아이에게는 역사공부를, 어른에게는 과거에서 현재를, 미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준다. 나는 좋은 책 선물 리스트로 오랜만에 이 책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