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바람둥이 그 남자와 어설픈 날라리 그여자의

오월동주. 적과 한 배 타기 혹은 적과 사랑하기.

 MBC 주말드라마 유진, 기태영 주연의 <인연 만들기> 원작 소설.

<1%의 어떤 것>의 작가 현고운이 돌아왔다! 

"좋은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해피 마니아. 머릿속의 주인공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느라 혼자서도 잘 노는 씩씩한 낙관론자. 따옴표 생략, 문장 무시, 지문 통과, 오직 대사만으로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황당한 소망을 품고 있는 작가..." 

이 책의 작가 현고운에 대한 설명이다. 이 인연 만들기는 날라리와 바람둥이로 묘사되는 정혼을 맺은 남녀 같의 티격태격하는 사랑이야기다. 어설픈 날라리 한상은과 무늬만 바람둥이 김여준이  단순한 복수심에서 맺은 동맹이 사랑으로 바뀐다는 설정이다. 캐나다에서 자란 자유로운 상은과 한국에서 자란 보수주의자 여준의 만남은 어쩌면 인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가끔 비슷한 사람끼리 기분좋게 진행되기도 하고,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는 사람들끼리 치열하게 시작되기도 한다는 작가의 설명. 하지만 어떤 사랑의 시작이라도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닮아가고, 맞춰가고, 나중에는 서로의 버릇과 생각이 어느새 나한테 느껴진다는 의미다. 

이 책 인연 만들기는 그렇게 사랑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착한 사람들의 좋은 인연과 운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작가는 작가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건강하고 예쁜 마음을 가진 상은과 여준을 사랑합니다. 여러분도 두 사람을 같이 사랑해주시면 좋겠습니다.이제 고운은 한 발짝, 한 발짝....힘들지만 조심스럽게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 책은 유쾌하고 발랄한 로맨틱코메디 소설이다. 드라마도로 상상할 수 있는 그런 티격태격, 알콩달콩한 한 편의 러브 스토리가 활자로 읽히는 느낌이다. 작가 현고운의 어투도 참 단정하고 무난한 느낌이다. 지나치게 자극적이지도 지나치게 무던하지도 않은 적당한 느낌.

 이 책은 인연만들기 2 시리즈의 전 편에 해당한다. 이 1편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는 내용이라면, 2편은 사랑을 시작하는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나가는 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매번 반복하는 만남과 이별 속에서 자신이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작가가 친절하게 구분해 준 기분이다. 작가 현고운의 인연 만들기를 정독하면  자신만의 착하고 예쁜 인연이 찾아오지 않을까, 적어도 자신의 사랑을 되돌아 보는 기회는 얻을 수 있을 테다. 

소년은 자란다. 

아라이. 이 책의 저자 아라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쓰촨성 서북부의 티베트 자치구에서 태어나 서른 즘에 낸 소설집으로 문학상을 수상하기 시작한다. 현재는 중국 평론가 열 명이 꼽은 ’실력파 중국작가 순위’에서 ’모옌’에 이어 두번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신작, 소년은 자란다는 순박한 고향사람들과 아름다운 소년시절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소설가에게는 사람이 출발점이자 목적지인 것입니다. 소설가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진실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합니다. 소설가는 표면적인 사실이 아니라 인간생활의 근본에서부터 진실을 파악하고자 하지요." 

"제게 힘을 더해주는 원동력은 바로 이런 다수의 독자들입니다. 소설가란 어디에 있던 정보를 전하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보는 결국 소통과 이해로 귀결됩니다. 그러러면 진실해야겠지요. 진실이야말로 소통과 이해의 필수적인 주춧돌입 겁니다." 

이 책의 서문에는 저자 아라이의 작가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티베트라고 하면 독자들이 흔히 느낄 수 있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속의 근심과 힘겨움이 없고, 현실에 대한 고민 없이 경건하게 종교적 구도만을 수행하는 곳으로 알았고, 또 그런 곳이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그런 그들에게 아라이는 그런 티베트 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생활 속의 티베트인’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답이 바로 이 책, 소년은 자란다에 들어있었다. 한 명의 티베트인으로서, 자신이 익숙한 티베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면서.

 이 책에는 저자의 뜻대로 상당히 디테일한 사람의 묘사가 많이 나온다. 스토리 또한 우리가 상상하는 티베트인들의 종교적 문화만이 아닌, 사람과 사람 간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그려져있을 뿐이다. 그들의 생각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만 티베트 관습과 문화에 대한 것들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티베트출신 작가 아라이의 책인 것 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를 끄는 책이다. 한번쯤 이런 흔하지 않은 나라의 이야기를 읽는 것도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데 도움이 된다. 저자 아라이의 바람처럼, 한국의 독자들에게 티베트라는 나라가 나라를 제대로 이해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참 소중한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