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형

우선 들고다니면서 읽기 편하게 작다. 외투 안주머니에 속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즉 경제적, 부피적, 무게적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외형적 특성을 우선 갖춘 책이다. ^^;;

#2. 내부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살짝 들었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곤한다.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는게~ ^^;; 

다만, 이제 지구화라는 말은 아니 냉정히 말해 금융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금융자본의 지구화는 이제 새로운 단어도 먼 단어도 아닌 바로 그냥 내 옆에 있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것이 가지고 오는 많은 불안정함과 혼란과 비인간적임과 잔인함 등과 함께..그리고 경쟁이 당연하고 그 경쟁에서 도태되는 자는 패배자 그래 루저일 뿐, 동정조차 하는 것이 아까운 존재라 여겨지는 경향이 강한 그런 지금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언제부터 무엇때문이 한국 사회는 이런 모습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뭔가를 조금 더 변화 시킬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가진다면.. 

책 내용 중 그래도 꼭 알려주고 싶은 부분은.....

 '고도의 인간성 완성을 목표로 해야 할 교육제도는 일등에서 꼴찌까지 줄을 세워서 일 시킬 사람과 일할 사람을 나누는 모욕적인 제도가 되지 않았는가? 윤리적 가치와 인간 존중의 마음씨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그러한 가치를 밝히고 고민해야 할 학문과 문화는 돈벌이와 자랑의 수단으로 타락하지 않았는가? 누구나 즐겨 입에 담는 우리 사회의 천민성이라는 것은 그 한국형 수출 주도 정치경제의 귀결이 아닌가?' 

#3. 덧붙여

혹시나 해서 샀다가 '에잇' 하고, 실망을 해도 결코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상당히 저렴한 가격이기에......덜 억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렴한 가격은 아마도 좋은 책을 많은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출판사의 모종의 좋은 음모(?)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홍기빈, 아리스토텔레서, 경제, 책세상, 완전좋아

멈추지않는 팽이

 

탑블레이드, 명절 집에 내려가면 조카들은 탑블레이드 팽이에 몰입되어 있었다. 이제 막 3살이 넘은 조카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면서 함께 탑블레이드 팽이를 가지고 놀자며 조르기를 반복했다. 당시 ‘도대체 이 팽이가 뭐길래 아이들이 열광할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을 뿐 그 이후로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탑블레이드를 난 일본상품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창조에 한국이 있었다니, 정말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게다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처음으로 한국 제작자의 이름을 올렸다니

 

멈추지않는 팽이. 저자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개천에서 난 용이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거쳐 현재 문화콘텐츠 현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성공담 이야기와 다르지 않게 저자 역시 어린시절 방황을 했고, 그 방황을 통해 많은 것들을 알아내고 깨달았으며, 살아가면서 많은 불의와 손잡지 않고 떳떳하게 성공했다는 얼핏보면 흔한 성공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처음 읽어가며 ‘뭐 그저 흔한 성공담 이야기군’, ‘자서전이네’ 등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훝어 읽어갔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뭔가 다른 성공담, 자서전과 다른 부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자가 기업을 이끌어가며 경험했던 것들 중 실제 know-how라고 하며 밝히길 꺼려하는 부분도 과감히 공개하는 모습, 어떤 마음 자세로 기업을 운영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함께 했던 사람을 같이 드러낼 줄 아는 마음 등을 보게 되었다.

 

더불어 저자가 풀어나간 한국의 애니메이션, 온라인게임, 완구 분야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 동안 아이들의 세계로만 인식하고 별 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할 부분이고, 이 분야가 그래도 지금수준까지 있어오는데 저자가 한 역할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한류라고 하면 음악, 드라마 부분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애니메이션, 완구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역할을 한 저자가 한편으로 존경스럽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특히 아이들의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저자가 가진 크나큰 능력인 듯하다.

 

이 책은 이제 사업을 시작해보고자 하는 초보 사업가들이 한번쯤은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흔한 자선전, 성공담이 아닌 실제 이야기가 그것도 know-how 까지 있기에 더더욱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저자가 가진 끊질김은 꼭 배우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지금도 꾸준히 변화와 창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저자가 부럽고, 다른 CEO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것도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멋있게 느껴진다.(꼭 사실이었으면, 단순히 자신을 자랑하기 위한 글이 아니길 바란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중간 중간에 나오는 내 가족에 대한 애착, 물론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아이, 내 가족만이 아닌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 어떨까하는 점과 자서전, 성공담의 틀을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끝으로 ‘오타’는 내용에 대한 신뢰를 떨어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세세한 점검이 필요할 듯 하다. 그것도 책의 앞부분에서 연속 발견한 오타는 초기 책 내용을 단순한 성공담, 자서전이겠거니 하고 의심하게 만든 큰 요인 중 하나였다.

 

- 저자 소개 내용 중 '세게적인' → '세계적인'

- 차례  제2장 중 '아이들이 시각으로 만들어라' → '아이들의 시각으로 만들어라'

- 254페이지 '연방 경찰과 경단연합의' → '연방 경찰과 갱단연합의'

 

덧붙여

처음 이 책 제목만 보고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꺼라 기대를 했다. 하지만 조금은 아쉽게도 문화컨텐츠 분야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이야기만 가능할 뿐이라는 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후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유학생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한국을 조금 더 잘 알 수 있는 글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쓴 서평입니다.

 

멈추지않는팽이, 최신규, 탑블레이드, 문화콘텐츠, 사업초보자

들어가기 앞서

 

지 금 나름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청춘들과 다른 격변의 시기에 성장통을 겪었던 세대의 이야기다. 성장과정에서 군사부일체를 배웠고, 집과 학교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대한 순응해야함을 배웠기 때문에, 저항, 미움을 인식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폭력이 체화되어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국가 자행하는 더 큰 폭력이 다가왔을 때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 그저 순응하고 살아가다 보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만 일들이 벌어진 상황에서, 또 다시 군사부일체를 떠올리면서도 동시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던 아픈 성장의 이야기다.

현 재 그저 세상이 정해주는 기준에 자신을 맞춰가기에 급급한 청춘들, 미움이라는 단어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더 가깝게 느끼고 있을 청춘들에게, 아무런 고민 없이 그 기준을 받아 들여가며, 아픔을 참아가며 성장하게 되는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이야기다. 생물교사가 한 말이 다시 생각난다.

 

"생각을 한다는 것도 사람의 특징이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게 앉아 있지 마라. 허무맹랑한 생각이라도 해라. 머리를 정지 시키고 있는 것은 죄악이다."

 

들어가며

 

주 인공 ‘나’. 그가 성장해 가는 과정 속에는 시대의 변화가 함께 있다. 세상은 결국 ‘나’ 들이 모여 이루고, 역사는 ‘나’ 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 속에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하다고 생각한 ‘나’의 성장과정의 일상은 결코 평범한 과정일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과정일 수도 없는 과정이다.

 

#1. 이상한 사람.들.

주인공 ‘나’는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세상 속에 있다. 보통 상식적으로 이렇다고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이상함은 ‘나’의 집에서 시작된다.

"너희 집은 정말 이상해" 인호가 우리 집에 와서 한 말이었다. 그 말을 한 인호네 집도, 어머니가 가게를 보고 아버지가 집에 있는 영기네 집도, 하숙방 주인 할머니와 벙어리 여자도.

"세상에 안 이상한 사람은 없어."

그 속에 살고 있는 ‘나’는 제3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지만 결국 나 역시 이상한 사람들에 속 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이상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2-1. 구타

아 버지가 가하는 충동적인 구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대항도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그것을 피하는 방법, 아버지와 자리를 함께 하지 않기 위해 ‘뜨거운 밥을 일분 안에 다 먹거나,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도록 천천히 오랫동안 음식을 먹나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밖에.

어 려서부터 다가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구타. 이에 대한 어른들의 정당화는 ‘그의 말만 듣자면 총을 쏘기도 귀찮아서 그냥 총알을 던져 죽인’ 허무맹랑한 무용담과 때린 사람은 없고 맞은 사람만 있는, 결국 그들 역시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구타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아프고 억울했지만 때리는 이유는 묻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2-2. 구타의 진화, 개인에게 체화된 폭력

구 타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폭력은 성장과정의 일부일 뿐 결코 색다른 것은 아니다. 그저 이제 조금 더 익숙해져가고 일상과 분리되었던 구타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폭력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제는 젊은 시절의 이성에 대한 몽상과 폭력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은 하나의 극장 안에서 전혀 다른 연극이 각각 상영되고 있는 것과 같았다.’

‘나’는 도시에서 이유 없이 폭력을 마주하게 된다.

‘"아 씨발, 왜 때려," 앞뒤 분간할 수 없이 얻어 맞았다. "못 보던 얼굴인데 몇 살이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인내하는 것이었다. ‘울면 지는 것이다.’ 그리고 순간 그가 선택한 방법은 ‘담배빵’을 통해 자신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이었다.

‘나는 들고 있던 담배를 충동적으로 손목에 눌렀다.’

울분을 풀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 사건은 그에게 폭력 대상자가 폭력 행사자가 될 수도 있음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그리 달콤하지 않았다.

‘나 는 반쯤 남은 담배를 엄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두었다가 힘껏 튕겼다. 나는 굶주린 개처럼 올라탔다. 때릴 때의 공포라는 게 있었다. 오로지 공격의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 하나. 손을 멈추는 순간 찾아올 상대의 반격.’ 울분을 풀어버린 후 찾아간 포장마차에서 주인이 이렇게 말한다.

"싸움은 중독성이 있다.", "한 번 이기면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생기지."

‘속이 불편해지고 어지러웠다. 그 때까지 씹고 잇던 닭발을 뱉고 나자 비위가 뒤틀렸다. 나는 토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학교 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또 새로 입학한 학교에서도 이유 없는 폭력을 마주하게 된다.

"이 학교에 대한 소문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제도 폭행사건이 두 건이나 있었고 앰뷸런스도 한 번 왔다. 전통이란 한번 세워지면 바뀌기가 이렇게 어려운 법이다."

심지어 학교에서는 장래희망도 폭력의 이유가 되었다. 가정에서보다 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벌어지는 폭력을 체득했다.

‘아이들은 종종 장래희망 때문에 매를 더 맞곤 했다. 교사들은 모두 장래희망이 교사였을까. 그들은 무엇이 되고 싶었기에 교사가 되었을까.’

‘나’는 교사들에게서 폭력의 체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군대에서 특공훈련을 할 때 목이 너무 말라 자신의 오줌을 철모에 받아 마셨다는 그는 점심을 많이 먹기 위해 매를 자주 들었다.’

폭 력은 그저 살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상 중 하나일 뿐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떨 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가해지는 폭력, 그렇지만 이유를 따져 묻거나 저항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화장실 바닥에 밥알을 변소통 옆에 떨어뜨렸다. "먹으면 깨끗하게 한 걸로 인정 하겠다" 그는 아이들을 화장실 벽에 세워놓고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2-3. 집단화된 폭력

폭 력은 또 다시 진화를 시작한다. 가정에서 시작된 구타가 학교에서 폭력으로 그리고 그 폭력에 익숙해진 또래 사이에서 그 동안 ‘나’ 개인에게 머물러 있던 폭력이 집단화하여 나타난다. 두려움도 있지만 집단이 주는 달콤함이 더욱 매력적이게 느껴진다.

이제 어느 정도 폭력에 익숙해진 ‘나’에게 학교 내 두 번째 서열의 조직인 유피파에서 러브콜을 보낸다.

"너 알아서 해라. 단지 독고다이는 먼 옛날 시라소니 형님으로 끝났다는 것은 알아둬라."

심 각하게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심각하게 고민하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나’는 집단화된 폭력의 일부가 된다. ‘축구가 끝난 다음에는 '줄빠따'가 시작되었다. 1기가 2기부터 막내까지 모두 때리고 난 뒤 2기가 3기부터 또다시 줄줄이 때렸다. 교사에게 맞을 때보다 더 의연하게 참아냈다. 감정이 실리거나 체벌의 성격도 아니었고, 때리고 맞는 게 일상화된 탓이기도 했으며 유원지를 찾아온 사라들이 구경하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우리는 그들에게 불쾌함과 재미를 동시에 주었다.’

집단화된 폭력에 가담한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폭력은 단순히 일상 속에 벌어지는 하나의 모습일 뿐,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가정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익숙해져 가던 ‘나’는 서서히 국가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남자는 사람 죽이는 방법을, 여자는 죽어가는 사람 살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대통령이 군인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잠깐 ‘나’에게 첫 번째 두려움이 다가온다. 그 두려움은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있게 만든다.

"맞는 게 지극지긋해요"

‘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있었다.’

 

#3. 폭력이 일상화된 성장과정에도

폭력이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사춘기 소년이었다. 물론 어른이 빨리 되고 싶은 소년.

"일단 좀 맞아야겠다. 맞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가슴에 힘줘."

"잘못했습니다."

‘표 길이한테 얻어맞은 게 한참이나 지난 옛날 일처럼 생각되었다. 세상은 하나의 극장 안에서 전혀 다른 연극이 각각 상연되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는 아직 못 해본 게 너무 많았다. 우리는 콜라에다가 미원을 타서 벙어리 여자에게 언제 먹여보기로 했다.’

폭력은 그저 하루 일과 중 하나를 차지할 뿐이었다. 더도 덜도 아니었다.

"너 그 여자애항 연애해봤냐?"

"그것 말고. 옷 벗고 하는 거."

"멍청한 새끼. 그것이 왜 연애냐."

‘듣고 있던 우리도 대답이 쉽지 않았다. 그 짓을 연애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관계라고 하는 거야, 이 쪼다야."

여 느 사춘기 소년들과 다르지 않게 폭력이 체화된 ‘나’에게도 그렇지 않은 또래가 가지고 있는 일상이 있었다. 폭력이 일상 속에 있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일상이 전부 없는 것은 아니다. 폭력이 집단화되어도 사춘기의 일상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정화는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도넛을 만들면서 순식간에 내게 윙크를 했다.’

‘그 입술과 키스하고 싶었다.’

‘두 여학생이 나가자 우리는 범이에게 말했다. "그 잡지 좀 보여줘"’

사춘기 소년의 성장과정에 있는 ‘나’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자리 잡은 폭력은 그저 거쳐야하는 통과의례의 하나일 뿐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4-1. 새로운 어른

폭력의 일상 속에서 ‘나’는 폭력이 아닌 형태를 가진 어른인 생물교사를 만나게 되고 그를 존경하게 된다.

“사람만이 먹이나 환경과는 상관없이 같은 종족에게 이런 상처를 남긴다."

"사람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그것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어른인 생물교사 역시 개인이 가하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뿐, 집단화되고 일상화된 폭력에 저항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 역시 ‘나’와 비슷한 성장과정을 거쳤고, 지금도 그 과정 속에 있었음으로.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학생들이 교사의 파면을 요구한단 말이냐."

"이런 경우 교사들의 인간적인 실수를 지적하고 그러지 말아달라는 요구 정도에서 끝나야 한다. 그것은 학생이 실수를 저질러도 가급적 제적시키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

그래도 생물교사는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어른이었다.

 

#4-2. 어른이 되면,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내 가 어른이 되고 싶은 건 누구를 때리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이제는 맞지 않아도 된다는 게 중요하다. 내가 본 어른들은 모두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았다. 대신 주변 사람들이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거리낌 없이 했다. 그러면서도 맞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어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단지 맞지는 않는다는 것과 적어도 하기 싫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것과 키스를 할 수 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

"넌 장래희망이 뭐야?"

"빨리 어른이 되는 거."

"어른, 왜?"

"하기 싫은 것은 안 해도 되니까"

"어른들도 하기 싫은 것 해야 돼."

"하기 싫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잖아."

"어른이 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건데?"

"키스."

‘나’는 어른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하기 싫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4-3. 어른의 배신, 설마

군사부일체. 순응. 순종. 그러한 폭력을 휘두르는 어른.

그 어른들에게 무엇인가 있기에 그들은 폭력의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때리면 맞고 참아내기만 했던 것은 어른이 되면 그렇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어른에 대한 나름의 동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것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어른들이 배신을 한다.

"우리 아버지 말이야"

"그동안 교도소에 있었어"

‘나’는 생각한다. ‘자식의 희망과는 전혀 다른 모습. 그게 아버지들의 공통점이었다.’

향해사로 알고 있던 아버지를 존경해, 같은 꿈을 꾸고 있던 인호가 한 말이다. 현실을 알고 난 후 인호는 다시 스스로가 희망을 만들어 간다.

"조금 전 꿈에서 아버지를 봤어."

"향해사 견장을 차고,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어."

"그게 내 아버지야"

‘나’와 또래는 이렇게 여전히 어른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 한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어른이라는 세계가 설마 그럴까 라는 단어와 함께. 그리고 아마도 조금은 괜찮은 어른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생물교사처럼.

 

#5-1. 어른되기 연습 -폭력이 아닌 사춘기 소년의 로망

‘또 래 사이에서는 해봤다는 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의 표시로 여겨졌다. 섹스를 해본 아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 말을 믿는 아이는 없었지만 거짓말하지 마, 외치는 아이도 없었다. 장풍하나로 거대한 절벽을 무너뜨리는 장면에 대해 아무도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보낸 ‘나’는 고등학생이 된 나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 뛰는 일이다.

‘저녁 아홉시에 섹스를 하겠다는 것은 저녁 아홉시에 맞짱을 붙겠다는 것보다 더 가슴 뛰는 일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억울함만이 남는다.

‘첫 경험인데도 감미로운 뒷맛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고약스러운 기분은 집에 도착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다녀왔는데도 가기 전과 같았다. 여자의 알몸을 보았는데도 보기 전과, 여자와 결합이 되었는데도 그러기 전과 같았다. 나는 몹시도 억울했다.’

그것은 ‘나’가 어른이 아직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것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키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5-2. 어른되기 연습 -개인과 관련 없이 다가오는 개인적인 일

‘나’는 차츰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내 가 생각만 하고 있던 것을 이미 행동에 옮기고 있는 이들이 있듯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실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가 배우는 인문학 과목은 모두 역사 과목을 닮아 있었다. 과거에 그래 왔고 나중에도 그럴 수 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것. '국민교육헌장'을 모두 알고 있지만 아무도 그렇게 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6. 적응하던 세상의 변화 조짐

‘데모가 있다. 흡사 내 몸에서 생겨난 변화 같기도 했다. 최초의 섹스와 대학생들의 데모가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꼭 사람 몸의 변화처럼 세상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의 요구는 무조건 무시하기만 하고 전혀 변할 것 같지 않던 학교에서

학생들의 요구사항 받고 이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한다. 강하게만 느껴지던 사람이 무너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학생과장 선생님을 파면시켜달라, 최소한 과장직에서 물러나게 해달라.’

‘헬박사 얼굴은 아예 종잇장처럼 변해 있었다. 그토록 무섭고 강했던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거에 나는 좀 의아했다.’

‘공 포의 대상이 늙고 초라한 사람으로 변모했다는 건, 무엇이든 끝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남역 패거리와도 그랬다. 처음에 그들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크고 낯선 집단이었으나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이것을 극복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긴장의 대상은 아니었다. 아버지와도 그랬다.’

폭 력에 익숙해져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존재가 아님을 느끼지만, 여전히 그 존재를 부정하거나 저항해야할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익숙해져 일상처럼 느끼게 되거나, 체득한 여러 방법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았을 뿐. 하지만 ‘나’는 알게 된다. 지금 현재 아무리 무섭고 두려운 존재일지라도 저항한다면 그 끝을 볼 수 있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7-1. 그들이 오다.

‘나’ 는 그 동안 가정에서, 학교에서 이유도 없고 부당하기까지 한 폭력에도 수긍하고 순종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렇게 인내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배웠다. 그렇게 개인과 소수집단의 문제였던 폭력은 개인의 일상 속에 쉽게 체화되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세상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유 없는 폭력,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발생하는 폭력의 행사자가 가정과 학교가 아닌 국가가 되어 나타나게 되었다. 사건 발생 초기 그저 일부 사람들의 문제,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국가가 폭력에 개입한 순간 다수는 그 폭력을 인지했지만 자신의 일상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거나 걱정스러워하는 수준이 지금까지 배워온 폭력에 대한 대응이었다. 외면하거나.

 

#7-2. 알 수 없는 폭력을 휘두르는 그들에게 하는 작은 저항

군사부일체. 국가와 학교와 집은 하나다. 국가에는 충성하고, 선생님은 존경하고, 부모님께는 효도하는 것이 제일의 덕목이다. 설사 그들이 어떤 이유로, 또는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한다고 할지라도.

그런데, 사람들은 저항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아서 저항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국가는 더더욱 강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눈앞에 벌어지는 일이 지금 현실인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첫날은 그냥 얻어맞는다.’, ‘둘째 날 교사의 매질이 되풀이되고, 여전히 맞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으면, 불만이 쌓인다.’, ‘셋째 날은 맞기를 거부하며 이유를 말해달라고 항변한다.’

‘억울함은 아픈 것만큼이나 참기 힘든 것이다.’

‘억울함은 모범생을 하루아침에 문제아로 만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사람들은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7-3.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분도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알래스카의 개 이야기를 하셨다.”

“젊고 튼튼한 개들 사이에 늙고 병든 개 한 마리를 끼워넣는다고 한다.”

“그리고 채찍질을 하는데 그 늙고 병든 개만 집중적으로 때린다는 거다.”

“그 개는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게 되지. 그 개의 처절한 비명이 다른 개들에게 공포심을 준다는 거야. 그래서 찍소리 못 하고 썰매를 끌게 되는 거야.”

비로소 ‘나’는 알게 된다. 이유 없는, 말도 안 되는 폭력의 이유를 이제는 어렴풋이 알게 된다.

 

#7-4. 이해되지 않는 세상

‘깃대를 들고 그리고 남은 손마저 높이 올려 어떤 무기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깨 쪽을 잡은 남자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의 뒷머리에서 피 같은 것이 몇방울 솟구쳤다. 서너 발의 총알이 그의 주위에 와서 또 박혔다.’

‘나’ 는 언제가 생물교사가 생각해보라고 한 인간의 특징을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주는 것도 인간의 특징인데..’, ‘또하나의 특징은 군대와 병원을 만든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무기와 꿰맬 때 쓰는 바늘인 거죠.’

그렇게 ‘나’에게 어른들의 세상은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고,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도망가며 다다른 교회. 육중하게 닫혀 있는 문. 자주 떠드는 사람은 정작 중요할 때는 슬그머니 몸을 빼는 세상.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나’가 직접 보고 경험한 사건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심각하게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른들의 세상일지도 모른다.

‘여덟째 날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우, 씨발. 왜 이렇게 돼버렸지?”’

 

#7-5. 어른이 된 ‘나’

모 범생이었든, 양아치였든, 평범한 사람이었든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않은 아닌 못한, ‘나’의 또래에게도 국가의 폭력은 한 치의 에누리도 없었다. 누군가는 상황을 피해하는 것으로, 누군가는 그저 숨죽여 지내는 것으로,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방식으로 또는 또 다른 방식으로 국가의 폭력에 저항을 한다. 그리고 아직 어른이 아닌 진숙이가 선택할 수 있는 저항은 ‘나’와 같은 ‘담.배.빵’ 뿐이었다.

저항을 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택했느냐와 상관없이 정말 아버지의 충동적 구타와 교사의 알 수 없는 폭력처럼 국가의 폭력은 이상한 사람들인 우리에게 다가왔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성장과정을 지난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준 것은 영기의 여자 친구인 진숙이었다.

“안녕.”

‘진숙이는 나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리고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 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어른이 되는 과정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죽음을 피하는 것이었다. ‘나’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그 죽음의 벽을, 그것도 무조건 순종하고 따르던 국가에 의해 그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다. 이제는 마지막 관문인 죽음이 남아있다. 아직 어른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넌 죽지 마.”

‘내 기억은 거기까지이다.’

 

 

#2-4. 인내는 영웅?

구 타를 가하는 어른들, 일상화된 폭력을 행사하는 ‘그들의 증언 속에 항거했다는 말이 없듯이, 우리도 굳건하게 매질을 견뎌내야 했다. 매질을 잘 견뎌낸 아이는 강한 인내력을 인정받았다. 참을성은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최고의 덕목이었다.’

‘나’와 또래는 이유 없는 폭력조차 저항하지 않고 인내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화하는 성장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움과 정당성을 부여했다. 물론 또래의 부러움과 함께.

‘그날 저녁 쉬는 시간에 우리는 영기를 데리고 튀김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인내력을 칭송하며 영기의 승리를 선언했다. "목숨을 걸고 참았다. 왜? 난 장교가 될 거거든."’

 

참아야만 영웅이 되는 폭력은 가정과 학교와 국가가 다르지 않았다.

" 군사부일체란 무어냐. 군은 임금, 그러니까 지금은 대통령 각하, 즉 그러니까 국가다. 사는 나처럼 교사, 그러니까 즉 선생님이다. 부는 그러니까 집안의 가장, 즉 아버지라는 소리다. 그러니까 군사부일체는 국가와 스승과 부모님은 하나이다, 이말이다."

"국가에는 충성, 선생님께는 존경, 부모님께는 효도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개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결코 가정과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내하는 것만으로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처럼 성장과정에서 만나는 폭력이 스스로 진화되는 과정에서 ‘나’와 또래들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그것은 당연한 것이고 주어진 그 상황을 잘 인내하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가며

어떤 말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작가가 한 말을 똑같이 되풀이하고 싶다.

 

‘우리가 이렇게 앓고 있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보다, 미워할 것을 분명하게 미워하지 않아서 생긴 게 더 많기 때문이다.’

 

누 군가 ‘책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던 여러 책들을 보아왔다. 모두 그렇지는 않았다. 몇 권의 책만이 나에게 해당되었다. 책에서 손을 놓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다. 한창훈의 ‘꽃의 나라’는 나에게 누군가가 말했던 책 중 한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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