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나오는 책들은 경쟁이라든가 잠 안 자고 자신을 혹독하게 밀어붙여서 성과를 낸다든가 그런 책들이 많지는 않은 거 같다. 예전엔 그런 성공 이야기들이 종종 나왔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해도 행복한 결말이나 큰 성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일까? 그래서 개인의 소소한 행복이 강조되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가 원하는 걸 이뤄가는 삶, 돈과 성공이 아니라 나의 만족감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결이 좀 달랐다. 옛날에 한동안 유행했던 홍정욱의 7막7장을 보는 느낌? ㅎㅎ 돌아와서 정치를 하고 계신 분이지.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싶다.
그 분이 부모님이 알려준 엘리트 코스를 척척 밟은 느낌이라면, 하주현씨는 운명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느낌이다. 고된 운명이 나를 찾아와도 피하지 않고 온 몸을 부딪히는 느낌.. 행운이 있었다면 독일과 미국에 사는 친척이 있었다는 것. ( 외국에 친척이 안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것도 기회라면 기회였던 거 같다. 우연히 독일에 있는 고모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우연히 호텔에서 피아노 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하주현씨의 어머니는 걱정이 많아 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말을 하나도 못 해주셨던 분이다.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였기에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뭘 해도 잘 못한다 라는 말을 듣고 자랐는데 10대 시절에 상처가 많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 안에서 피어나는 강인함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감명받았다.
그녀는 뭐든 열심히 했다.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stationary 라는 단어 소통이 안 되서 호텔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일화는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그 사회의 상류계급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되고 힘든 일이었을지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의 성격과 재능이 호텔 서비스와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일에 뛰어들었다. 전문지식을 갖추기 위해 코넬 대학교에 들어가기도 하고, 하루에 6시간 자는 시간만 남기고 16시간을 일하기도 했다. 인생은 내맘대로 안 되지만, 다가오는 문제를 대처하는 방법, 그것에 대한 태도는 내맘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이 감동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