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원 아나운서. TV는 잘 보지 않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동물농장을 즐겨보기 때문에 익숙한 얼굴이다. 

풋풋하고 예쁜 얼굴, 똑똑해 보이는 이미지, 그리고 동물농장. 

귀엽고 밝은 이미지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려 보여서 어린 줄은 알았지만 20대 초중반에 일찍 아나운서 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에 어느덧 아나운서계에서는 중견급이 되어 가는 사람인 줄은 몰랐었다. 말 많고 탈 많은 방송계에서 적응하느라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겠구나, 사람들과 어울리고 변주해야하는 삶을 어린 나이에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은 말 못할 고통이 큰데... 혼자서 고민하고, 이겨내고 적응해나갔던 젊은 날의 시간들, 이번에 아나운서를 그만두게 되는 큰 결정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책을 냈다.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20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과 감동이 될 책이었다.

 

귀여운 삽화가 눈에 띈다. 동물 농장을 하면서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녀. 뭐든 경험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삶에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들이 경험을 함께 하게 되면 내 삶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것 없이는 살 수 없게 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우연으로 가득찬 인생에 우연히 들어와서 삶의 모든 것이 되어버리는 경험.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젊었을 땐 참,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40줄에 오니, 그 때의 나를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불그락 푸르락. 

어떻게 상대의 마음 하나를 못 읽어서 기분 하나를 못 맞춰줘서 상대를 화나게 하고 배려심 없는 행동을 해버렸던 걸까.

젊었을 적 실수를 되뇌어 보면 누구나 한두가지, 아니 서너가지는 기억 나는 게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장예원씨의 글을 읽다보니 그런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무엇이 정답인지 몰라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속상해하고, 또 마음이 다쳤던 시절.

더군다나 까마득한 선배들과 할아버지들까지 포진해있는 방송국이라는 공간에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아보카도처럼 밖의 나의 모습과 안의 나의 모습을 분리해서 살 수 있었을까. 밖으로는 점점 더 활동적이 되고, 외향적인 사람으로 살고, 내 안의 모습은 꽁꽁 감추다보니 정작 나의 내면을 보여주고 싶은 친구가 나타나도 그 마음을 주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고백에 마음이 짠했다. 하지만 응원하고 싶었다. 그렇게 모습을 감추는 일조차 마음이 성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과정일 뿐이고 당신은 더 나이가 들면 많은 걸 이해하는 속이 깊은 어른이 될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손미나 선배님의 책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제 본인이 멘토가 되신 분의 길을 걸어가려는 모양이다. 코로나 전에는 여행을 참 좋아해서 나도 여행을 많이 다녔다. 손미나씨 책도 서점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 당시엔 연예인 하던 사람이 글을 쓰고 책을 내던 것이 유행하던 시절은 아니었고 아나운서처럼 공정하고 전문적이어야 하는 굴레에 갇힌 사람이 하기엔 더 힘든 일이었기에 오히려 서점가에서 히트를 했던 것 같다. 장예원 아나운서도 이 책을 시작으로 유투버로서, 또 새로운 일에 겁먹지 않는 크리에이터로서 힘찬 행보를 이어나갈 거 같다. 인생은 참 다양하고, 변동 가능한 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 보면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녀이지만, 평생 아나운서로 사는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 그녀 이름 앞에 '아나운서' 말고 많은 다양한 수식어가 붙기를 바란다. 어느 순간에나 '현재'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일깨워준 책.

 

 

 

 

의사선생님이 쓴 책이다. 요즘 이런 저런 과목들 의사선생님들이 TV에 출연해서 이미 본업이 아닌 일을 하시는 의사 선생님에 대해서는 익숙하고 책도 많이들 내셔서 자신의 전문과에서 좋은 지식을 쉽게 설명해 주시기도 하지만  이렇게 '수필'과 가까운 글을 쓰시는 분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진료를 보며 마음이 아픈 사람들, 몸이 아픈 사람들을 대하는 의사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군이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다. 절박한 삶의 경계에 닿아있는 사람들을 돌보기 때문에 어떤 철학자보다도 더 삶에 대해서 성찰하고 느낄 수 있다. 성품에 처음부터 인간에 대한 정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종교계의 분들보다도 사람과 삶을 사랑하는 법을 재빨리 알아채고 그 마음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성경을 읽고 불경을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체험과 그 체험에서 나온 좋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을 쓰신 의사 선생님도 그런 분인 것 같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브런치라는 글쓰기 앱을 통해서 그 분의 글을 읽는 수많은 독자가 생겨났는데, 삶에 대한 따듯한 마음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어루만져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이 책을 보면서 보는 내내 위안을 받았다. 군데 군데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있어 미소를 머금게 했고, 무례한 환자들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기도 했고, 그런데도 그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선생님을 보면서 존경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선생님은 책 내내 '의사도 사람이다'를 강조하셨다. 맞는 말이다. 착오가 있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하고, 스스로 찔려서 뜨끔 하기도 하지만 삶을 사는 내내 반성하고 노력하면서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적인 모습에 더욱 존경심이 든다. 

 

책은 여느 책과는 순서가 좀 달랐다. '시청탁촉' 이라고 해서, 환자를 진료할 때 의사가 어떤 기구 없이도 진단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검사 기법이 있다. 한자어로서, 보고 듣고 두드려보고 만져본다 라는 뜻이다. 이 네 가지 챕터를 따라 환자의 몸을 검사하듯이 책을 훑어내려가면 된다. 각 챕터에는 보고, 듣고, 두드려보고, 만져보았던 여러명의 환자들이 나온다. 책에 소아 환자가 많이 나와서 처음엔 소아과 의사이신 줄 알았는데 가정의학과를 전공하신 의사분이셨다. 아기들을 진찰하는 내용은 언제 읽어도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귀여운 아이들이지만 표현을 못 하는 아이들을 위해 셜록홈즈처럼 그들이 어떤 상황일까 상상하며 진료의 단서를 얻어간다는 말씀에 과연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가 말하는 것만 보고 들어서는 안되고, 환자가 간과하여 미처 말하지 않은 사실 중에서 중요한 사실들을 물어보며 단서를 잡아가는 것이 탐정과 의사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의사가 발견하지 못한 환자들의 진단을 잡아낸 것도 10개 정도 말씀해 주셨는데, 그들보다 꼭 실력이 좋은 명의라서 자랑하신 것이 아니고 자기를 찾아온 환자들에게만은 명의가 되기 위해서 늘 노력하는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보여 훈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또 대한민국 한 사람의 의사로서 가지고 있는 꿈 세가지 까지.. 감동적으로 읽었다. 누구나 꿈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꿈을 잊고 살아가기 쉽다. 이 분은 의사로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직업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올바르게 살아가시려고 노력하고, 그 와중에 또 이루고 싶은 꿈도 있고, 또 언젠간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분 같았다. 브런치 작가로서 언제까지나 활동해 주시길 바란다. 스스로 말씀하시길 실제로 보면 흔한 대머리 아저씨라고 하지만, 선생님의 마음을 다하는 진료 때문에 선생님 동네의 환자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록한다는 것은 뭘까. 기억한다는 것은. 

역사라는 것은 뭘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런 의문에서 시작한 책이 바로 지식채널x기억하는 인간. 이다.

 

조선시대에도 누군가는 역사를 기록했고, 누군가는 역사를 왜곡했고 은폐하려 했다.

그런 압박이 왔을 때 역사를 쓰는 사람은 죽음이 닥쳐 오더라도 사실을 왜곡할 순 없다고 했다.

그들은 왜 그렇게 기억과 기록에 대해서 목숨을 바쳤을까.

정확하게 기억해서 사실과 같은 수준으로 기록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기는 할까?

 

이 책에서는 이런 생각들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역사 속의 일들을 하나씩 짚어보고 있다.

생생한 현장의 사진들은 이 책에 큰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책은 첫머리에서 일본의 광산으로 끌려갔던 조선 청년들의 기록과 그들의 슬프고 억울한 역사를 기록하고 알리려 해서 자국민으로부터 '비국민' 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한 일본인과 그 분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당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수록하고 있는데 글도 물론 마음이 먹먹했지만, 사진을 보니 더욱 현실감이 커졌다. 나는 하야시 에이다이라는 이름의 기록작가를 왜 모르고 있는 것일까. . 반성도 해 보고,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에 대해서 하나씩 되새김질 해 간다.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기록했던 4.19, 5.16, 그리고 전태일이라는 이름과 평화시장, 특무대라는 이름의 변천사, 양 정당의 이름이 왜 수십번이나 바뀌는지 (이런 나라가 또 있던가?) , 모두의 아픔이었던 세월호,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던 그 외침. 한국사의 아픔이 절절히 드러나 있어 읽으면서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책은 그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잊으면 안된다고.

 

우리나라의 역사 뿐만 아니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역사를 잊지 않겠다고 일어나면서 겪었던 슬픔들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분리 독립이라든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일어난 기록들, 프라하의 봄 등 동양과 서양의 정치 역사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예술쪽으로는 잊혀질 뻔한 최초의 여성 화가인 아르테미시아 젠틀레스키의 일대기를 이야기한다. 과학쪽으로도 풍부하다. 위키피디아가 생긴 사연에서부터 영국 왕립학회의 기록에 대한 이야기, 최근에 이르러서는 달에 찾아가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까지 익히 알고 있었던 유명한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내가 몰랐던 사실들도 많았다. 이런 사실들도 이 책을 통해 기록되고 기억되겠지.

 

기억과 잊혀짐의 가운데에 놓은 치매 노인의 이야기로 책은 끝맺음을 맺는다. 이 책을 통해 기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이야기 하나가 아닌, 하나의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세계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끝까지 파고들면서 인간 본연의 중심으로 돌진하는 느낌. 인상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