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낳은 어머니, 그런데 63세에 신인으로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가.

작가의 이력만 읽어도 도대체 이런 사람이, 갑자기 어떻게 이런 글을 쓰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남편을 잃고 홀로된 후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며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던 사람. 나는 어머니도 아니고, 누군가의 아내도 아닌데. 나의 꿈은 어디에서 소멸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던 책이다.

 

이 책은 뭔가,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문체가 구수하다. 일본어를 알았다면 이 구수한 문체를 제대로 알았을텐데. 마치 우리 나라의 김유정 소설처럼.. 일본의 사투리를 우리말로 번역하다보니 어디서 온지 모르는 말투로 번역자는 책을 이어간다. 그것이 뭔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책의 내용이 그런 부분을 충분히 상쇄해 주었고 또 어떻게 보면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의 말은 어딘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말들이 많아서, 실제로 할머니가 자신의 인생을 들려주는 듯한 느낌에 빠지기도 한다.

 

늙음이란 무엇일까. 늙어가는 것에 대한 슬픔은 돌이켜보면, 20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가진 직업이 다른 사람의 늙음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늙어간다는 것이, 30대 후반의 나에겐 매일매일 내 살처럼 다가오는 일이었고, 두려움이었다. 50살의 아주머니, 60살의 여인, 70살의 할머니, 80살의 정정하신 할머니를 매일 본다. 나는 내 일을 하는 것이지만, 앞으로 나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슬퍼지기도 한다. 그런 것이 생활이다 보니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가 가진 마음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거 같다. 늙음은 누구에게나 끔찍한 일이다. 홀로됨도 끔찍한 일인데, 누군가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 하나둘 씩 떠나가고 결국 나 혼자서 인생을 꾸려 나가야 한다는 것은 서글프다. 그 와중에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고, 누가 해 주지 않아도 매 끼니를 챙겨가면서 살아가야 한다. 게다가 늙어서 돈이 없다는 것, 몸이 약해진다는 것, 주변에 인생을 이야기할 친구가 없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늙어가면서 생겨나는 것들이다. 저자는 그런 슬픔에 대해서 너무나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늙어간다는 것이 두려운 것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고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라는 책의 제목이 그 자체로 저자의 마음을 이야기 해 주는 것 같다.

 

일본 문학계에서 드문 소설임에 분명한 이 소설은, 문학계 안에서 살아간 사람이 아닌 외계에서 온 사람의 글처럼 독특하고 또 순수하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여성의 지위가 낮다. 여성이 스스로 하는 것보다 남성의 도움을 받아, 남성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매기는 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그런 사회에서, 이제 나이가 들어, 인생의 많은 진실이 보이게 되었을 때... 이런 글이 나왔다는 것에 박수를 치고 싶다. 누구든 혼자이다. 저자가 말했듯 첫번째는 자유이고. . 두세개 건너뛰고 다섯 번째 쯤에 사랑이 있다. 사랑이 중요치 않다는 것이 아니라 자유 앞에 사랑을 놓아두는 사람은 스스로를 옭아매고, 불행한지도 모르는 불행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할머니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소설이다. 작가의 두번째 소설이 기대된다. 첫번째 소설이 자전적인 소설이었다면, 마치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처럼 다음엔 어떤 소재의 소설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까?

 

 

 

 

영어를 잘 하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언제부터 나의 영어울렁증이 시작된걸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영어울렁증. 어쩌면 당연한 증상인 것 같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마치 모국어처럼 구사하라고, 어린 시절부터 압박을 주면서 가르치는데 정작 중학교부터 가르침받는 영어는 그저 외국의 언어일 뿐 모국어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이웃집 사람들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나의 영어도 중학교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변명해 본다.

 

그런데 대학을 이과 계통으로 가고, 언어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아와서 그런지 요새 영어를 한마디 하려고 하면 진땀이 흐른다. 내가 유일하게 할던 중학교 교과서 영어가 실생활에서 쓰이는 영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 난 지방의 중소도시에 살았기 때문에 내 주변에 외국인이라고는 옆옆 아파트에 사시던 미국인 할머니가 전부였다. 그녀와 열심히 대화를 했다고 했더라도, 아마 미국인이 흔하게 쓰는 영어에 대해서 알아채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영어와 실제로 표현하는 데 사용하는 언어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나같은 영어 초보를 위해서 100가지의 생활 영어 패턴을 가르쳐준다. 구글에서 검색한 '미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을 참고로 해서 선정한 예문이라서 어마어마한 신뢰가 갔다. 그들이 자주 쓰는 말도 알 수 있거니와 어떤 말을 자주 쓰나 볼 수 있으니 그들이 평소에 자주 하는 행동패턴과 특유의 초긍정적인 미국적 가치관까지 느껴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달까. 생각지도 못한 예문이 그 구문에서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라서 웃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여기 주차가 가능할지 확실하지 않아. 라는 표현이 ~ 할지 모르겠어.I'm not sure~ 라는 표현에서 가장 많이 쓰였던 것.! 의외였지만, 이런 의외의 발견이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 같다.

 

 

 

 

하나하나 단어를 보자면 전혀 어려운 것이 없다. 하지만 운동하다를 어릴 적엔 exercise? 로만 배웠는데 생활 영어에선 work out 이라고 말하고 데이트 하는 것을 go date가 아니라 go out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중학교 때 배운 단어로 영어 표현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생활 영어는 다시 배워야 함을 절감했다. 매우 쉽고 간단한 기본 동사를 연결해서 어떻게 나의 오묘한 마음의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즐거웠다. 기본 개념만 가지고 패턴을 달달 외워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면 나도 영어로 내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행동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한창 유행하던 때를 기억한다. 바로 <머니볼>이라는 책이 나와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시절이다.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의 책이었고 당시 나도 그 책을 사서 읽어보았다.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을 하면서 옳지 않은 판단을 하는가에 대한 것을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책에서 그는 야구단 선수를 뽑을 때 왜 감독들이 실수를 저지르는지, 선수의 기량을 측정하는 방법에 왜 오류가 생길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문제들을 사람의 심리에 근거해서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해서 가장 경제적으로, 손해가 없이 행동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옳지 않은 선택 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선택을 되풀이 하는 것 또한 신기한 인간의 습성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이 가지게 되는 습관적 행동의 패턴과 비이성적인 사고가 어떻게 현실의 인간을 지배하는지, 비이성적인 사고를 교묘히 파고들어 사람들에게 물건을 사게 하는 대기업들의 빅데이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행동학, 심리학은 내 전공 분야와 꽤나 차이가 있기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이라든가 또 다른 천재인 아모스 트버스키의 이름에 대해서는 이 책을 보기 전까진 몰랐지만, 이 두 천재가 어떻게 행동 심리학을 발전시켜왔고, 우정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연구를 돕고 있는지에 대한 것도 책을 읽는 쏠쏠한 재미였다. 대니얼은 은둔의 귀재였고 아모스는 파티의 왕이다. 책에서 이 두 사람을 재밌게 표현한 부분이 있었는데 대니얼은 누구를 만나든 처음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사람이었고, 아모스는 언제 만나든 예전에 했던 대화에서 다음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이 가능한 사교적인 사람이었다 라는 부분이다. -나도 누구를 만나든 처음 만나는 것 처럼 어색한 사람이라서 공감이 100개 갔다.- 어떻게 이 둘이 친구가 되고, 공동 연구자가 될 수 있었는지 많은 대학원생들이 의문을 품었다고 하는데 -나도 나같은 성격의 사람보다는 낙천적이고 활기차 보이는 사람이 좋다- 아무튼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이 다른 스타일로 연구를 거듭하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들의 파트너쉽은 빛을 발한다. 

 

두 사람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하는 인간의 판단과 선택'에 대해서 훌륭한 전망 이론을 발표했고, 그들이 내세운 새로운 행동경제학의 이론은 일반인인 나에게 다소 생소하기는 했으나 이렇게까지 인간의 행동을 확률적으로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과 공감을 던져주었다. 행동경제학의 여러 용어들도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 많았지만 다양ㅎ하고 쉬운 예를 통해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로워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보게 된다. 나의 행동엔 어떤 오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엔 이미 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 책을 통해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들에 대해 고찰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예를 들자면, 가망없는 이익을 추구하고자 낮을 확률에 목숨을 걸지 말것이며 낮은 확률의 위험을 피하고자 그 위험으로 온통 생각을 부풀리지 말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