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2020년 전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점령했던 적이 없었는데,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메르스같은 느낌일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전 세계 인구의 몇프로가 걸릴 정도로 병이 번져 나갈 줄이야 .. 아무도 몰랐었을 것이다. 12월 말에 바이러스가 보고되고, 1월부터 우한은 봉쇄되었다. 저자는 우한에 살던 사람이 아니었고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페미니스트로 활동을 하면서 2019년 11월부터 우한에 우연히 살게되었다. 이사 오자마자 바이러스가 터지다니 이 얼마나 운이 나쁜 일인가. 가족을 못 만날 뿐 아니라 식료품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봉쇄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절망적인 시간이었다. 울고 싶었고, 자살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망적인 시간이었다고 했다. 스스로 '일이 터져도 냉정한' 성격이었다던 저자도 갈팡질팡했고, 무서움에 떨었고, 마스크를 두개 씩 쓰면서 지나가는 감기에도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어머니의 친구분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건물에서 몸을 던졌다는 글은 오싹함을 주고 두려움을 던져줬다. 그 때만 해도 바이러스의 병의 경과를 모르고 걸리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중국인들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두려움 속에서도 저자는 글을 썼다. 가장 절망적인 시간에 그것을 기록하며 쓴 이 글은 세계2차대전에 쓰여진 안네의 일기처럼, 같은 고난을 겪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 자신은 일기를 쓰면서 SNS를 올렸을 뿐인데, 글이 올라오지 않는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글을 기다렸다고 한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서로 불안하고 힘든 상황에서 그녀의 글은 많은이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공감을 주고, 살 수 있다는 의지가 되었다. 기자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글은 르포처럼, 우한의 어려웠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나도 두려움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이 책을 통해 우한은 작은 시골 도시가 아니었다. 총면적이 8천여 제곱 킬로미터나 되는 중국 지방의 중심지였고 고등 교육기관과 정치 기관도 많고, 상업과 제조업도 발달된 곳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구나 울산 정도는 되려나. 그런데 그런 곳이 봉쇄당하자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신뢰를 쌓고 사람들과 연대하는 법을 잊었다. 그것이 이 바이러스의 가장 무서운 점인 것 같다. 서로서로 말 한마디도 안 하고 단절되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후춧가루를 뿌렸으며 확진자가 나온 집의 문을 시멘트로 발라버렸다. 참으로 비인간적인 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그것을 보면서 존엄성을 지키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많은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만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 섬뜩하고 무섭다. 봉쇄가 길어지고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가정폭력도 수위를 넘어서며 심각해졌다고 한다.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과 SNS로 대화하며 그들을 위로하고 소통의 탈출구가 되어 주기도 하였다. 

 

이 책은 2020년 1월과 3월까지의 일기로 채워져있다. 이 책이 출간될 당시만 해도 봉쇄가 언제 끝날지, 이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현재 11월.. 아직 백신 소식은 있지만 불안한 상태이다.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할 때 언젠가의 희망을 노래했듯이, 나도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언젠가 이 바이러스가 잠재워지고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나는 평소에 정리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집안에서도 쓰지 않는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는 물건은 중고로 팔거나 버리거나 잘 정리하는 편이다. 그래야 마음도 가볍고 , 새로운 물건을 구입할 때에도 죄책감이 없다. 그런 자세로 살아가는 나이기에 인생도 전부 버려가면서 홀가분하게 살 수 있다는 나카노 요시히사님의 글을 보며 배움이 컸다. 보통 무소유, 버림을 강조하시는 분은 스님이나 종교에 계신 분들이 하는 말인데 여러군데의 CEO를 지내고 계신 분이 이런 말이 하다니 좀 의아했다. 기업은 무소유가 아닌데 어떻게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기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 

 

책 속으로 들어가보니 나카노씨는 분명 흔한 타입의 CEO는 아니셨다.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더 위계서열을 중시 여기고, 사람들 사이에 예를 중히 여겨서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이미지가 강한데, 이 분은 전혀 아니셨다. 대기업에 입사해서 선배들의 말에 직설적으로 대답하다가 쫓겨난 (!?)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이세탄 백화점에 근무할 때 '이래서 다른 백화점과 경쟁이 되겠어요? '라고 신입에 가까운 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해서 쫓겨난 적도 있고, 차를 가지고 출근하지 말라는 선배의 말에, 왜냐고 물어보자, 선배는 주차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너의 건강이 걱정되서 라고 대답했는데 그런 그에게 "진실로 걱정도 안 하는 사람이 걱정을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라고 응수해서 쫓겨나기도 한다. 통쾌하긴 해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느낌이다. 누군가와 싸우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신이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려운 사람이 바로 나카노씨였다. 그런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말한다. 누군가가 자기를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그런 고민을 하는 시간에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의 인생 또한 영화같다. 대기업에 입사한 것도 꽃을 파는 집의 아주머니의 소개로 우연히 들어간 것이었고, 대만에서 25년동안 살게 된 것도 우연히 비행기 스톱오버를 했던 곳이었던 대만이 마음에 들어서였고, 대사관에서 우연히 만난 직원의 마음에 들어 강의를 시작하면서였다. 그런 일화를 들어보면 그는 실제로 만나면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이고 스스럼 없는 태도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곳에서든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건 그가 홀홀단신으로 있어도 빛나는 존재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그는 이것도 좋다, 저렇도 좋다라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상대를 대화에 끌어들이지 못하게 하는 습관이라고 꼬집는다. 자기에 대해 자신감있고 떳떳한 사람만이 자기의 기호를 분명히 말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에겐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누구에게도 욕먹지 않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나의 호오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것이 성숙한 태도라고 생각했던 내 마음이 물결이 일렁인다. 리더는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는 싫어하고 누구는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자신의 가치관이 분명한 사람은 누구든 싫어하는 사람을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저 멀리 우주에서 보면 낙엽처럼 부질없는 것인데 이것을 할까 말까 고민하느라 망설이다가 못 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해보고, 아니면 말고. 그런 자세로 인생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참 어른같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면 속 시원하게 살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노랑빛깔의 표지.귀여운 병아리가 떠오른다.

30대 초반이면 이제 사회 초년생이다. 고등학교 최고 선배였고, 대학교에서도 최고로 선배였지만 학창시절도 똑같이 사람 사는 사회였는데 왜 '진짜'사회생활을 하면서 병아리가 되어 버리는지.

이 책엔 30대를 막 시작하면서 겪어내는 물결같은 변화들에 대한 당혹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응하고 배우고 나가는 초보 적응자의 당참, 행복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사람의 당당함이 잘 묻어있다. 그 시기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촉촉한 감성이 느껴져서 귀엽기도 하고, 나의 30대 초반 시절이 생각나서 웃음짓게 된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까먹듯 나이가 들면서 까먹어 버린 감성을 깨워주는 책. 책장마다 독창적인 일러스트들이 나오는데, 보여주는 색감 만큼이나 발랄하고 상큼하고 개성이 분명한 책이다.

 

책은 크게 4개의 파트로 나누어진다. 서른을 맞이하며 다가오는 일에 대한 것, 일상의 사소한 변화에 대한 것, 사랑에 대한 것, 가족과 친구 관계에 대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소소한 것들이지만 소소한 변화에 파도를 잘 타야 마음을 다스리며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 30대를 맞이하는 친구들은 책을 보면서 공감을 많이 할 것 같다. 조선시대만 해도 30살은 중년이었지만, 요새는 어쩐지 10대의 티를 덜 벗어낸 아이 같기도 한 느낌이 있다. 그것이 결혼이 늦어져서인지, 사회생활에 대한 책임을 늦게 시작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30살 또한 내가 느끼는 감정과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잘 몰랐었던 것 같다. 내밀하게 상담해줄 상담자가 없다고 해도, 공감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얼마나 힘이 되던지. 이 책이 많은 독자에게 그럼 공감과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데, 재치있는 문구들 외에도 감각적인 그림체가 더욱 즐거움을 준다. 색을 쓰는 방식과 인물들의 표정이 드러나는 방식, 무심한 듯 귀여운 그림체가 감각적이라서 일러스트만 보아도 입가에 웃음이 돋는다. 아직 배울 것이 많은 30살이지만, 30살밖에 안 된 사람이 이렇게 자신의 감정과 일상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며 고민하고, 잘못된 점은 무엇인지 살피고 고쳐나간다는 것이 기특하다. 그리고 긍정적이고 열정 가득한 책을 내었다는 사실에도 박수를 쳐 주고 싶다. 귀여운 30살의 다이어리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