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그녀의 동안 피부 비결이 궁금해서였을까?
 아니면 선물로 주는 리엔케이 제품의 성능이 궁금해서였나?
 딱히 고현정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내가 그녀의 책이 출간되자마자 그냥 생각없이 막 지른건 무엇때문이었는지 아직도 아리송하다.
 그리고 책이 배달되어 책을 펼쳐보는 순간 좀 당황하고 허무했다. 책 옆구리는 엉성하게 풀칠을 했는지 다 떨어져 있고 책장을 한올한올 묶어놓은 실은 옆구리에 삐져나와 있고. 참 난감했다. 그리고 전화를 했다. 이게 이 상태로 출간된게 맞냐고? 그렇단다. 그녀의 의지로 인해 책은 이렇게 디자인 되고 만들어 졌다고 했다.
 난 참 세련되지 않은 인간인가 보다. 생각하고 좀 민망해져서 전화를 끊고 한참을 책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이 흘러 아이가 잠들고 모두 조용한 자정이 넘는 시간에 처음으로 책장을 넘겨보았다. 거기에 그녀가 있었다. 자몽티를 좋아하고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인간 고현정이 있었다. 참 조용하고 명료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하는 듯한 그 문체에 홀려 어느덧 책장의 반 정도가 왼쪽으로 넘겨져 있었다. 
 바지런하고 또 꿋꿋하고 하지만 한편으론 한없이 여유로운 그녀가 느껴졌다. 그녀가 말을 하고 난 그녀의 말을 새겨듣고, 그녀의 공간안에 필자와 독자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같이 존재하는 기분이 들었다. 
 정자세로 앉아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을 가지게 하는 그녀만의 카리스마에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받은 것 같아 고마운 책이다.

 아직은 육아가 어렵기만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부모가 될 수는 있지만, 모두가 다 좋은 부모일 순 없다. 
 말을 하고 보니 좋은 부모가 꼭 정해져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건 아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선 아이가 원하는 것과 부모가 원하는 것 중에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막상 내가 자식을 키워보니 그게 참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아이한테 필요한 것 같아서 난 꼭 이것을 시키고 싶은데 정작 아이가 원치 않는다고 해서 바로 포기가 안되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아이에게 시키거나 강요하려 하면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빼앗는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되면 좋은 부모가 아닌 듯 하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 할 수 있는 여유를 빼앗지 않기! 원론적이면서도 실천하기는 만만치 않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노력하련다. 작심 삼일이 되더라도 3일이 되기 전에 다시 또 새로이 다짐하면, 실천하는 날이 실천하지 않는 날보다 더 많지 않을까?
" 엄마의 과보호로 인해 저항력이 약해진 아이들은 어떠한 문제 앞에서도 뒷걸음질치는 것부터 생각하게 될 것" 이라는 문구를 새겨본다.
 오늘도 난 우리 아이가 무한한 상상력과 담대한 포부를 가진 인물로 성장하길 바라면서 아이의 결정과 꿈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팬이 되련다.

처음 이 책을 구매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작품을 접해본 적이 없었기에 총 3권이나 되는 분량의 책을 구매하기엔 다소 모험적이었다. 하지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문장 하나하나를 가슴에 새겨 두고 싶은 욕심과 이 책을 다 읽고 났을때 닥본사하는 시리즈 연속극이 끝나버린 뒤의 허전함을 느끼게 될 것을 두려워하며 천천히 음미했다. 

여러 번 곱씹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그 감흥은 아주 오랜만에 나에게 찾아왔다. 로맨스, 추리, 판타지... 여성적이지도 남성적이지도 않은 그런 스토리를 구현해내는 그의 능력이 그저 감탄스러울뿐. 

아오마메, 덴고 그리고 우시카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두근거리고, 기대되고, 궁금하고, 안타까운 기분이 절로 든다. 아오마메와 덴고가 언젠쯤 만날 수 있을런지. 과연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지. 과연 알아본다면 그들은 첫 대사는 무엇이 될지. 첫사랑은 어슴푸레한 기억으로만 남겨두는게 더 아름다운 것은 아닌지.

공기번데기, 리틀 피플, 두개의 달, 그리고 마더와 도터. 작가의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상상속의 세계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을 다 읽고 덮은 지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1Q84의 시간과 장소에 머무르는 듯한 여운이 남는다. 
과연 그 셋은 그 시간에서 해방되어 무사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갈 수 있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