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의 책에서는 가벼운 느낌보다 무겁고 진중한 느낌이 드는 글귀들을 많이 발견하게 한다. 내가 읽었던 그의 모든 책들을 갈무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생에 대한 의문과 내 삶에 대한 목적이 흐리멍텅해 질때면 나도 모르게 그의 책을 찾게 된다. 아직까지 생에서 경험 가능한 모든 일들을 다 겪어 보진 못했기에 그가 담아둔 모든 메시지를 온전하게 내것으로 만들진 못했지만 어쩌면 그 미완성의 느낌만으로도 충분한 감상이 될 것도 같다.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주위의 모든 사물들을 정렬해 놓은 다음 한페이지 혹은 한 구절씩 공부하는 마음으로 대했던 책이기에 내가 느꼈던 슬픔과 감동과 동조와 연민등을 다 풀어내기란 어려울 듯 싶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작가로써 그는 대단한 명성과 인기를 누리지만 그의 전생에 대한 의문과 그가 풀어내는 삶에 대한 길을 찾기위해 "약속을 한다".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과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일정을 계획한다. 러시아를 횡단하는 열차를 타기 전 그의 팬이라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의 막무가내 집착에 그녀와 뜻하지 않은 동행을 하게되는데......

소설이 단순한 픽션으로만 남는다면 독자들에게서 공감과 감흥을 받기란 어려울 것이다. 난 그에게 공감했고 그가 의문점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동조했으며 또 답을 얻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왜 그런지 모르게 나는 정답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정래 선생의 "인간연습"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허수아비춤이 신작으로 출간되었단 걸 알고는 주저없이 주문하였다. 
두꺼운 책의 무게감과는 또 다른 무게가 책을 읽는 사이사이 내 어깨에 내려앉은 듯 했다. 
갑작스럽거나 더무나 당혹스런 이야기가 아니기에 더욱 나를 답답하게 옥죄어 왔다. 윤성훈, 강기준, 그리고 박재우 모두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 이웃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내가 막상 그런 제의를 받으면 한 번에 거절 할 수 있을런지, 아니면 그들처럼 그렇게 허수아비춤을 출 수 밖에 없을런지 잘 모르겠다. 
나는 개인이 아니라 엄마아빠의 자식이요 우리 아이의 부모요, 그리고 누군가의 배우자이기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 것에 모든 것을 버리고 올인할 자신이 없다. 어쩌면 이렇게 다른 이유를 대는 것 조차도 내 진심을 들킬까 두려워서 서둘러 변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 허수아비 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비록 지금 이 순간 내가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을 산다고 자부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건 나만의 착각 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버렸다. 언제든 우리에게 손내미는 친절한 누군가는 정작 나를 춤추게 만드는 장본인일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나에게 친절과 선의를 베푸는 듯 보인다. 하지만 나의 양심은 어느샌가 사라져버리고 또 다른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이것이 맞는 것이라고 억지로 끼워넣을 수도 있다. 그 힘으로부터 그 권력으로부터 난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다고 자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웠고 분노했으며 그리고 한편으로는 측은했다. 내 의지대로 말 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에는 정치민주화 만으로 부족하다. 경제민주화가 뿌리깊게 정착될 때 비로소 난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언제나 추리 소설은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어릴 적부터 추리 소설에 대한 나의 집착은 남달랐다. 살인과 강도, 범죄를 소재로 한 책을 부모님이 사줄리 만무했고 나의 용돈을 모아 한 두권씩 사보는 재미에 용돈 받는 날을 기다렸을 정도다. 무엇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들은 나의 추리 소설에 대한 애정을 꽃피우게 만들었던거 같다. 탐정의 꿈을 키우기도 하였고 흥신소를 차려볼까 잠깐 고민도 하였던 듯 하다. 어릴 적 나의 그 기행들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낄때가 있으니 바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마지막을 정확하게 예견할때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선 직감이 발달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 추론이 가능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범죄의 동기가 다양해지고 그 수법도 잔인해 지고 있는데 수사를 하는 사람은 여전히 구시대적 방법으로 범인에 접근하려 하면 게임이 되지 않는다. 우타노 쇼고는 내가 생각하는 결론을 뒤집어버리는데 천재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번 책은 무엇보다 나 같이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토리를 읽어나가면서 같이 추리를 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속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정답을 미리부터 꺼내놓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어설픈 추론을 다 들은뒤에 짜잔하고 자신의 성공적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인 나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첫 번째 스토리의 결과는 한마디로 경악스러웠다. 한편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모습과 조금은 닮아있는 듯 해서 슬퍼지고 쓸쓸해지기까지 했다. 인간의 목숨을 가지고 놀면서 자신의 재미로 치환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우리의 이웃에서 발견하는 경우 가끔 있기에...... 
다시 한번 우타노 쇼고의 진가를 발견하게 하는 책이었기에 누군가 추리 소설을 읽는다고 하면 적극 권장하고 싶은 이야기 꾼이다.